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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천사였다 :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원제 : Satan etait un 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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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두 남자의 운명적인 동행!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프랑수아 다뱅은 그가 속한 분야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으로 통할 만큼 매사에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프랑수아는 거리를 걷다가 자주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CT 촬영 결과 그가 뇌종양을 앓고 있으며 직접 제거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며 항암 치료를 거부할 경우 생존기간이 길어봐야 몇 달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내린다. 크게 충격을 받은 프랑수아는 병원을 나오는 즉시 인생을 정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리옹 인근에서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히치하이커 폴을 만나 동행을 결정한다. 프랑수아와 폴은 나이도 크게 차이가 나고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 과정 속에서 점점 교감을 이루어내며 서로에 대해 깊은 관심과 호감을 갖기에 이른다. 프랑수아는 폴이 어디를 가든 항상 지참하고 다니는 배낭에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폴의 제지를 물리치고 배낭을 열어본 프랑수아는 안에서 나온 코카인을 보고 크게 놀라는데......

출판사 서평

1.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자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빅 마운틴 스캔들],[그림자],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발표하며 국내독자들과도 친숙한 카린 지에벨의 [그는 한때 천사였다Satan ?tait un ange]가 출간되었다. 카린 지에벨은 2004년 등단 이후 현재까지 모두 합해 10권의 소설을 발표해오고 있는 작가로 코냑추리소설대상, SNCF추리소설대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느와르소설 페스티벌 대상 등 프랑스 최고 권위의 추리문학상을 다수 수상할 만큼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프랑스 스릴러의 여왕',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이 남는 작품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크게 각광받고 있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이제 자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카린 지에벨은 변호사, 등하교 도우미, 지역 신문사에 기사나 사진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맥도날드 점원, 공무원 등으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경험은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적 소양과 어우러져 성공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카린 지에벨의 스릴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형사 또는 탐정이 수사를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추리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범인을 체포하거나 단죄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종결짓는 고전적인 방식을 취하기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한편 과거의 어느 지점에서 비롯된 경험과 상처가 현재의 심리상태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는지 추적해가는 과정을 소설의 포인트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인간의 모든 행위에 인과율이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심리는 대개 그가 자라온 성장 과정에서의 경험과 상처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욕망, 불안, 집착, 죄의식, 피해의식, 열등감 등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분석해가는 과정을 통해 인물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한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고 있다.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독창성 있는 작품을 추구하면서도 통속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 게 카린 지에벨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받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는 한때 천사였다]는 국내에서 앞서 출간된 네 권의 소설과는 전개방식이 많이 다르다. 첫째, 이 소설은 스릴러이지만 주요인물 중 경찰이나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보조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야기의 중심축이 아니기 때문에 그 역할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둘째, 앞서 출간한 소설의 배경이 밀실이나 좁은 지역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소설은 이른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다양한 지역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셋째,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를 주요인물로 삼는 경우 대부분인데 이 소설에서는 다중성격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넷째, 지금까지의 소설들이 지극히 개인 문제를 주로 다룬 반면 이 소설은 사회적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그는 한때 천사였다]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매우 특별하다.

1994년 3월 10일, 이탈리아 여기자 일라리아 알피와 그녀의 카메라맨 미란 흐로바틴이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살해되었다. 일라리아는 유독성 폐기물의 국제적인 밀거래에 관해 취재 중이었으며 대대적인 폭로를 위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 일라리아 기자 살해사건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으며, 이 위대한 기자가 수집한 자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 카린 지에벨 ('감사의 말' 중에서)

유럽의 복수 국가에서 아프리카에 유독성 폐기물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취재에 나섰던 여기자가 살해되었고, 그녀가 탐사한 자료들도 사라졌다. 카린 지에벨은 유럽의 각국 정부와 경찰이 여기자의 죽음과 그녀가 취재한 내용들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했고, 이 소설을 착안했다. 물론 이 소설의 중심 내용이 유럽의 각국 정부, 다국적 기업, 경찰, 언론 등의 부도덕한 행위를 고발하고 질타하는 내용으로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천인공노할 사실들을 다루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인 프랑수아 다뱅은 가난한 집 출신이지만 계급 사다리 최상단으로 올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마침내 목표를 이루지만 청천벽력과도 같은 뇌종양 진단과 시한부인생을 선고받고 인생을 정리하는 여행을 떠난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예기치 않게 프랑수아와 동행하게 된 폴은 마피아 조직에서 살인청부를 해온 킬러로 조직에서 훔친 마약을 팔아 인생을 바꿔보려는 인물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어색한 동행을 해가는 동안 점차 교감을 이루어나가는 이야기와 여행 중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 여러 개의 액자처럼 등장하는 과거의 경험들은 두 인물에 대한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와 마피아 조직의 킬러라면 어느 모로 보나 전혀 일치되는 점이 없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과거의 경험들을 따라가다 보면 헐거우나마 겹치는 부분도 등장한다. 정치인, 기업, 언론, 검찰, 경찰, 마피아 등이 한통속이 되어 부도덕한 범죄를 저지르고 덮어버리는 행위는 비단 한국의 병폐는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는 기업의 치부를 가려주는 대가로 고연봉을 수령하는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이고, 폴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은밀한 목적을 해결해주는 킬러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가 유능한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고, 폴이 마피아 조직의 킬러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불우한 성장 배경의 탓이 크다. 그들의 불행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기업과 마피아 조직은 전혀 다른 집단이지만 은밀한 이익 추구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는 마치 숙주와 그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이 소설을 사회적 금기를 깨기 위한 폭로 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지만 전하는 메시지만을 고려해볼 때 매우 신랄한 사회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2. 운명을 받아들이길 거부한 도피, 여행의 끝은 어디인가?

이 소설의 주인공 프랑수아는 그가 속한 세계에서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변호사이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된 법조기술자에 불과하기도 하다. 기업의 부도덕한 범죄행위를 덮어주거나 무마해주고 급여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온 그가 막상 과실도 얻지 못하고 시한부 삶의 희생자가 되어가는 모습은 인생이 얼마나 허망한지 드러내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다만 프랑수아가 죽음을 앞두고 떠난 여행길에서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마지막 눈을 감는 날까지 새 인생을 찾아 떠난 폴을 도우려는 모습은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루마니아 출신인 폴은 폭력적인 아버지의 횡포를 묵묵히 견디며 동생들을 보살피지만 유일한 조력자였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거리로 쫓겨난다. 폴은 어린 두 동생들을 고아원에 보내고 앵벌이, 날치기, 도둑질 등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다가 마피아 조직의 킬러가 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비정한 사회현실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생존을 위해 혹은 어린 시절 고아원에 맡긴 동생을 찾아오기 위해 잔혹한 킬러의 길을 걷게 된다. 폴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를 마냥 부도덕하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를 취약한 사회시스템에서 찾는 작가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카린 지에벨은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언제나 과오를 통해 배운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인물들을 그려나간다. 프랑수아와 폴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서로에게서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그런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권력 혹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벌이는 행태들이 이 소설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람들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치열한 생존게임을 통해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3.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난 그들의 운명적인 동행!
- 줄거리 요약

비즈니스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프랑수아 다뱅은 그가 속한 분야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으로 통할 만큼 매사에 완벽하고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프랑수아는 거리를 걷다가 자주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CT 촬영 결과 그가 뇌종양을 앓고 있으며 직접 제거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며 항암 치료를 거부할 경우 생존기간이 길어봐야 몇 달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내린다.
크게 충격을 받은 프랑수아는 병원을 나오는 즉시 인생을 정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날들이 갑자기 지독스러울 만큼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내와 사 사무실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행의 장도에 오른 프랑수아는 리옹 인근에서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히치하이커 폴을 만나 동행을 결정한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탓에 발길 닿는 대로 길을 가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서 잠시 머물며 구경을 하다가 호텔을 잡아 잠을 자고 다시 길을 떠나는 과정이 반복된다.
프랑수아와 폴은 나이도 크게 차이가 나고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을 겪는 과정 속에서 점점 교감을 이루어내며 서로에 대해 깊은 관심과 호감을 갖기에 이른다. 폴은 마르세유를 방문해 친구를 만날 작정이다. 그들은 폴의 친구가 산다는 마르세유의 집에 도착하지만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인간사냥꾼들에게 쫓기게 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프랑수아는 두 사람이 함께 여행을 계속하려면 서로 숨기는 게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프랑수아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폴이 인간사냥꾼들의 추격을 받게 되었는지 추궁한 끝에 어떻게 된 사연인지 자초지종을 듣게 되지만 왠지 미진한 느낌을 받는다. 폴은 리옹에서 알바로 일할 당시 사장의 마약거래를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비밀유지를 위해 폴을 제거하려드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신빙성이 부족해보이는 설명이다.
다시 여행이 시작되고 추격자들이 계속 뒤따라 붙으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진다. 니스 인근에서는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지갑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하고, 폴이 배낭에서 베레타 권총을 꺼내들어 해결한다. 총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프랑수아는 큰 충격을 받고 따져 묻지만 폴은 장난감 총이라며 둘러댄다.
프랑수아는 폴이 어디를 가든 항상 지참하고 다니는 배낭에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폴의 제지를 물리치고 배낭을 열어본 프랑수아는 안에서 나온 코카인을 보고 크게 놀라는데......

본문중에서

이브라임 교수는 왜 날 연민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걸까?
"변호사님의 주치의가 이미 뭐가 문제인지 대충 설명해주었을 겁니다."
"뇌종양 말입니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뇌의 왼쪽 두정엽에 생긴 글리오블라스토마입니다."
그 잘난 의학용어를 들먹이며 기를 죽일 생각인가?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마흔여덟입니다. 글리오블라스토마가 암과 같은 뜻인가요?"
"뇌종양의 일종입니다."
레스탕자 박사는 종양을 제거하면 살 수 있다고 했어.
프랑수아는 침을 삼키려고 애써 보았지만 입안이 바짝 말라 침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입과 목이 계속 바짝 타들어간다.
이브라임 교수가 방사선 전문의가 작성한 검사 결과 소견서를 보고 있는 동안 프랑수아는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든다.
(/ p.33)

분명 달리 살 수도 있었는데?
후회의 파도와 회한의 모래바람이 한꺼번에 밀어닥친다. 중대 병력 정도의 가벼운 공격이 잇따르다가 곧 대대적인 총공세가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계급 사다리의 상층부로 올라가기 위해 미친 듯 일만 하며 보낸 시간들이다. 사다리의 맨 아래쪽에서 시작해 기를 쓰고 한 칸씩 올라갔는데 갑자기 부질없는 일이 될 줄이야. 미리 알았더라면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에 살길 고집하지 않았을 테고, 중고 르노를 굴리며 살지 않았을 테고, 할인마트에서 파는 값싼 옷을 사 입기 위해 알뜰정보를 모으지는 않았으리라. 주말에 TV나 보며 살아야 하는 생이 될까 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이제는 그런 생마저도 부러울 지경이다.
(/ pp.44~45)

"혹시 프랑수아 다뱅 씨에게 숨겨둔 정부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제가 아는 한 프랑수아에게 정부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죠?"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프랑수아는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여자와 떠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프랑수아는 형사님이 상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이 나라에서 소리 소문 없이 정부와 사라지는 사건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발생합니다."
"프랑수아는 절대로 그럴 리 없어요. 그런 행위가 아예 불가능한 사람이죠. 내 자존심에 상처가 되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프랑수아는 절대로 그런 부류가 아니죠."
리샤르 대위는 기가 막힌다는 듯 드러내놓고 미소를 짓는다.
"프랑수아를 찾아주실 거죠?"
"우리는 프랑수아 다뱅 씨가 실종되기 전 행적을 시간대별로 파악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추적할 겁니다. 다만 우리가 처리해야 할 실종사건이 이미 수십 건이나 접수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세요. 그러니까 프랑수아 다뱅 씨에게만 전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뜻입니다."
(/ pp.60~61)

왜 모든 일에 반드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단 말인가? 뇌에 생긴 종양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왜 갑자기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납득이 되는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따라서 애송이 녀석과 동행하게 된 여행길에 대해서도 굳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은가?
프랑수아는 에스테렐의 붉은 땅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바다를 보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불현듯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났던 카페테리아의 여종업원이 떠오른다. 그녀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고,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프랑수아는 난생 처음 비상식적인 일에 몸을 내맡겼다. 이제껏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다.
(/ pp.104~105)

플로랑스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전등을 모두 끈 다음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간다. 그녀는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마침 초인종을 누르려던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흠칫 놀라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안녕하십니까, 부인. 저는 군인경찰대 소속인 페로 대위입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페로 대위가 삼색기가 선명한 신분증을 눈앞에서 흔들어 보이고 나서 이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프랑수아 다뱅 변호사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프랑수아는 지금 집에 없어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플로랑스는 잠시 주저한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우리는 프랑수아 다뱅 변호사가 히치하이커 한 사람을 차에 태워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히치하이커는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범죄자입니다. 프랑수아 변호사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거든요."
"위험하다고요?"
"그놈은 흉악범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수아 변호사가 어디에 있는지 당장 알려주셔야만 합니다."
"생마르탱 베쥐비에 있는데 마침 프랑수아에게 가려던 중이었어요."
"프랑수아 변호사가 아직 히치하이커와 동행하고 있다고 하던가요?"
"네, 젊은 히치하이커와 함께 있다고 했어요."
플로랑스는 페로 대위에게 민박집 주소를 적은 종이를 내민다.
"때맞춰 부인을 만나 뵙게 되어 몹시 다행이군요."
(/ pp.113~114)

폴은 죽지 않았고, 프랑수아는 재빨리 자동차로 달려가다가 뭔가 발에 걸려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두 눈을 크게 뜬 민박집여주인 체리의 시체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고, 백색의 자갈길 위에 어느새 피 웅덩이가 생겼다. 주인여자의 이름인 체리처럼 붉은 웅덩이이다.
"오, 안 돼!"
프랑수아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어서 서두르라니까 뭐해요? 민박집 주인여자는 어차피 죽은 목숨이에요. 지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프랑수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차게 고개를 젓는다.
폴이 다가오더니 그의 팔을 낚아채 BMW까지 끌고 간다. 벤츠 운전자의 시체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폴은 그를 조수석으로 밀어 넣고 나서 운전석으로 돌아와 직접 핸들을 잡는다.
자갈길을 통과한 BMW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아스팔트 도로 위로 올라선다.
(/ p.139)

비즈니스 전문변호사로 일하며 의뢰인의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긴 했다. 딱히 손을 더럽힌 적은 없지만 약간의 양심을 팔아버린 적도 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 타협한 적도 있고,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을 감기도 했다. 그 당시는 변호사로 살아남기 위한 불가분의 선택으로 치부했다.
프랑수아는 창문을 닫고 방 쪽으로 몸을 돌린다. 폴은 아직 침대 한가운데에서 잠들어 있다. 그는 잠시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애송이 녀석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얼마나 험하고 굴곡진 삶을 살아왔기에 어린 나이에 이토록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경찰에 신고해야 마땅할까?
아마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녀석을 위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아니, 그냥 녀석이 살아온 방식대로 내버려두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형사 소송 전문 변호사들을 알고 지낸 탓에 적어도 교도소가 어떤 곳인지는 잘 안다. 교도소에 다녀온 범죄자들이 모범적인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랑수아는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녀석과 함께 있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여행길에서 만난 표지판 같다고나 할까? 이제 녀석 없이 혼자 여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다.
(/ p.161)

"그때는 열여섯 살이 되어갈 무렵이었어요. 저는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고 거절했죠. 그러자 브뤼노가 죽든지 죽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결국 브뤼노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제가 맡은 일을 차질 없이 처리하자 브뤼노는 몹시 만족해했지만 저는 그야말로 기분이 말이 아니었죠.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토하기만 했어요. 마누가 곧 익숙해질 거라며 등을 토닥여주더군요. 저는 브뤼노와 마누가 시키는 대로 협박과 갈취, 살해를 계속했어요. 열일곱 살이 조금 지났을 때 마침내 브뤼노는 저에게 아파트 한 채와 차를 사주고 생활비를 지원해 주기 시작하더군요."
"그전까지 펠리자리 가문에서 돈을 한 푼도 안 줬다는 거야?"
"저는 놈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들의 논리대로 따르자면 제가 일을 하는 건 빚을 갚기 위해서였어요. 브뤼노는 제가 돈이 많이 모으면 도망칠까 봐 걱정되는지 단 한 번도 풍족하게 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어요."
"자네는 어쩌다가 펠리자리 가문을 떠나게 되었나?"
폴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고 이리저리 돌리기만 할 뿐 불을 붙이지 않는다.
"일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어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게 당연히 쉽진 않았겠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싫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들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는 게 더욱 끔찍했어요. 변호사님도 생각해보시면 즉시 답이 나오겠지만 노예에 불과한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죠."
(/ p.291)

저자소개

카린 지에벨(Karine Giebe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1~
출생지 프랑스 바르
출간도서 8종
판매수 2,168권

1971년 프랑스 동남부 해안도시 바르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연필을 쥘 수 있는 나이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법률 및 라이선스를 공부했다. 국립공원관리원, 영화 조감독, 프리랜서 사진작가, 변호사, 아동통학지도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으며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을 얻게 되었다. 데뷔작[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 Terminus Elicius]로 2005년 마르세유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발표한 [속죄를 위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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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식물의 역사와 신화』,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탐욕의 시대』, 『빈곤한 만찬』, 『그리스인 이야기』,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 등이 있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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