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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i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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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클릭 한 번에 세상의 운명이 달려 있다!

    우연히 고물 노트북을 손에 넣게 된 파비앵. 노트북에서 컴퓨터 요정 지니가 불쑥 나타난다. 지니와 파비앵은 노트북을 통해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넘나들며 멋대로 조작한다. 포토숍으로 사랑의 라이벌을 오려 내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 괴물과 실제로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 사이버 괴물이 시청 앞 광장을 접수하고 마는데.......
    21세기 지니, 인터넷 중독 시대에 경고장을 던지다!

    출판사 서평

    풍자와 은유로 그려 낸 인터넷 시대!
    스마트 기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다


    [Wi-Fi 지니]는 인터넷 시대에 펼쳐지는 21세기 판 '알라딘과 요술 램프'다. 램프 대신 노트북 속에 사는 지니 이포와 컴퓨터로 놀 때 가장 행복한 10대 소년 파비앵. 이들의 가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모험 속에 디지털 기술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현대 청소년의 모습을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다. 역사상 그 어느 세대도 경험해 본 적 없을 과학 기술의 수혜, 그러나 그 때문에 집단적 중독 증상에 빠져 버린 오늘날의 디지털 세대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 유쾌한 모험 소설이다.
    여름 방학을 맞은 파비앵은 등산광 외할머니의 집에 머물게 된다. 지옥훈련 같은 산행 코스가 마련되어 있음을 예감하고 절망하던 때, 고물 노트북 속에서 지니 '이포'가 깨어난다. 거대한 덩치에 엄청난 식탐을 지닌 데다 '주인' 파비앵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 뻔뻔한 성격이지만, 가끔 통찰력 있는 일침을 날리는 컴퓨터 요정, 이포! 그는 파비앵에게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넘나드는 노트북의 마법'을 가르쳐 준다. 고독한 뚱보 요정과 무기력증에 빠진 10대 소년 파비앵은 환상의 콤비가 되어 세상을 거대한 게임판 삼아 놀기 시작한다.

    "높은 곳이 좋다, 이거지? 기다려 봐."
    이포가 노트북 모니터를 열고 전원을 켜더니 파비앵 쪽으로 돌려놓았다.
    "뭐 하려고?"
    파비앵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가슴이 쿵쾅댔다.
    "일단은 요 겁 없는 친구를 선택한 다음....... 자, 이제......."
    이포는 모니터에 비친 파비앵의 모습을 클릭한 뒤, 화면 가득 하늘이 들어오게끔 방향을 바꿔 마우스를 클릭했다.
    "너를 저 위로 보내 줄게. 얍!"
    순간, 파비앵의 몸이 몇백 미터 상공 위로 둥둥 떠올랐다.
    키 아 파르로 꽉 찬 위가 출렁였다. 파비앵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드넓은 도시와 구불구불 흐르는 강 위에 점처럼 드문드문 놓인 배들, 낡은 담배 공장, 상업 지구, 제방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풍력 발전기도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마치 장난감 같았다. 이포는 곧 파비앵을 벤치 위로 내려주었다.
    "다시는 그러지 마!"
    이포는 색종이처럼 붉으락푸르락한 파비앵의 얼굴을 보고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 p.43)

    요술 노트북은 모니터에 대상을 비춘 뒤 컨트롤 시(Ctrl+C), 컨트롤 브이(Ctral+V) 키를 누르면 복제할 수 있고, 시계창을 돌리면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 주기도 한다. 인터넷을 연결하면 성능은 무시무시해진다. 구글 어스로 지도만 콕 집어도 세계일주가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이포는 인터넷을 연결하면 어떤 위험한 사건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며 파비앵을 자제시킨다.
    요술 노트북 모니터에만 들어오면, 지루한 하루가 마법의 순간으로 뒤바뀐다. 파비앵이 온갖 아이디어를 응용해 노는 동안, 이포는 현실과 가상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에 든든한 안전요원이 되어 준다. 여신처럼 아름다운 소녀 다프네한테 말을 걸기 위해 시계창을 되돌릴 때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잘생긴 라이벌을 포토숍으로 제거할 때는 전투 게임 속 적을 무찌를 때만큼 후련하다. 외할머니의 지옥훈련에 보낼 복제 인간을 만들 때는 신(神)이 된 듯한 기분에 머리가 어찔할 지경이다.
    전지전능한 요술 노트북은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각종 스마트 디지털 기기를 연상시킨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꿈이 이루어지는 21세기 요술 램프!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보면 이러한 기기들은 '분리불안장애', 강박과 집착, 중독의 판도라 상자다. 고철처럼 무겁기 짝이 없는 노트북과 잠시라도 떨어질라치면 "마치 발가벗고 전쟁터로 나선 듯, 황당하고 초라한 기분"이 든다는 파비앵의 목소리는 의식할 수 없으리만치 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 시대 청소년의 생생한 고백이라고 해도 손색없어 보인다.

    만약 세상을 조종하는 내 노트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디지털 세계의 반격에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라!


    파비앵은 다프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이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게임창 속에 뛰어든다. 하지만 보안이 안 된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현실 세계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게임광의 해방구가 순식간에 '헬게이트'로 역전된 순간이었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걸음걸이에 버퍼링이 걸리고, 광장의 뮤직박스는 늘어진 테이프 소리를 낸다. 길은 구불구불 휘어지고, 미각과 촉각 등 모든 감각이 무뎌진다. 그러더니 온라인 게임 속 괴물이 시청 앞 광장에 나타나 사람들을 집어 삼키고 도시를 폐허로 만든다.

    도시에 암흑처럼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웠다. 곧이어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땅이 요동을 쳤다. 항구의 수백 마리 새들이 날아오르며 처절한 울음소리로 허공을 갈랐다. 가상 현실에서 무찔렀다고 생각했던 그 괴물이 거무스레한 구름 사이로 등을 돌린 채 시청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거리를 뒤덮은 긴 꼬리가 상점의 유리 진열장마다 비늘무늬를 드리우고 있었다. 체구가 얼마나 거대한지, 영화 [쥬라기 공원] 속 공룡은 바구니에 담긴 새끼 고양이나 다를 바 없었다. 괴물은 입을 쩍 벌리더니 길게 하품을 했다. 누런 이빨 사이로 뿜어져 나온 입 냄새가 독가스처럼 광장을 휘감았다. 그 어떤 공룡 전문가도 이토록 끔찍한 냄새를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괴물은 아주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한 발짝을 옮겼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눈에는 전혀 우아하지 않았다. 괴물의 발뒤꿈치에 버스 정류장이 종잇장처럼 짓이겨졌다. 괴물이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달아났다.
    살랑살랑 흔드는 엉덩잇짓에 노점 진열대가 여섯 개씩 으스러졌다. 우체통, 가로수, 공중전화 부스, 자동차까지......, 발에 걸리는 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 pp.123 ~ 124)

    [Wi-Fi 지니] 속에 등장하는 바이러스의 침공은 '소설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2010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작 바이러스 스턱스넷은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꾸려진 사이버 군사였다.
    연일 쏟아지는 디지털 뉴스들은 가짜인 세계가 인간의 통제력을 넘어 진짜 세계까지 침투하는 놀라운 실상을 보여준다. 증강현실 안경, VR 게임기 같은 놀라운 신제품들은 가슴 뛰는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총의 설계도를 다운로드해 3D 프린터로 실제 총을 만드는 일 역시 현재 진행 중인 것이다. 미국의 과학 전문 사이트 [라이브 사이언스]는 전 세계를 벌벌 떨게 할 다음 전염병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갈 수도 있다고 예견하기도 했다. [Wi-Fi 지니]는 두 얼굴의 디지털 시대를 두루 그려 내고 있는 셈이다.

    기계는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 아니다.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비슷한 주제로 작문 숙제를 했는데, 파비앵은 자신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119쪽

    우리는 파비앵의 모험담을 통해 이 세상의 운명을 손에 쥔 마지막 유저에 관한 가상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저자는 그러한 가상 체험을 통해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클릭 한 번에 세상의 운명이 뒤바뀔 때도 있다. 우리는 그 책임의 무게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차

    끔찍한 하루
    뜻밖의 선물
    노트북 요정, 지니
    마법의 순간
    이름만 아는 소녀
    가려진 시간 사이로
    질투의 화신
    비밀 아닌 비밀
    게임 속으로
    불길한 예감
    바이러스? 브이러스!
    사이버 괴물의 출격
    파비앵의 선택

    본문중에서

    노트북 요정, 지니
    고장 난 노트북을 수리하는 순간, 그 속에서 나타난 노트북 요정 지니. 현실감 넘치는 3D 게임인가 했더니, 파비앵 눈에만 보이는 진짜 요정이란다. 덩치는 산만 하고, 한 달은 방치한 듯 덥수룩한 수염과 떡이 지도록 뭉친 머리카락....... 그런데 글쎄 당장 오늘부터 파비앵과 함께 살겠단다. 단박에 짜증부터 났지만 지니가 노트북의 마법을 보여 주자 파비앵은 경이와 공포로 몸을 떤다.

    "아저씨가 진짜로 지니라면 제 소원을 모두 들어주나요?"
    지니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그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너는 나한테 인간 세계로 가는 차표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거든. 어쨌든 나를 구해 줬으니 네가 내 주인인 건 맞아. 너한테 빚을 진 셈이지. 뭐, 그런 상황이니 서로 말은 놓고 지내자고."
    파비앵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옛이야기는 하나같이 거짓말일 거라는 오랜 예감이 지니의 비정한 말을 통해 다시금 확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뚱보 식충이 같은 아저씨와 함께 지내야 한단 말인가? 밥을 먹건, 컴퓨터를 하건, 데이트를 나가건, 쉴 새 없이 참견을 늘어놓을 저 뚱보와 함께?
    "뚱보 식충이라고? 거참, 고마운 말인데?"
    파비앵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생각을 읽어요?"
    지니가 뾰로통한 얼굴로 벌떡 일어섰다. 몹시 화가 난 모양이었다.
    "모든 생각을 다 알 순 없지만 핵심 내용만큼은 콕 집어낼 수 있지. 내가 텔레파시 수업에는 별로 집중을 하지 않아서 말이야. 잘 알아 두라고!"
    지니는 구시렁대며 노트북 자판을 툭 치고는 명령조로 말했다.
    (중략)
    "......복사해서 붙여 넣기."
    지니가 마우스로 모니터 속에 비친 여행 가방을 클릭했다. 그러자 갈색 여행 가방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키보드 자판을 툭 치자 다시 처음의 색깔로 돌아왔다.
    그런데 놀라운 건 모니터 속과 마찬가지로, 바깥에도 가방이 두 개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파비앵은 머뭇거리며 복사된 가방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실제의 재료로 똑같이 만든, 손으로 만지고, 쥐고, 지퍼를 여닫을 수 있는 가방이었다.
    "이 노트북은 현실 세계를 조작할 수 있어. 다른 기능도 보여 줄까?"
    (노트북 요정, 지니/ pp.32 ~ 33)

    게임 속으로
    파비앵이 한눈에 반한 다프네는 [워 크래프트]와 시를 좋아하는 매력적인 소녀다. 파비앵은 다프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노트북의 비밀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이포와의 약속을 어기고 노트북의 비밀을 다프네에게 털어놓는다. 아니나 다를까 다프네도 노트북의 마력에 빠져 버렸다. 파비앵은 다프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것은 지니 이포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었다.

    "이건 어때? 귀여운 고전 게임 말이야. 왜 있잖아? 장애물이라고는 조잡한 숲이랑 단순 무식한 괴물들밖에 없는....... 어렸을 땐 참 좋아했지. 그 괴물들은 지직거리는 음악을 따라 좀비처럼 느릿느릿 움직일걸? 달아날 시간은 충분해."
    십 분 넘게 실랑이를 벌인 끝에 파비앵은 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포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아예 말을 잃고 말았다.
    마침내 둘은 게임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래픽은 실로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중세풍의 성에서 바라보니 아담한 숲과 희뿌연 강물과 삐뚤빼뚤한 도로가 죄다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한쪽에서 군사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농노들이 황토밭을 무료하게 갈아엎고 있었다.
    "세상에! 짱이다!"
    (중략) 그때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바닥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저 고인돌 뒤에서 뭔가 위험한 게 툭 튀어나왔던 것 같은데......."
    다프네는 이끼로 뒤덮인 고인돌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뭔가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흉측한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얼굴은 치즈 파이, 몸통은 티라노사우루스, 다리는 거미를 닮아 있었다.
    "우아, 저렇게 못생긴 녀석이었단 말이야?"
    다프네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만 있었다. 그 순간에도 괴물은 온 세상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발을 쾅쾅 굴러 댔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도 이 괴물이랑 같은 차원에 있다는 사실이야!"
    (게임 속으로/ pp.92 ~ 94)

    불길한 예감
    이포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인터넷에 접속한 후, 현실 세계가 이상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걸음걸이가 버퍼링 중인 것처럼 어색해 욕실에서 식탁까지 가는 데 한참이나 걸리고, 오감이 무뎌져 물을 마셔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외할머니는 케이크를 식칼로 잘라 씹지도 않고 조각째 삼키고, 입술에 립스틱을 잔뜩 덧바르는 등 악몽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포는 전날, 보안이 안 된 사이트에 접속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진단을 내리지만 빠른 해결책은 없다고 말한다.

    "바이러스가 컴퓨터만 공격한 게 아니야. 현실 세계까지 감염시킨 것 같아."
    파비앵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현실로 침투한다고?
    "좀 자세히 설명해 봐!"
    이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못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이러스가 있어. 그중에는 애교로 봐줄 만큼 사소한 것도 있지만, 하드 디스크를 파괴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도 있어. 이번 바이러스의 정체는 아직 모르지만......, 언뜻 봐도 골치 아픈 놈한테 걸린 거지. 공간, 시간, 인간, 기계가 결합해 이상한 현상들이 발생할지도 몰라."
    순간, 이포가 외할머니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곧이어 파비앵도 외마디 비명을 터뜨렸다. 외할머니가 탁자에 걸터앉아 요염하게 허리 돌리기를 하고 있었다. 덕지덕지 바른 립스틱이 뺨과 턱으로 번져 마치 피를 잔뜩 빨아 먹은 흡혈귀 같았다.
    "이건 아니야! 어떻게 좀 해 봐, 제발!"
    파비앵은 이포의 손을 꽉 잡았다. 이포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백신 프로그램이 어서 손상된 시스템을 치료해서 원래대로 복구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중략)
    "기다리라고? 미쳤구나! 심각한 거 안 보여?"
    "미안해, 친구. 안됐지만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 지금 백신 프로그램은 세계라는 거대한 컴퓨터를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있거든. 아주 오래, 그러니까 며칠 혹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불길한 예감/ pp.105 ~ 107)

    파비앵의 선택
    시스템 복원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온 파비앵은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요술 노트북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언제든 다시 위험에 빠져드리라는 두려움을 지울 수 없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은 파비앵은 노트북을 부수어 버리기로 결심한다.

    세상에는 그리 나쁜 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몇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 고독을 즐기는 것도, 아무 말 없이 다프네와 산책을 하는 것도 모두 다 좋을 것이다.......
    그런데 퍼뜩 한 가지 숙제가 떠올랐다.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숙제였다. 몹시 고통스런 일이지만, 이대로 미루는 것은 지혜로운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포에게는 몹시 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이었다. 파비앵은 평생토록 가슴이 아플 터였다.
    파비앵은 벌떡 일어나 크고 묵직한 돌덩이를 하나 주워 들었다. 수백만 시간을 품은 돌......, 세월의 심연에서 솟아 나온 돌이었다. 파비앵은 그 돌을 최대한 높이 들어 올렸다. 노트북
    이 파괴되면 위협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포가 먼저 파비앵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너를 이해해. 파괴해 버려. 그런데......."
    "그런데?"
    "노트북을 부수면 나도 사라져. 뭐, 미련은 없어. 그동안 지니의 삶을 실컷 즐겼으니까. 무엇보다 너하고 친구가 되어서 정말로 기뻐."
    파비앵은 눈을 질끈 감았다. 끔찍한 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평생 이 영상들이 불쑥불쑥 되살아날 것만 같았다. 괴물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허공에서 무참하게 추락하는 기차, 쓰러지고 무너지는 집들....... 파비앵에게는 인류를 그런 위험에 빠뜨릴 권한이 없었다. 눈을 지르감고 돌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파비앵의 선택/ pp.138 ~ 139)

    저자소개

    뤽 블랑빌랭(Luc Blanvilla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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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브르타뉴의 작은 도시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초등학생 때 짝사랑하는 선생님을 위해 쓴 기사도 소설이 스스로 기억하는 첫 작품이다. 2008년에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며,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신입생 얼간이의 일기], [범죄와 스키니진], [안개 속의 악마], [어느 컴퓨터광의 사랑], [알리스의 속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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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불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어린이/청소년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키아바의 미소], [홍당무], [노숙자 폴로와 쥐], [지옥 학교], [마틴과 로자], [수상한 우체통], '영재 science 캠프' 시리즈, '사랑이에게 물어봐!'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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