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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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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법정 스님의 편지.

1998년 2월 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 제대에 승려가 섰다. 법정 스님이었다. 두 달 전인 1997년 12월 14일에 길상사 낙성법회를 갖는 동안 예고 없이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불자들과 음악회를 즐기고 축사를 했던 것의 답례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론에서 법정 스님은 경제 담론에 함몰된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했다.

법정 스님의 이 명동성당 강론은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를 하지 않아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강론의 일부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는 7년 전 우리 곁을 떠나간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 타 종교와 두루 교류했던 이야기, 지인과 도반들에게 보낸 편지와 선시를 손 글씨와 함께 엮은 책이다. 그동안 일부만 알려져 있던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강론 전문을 실었으며, 현장 스님이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을 조사하던 중 드러난 몇 가지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붓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스님의 편지에서는 지인들의 일상을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출판사 서평

가끔 붓장난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겨 써 보기도 했고 친지들에게 궁금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멀리서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산의 자태를 담아 보기도 했고
내 앞에 놓인 찻잔에서 풍겨 나오는 차향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원고지에 반듯반듯 금 그어진 많은 칸들을 하나하나 채워 가는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_2008년 8월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전문 첫 공개
“행복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찾아옵니다”

1998년 2월 24일, 축성 100주년을 맞은 명동성당 제대 앞에 잿빛 승복을 입은 승려가 섰다. 법정 스님이었다. 두 달 전인 1997년 12월 14일에 길상사 낙성법회를 갖는 동안 예고 없이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불자들과 음악회를 즐기고 축사를 했던 것의 답례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강론에서 법정 스님은 경제 담론에 함몰된 인간존재의 문제를 제기한다.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산업구조와 부를 숭상하는 풍조 속에서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행복의 참된 가치를 말하며, 진정한 행복은 가난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아름다움이자 삶의 미덕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하면 청빈의 덕을 쌓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법정 스님의 이 명동성당 강론은 명동성당 측에서 녹취를 하지 않아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가 따로 녹음을 한 CD를 보관했던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강론의 일부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전문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반들에게 강조하고는 했다. ‘상대방의 언어’란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에서 언행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의 이러한 지론은 명동성당 강론뿐만 아니라, 가르멜 수녀원에서 행한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법정 스님의 강론과 강연을 접한 천주교 신자와 수녀들은 “눈을 감고 들으면 그대로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평했다. 타 종교의 성직자나 수도자들과 허물없이 교류할 수 있었고 글로써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탁월했던 법정 스님의 재능 덕분이라고 현장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천주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나 모두 한 보따리 안에 있는 것”

2010년 9월 3일 연세대학교 백양관에서는 ‘이웃 종교의 같음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현장 스님은 종교 교류의 모범적인 활동을 보인 불가의 승려로 법정 스님을 꼽고 과거의 행적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이 크리스천아카데미의 운영위원과, 함석헌 선생이 펴낸 교양잡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 등을 알아낸다.
또 현장 스님은 천주교 신자들과 법정 스님의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불일암을 찾아오는 법정 스님의 독자 팬 중에는 유독 천주교 신자가 많았는데, 그들은 스스로를 ‘천불교 신자’라고 지칭했다. 법정 스님 역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을 치른 뒤 현장 스님이 불일암에 올랐을 때였다. 한 천주교 신자가 묵주를 돌리며 불일암 마당을 거닐고 있었다. 그는 초당대학교의 문 교수로,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법정 스님이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대학 등록금을 대준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더 소개하라고 하여 세 명의 친구 역시 도움을 받았다.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된 그들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스님의 뜻에 따라 지금껏 함구하고 있다가 스님 입적 후에야 사실을 밝힌다고 현장 스님에게 전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문 교수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를 당해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내심 마음이 상했던 그는 불일암으로 법정 스님을 찾아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어떻게 세례를 받은 날 교통사고가 나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불만을 토하며 불교로 개종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법정 스님은 “천주님은 더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려는 것”이라며 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길상사의 관음상이 가톨릭미술가협의회 회장이었던 최종태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일(그래서 사람들은 이 관음상을 ‘마리아 관음’이라 부른다), 이해인 수녀와 오랜 세월 나누었던 우정 등 법정 스님의 다양한 종교 교류 활동이 현장 스님의 발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선시
“연락 없이 떠나와 죄송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이루세요.”

법정 스님은 생전에 붓으로 글씨 쓰는 것을 즐겼다. 법정 스님은 이 붓글씨 쓰는 것을 스스로 ‘붓장난’, ‘먹장난’이라 불렀는데, 지인과 도반들에게 편지나 연하장을 보낼 때면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보내고는 했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수도하는 산승에게 지인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쌓인 정은 끝까지 버리지 못한 마지막 것이었으며 그들의 안부를 묻는 ‘붓장난’은 유일한 낙이었으리라.
이 책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에 나타나는 최초의 편지는 이 책의 엮은이인 현장 스님이 출가하기 전이었던 1974년의 것이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현장 스님에게 법정 스님은 출가수도자의 올바른 자세를 전하고 훌륭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출가하고자 하는 조카의 의지를 염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편지는 그동안 현장 스님이 스스로를 경책하는 뜻으로 가끔 꺼내 보던 것을 편지를 받은 지 4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은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지인들은 법정 스님이 보내온 글을 표구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살뜰히 간직해오다가 2010년에 현장 스님과 뜻을 모아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무소유의 향기’라는 이름의 법정 스님 선묵전을 열었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손 편지와 연하장은 이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법정 스님의 편지와 연하장에서는 지인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과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풍경이 엿보인다. 홀로 수행하는 상좌를 걱정하고, 수도자의 자세를 다듬도록 격려하며, 세상의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그릇된 행위를 질책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응원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법정 스님의 꼼꼼한 글씨 속에 담겨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우표가 도착한 날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은 법정 스님이 보이고, 산과 새와 꽃과 풀, 구름 말고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수도승의 피땀 어린 정진이 보인다.
이 책의 끝에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사를 실었다. 오랜 세월 법정 스님과 오누이 같은 정을 나누었던 이해인 수녀의 그리움이 마음을 적신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자 선승, 명수필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없이 친절하고 소탈했으며 사랑이 깊었던 한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가난을 배우라|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입니다|순례자처럼 나그네처럼 길을 가십시오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자신의 믿음에는 신념을, 타인의 믿음에는 존중을|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마라|호 하나 없는 비구승|길상사의 마리아 관음이 보여 주는 커다란 어울림|성당의 제대 앞에 선 승려|참된 종교의 역할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
: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한 칸, 달 한 칸, 청풍에게도 한 칸|산과 물을 벗하면|달그림자 뜰을 쓸어도|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한 몸이 가고 오는 것은|세 가지 적어야 할 것|흰 구름 걷히면|사랑이란 이런 것|더우면 꽃피고|임은 내게|둥근 달 건져가시오|그 주인 어디에|항상 새롭게|차를 마시며|척박한 환경이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네|홀로 마시는 차|과일을 먹을 때는|산이 나에게 이르는 말|소박한 하루|향기가 나는 사람|삼귀오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
: 법정 스님의 편지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먼저 너의 눈을 뜨라|한겨울 오두막에서|보내 주신 정 잘 마시겠습니다|부질없는 생각만 두지 않으면|날마다 좋은 날 이루십시오|겨울이 깊어 가다|홀로 지내는 시간|탈속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릇들|군불 지피고 차 한 잔 마시며 창가에 앉아|세상 살아가는 도리|자기 마음이 곧 진불임을 믿으세요|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일세|가을이 선명히 다가서네|겨울과 산, 나를 들여다보는 시공간|연락 없이 떠나와|외떨어져 사니 근심 걱정이 없네|지혜는 곧 행동입니다|이웃을 부처님으로 여기십시오|주님이 가꾸시는 마음 정원|고통 속에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불일암의 고요한 뜰이 그립습니다|산은 성큼 한겨울입니다|우리 만난 지 오래됐어요|날이 날마다 좋은 날 맞으십시오|산승의 편지|스님, 연꽃으로 오십시오

본문중에서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억제하면서 선택한 맑은 가난,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삶의 미덕입니다.
「가난을 배우라」, 17쪽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청빈의 덕이 자랍니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경제적인 결핍 때문이 아닙니다. 따뜻한 가슴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 21쪽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24쪽

우리는 오르막길을 통해서 뭔가 뻐근한 삶의 저항도 느끼고 창의성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의 의지도 다지고 우리는 거듭 태어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지 않고는 거듭 태어날 수 없습니다. 「순례자처럼 나그네처럼 길을 가십시오」, 39쪽

스님께서는 그들을 천주 보살이라고 부르셨고, 시간이 흐르면서 천주교인들은 스스로를 ‘천불교 신자’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법정 스님께서는 뜻하지 않게 ‘천불교’ 교주가 되신 셈이지요.
「자신의 믿음에는 신념을, 타인의 믿음에는 존중을」, 46쪽

그들은 이제 대학 교수가 되고, 병원 의사가 되었지만 스님을 직접 뵌 적은 없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도움 받은 사실을 일절 입 밖에 내지 못하게 해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는데, 스님 다비식을 모신 후에야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종교를 바꿀 생각은 하지 마라」, 50쪽

어머니가 스님께 물었다.
“이제 볼 수 없는 거냐?”
법정 스님이 대답했다.
“왜 못 봐? 불일암에 오면 보지.”
“다리 아파서 불일암엔 못 올라가.”
“그럼 길상사로 와.”
「죽음은 차원을 옮겨가는 여행 같은 것」, 119쪽

오늘날 한국 승단의 현실을 두고 살펴볼 때 몇 사람이나 진정한 출가를 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출가수행자의 사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개인의 자질인 것이다. 머리나 깎고 먹물 옷만 입었다고 해서 출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너의 눈을 뜨라」, 127쪽

우주의 오묘한 조화가 우리 삶을 맞춰 주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한 순간도 소홀히 살 수 없을 것이다.
「겨울이 깊어 가다」, 138쪽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진한 어린이의 그 마음이 바로 천국일 것이네. 그래서 어린이를 어른의 아버지라고 하겠지. 세상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삼등하고 싶은 그 마음 고이 간직되었으면 좋겠네.
「어린이의 마음이 천국일세」, 155쪽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 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 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통 속에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169쪽

이젠 어디로 갈까요, 스님.
스님을 못 잊고 그리워하는 이들의 가슴속에 자비의 하얀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 달로 떠오르십시오.
「스님, 연꽃으로 오십시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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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법정(法頂)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321009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 법정 스님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1932년 10월 9일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선다. 1954년 오대산의 절을 향해 떠났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로 올라와 선학원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다음 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뭄래사시고 정진했다. 그 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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