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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화학 :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과 14가지 독약 이야기

원제 : A is for Arse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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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죽이는 화학』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14편의 추리 소설에서, 14개의 독약을 추적한다. 그리고 크리스티에게 영감을 주었거나 혹은 그녀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를 실제 사건들을 다룬다.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매혹되었던 독자는, 이제 이 책을 통해 그 서사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과학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크리스티가 그 과학 지식들을 작품 속에 혼합해 넣는 방식들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배후에는 과학적 진실이 놓여 있다
크리스티가 사용한 흥미로운 독약과 그를 둘러싼 현실과 가상의 이야기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역대 가장 성공한 소설가라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직 성경과 셰익스피어만이 그녀의 작품보다 많이 팔렸다. 크리스티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꾼이자, 언뜻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수께끼를 던져주는 시험관이었다.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들은 그녀가 속임수의 명수임을 거듭 증명해 주었다. 단서들을 공정하게, 숨김없이 드러냈으나 독자들은 자기만의 그릇된 결론에 도달했다. 마침내 살인자가 밝혀졌을 때 독자들은 자책하며 화를 내거나, 부당하다고 외치면서 책의 첫 장으로 되돌아갔다.

크리스티는 위험한 약물에 관한 상세한 지식을 십분 활용했다. 크리스티가 사용한 독약 배후에는 과학의 진실이 놓여 있다. 이 책은 크리스티가 작품 속에 독약을 둘러싼 과학적 진실을 혼합해 넣은 방식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크리스티가 사용한 14가지의 흥미로운 독약과 그를 둘러싼 현실과 가상의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14편의 소설, 14개의 독약
소설이라고 해서 모두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작품 속 불운한 희생자들을 제거하는 데 독약을 즐겨 사용했다. 그 어떤 살인 도구보다도 독약을 많이 동원했으며, 때로 독약은 이야기의 핵심을 푸는 열쇠였다. 크리스티는 결코 아무렇게나 치명적인 물질을 선택하지 않았다. 각각의 독약이 지닌 특성들은 종종 살인범들을 잡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어떻게 그토록 치명적인 화합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살인범들은 그것을 어떻게 치밀하게 사용했으며, 탐정들은 그 비밀을 어떻게 밝혀냈을까?

크리스티의 방대한 화학 지식이 바로 이 책의 배경이 되었다. 저자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14편의 추리 소설에서 살인마가 사용한 독약을 샅샅이 파헤친다. 왜 특정 화학 물질이 살인 도구로 작용하는지, 우리 인체 내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크리스티가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실제 독살 사건들, 그리고 소설이 쓰인 당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 독약들을 입수하고, 주입하고, 검출해낼 가능성을 살펴본다.

매우 정확하게 씌여진 추리 소설
독물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독물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리스티는 독약에 관해 갖고 있는 지식은 확실히 이례적일 정도로 뛰어났다. 그녀의 작품은 실제 독살 사례에서 병리학자들에게 참고 자료로 읽혔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의 약품 조제실에서 일했다. 이후 화학 및 약학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자격시험을 거쳐 마침내 정식 조제사가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런던 대학 병원에서 조제사로 근무했다. 크리스티의 첫 번째 추리 소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1920)은 당시 조제 약품으로 활용되던 스트리크닌(strychnine)을 십분 활용했다. 이 작품은 의학 저널에 소개되며, “이 소설은 매우 정확하게 씌어졌다는 매우 드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티는 독약을 언제나 정직하게 사용했다.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했으며, 추적 불가능한 독약은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 독성학의 창시자인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는 “독물은 모든 곳에 있으며 독물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투약 정도에 따라 독약이 되거나 치료제가 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이 말의 의미를 잘 알았고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독약, 예를 들어 니코틴이나 리신을 사용해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냈다. 독약의 증상과 이용 가능성, 그리고 판독은 사건의 단서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의 소설만이 갖는 특징적인 구성에 기여했다. 예를 들어, 놀라운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 『다섯 마리 아기 돼지(Five Little Pigs)』에서는 독미나리를 사용했다. 약물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 맛,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소설 속 시간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독창성과 과학적 정확성

이 책 『죽이는 화학』은 크리스티의 14편의 추리 소설에서, 14개의 독약을 추적한다. 그리고 크리스티에게 영감을 주었거나 혹은 그녀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를 실제 사건들을 다룬다.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에 매혹되었던 독자는, 이제 이 책을 통해 그 서사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과학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크리스티가 그 과학 지식들을 작품 속에 혼합해 넣는 방식들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크리스티의 작품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1920)』
『부부 탐정(Partners in Crime, 1929)』
『에지웨어 경의 죽음(Lord Edgware Dies, 1933)』
『3막의 비극(Three Act Tragedy, 1935)』
『벙어리 목격자(Dumb Witness, 1937)』
『죽음과의 약속Appointment with Death, 1938)』
『살인은 쉽다(Murder is Easy, 1939)』
『슬픈 사이프러스(Sad Cypress, 1940)』
『다섯 마리 아기 돼지(Five Little Pigs, 1942)』
『빛나는 청산가리(Sparkling Cyanide, 1945)』
『헤라클레스의 모험(The Labours of Hercules, 1947)』
『비뚤어진 집(Crooked House, 1949)』
『패딩턴발 4시 50분(4.50 from Paddington, 1957)』
『창백한 말(The Pale Horse, 1961)』
(출간 연도 순)

책속으로 추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1939년 작품 『살인은 쉽다』는 제목이 정말 적절 한 책이다.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불과 1년 동안 7명이 살해당한다. 살인에 쓰인 방법은 다양했고 사고사나 자연사처럼 보이게 위장됐다. 첫 번째 희생자 호튼 부인은 오랜 투병 끝에 급성 위염으로 사망한 듯 보였다. 갑작스레 병이 재발하기 직전,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기 때문에 그녀의 죽음은 더욱 비극적이었다. 호튼 부인을 진찰했던 의사마저도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에 놀랐다. 그때만 해도 살인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 1년 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그제서야 호튼 부인의 질병과 질환을 둘러싼 상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위장염은 구토, 설사, 위통과 같은 일련의 증상으로 드러난다. 소화 기관에 발생한 염증이 이러한 증상을 야기하며, 염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보통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등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드물지만 기생충이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며, 음식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생겨날 수도 있다. 보통 감염은 며칠 혹은 몇 주면 깨끗하게 사라진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비소 중독이 있다. 호튼 부인은 오래 앓았다고 묘사되었다. 따라서 최소한 몇 주 이상 아팠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만성 비소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사망 직전에 다량의 비소를 복용했을 것이다.
호튼 부인의 경우 만성 비소 중독의 증상인 미스라인과 착색이나 피부염처럼 피부에 끼치는 영향들이 밖으로 드러나기에는 시간이 짧았는지도 모른다. 손톱은 한 달에 약 3밀리미터씩 자란다. 비록 복용 후 몇 시간 이내에 손톱이나 머리카락에 비소가 축적이 된다 해도 축적된 부위가 조모(nail matrix, 爪母)와 각피(cuticle, 角皮)를 뚫고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몇 주가 걸린다. 크리스티의 소설 『마술 살인(They Do It with Mirrors)』에서는 살인범이 치밀하게 희생자의 손톱을 잘라내 비소를 검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완벽하지는 않다.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중독이 진행되었다면 검출을 방해하기 위해선 손톱을 아예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희생자의 머리카락을 분석한 다면 비소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_ A 비소: 살인은 쉽다, 49~51쪽

청산가리(cyanide)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자그마치 10편의 장편과 4편의 단편에 등장하여 17명을 해치웠다. 크리스티의 살인마들이 독약을 투여한 방법 또한 창의적이고 효과적이었다. 직접 주입하거나 술 또는 후자극제(smelling salts), 심지어 담배에도 독약을 탔다. 크리스티는 독약은 물론 희생자들이 보이는 증상, 청산가리 공급원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했다. 크리스티의 소설들에 속에 등장하는 살인자 들을 하나둘 차례로 나열하기보다 특정한 한 편의 소설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 소설은 당연히 『빛나는 청산가리(Sparkling Cyanide』이다.
『빛나는 청산가리』는 1945년에 씌여졌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부유한 바턴 가문과 그들의 지인, 그리고 주변을 어슬렁대는 사람들이 있다. 소설은 룩셈부르크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로즈메리 바턴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7명의 인물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무대 위에서 쇼가 끝나고 조명이 켜지는 순간이었다. 로즈메리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고 테이블 위로 얼굴을 대고 쓰러졌다. 얼굴은 푸르스름했고 경련으로 손가락이 씰룩댔다. 시안화칼륨(potassium cyanide) 중독이 분명했다. 사인은 자살로 판명났다.
6개월 후, 로즈메리의 남편 조지 바턴은 로즈메리가 살해됐음을 암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조지는 아내의 살인범을 잡기 위해 치밀한, 그렇지만 미친 계획에 착수한다. 비극 적인 ‘자살’이 있은 지 정확히 1년 후 조지는 그날의 파티에 참석했던 6명을 다시 모은다. 그리고 여배우를 데려다 로즈메리처럼 분장시킨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그녀를 등장시켜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장엄하게 실패한다. 조지가 로즈메리를 추억하며 축배의 잔을 마신 직후였다.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갑자 기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조지가 사망하기까지는 고작 1분에서 2분 정도가 걸렸다. 그의 잔에는 1년 전 그의 아내를 쓰러뜨린 것과 같은 독약이 들어 있었다. 다행히도 조지는 몇몇 용의자의 이름과 자신의 계획을 친구인 레이스 대령에게 미리 알려 둔 상태였다. 총명한 장교는 그 후 경찰과 함께 범죄를 해결해 나간다.
1945년에는 많은 독약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일부 해독제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변했지만, 여전히 청산가리는 잔혹하고 무시무시하면서 효과적인 독약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_ C 청산가리: 빛나는 청산가리, 83~85쪽

애거서 크리스티의 1935년 작품 『3막의 비극(Three Act Tragedy)』은 그녀의 소설 중 니코틴(nicotine)을 살인 도구로 사용한 유일한 작품이다. 세 명의 희생자(온화한 교구 목사와 저명한 의사, 요양원에 있던 환자)에게는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였다. 첫 번째 희생자는 처음에는 자연사한 것으로 여겨졌다. 비슷한 상황에서 두 번째 희생자가 거의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사망하자, 타살 의혹이 제기되었다. 세 번째는 목격자의 입을 닫아 버리려는 목적으로 범행이 저질러졌다. 모든 희생자가 치명적인 천연 물질, 니코틴에 의해 신속히 살해되었다. 용의자로 배우, 양재사, 극작가, 심지어 집사도 떠올랐다. 그중 누구에게도 살인 동기는 없어 보였다. 다행히 에르퀼 푸아로가 손길을 뻗쳐 정체 모를 사건을 헤집어 범인을 밝혀낸다.
대개의 사람들이 니코틴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매년 수천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며, 여기에 니코틴이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니코틴은 중독(addiction)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일 뿐, 흡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담배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른 화합물들이다. 그러나 순수 니코틴은 비록 살인 범죄에서는 드물게 사용됐지만 그 자체로 독성이 매우 높아서 많은 이들을 죽음에 몰아넣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범죄에 자주 이용되지 않은 게 의아한 일이다. 어쩌면 너무 흔한 나머지 이처럼 일상적인 물질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걸 우리 스스로가 믿기 주저하는지도 모르겠다.
_ N 니코틴: 3막의 비극, 187~188쪽

「죽음이 깃든 집」에서 토미와 터펜스가 조사하려던 비소 중독 사건은 순식간에 대량 살인 사건으로 번졌다. 로이스 하그리브스가 부부 탐정을 방문한 다음 날 아침, 토미는 신문에서 로이스가 죽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로이스는 독살당할까 두렵다는 말을 남긴 지 채 24시간이 못 돼 사망했다. 두 번째 참사로 시중을 드는 하녀 에스더 퀀트와 두 명의 다른 집안사람, 로이스의 친척 데니스 래드클리프, 데니스의 먼 친척 로건 여사가 함께 앓아누웠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토미와 터펜스는 부랴부랴 로이스의 집인 선리 농원으로 찾아간다.
토미와 터펜스가 저택에 도착했을 때 데니스는 이미 독약 앞에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로건 여사는 생명줄을 겨우 붙들고 있었다. 원인은 전날 오후 차를 마실 때 함께 나왔던 무화과 샌드위치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식중독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구토와 설사, 위통 등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또한 이들 증상은 리신 중독에서도 나타났다. 앞서 로이스를 해치려던 시도가 있었기에 환자를 치료하던 버튼 박사는 범죄를 의심했다. 무화과 페이스트가 분석을 위해 보내졌다.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토미는 무화과 페이스트에 비소가 첨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버튼 박사에게 내비쳤다. 이전 살인 시도 때 초콜릿 속에 비소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튼 박사는 비소는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사람을 죽일 수 없다며 이 가설을 기각했다. 박사는 애초에 강력한 식물 기반 독소가 사용되었으리라 생각했다.
독약이 무엇이었건 희생자들은 모두 12시간 이내에 죽었다. 오후 4시경 차가 나왔을 테고 로이스와 에스더 퀀트는 신문 마감 전 저녁 시간에 죽었음에 틀림없다. 토미와 터펜스가 조간신문에서 사망 기사를 읽으려면 그 수밖에 없다. 12시간이면 리신으로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이었다. 대개는 사흘에서 닷새 동안 앓아누운 후 사망했다. 살인마가 무화과 샌드위치에 특히 많은 양을 넣었던 것일까? 리신은 적은 양에서도 특유의 강한 향이 나는데, 무화과가 그 향을 감춰 주었던 것일까?
_ R 리신: 부부 탐정, 272~273쪽

목차

애거서 크리스티의 독약 조제실

A 비소 : 살인은 쉽다
B 벨라도나 : 헤라클레스의 모험
C 청산가리 : 빛나는 청산가리
D 디기탈리스 : 죽음과의 약속
E 에세린 : 비뚤어진 집
H 독미나리 : 다섯 마리 아기 돼지
M 바꽃 : 패딩턴발 4시 50분
N 니코틴 : 3막의 비극
O 아편 : 슬픈 사이프러스
P 인 : 벙어리 목격자
R 리신 : 부부 탐정
S 스트리크닌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T 탈륨 : 창백한 말
V 베로날 : 에지웨어 경의 죽음

감사의 말
부록1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사인
부록2 독약과 화학 물질의 구조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범죄의 여왕’ 데임 애거서 메리 클래리사 크리스티(1890~1976)는 역대 가장 성공한 소설가라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오직 성경과 셰익스피어만이 그녀의 작품보다 많이 팔렸다(그리고 셰익스피어보다 더 널리 번역되었다). 크리스티는 최장기 공연 중인 연극 「쥐덫(The Mousetrap)」을 쓴 작가이자, 가장 유명한 허구적 탐정을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창조해냈다. 에르퀼 푸아로와 마플 양 말이다. 찬사와 상패와 메달이 그녀 앞에 수북이 쌓여 있으며, 여전히 수백만의 사람들이 크리스티의 책과 연극을 사랑해 마지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녀가 성공한 비결을 찾으려 시도했다. 크리스티는 언제나 자신을 ‘대중’ 작가라 여겼다. 자신의 소설이 위대한 문학 작품 혹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살인을 즐기거나 불필요한 폭력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려 하지도 않았다. 책 속 여기저기에 시체가 등장하지만,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반응은 호기심에 가까웠다. 단서와 눈속임, 뛰어난 추론에 대한 기대로 독자들이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야기꾼이자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람이었으며, 언뜻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수수께끼를 던져 주는 시험관이었다.
_애거서 크리스티의 독약 조제실, 9~10쪽

어포테커리즈 홀(Apothecaries’ Hall)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크리스티는 조제실에 함께 근무하는 동료로부터 화학 및 약학의 이론적 측면을 배운 것은 물론 실무 경험을 쌓았다. 병원에서 일하고 배우는 데 더해 토키에 있는 약국의 약사 미스터 P에게서 개인 교습도 받았다. 어느 날 교육의 일환으로 미스터 P가 좌약을 만드는 올바른 방법을 보여 주었다.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한 까다로운 과제였다. 미스터 P는 카카오 기름을 녹인 다음 약물을 첨가했다. 그리고 좌약이 만들어지는 정확한 순간에 약물을 상자에 담아 숙달된 솜씨로 ‘100분의 1’이라고 적어 두었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조제 과정에서 미스터 P가 100분의 1이 아니라 10분의 1을 첨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확신했다. 1회분으로 필요한 것보다 10배가 많은 양이었고, 이는 복용하는 사람에 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몰래 계산을 다시 해 보았고 실수를 확인했다. 미스터 P에게 그의 실수를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위험한 약물을 조제한 데 뒤따를 결과가 두려웠다. 크리스티는 움직이는 척하다 좌약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땅에 떨어진 약을 짓밟아 버렸다. 그녀는 잘못을 거듭 사과하며 엉망진창인 바닥을 깨끗이 치웠다. 좌약이, 이번에는 정확하게 희석된 상태로 다시 만들어졌다.
미스터 P는 미터법을 사용해 정량을 계산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야드파운드법이 훨씬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크리스티는 미터법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듯이 ‘만일에 잘못되면 10배가 잘못되는 엄청난 위험’ 때문이다. 소수점을 엉뚱한 데 찍음으로써 미스터 P는 심각한 계산 착오를 저질렀다. 당시 대부분의 약사들은 그레인(grain)이라 불리는 단위로 약물을 재고 나누는 전통적인 약제 계량법에 익숙했다.
미스터 P의 실수와 같은 세부 사항에 대한 부주의만이 크리스티를 괴롭힌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에는 미스터 P가 주머니에서 갈색 덩어리를 꺼내더니 그게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크리스티는 당혹스러웠다. 미스터 P는 갈색 덩어리가 쿠라레(curare)라고 하는 남아메리카 사냥꾼들이 화살 끝에 묻혀 사용하는 독약이라고 설명했다. 쿠라레는 먹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안전한 화합물이지만 혈액으로 직접 주입되면 치명적인 물질이었다. 미스터 P는 쿠라레가 ‘자신을 매우 힘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했다. 거의 50년이 지난 후 크리스티는 몹시 당혹스러운 인물인 미스터 P를 『창백한 말(The Pale Horse)』에서 약사로 부활시켰다.
_애거서 크리스티의 독약 조제실,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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