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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 : 시간 언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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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철학카페 시리즈, 5년 만의 신작!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권은 내 삶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시간과 언어를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시간 편에서는 윤성희 소설가와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과 벤야민, 바디우 등의 진보학자들이 주장한 카이로스의 본질을 살펴보면서 시간의 파괴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 2부 언어 편에서는 심보선 시인과 하이데거 등이 말한 '물의 언어'를 소개하고, 유발 하라리가 역설했던 인류를 이끄는 '언어의 힘'을 조목조목 따져본다.

    출판사 서평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철학자 김용규와
    시인 김선우,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윤성희, 시인 심보선이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


    "이게 사는 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눈살 찌푸리게 되는 혼란의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시국이 불안한 탓에 시민으로 살고 있는 개인 또한 대책 없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철학카페가 새롭게 단장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시인 김선우, 소설가 윤성희, 시인 심보선, 소설가 김연수 등 젊은 예술가들과 힘을 모아 함께 돌아왔다. 2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에 이어 5년 만의 만남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나이 든 철학자 김용규와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혁명부터 이데올로기, 시간, 언어까지 삶을 관통하는 4가지 화두를 던지면서, 혼란과 불안, 혐오의 시대에 맞서 시민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적확한 통찰을 들려준다.

    "두려움과 혐오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모든 게 불확실하고 흔들리고 붕괴되는 불안의 시대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를 더욱 위험 속에 몰아넣고,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게 닦달하는 사회, 아니 기업과 정부가 판치는 암울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가 한창이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미국 곳곳에서 반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지금, 온 국민의 마음은 모두 참담함 그 자체일 것이다. 이에 저자 김용규는 문학과 철학의 콜라보로 일상을 더 유의미하게 만드는 삶의 지혜를 선보인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두 팔 걷어붙이고 "두려움과 혐오의 시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졌다. 이 책은 무엇보다 지금, 여기, 우리 개인의 삶과 가정, 그리고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두려움, 무력감, 혐오감에 당당히 맞설 용기를 얻도록 도와줄 것이다.

    공연·강연·대담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인문 콘서트!
    내 삶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시간과 언어에 관하여


    [철학카페에서 작가를 만나다] 2권은 내 삶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시간과 언어를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시간 편에서는 윤성희 소설가와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등의 작품과 벤야민, 바디우, 지젝, 아감벤, 네그리 등의 진보학자들이 주장한 카이로스(Kairos- 심리적 시간)의 본질을 살펴보면서 시간의 파괴성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 2부 언어 편에서는 심보선 시인과 헤라클레이토스, 사도 요한, 하이데거 등이 말한 천상의 언어, 즉 '물의 언어'를 소개하고, 유발 하라리가 역설했던 인류를 이끄는 '언어의 힘'을 이야기한다.
    또한 공연·강연·대담으로 이어지는 전에 없던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처음에는 희곡의 대사를 무심한 듯 펼쳐 보이고, 이어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강연을 통해 친절히 가르쳐준 다음, 지식이 지식으로만 머물지 않게끔 윤성희 작가와 심보선 시인과의 대담을 거쳐 비로소 생생하게 마음속으로 와 닿게 만든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유의미하게 순간순간의 일상을 채우고, 그 속에 타자는 물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허구로서의 언어, 즉 물의 언어의 사용법을 배운다면 당신은 천국의 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과 언어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과 세계와 역사를 재구성해서, 끝끝내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버지니아 울프 윤성희의 말,
    "7세의 나와 60세의 나를 겹쳐보는 행위를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인간이라면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어느 명언처럼, 우리는 시간 앞에서 공평하고 속수무책으로 흐르는 시간의 무자비함 속에 삶의 덧없음과 쓸쓸함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란 정말 그런 것일까? 이에 저자 김용규와 윤성희 작가는 '시간'의 본질과 '기억'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펼쳐 보인다. 우리는 시간의 희생물이 아니며, 그 폭력성을 극복하고 우리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말한다. 특히 윤성희 작가는 그 구체적인 해답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에서 찾는다.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분들이 흔히 '내 인생은 장편 일곱 권은 나와' 이러시는데 안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나열식으로만 알지, 되돌아보면서 겹쳐보지 않아서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사람은 대단한 어떤 것에서 행복을 얻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사소한 기억으로 스스로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매 순간마다 '기억'과 '추억'으로서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함께 시간을 공유할 수 있기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령 추하고 불편한 진실이라 하더라도, 과거를 되돌아보고 재해석해야 카이로스, 즉 '심리적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야 그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와 윤성희 작가가 답하는 아주 날카롭지만 상냥한 조언 아닐까.

    시 쓰는 사회학자 심보선의 말,
    "물의 언어라는 것은 천상과 천하를 계속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언어인 것 같습니다."
    삶과 세계, 역사를 구성하는 언어의 가치에 대하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언어를 통해 인종·혈통·종교·문화·언어 등이 전혀 다른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유연하게 협력하여 결국 오늘날의 우리가 되었다고 역설했다. 저자와 심보선 시인의 생각도 그러하다. 그들은 언어가 만드는 지옥과 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는 '불의 언어'와 허구를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주는 '물의 언어'를 통해 빛나는 통찰을 건넨다. 그 속에서 삶과 세계, 역사를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언어의 본질적 가치를 짚어본다. 대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저자가 심 시인에게 '물의 언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지점일 것이다. "'너는 무엇이다' 나한테 어떤 틀을 부여하는 판단의 언어가 아니라, 내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언어라고 할까요? 그래서 내가 자꾸만 매혹되는 언어"라고, 시인은 자신만의 개념으로 물의 언어를 정의했다. 그렇다. 그에게 있어 물의 언어란 '천상과 천하를 계속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언어'다. 앞서 언급했듯 천국의 문을 열 수도 있는 그런 말인 것이다! 예컨대 불의 언어처럼 "너는 못생겼다"라는 판단이 아니라,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잘생겼다"라는, 사실을 넘어서며 극복하는 '행복한 현실'을 만들어주는 도구로서의 언어. "물의 언어를 써보는 건 어때요?"가, "우리가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와 심보선 시인의 희망과 행복, 기대를 품은 답변이자 마법 같은 주문이다.

    목차

    머리말-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1부 [시간] 윤성희 편

    1장 공연-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기억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그녀의 몸 위에 다시 한 번 엎어지는 거야!

    2장 강연- 시간의 두 얼굴
    -이 쓸쓸함, 이 덧없음을
    -베케트의 '시간 마술'
    -에피쿠로스에게 종려나무 가지를
    -카잔차키스의 삶, 베리만의 죽음
    -마음아, 네 안에서 내가 시간을 재는구나!
    -인간은 기억이다
    -키르케고르의 '반복'
    -'동시성'과 '순간'
    -잃어버린 시간, 되찾은 시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울프의 '터널 파기'
    -벤야민의 '지금시간'
    -메시아가 들어오는 작은 문
    -폐허로의 소환
    -혁명의 시간, 남겨진 시간
    -위험한 수면제
    -[부메랑]과 이야기 정체성

    3장 대담- 소설가 윤성희
    -그 말은 너무 잘난 척한 게 아닌가?
    -이야기가 이야기하게 하는 법
    -추억이라는 한 묶음의 꽃다발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인간이라면
    -당신은 까닭 없이 태어나지 않았다

    2부 [언어] 심보선 편

    1장 공연- 벨락의 아폴로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
    -마키아벨리 지능가설
    -호모 사피엔스 나랜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참 잘생기셨어요!

    2장 강연- 두 언어, 두 풍경
    -주문, 예언, 허구
    -음성언어와 문자언어
    -언어가 정신을 만든다
    -불의 언어, 물의 언어
    -두 언어, 두 진리
    -물의 말을 모르는 사람들
    -폭력적 언어, 비폭력적 언어
    -말로 할 수 없는 말
    -카인의 고통
    -소외의 언어, 포옹의 언어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이웃이라는 괴물에 대해

    3장 대담- 심보선 시인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사실을 넘어서는 행복한 현실
    -심보선과 지젝이 만난 곳
    -우리 모두가 좀비다
    -시(詩)가 예수다
    -영화 보다가 쓰는 시
    -지네가 걸어가는 법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살게 하는 것

    감사의 말

    참고문헌

    본문중에서

    '기억이 인간을 구원해준다'는 것은 서양 사람들이 지닌 매우 특별한 생각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그 대표적인 예를 우리는 마르셀 프루스트(M. Proust)의 장편소설 [읾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비결인즉, 인간에게 기억은 단지 과거의 일들을 떠올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도 모르게 잃어버린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되찾아주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서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존재다. 그래서 엘리엇은 [공허한 밤의 광시곡]에서 "기억이여! / 당신이 (구원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읊은 것이고, [캣츠]에서 그리자벨라도 "기억이여 / 달빛 속에 나는 홀로 /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요 / 그때는 나도 아름다웠지요 / 나는 기억해요 /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았던 때를 /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해줘요"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 p.27)

    크라프는 이처럼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마다 과거의 삶을 후회하며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생일을 맞을 때마다 그가 하는 말도 의미 있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테이프에서 반복되는 독백처럼 그저 '소리'일 뿐이다. 크라프는 전 생애를 거쳐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보여준 마지막 장면―"그럼 가볼까?" / "응, 가세나." / (그들은 꼼짝 않는다)―을 반복해서 재연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안타깝고 서글픈 것은 그가 더 이상 어디론지 갈 수도 없고, 무엇이 될 수도 없고,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말할 수도 없게 되어, 곧 모든 존재 가능성이 사라진 다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채, 여전히 말이 아닌 말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그 말이 아닌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랬다.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 p.51)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셉티머스는 결국에 창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지만, 그와 똑같은 삶에 대한 두려움, 무력감, 혐오감을 느끼며 두 개의 상반된 시간(또는 세계)을 오가며 살면서도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를 끝내고 조용히 삶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삶에 대한 그녀의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다시 말해 모든 것을 불안하고 무의미하며 혐오스럽게 만드는 외적 시간에 대항하여 "끝끝내 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걸어가게" 하는 그녀가 지닌 '존재에의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버지니아 울프는 주인공 클러리서 댈러웨이 부인의 입을 빌려 답한다. "별빛이 명멸하는 밤하늘"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덧없는 아름다움들이 주는 기쁨, 순간마다 "그 순간의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사소한 추억들이 주는 즐거움"이라고.
    (/ p.111)

    윤성희- (......) 그게 추한 진실이든 만나야 했던 사건이든 우리가 자꾸 자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재해석해야 된다는 것은 이런 것 같아요. 시간하고도 비슷한 것 같은데요. 마르케스 자서전 맨 앞에 나오는 내용 중에 "삶이면 우리가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얘기하기 위해서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서전을 쓰는 건 언제나 자기 인생을 다시 재구성해보는 것이라는 선생님 말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뒤돌아보지 않으면 자기 삶을 살았던 것 자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파란만장한 삶을 사신 분들이 흔히 '내 인생은 장편 일곱 권은 나와' 이러시는데, 실제로 그게 안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나열식으로만 알지 되돌아보면서 겹쳐보지 않아서예요. 7세의 나와 60세의 나를 겹쳐보거나 15세의 나와 현재의 나를 겹쳐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인간이니까) 그런 행위를 해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자기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인간이라면 그래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p.177)

    거짓말과 허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이라는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사실 여부와 관계되어 있다. 그것에는 사실에 대한 왜곡과 기만이 들어 있다. 하라리의 말대로 "사자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강가에 사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이에 반해 허구는 사실보다는 믿음의 여부와 관련되어 있다. 빅토리와 하라리가 증언했듯이, 오직 사피엔스만이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믿고 말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그 결과 허구는 사실과 무관한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낸다. 하라리는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 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 p.207)

    주인이 물을 날라다주며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물었다. "자장면 하나 주세요." 여인이 대답했다. 그러자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 엄만, 안 먹어?" "응. 엄만 조금 전에 밥을 먹었거든. 그래서 배가 불러." 여인의 말에 소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응......, 그래?"
    일본의 동화작가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지만 모두가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는 그리 희귀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여기서 과연 무엇이 진리일까 하는 것이다. 그때 여인은 밥을 먹지 않았다. 단지 돈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자장면 한 그릇만 시켜 "응. 엄만 조금 전에 밥을 먹었거든. 그래서 배가 불러" 하며 아이에게 먹인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사실의 진리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자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 p.272)

    [새로운 계급투쟁]에서 지젝도 "적이란 당신이 아직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아무리 흉악한 괴물이라 할지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내면 깊숙이까지 들어가 알고 보면 적으로 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이 메리 셸리(M. W. Shelley, 1797~1851)의 [프랑켄슈타인]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셸리가 작품의 핵심부에서 프랑켄슈타인이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함으로써 사회로부터 낙인찍히고 규정되고 억압당하고 따돌림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묻게 했기 때문이다.
    지젝은 이로써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최악의 범죄자는 최고의 희생자로 구현되었다. 괴물 같은 살인자는 깊은 상처에 절망한 나머지 자신을 보듬어줄 사회의 품과 사랑을 갈망하는 개인임이 밝혀졌다"며, "셸리는 보수주의자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해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세계 내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프랑켄슈타인들과 관련해서는 다분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 p.325)

    심보선- (......) 저한테 물의 언어라는 것은 천상과 천하를 계속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언어인 것 같습니다.
    "비라는 건 천상에서 천하로 떨어지고 어떤 비는 올라가기도 한다더라고요." 능청이다. 시인만이 할 수 있는 능청이다. 용오름이라면 몰라도 하늘로 올라가는 비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참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가 담긴 능청이 아닌가. 그는 "물의 언어라는 것은 천상과 천하를 계속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언어"인 것 같다고 하지 않는가. 천상과 천하를 계속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는 그것이 본디 무엇이겠는가, 신의 말을 나르는 천사가 아니라면! 또 그 천사가 나르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시가 아니라면! 나는 그날 저녁 이처럼 아름다운 시적 이미지를 지닌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운을 누렸다.
    (/ p.33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8종
    판매수 43,220권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스스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 철학의 본분이라 여기며,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 결과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생각의 시대],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영화관 옆 철학카페],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설득의 논리학],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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