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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형리

원제 : Der Richter und Sein He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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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추리소설의 전형적 도식을 벗어나 탁월한 문학성으로 극찬 받은 문제작!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가의 살인사건]가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추리소설은 쉽게 읽히는 현대인의 애호물이 되어왔다. 책상보다는 기차간에서, 생활의 양식을 찾으려는 목적보다는 무료함을 메우는 소일거리로 사랑을 받아 왔으며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추리소설의 이런 역사적 흐름 아래에서 비춰보자면,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뒤렌마트의 [판사와 형리]는 추리, 또는 탐정소설이라는 전통적 카테고리를 이어받되 그 전형적 도식에 반기를 든 내용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 책에 실린 [판사와 형리], [혐의] 두 작품은 1950년대 출간되자마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대중적, 문학적인 성취를 인정받았다. 정치적 개선으로 사회발전에 희망을 걸었던 브레히트와는 달리, 뒤렌마트는 이 책에서 계획보다는 '우연'이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원칙이자 창작의 원천이라는 세계관과 절망하지 않고 세계와 맞서 싸우는 나약한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믿음을 보여주는 인생관을 피력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계획'보다 '우연'이 지배하는 뒤렌마트의 탐정 세계
    탐정소설이란 반드시 발전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하는 문학 카테고리이다. 즉 일시적으로 엉클어졌던 세계가 명확한 해결로 질서를 재수립하며, 이로써 더 높은 질서를 시사하는 것이 탐정소설의 사건 발달과 해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뒤렌마트는 이 같은 발전적 믿음에 철저한 의혹을 제기한다. 세계는 계획보다는 '우연'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에게 '우연'이란 세계를 지배하는 원칙인 동시에 창작의 원천이다. 따라서 탐정소설의 경우 '우연'은 도처에서 사건 진행에 박차를 가하거나 사건을 전환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 우연의 법칙에는 소설의 주인공인 수사관 베르라하 역시 종속되어 있다.

    뒤렌마트 탐정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결함투성이인 세상과 맞서 싸우는 '개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썩은 세상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세상을 버텨나가는 것, 이것이 뒤렌마트가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최소한의 기대치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판사와 형리] 속 주인공은 세상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되, 전형적 탐정소설에서의 민완 수사관처럼 전능하고 유능한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외로운 단독자로 나오는 이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무력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맞서겠다는 약자의 결단을 보여준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 그 괴물을 쫓는 수사관의 이야기
    이 책에 실린 두 작품은 모두 괴물이 되어버린 범죄자를 쫓는 노회한 수사관을 그린다. [판사와 형리]는 경찰관 슈미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나이가 많고 죽을 날이 멀지 않았지만 수사관으로서의 능력은 녹슬지 않은 베르라하는 동료인 찬츠와 수사를 진행한다. 슈미트의 시체가 발견된 차 옆 길가에서 찾아낸 총알 하나, 그리고 희생자의 일기에 쓰여 있는 한 글자, G. 이 두 번째 단서를 파고든 베르라하는 냉혹하고 영리한 수수께끼의 사나이, 가스트만의 집으로 향한다.

    [판사와 형리]의 연장 시점에서 서술된 [혐의]는 베르라하가 우연히 펼쳐 든 [라이프]지의 사진 한 장이 사건의 발화점이 된다. [혐의]에서는 추리소설의 전형을 따르는 명백한 범죄 현장이 아예 없다. 다만 사진 속 수용소 의사가 현재 취리히에서 버젓이 고급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와 동일 인물일 수 있다는 수사관의 막연한 '혐의'만이 사건의 발달이 된다.

    두 사건 모두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범죄가 가능한가를 두고 벌어진 하찮은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태연히 살인을 저지르고 40여 년 동안 베르라하의 추격을 피해 다닌 가스트만과, 나치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대상으로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엠멘베르거의 모습에서 저자는 악의 대행자로서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판사와 형리]를 두고 피터 박스올은 "현대 탐정물이 반드시 미스테리식 플롯이 주를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작품"이며 "인간의 불완전성을 연구했다"(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라고 평가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탐정소설의 역사에서 이 작품을 특별한 위치에 자리매김하게 한다.

    목차

    판사와 형리
    혐의

    작품 해설: '가벼운' 옷을 입은 '무게 있는' 문학 - 뒤렌마트 탐정소설의 세계
    뒤렌마트 연보

    본문중에서

    클레닌은 자동차 문을 열고 낯선 자의 어깨에 친절하게 손을 얹었다. 그러나 순간 그는 그 남자가 죽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수리에 총알이 관통해 있었다. 그제야 클레닌은 오른편 차 문이 열려 있는 것도 깨달았다. 차 안을 보니 피가 많이 흘러 있지도 않았고, 시체가 걸친 짙은 회색 코트도 말짱해 보였다. 외투 호주머니에서는 노란 지갑의 한쪽 끝이 빠져나와 비쳤다. 그것을 뽑아본 클레닌은, 사망자가 베른 시경 경위 울리히 슈미트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p.10)

    그리고 40년 동안이나 자네는 기를 쓰고 내 뒤를 추적했지. 이것이 계산서라네. 그 당시 토파네 시 교외의 그 곰팡내 나는 주막에서 터키제 담배 연기에 휩싸인 채 우리가 무엇에 대해 토론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베르라하? 자네의 명제인즉 인간의 불완전함, 즉 우리가 타인의 행동 방식을 자신 있게 예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아가 만사에 개입하여 작용하는 우연을 고려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범죄가 폭로되고 마는 근거라는 거였지. 인간은 장기 말처럼 조작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자네는 주장했네. 그와는 달리 나는 반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런 명제를 내세웠지. 바로 인간관계의 뒤얽힌 상태야말로 인식조차 되지 못할 완전범죄를 가능케 한다는 것, 이 같은 이유에서 엄청나게 많은 범죄가 처벌되지 않음은 물론,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감추어져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네.
    (/ pp.74~75)

    그는, 잔뜩 곪은 종기처럼 어떤 수용소에든 득실대던 수용소 의사들 가운데 하나였지요. 학문적 열의를 갖고 대량 학살에 헌신했던 파리 떼들, 몇백 명 포로에게 공기며 페놀, 석탄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진 그 악마적 쾌락을 위해 수중에 닿는 것이면 그 밖의 무엇이든 주사를 놓았던 무리들, 심지어는 필요에 따라 마취도 하지 않고 인간을 상대로 실험을 해대던 놈들, 그것도 뚱뚱보 원수가 동물의 생체 해부를 금지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이라고 큰소리를 쳐가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넬레 한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에 관해 얘기할 필요가 있겠군요.
    (/ pp.174~175)

    "수사관이란 모름지기 현실을 문제시할 의무를 지지." 노수사관은 대답했다. "바로 그런 거야. 이 점에서는 우리는 전적으로 철학자들처럼 일에 착수해야 하지. 철학자들이란 모름지기 일단 모든 것을 의심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연후에야 그들은 자신들 일의 진상을 파악하고, 예술에 관해 더없이 훌륭한 사고(思考)에 도달하려고 애쓰며, 죽음 후의 삶에 관해 숙고한단 말일세. 다만 우리는 그들보다 덜 쓸모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지."
    (/ p.186)

    저자소개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urrenmat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1~1990
    출생지 스위스 베른
    출간도서 9종
    판매수 471권

    스위스 베른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베른과 취리히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문학과 자연과학 강의를 즐겨 들었다. 졸업 후에는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극작가로 방향을 바꾸어 희곡, 소설, 라디오 드라마 등을 다수 발표했다. 전후 독일 문학이 배출한 천재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국민 작가로 추앙받는다. 특히 [약속]에 수록되어 있는 그의 소설 [사고(事故)]는 1945년 이후 독일어권에서 발표된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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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4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서강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경기대학교 유럽어문학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번역서로 미카엘 엔데의 《모모》, 《뮈렌 왕자》, 《끝없는 이야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잉에보르크 바흐만의 《말리나》, 《삼십세》, 《만하탄의 선신》,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F. 뒤렌 마트의 《판사와 형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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