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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경제학 : 낮은 곳으로 향하는 주류 경제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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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재수
  • 출판사 : 생각의힘
  • 발행 : 2016년 10월 26일
  • 쪽수 : 38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558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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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 낮은 곳으로 향하는 주류 경제학 이야기!

이 책은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이자, 승자독식사회에 맞서 낮은 곳을 향한 주류 경제학 이야기이다. 인디애나-퍼듀(IUPUI) 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재수 교수는, 최근의 경제학 실증 연구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경제학의 내재적 전복을 시도한다. 즉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학문인 경제학의 언어를 통해, 승자독식사회의 논리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른바 ‘99%를 위한 경제학’이다.
딱딱하고 부담되는 경제학 서적들과는 달리, 이 책은 세상일들을 엮어 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1%의 경제학’의 전복을 꾀하는 지점에선 자기 고백적 서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99%의 경제학’을 도모하는 지점에선 경제학적 반골 정신이 타협 없이 발현된다. 저자는 끊임없이 저항의 결기를 다지며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의 통찰을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끊임없이 저항의 결기를 다지며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가슴의 통찰을 감성적인 언어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할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학문인 경제학의 언어를 통해, 승자독식사회의 논리에 맞서고자 하는 것입니다. 날 선 시선을, 따뜻한 목소리로 전하는 따뜻한 책이 될 것입니다.

을을 위한 경제학은 가능한가

1부 ‘을을 위한 경제학’은 최근의 경제학 연구들을 통해 우리의 시대상을 살펴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난한 싸움들은 갑을관계, 헬조선, N포세대, 금수와 흙수저, 노오력, 불평등 등과 같은 키워드로 표현된다. 선과 악의 전선이 분명치 않은 이 싸움들에서, 우리는 갑의 편이 되기도 하고 을의 편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에 숨겨진 인센티브와 행동경제학적 편향을 살펴보고,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왜 경제학은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가

2부 ‘경제학적 사고방식’에서는 경제학이 가르치는 사유 방식을 설명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선택이 야기하는 기회비용을 본다는 것은 경제학이 지녀야 할 반골 정신을 의미한다. 권력과 권위, 관습에 의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게도 잃고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한계적 사고는 굽이치는 세상을 직선과 극단에 가두지 않고, 보수와 진보 같은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 사유방식을 의미한다. 좌우를 넘나드는 포용력과 최적이라는 날 선 칼날 위에 서겠다는 용기를 요청한다.

자본주의를 망가뜨리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3부 ‘시장이라는 우상’은 수요와 공급 이론을 통해, 시장경제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이슈들, 즉 가격통제, 최저임금, 무역, 세금, 외부성, 공공재 등의 문제를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기업과 시장을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시장경제의 오류에 대해서 강하게 문제 제기한다. 시장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요청한다. 공정한 경쟁이 잘 작동하면, 노동한 만큼의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분하고 억울한 이들은 줄어든다. 더럽고
아니꼬운 꼬락서니를 보는 일도 조금씩 사라진다. 사람들은 신명 나는 오늘을 살고, 더 큰 희망의 내일을 품는다. 힘을 가진 이들에 의해서 경쟁의 공정성이 훼손되면 특권과 반칙이 판을 치고 사람들을 희망을 잃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 뜀박질과 같고, 나쁜 경쟁은 그치지 않는 ‘노오력’을 요구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묻고 답한다.

왜 경제학자들은 편향적인가

4부 ‘경제학자들의 생얼’에서는 경제학자들의 여러 편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한 이들이 더욱 이기적이고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경제학 연구에 담겨 있는 상대적 우월 의식도 고백한다. 그리고 왜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인가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 왜 경제학자들이 갑의 편에 더 많이 서느냐고 묻는 것이다.

추천사

이 책은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 그것도 최근 경제학 실증 연구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내재적 전복’이다.
- 이상헌 / 국제노동기구ILO 정책특보

목차

1. 을을 위한 경제학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질까 - 갑을관계의 경제학
차별의 벽과 송곳 - 차별의 경제학
우리는 계속 싸우고 있다 - 역사관의 경제학
내 편견이 이루어지는 나라 - 편견의 경제학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라 - 금수저와 흙수저의 경제학
조금만 더 참으면 행복해질까 - 노오력의 경제학
우리는 이렇게 살 필요가 없다 - 헬조선의 경제학
분노마저 포기할 것인가 - N포세대의 경제학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 불평등의 경제학
힘내요! 주빌리은행 - 도덕적 해이의 경제학
당신의 순진함을 노린다 - 약탈적 대출의 경제학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가 - 갑을 소비의 경제학
호갱이 된 흙수저 - 가격 차별의 경제학
경제학자의 핫딜 후기 - 가격 할인의 경제학
우리는 가오가 없다 - 권한 위임의 경제학
갑이 되고 싶은 무력한 을들에게 - 시시한 을들의 자화상

2.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 최적이란 날 선 칼날
왜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가 -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얼굴을 가까이 보았을 뿐입니다 - 양면의 얼굴을 보는 경제학
당연한 것들의 비용 - 불온한 경제학
인센티브에도 기회비용이 있다 - 인센티브의 경제학
경제학자가 되면 잊는가 - 기회비용의 경제학
대통령을 위한 강의 - 매몰비용의 경제학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 기회비용인가 매몰비용인가
경제는 어떻게 좋아지는가 - 효율성의 경제학
왜 갑의 편을 드는가 - 가치중립의 경제학
분석할 때 잃는 것들 - 비용편익분석의 경제학
우리는 잘 모른다 - 균형의 경제학
최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 차선의 경제학

3. 시장이라는 우상
시끌벅적한 그곳 - 시장의 경제학
모든 경계에는 시장이 선다 - 글로벌 제약시장의 경제학
대체로 해롭지 않게 가격을 논한다 - 가격 결정의 경제학
원조와 짝퉁 시장주의 - 정실자본주의의 경제학
기업을 어떻게 오해하는가 - 기업 조직의 경제학
누가 시장경제를 망가뜨리는가 - 신뢰의 경제학
따뜻한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경제학
기업은 왜 책임을 떠넘기는가 - 부정적 외부효과의 경제학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 공공재의 경제학
이론과 권위에 속는다 - 최저임금제의 정치경제학
파 배달꾼과 경영자 - 노동가치의 경제학
우리는 연대해야 할 운명이다 - 임금 결정의 경제학
경쟁하며 살 수 있을까 - 비정규직 차별의 경제학
현재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 비교우위의 경제학
노동 착취인가 빈곤 탈출인가 - 국제무역의 경제학
정부가 독점하라 - 장기 매매 시장의 경제학
당신도 속고 있다 - 사이비 시장의 경제학

4. 경제학자들의 생얼
흥미롭다 - 흥미로운 경제학
경제학자들의 실패 - 포획 이론의 경제학
경제학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 이기심의 경제학
경제학자가 되고 싶은 후배에게 - 우월한 경제학
어떻게 무감각한 경제학자가 되는가 - 수학과 통계학의 경제학
경제학자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 1. 엄밀하게
경제학자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 2. 최적으로
어떻게 속지 않을까 - 주류와 비주류의 경제학
우주의 기운이 온다 - 예측의 경제학
주류 경제학자들의 갑질 - 스페셜리스트의 경제학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 - 시장주의자들의 경제학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가 - 넛지의 정치경제학
경제학자는 어떻게 실패하는가 - 선물의 경제학

에필로그: 작고 하찮은 경제학자 이야기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미시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글로 써 보았습니다. 강의를 할 때, 대학생인 제가 강의실에 앉아 있다는 상상을 합니다. 당시 던지고 싶은 질문이 많았지만 숫기가 없어서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질문들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단지 비용편익분석을 의미할까, 모든 경쟁은 좋은 것일까, 정당한 가격은 존재할까, 경제학은 정말 가치중립적인 학문일까, 경제학자들은 왜 보수의 편을 더 많이 들고 체제순응적일까, 자본주의는 따뜻할 수 있을까, 시장경제에서 차별은 왜 존재할까, 국제무역은 가난한 나라들을 착취하는 것일까. 하나의 문제의식이 모든 질문을 관통합니다. 왜 경제학은 갑의 편을 들 때가 많습니까. 위의 질문들에 답해 보고 싶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합니다. 어설프고 산만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입니다. 경제학도로서 제가 가진 비교우위는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보잘것없는 용기뿐입니다. 어설픈 단상들로 가득하지만, 미국의 대학에서 소위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이의 자화상을 정직하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p.10)

좀 더 극적인 실험은 1971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971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짐바르도(Philip Zimbardo) 교수는 24명의 대학생들을 교도관과 수감자로 구분하여 모의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을 하였습니다. 죄수 역할의 학생들은 마치 진짜 죄수처럼 지문 채취, 범죄자 사진 촬영, 조서 작성을 거친 후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도 간수 제복을 입었습니다.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이 빠르게 폭력적으로 변하고 수감자들에게 가혹 행위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사전에 어떤 가혹 행위도 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험 하루 만에 수감자들의 반항과 난동이 일어나자, 이들은 마치 실제 상황처럼 진압을 시작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 병사들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고문 방식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평범한 중산층 대학생들이었는데, 제복을 입고 권한이 주어지자 자연스럽게 폭력적인 권력자의 모습을 닮아 갔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푸대접을 받는 노동자가 소비자의 위치에 설 때는 더 취약한 계층에 속한 마트의 노동자나 텔레마케터 노동자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원풀이합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같은 비정규직이라 해도 대기업의 직원은 하청 기업의 직원에게 더 갑질을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나와 타자의 관계가 갑을의 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복도에서 상사를 만나면 비켜서야 하고, 마트에서는 손님에게 배꼽 인사를 해야 하고, 식사 주문을 하는 손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이런 틀은 우리를 갑질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동아에코빌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과의 계약서에서 갑을이라는 표현 대신 동행이라는 표현을 써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도시락 업체인 스노우폭스 대표는 "공정 서비스 권리"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가게 앞에 붙여 두었습니다.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아침 출근길에 90도 인사를 하는 것이 논란이 되자, 한 학생이 부끄럽다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독재자 게임과 빼앗기 게임이 보여 준 것처럼, 이런 일들은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성서의 예수는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문맥 속에서 살펴보면, 다르게 해석되어 야 옳습니다. 당시 지중해 문화권에서 오른손의 손등으로 오른뺨을 때리는 것은 신분이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경멸하듯 혼을 내는 행위였습니다. 로마인이 유대인에게, 주인이 종에게, 즉 갑이 을에게 모멸감을 일으키며 훈계하는 상황입니다. 이때 왼뺨을 돌려대는 것은 을이 갑에게 당당히 맞서는 행위입니다. 오른손의 손등으로 왼뺨을 때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왼쪽 뺨을 돌려대며, 나는 당신의 똘마니가 아니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비폭력적 저항을 통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왼쪽 뺨을 돌려대며 연대해야 합니다. 배꼽 인사를 하는 마트의 주차요원을 보면 점장에게 항의합시다. 무릎 꿇는 레스토랑에서는 지배인에게 항의합시다. 우리 모두는 주눅 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1. 을을 위한 경제학,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질까 - 갑을관계의 경제학' 중에서/ pp.21~23)

성공한 이들이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주문합니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낳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비판하지 않고 노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합니다. 기성세대의 조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노오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경제학은 노력과 노오력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노력은 기대편익과 기대비용의 차이가 극대화되는 최적 수준입니다. 그러나 노오력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비용이 편익보다 큰 상황에서도 노오력을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 노오력을 할까요.
게임 이론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경매 실험을 해 봅니다. 20달러 지폐를 경매로 학생들에게 팝니다.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이 지폐를 갖게 됩니다. 일반적인 경매 방식과 다른 두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입찰가가 50센트씩 상승합니다. 둘째,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만이 아니라 차상위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도 앞서 자신이 제시했던 입찰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갑이 10달러를 제시하고 을이 여기서 포기하면, 갑은 10달러를 지불하고 20달러를 갖게 되고 을은 자신이 직전에 제시했던 9.5달러를 지불합니다.
그러나 을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입찰가 10.5달러를 제시합니다. 포기하면 9.5달러를 잃지만, 10.5달러를 제시해 이기면 9.5달러의 이득을 얻기 때문입니다. 같은 논리로 갑은 곧 11달러를 제시합니다. 입찰 가격은 어느새 19.5달러에 도달합니다. 갑은 20달러를 제시합니다. 물론 이기면 이득이 0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9.5달러에서 포기하면 손실은 19달러입니다. 이제 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을은 20.5달러를 제시합니다. 이기면 50센트의 손해를 보겠지만, 20달러에서 포기하면 19.5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결국 입찰가는 50달러에 도달합니다.
20달러를 얻기 위하여 경쟁을 펼치고 있고 각자는 매순간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을 펼치는 운명에 갇혀 있습니다.
('1. 을을 위한 경제학, 조금만 더 참으면 행복해질까 - 노오력의 경제학' 중에서/ pp.52~53)

해리와 시드 형제는 함께 옷가게를 운영합니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가격을 묻습니다. 시드는 청각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가게 저편에 있는 해리에게 가격을 물어봅니다. 해리는 42달러라고 크게 답하지만, 시드는 잘 듣지 못했는지 다시 묻습니다. 해리는 42달러라고 더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시드는 손님에게 22달러라고 말합니다. 손님은 얼른 22달러를 지불하고 매장을 떠납니다. 사실 시드의 청각은 문제가 없습니다. 구매를 유도한 상술입니다.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쓴 [설득의 심리학](황혜숙 옮김, 21세기북스, 2013)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옵니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연말 할인 행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대 80% 할인! 할인 전 10만 원 하던 청바지가 2만 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있지 않습니다. 얼른 구매해야 합니다. 잠깐! 최초 소비자 가격을 일부러 비싸게 책정하고 할인가를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가격이 원래부터 2만 원이었고, 할인 행사 직전에 가격을 10만 원으로 인상했다가 다시 2만 원으로 재조정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MIT의 마케팅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실험하였습니다. 한 병의 와인을 보여 줍니다. 주민번호 마지막 두 자리를 쓰게 한 후, 얼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봅니다. 흥미롭게도 더 높은 번호를 지닌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합니다. 주민번호 숫자와 최대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가 상관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주민번호가 지불 의사에 영향을 주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저도 수업에서 K-POP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으로 실험을 하는데, 언제나 비슷한 결과를 얻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이것을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초기에 주어진 기준점이 이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도 기준점 역할을 하여 우리의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왜 우리가 할인 가격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10만 원이라는 할인 전 가격은 기준점 역할을 하여 2만 원이라는 할인 가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많은 매장에서 비싼 제품이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아이패드 신제품을 소개하며 "$999"라는 숫자를 스크린에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999달러가 아니라 499달러에 판매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전통 경제학은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자신의 지불 의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실상 우리는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소비자의 비합리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이용하여 더 큰 이윤을 얻습니다. 기업들은 가격 책정만이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욕망을 제일 잘 활용합니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일 수 있다’는 기준점을 제시하면 구매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습니다.
('1. 을을 위한 경제학, 경제학자의 핫길 후기 - 가격 할인의 경제학' 중에서/ pp.97~99)

경제학적 사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샌델에게 문제를 제기한 학생처럼, 인센티브와 효율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학적으로 사유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입니다. 비록 인센티브와 효율성이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개념들이지만, 이를 우선시하는 것이 경제학적 사고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한계적으로 사고하여 최적의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이는 다음 두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첫째, 샌델과 학생의 논쟁처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샌델과 학생은 능력주의와 차등의 원칙이라는 두 가지 선택안을 만들고, 둘 중에 무엇이 더 나은가를 논쟁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흑과 백’,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결판내지 않습니다. 능력주의와 차등의 원칙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존재 가능한 정책 대안들을 찾아냅니다. 완벽하게 능력주의일 필요도 없고, 완벽하게 차등의 원칙일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 조합 가능한지를 살펴봅니다.
둘째, 선형적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정책 대안이 능력주의에서 차등의 원칙으로 가까워질 때, 학생이 염려한 것처럼, 인센티브 손실로 인한 비용을 계산합니다. 동시에 샌델의 설명이 암시하듯, 능력주의 사회가 가져올 양극화된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 즉 노력과 근무 태도 같은 인센티브 손실이 경제 하층부에서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합니다. 이는 차등의 원칙이 가져오는 편익입니다. 결국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다는 것은 능력주의와 차등의 원칙 사이에서 비선형 모양의 관계를 찾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 및 번영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조차도, 극단적인 능력주의와 극단적인 차등의 원칙은 최적이 될 수 없습니다. 경제학자는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최적을 찾는 사람입니다.
('2.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왜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가 -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중에서/ pp.116~117)

경제 논리와 비용편익을 따지는 사람들이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기회비용을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회계비용만 거론하면서 이것도 할 수 없다, 저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경제학은 남들이 보지 않는 기회비용을 보겠다는 불온한 학문이고, 그것을 감안하여 최적해를 찾아보겠다는 불굴의 학문인데 말입니다. 첫 수업에서 기회비용을 가르친 후 이렇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번 학기 경제학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가 할 일은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의 기회비용을 찾는 일입니다. 기회비용을 보는 불온한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당연한 것들의 비용 - 불온한 경제학' 중에서/ p.127)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제 지겨우니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식 팔아 보상금을 받았으니 그만 잊고 가슴에 묻으라고 합니다. 매몰비용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죽은 자식은 살릴 길이 없으니 매몰비용입니다. 사실 매몰비용의 영어 표현 sunk cost는 물속에 가라앉은 것입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은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청문회를 촬영합니다. 동거차도에 천막을 치고 세월호 인양을 감시합니다.16 언론도, 국가도 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세월호는 부모들에게 매몰비용이 아닙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기록해야만, 또 다른 아이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식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희생된 아이들은 아직 지불되지 않은 기회비용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의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진을 위해서는 과거를 매몰비용 처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고 판단할 때는 기회비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안마다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과거를 언제나 매몰비용 처리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편안하게만 살고 싶은 이들입니다. 지난 과거에만 붙들려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참 힘들게 사는 이들입니다. 이 줄다리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0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그만하라고 합니다. 매몰비용 개념을 가르치며 과거에 사로잡
히지 않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만들어 온 이들은 매몰비용 속에서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길어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매몰비용 처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기회비용이냐 매몰비용이냐는 사실 언제 포기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넬슨 만델라는 말했습니다. "끝나기 직전까지는 항상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2.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당연한 것들의 비용 - 불온한 경제학' 중에서/ pp.145~146)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 문제를 정의의 관점으로 들여다봅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존재하고, 문제의 근원은 나쁜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들은 나쁜 사람들을 물리치고 좋은 사람들이 정치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은 법과 규제를 개정하여 얻을 수 있고 다 함께 구호를 외치면 세상이 변할 것처럼 믿고 있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한 이들이 진보 진영의 주장을 더욱 매섭게 비판하는 이유를 이해할 법도 합니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문제를 개인의 책임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진보 진영보다는 균형이 지닌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고, 정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장의 결과를 최선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은 개인의 몫이므로 노오력하라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보수의 가장 잦은 실수는 정책 효과를 오독하는 것입니다. 교통 체증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서 차량 노선과 대중교통을 늘린 것이 실패한 정책일 수 없습니다. 교통 체증의 정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일자리와 인구가 늘고 도시 외곽 지역이 개발되었습니다. 보수는 종종 규제의 효과를 이런 식으로 오독합니다.
('2.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란, 우리는 잘 모른다 - 균형의 경제학' 중에서/ pp.173~174)

"배타적 특권이 없을 때,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배타적 특권이 있을 때조차도, 자주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국부론]의 일부입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기업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동인도 회사가 독점을 유지하는 방식을 보면서, 기업이 얼마나 쉽게 부패할 수 있는지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정치적 힘을 키워 배타적 특권을 가지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고, 결국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놀라야 하는 대목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사익 추구를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사익 추구가 공익을 낳는다’는 명제는 [국부론]의 핵심 주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76년 책이 출간된 후, 경제학도들은 이 명제를 소중하게 배웠습니다. 경제학 수업을 들은 이들은 애덤 스미스, 이기심, 이윤 추구, 자유시장, 보이지 않는 손, 작은 정부, 효율성, 경제 성장 등의 단어를 조합해서 다양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것에 놀라는 이유는, 그를 자주 인용하는 이들이 시장과 기업을 동의어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서 시장과 기업은 반대말에 가깝습니다.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경쟁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가르친 원조 자유시장주의는 기업의 과도한 지배력이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시장경제의 필요조건으로 간주합니다.
('3. 시장이라는 우상, 원조와 짝퉁 시장주의 - 정실자본주의의 경제학' 중에서/ pp.203~204)

그렇다면 임금 수준이 사회 전체의 생산성, 즉 사회 전체가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가치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직업이 같지만, 인도 같은 저개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생각해 보십시오. 선진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군의 종사자들이 높은 노동생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탁기가 고장 나 수리비용을 알아보았습니다. 수리기사의 출장비만 100달러입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이들이 지불한 수리비를 알아보니 쉽게 200달러는 넘을 듯합니다. 10년 전 300달러를 주고 산 것이고, 같은 모델이 지금도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데 말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자주하는 불평이지만, 미국의 인건비는 너무 비쌉니다. 가난한 나라에 살면 하인을 몇 명 두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얻고 있지만, 부자 나라인 미국에 살면서 가구를 직접 옮겨 조립하고 집을 직접 고치며 지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자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이 높고, 그에 따라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문학, 역사,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생산성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금이 상승한 것은 이들의 생산성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학과 경영학처럼 새로 생겨난 전공들의 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이들이 공대 또는 경영대 교수가 될수 있었던 가능성 때문입니다.
직업에 따라서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의 임금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반대로 다른 이들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관계를 파편화시킨다는 비판에 많이 공감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끈끈하게 엮여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합니다.
('3. 시장이라는 우상, 우리는 연대해야 할 운명이다 - 임금 결정의 경제학' 중에서/ pp.259~260)

저는 의심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를 늘리고, 비인간적 차별을 서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정규직의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이는 사실 경제학의 계약 이론이 담고 있는 교과서적인 메시지입니다. 계약 이론은 조직 내에서 주인(고용주)이 대리인(노동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문제를 연구합니다. 그 핵심은 주인이 대리인의 협상력을 줄이기 위해 계약 형태를 수직적으로 차별화하고, 하층부와의 계약을 과도하게 하방 왜곡시킨다는 것입니다.
고용주가 두 명의 노동자와 계약을 맺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고용주는 노동자 을의 업무와 임금을 과도하게 차별적이고 비효율적인 수준에서 계약합니다. 이는 반드시 을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비효율적인 계약으로 인해 고용주도 손실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노동자 갑과의 계약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갑의 외부 대안을 왜곡시킴으로서 갑의 협상력을 줄이고, 갑에게서 더 많은 이득을 얻는 것입니다. 을이 차별받는 상황을 갑이 좋아해서도 안 되고 지켜보고만 있어서도 안 될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위의 격차에서 오는 만족감을 누리고, 차별하는 것을 통해서도 만족감을 누립니다. 사회학자 오찬호에 따르면, 대학 서열에 중독된 이들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직장 내 갑을관계와 비정규직 차별을 찬성한다고 합니다. 아! 우리는 비참한 사람들입니다. 누가 우리를 건져 줄까요
('3. 시장이라는 우상, 경쟁하며 살 수 있을까 - 비정규직 차별의 경제학' 중에서/ pp.266~267)

2008년 경제 위기가 터지자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장주의자들의 좌장격인 시카고 대학교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우울한 학문, 경제학을 변론한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합니다.33 그에 따르면 유진 파마 교수의 효율적 시장 가설이 보여 준 것처럼 금융자산의 갑작스런 가격 변화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예측한다면, 이는 즉시 시장의 금융 자산 가격에 반영됩니다. 이는 실증적으로도 입증되었습니다. 예외가 있었지만 합리적으로 무시할 만한 수준입니다.
비판을 많이 받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프레드릭 미시킨(Frederic Mishikin) 교수의 예측 모델도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위기가 없다는 가정하에 예상되는 예측을 제시한 것뿐입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까지는 집값 하락에 따른 보통의 경기 하강 국면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만약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요소를 반영하면, 예측 모델은 그 이후에 나타난 국면을 정확하게 예측해 주고 있습니다.
루카스 교수의 설명을 비유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출근길 아침, 많은 눈이 내립니다. 경제학자는 차
량 사고가 조금 증가할 것을 예측합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설차량이 전혀 운행되지 않았습니다. 예측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차량 사고들이 속출했고 병원들은 환자들로 붐볐습니다. 구급 차량도 눈길 운행에 애를 먹어 많은 사상자들이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미디어는 평소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교통사고 예측을 발표하던 경제학자들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루카스를 비롯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예상 적설량에 따른 운전자들의 합리적 의사 결정은 도심 운행 차량 수와 주행 속도 등을 조정합니다. 만약 적설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면, 차량 수, 주행 속도가 줄 것이므로 사상자 수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제설 차량이 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합리적으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제설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 상황을 시장주의 경제학 모델에 반영하면, 우리가 겪은 난리를 그대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눈 적설량에 따른 예상 사고 수와 사상자 수를 예측하는 우리 모델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4. 경제학자들의 생얼,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 - 임금 결정의 경제학' 중에서/ pp.348~349)

행동경제학, 특히 넛지식의 정책 처방에 대한 최근의 심각한 문제 제기는 내부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을 활발하게 연구해 온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로웬스타인 교수와 듀크 대학교의 위벨 교수는 행동경제학이 정치적 응급처치법으로 이용될 때가 많다고 비판합니다.38 전통 경제학을 통해 이미 최선의 정책 대안을 충분히 알고 있을 때조차도, 정치인들은 인기 없는 정책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행동경제학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인스턴트 식품의 과도한 섭취로 야기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입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을 올려서 해결하지 않고, 칼로리의 함유량 표시 정도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제약회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들을 매수하고 약 처방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제약회사의 선물 제공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닌 정보 공개 정도의 해결책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은 "다음 세대의 정부"라는 제목의 [TED] 강연에서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웃의 전기 사용량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이웃이 전기요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모방하려고 들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넛지가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미 전기료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전기료를 올리는 것입니다. 특히 부정적 외부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금을 적당히 인상하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책 대안입니다. 그러나 넛지식의 정책 제안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정책을 외면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넛지에 대한 뜨거운 반응 뒤에는 흥미 위주의 대중성을 추구하는 연구,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적 풍토,
논쟁을 피하고 쉬운 대답을 찾으려는 정치적 요구가 혹시 숨어 있지 않습니까.
‘모 아니면 도’식의 사고방식은 거의 본능적이어서, 넛지 정책이 주목을 끌면 사람들은 이를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을 대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 사고방식하에서 넛지 정책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넛지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 사이의 보완관계를 인식하고, 둘 사이의 최적 조합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넛지 정책이 갖는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다른 나라가 부럽습니다. 경제학 연구의 발전을 발 빠르게 따라가며 정부 정책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끝내 실체를 알 수 없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차라리 넛지 정책을 연구하는 팀을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4. 경제학자들의 생얼,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가 - 넛지의 정치경제학' 중에서/ pp.357~359)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170권

거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작은 대학에서 두려움 없이 추억을 만들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눈부시게 사랑을 나누던 선생님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처음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디애나-퍼듀 대학교(IUPUI)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밥벌이 하고 있다. 갑을 사이의 계약과 차별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사랑 주는 아내의 남편이며, 일용직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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