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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원제 : DEEP IN A DREAM: The Long Night of Chet 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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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쳇 베이커는 부드럽고 서정적인 연주와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달콤한 목소리, 잘생긴 외모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트럼펫 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이다. ‘My Funny Valentine’으로 잘 알려진 그는 1950년대 웨스트코스트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쿨 재즈’의 왕자로 불렸다. 쳇 베이커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짙은 감동을 선사했지만, 정작 그는 평생 마약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독과 방황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으며,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곤경에 빠트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쳇 베이커의 주변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와 미발표 자료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쳇 베이커』를 통해 모순에 휩싸인 한 인간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파헤친다. 이 전기는 잔인하리만치 솔직하면서도 나무랄 데 없을 만큼 완벽한 명저로 평가되고 있다.

▶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쳇 베이커》(을유문화사)의 개정판입니다.

출판사 서평

길 위의 방황, 그러나 치열했던 쳇 베이커의 생애
트럼펫 주자이자 보컬리스트인 쳇 베이커에게는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쳇 베이커는 20년이 넘게 마약을 끊지 못한 마약중독자였으며, 동료 음악가들과 연인들마저 고통에 빠트린 인물이었다. 그는 함께 공연하는 밴드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연 중에도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으며, 클럽 공연을 앞두고도 마약을 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한 여인을 두고 또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지곤 했으며, 연인에게도 자식에게도 끝내 무심해지기 일쑤였다. 마약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길 위에서’ 방랑하며 ‘쿨(cool)한’ 것을 좇았다. 미래를 위해서는 돈을 모으지 않았으며, 식구를 이끌고 지인들의 집을 떠돌았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몰랐고, 늘 제멋대로였다.
누군가는 쳇 베이커를 그저 마약중독자로 치부했고,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실력으로 감성만 자극하는 음악가라며 폄하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천부적 감각을 지닌 음악가였다. 악보를 읽지 못했지만 한 번 들은 곡의 핵심을 꿰뚫어 읽고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연주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달콤한 목소리는 사람들을 사로잡곤 했다. 쳇 베이커로 인해 상처 입었던 사람들조차 결국엔 그를 향해 돌아서고, 그를 보듬을 수밖에 없었다.
쳇 베이커와 함께한 이들이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결국 무대 위에 그의 삶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줄 무대, 거기에 쳇 베이커의 ‘치열했던 길 위의 삶’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누구든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젊은 날의 격랑과 우울, 방랑이 스며 있었다. 비록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살아남았다. 평생 트럼펫과 함께했으며 늘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자 했다. 길 위에서 펼쳐진 그의 우울하고 고독한 생애에는 단 한 번도 음악이 없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59년의 치열했던 생애가 『쳇 베이커』에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죽음조차 너무나 쓸쓸했던 그의 삶에 기댈 어깨를 내어주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는 결국 쳇 베이커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인터뷰와 미발표 자료를 통해 그려지는 음악세계
쳇 베이커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도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로버트 뷔드로가 연출하고, 에단 호크가 주연한 영화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가 쳇 베이커의 생애를 다루며, 다시 한 번 그를 향한 관심을 환기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2016년 6월 개봉되어 9만 3천여 명(2016.10.19 집계/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을 모으며 다양성영화로는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그의 삶을 향한 관심이 쏟아지고, 그의 음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쳇 베이커의 주변 인물들과 나눈 인터뷰와 미발표 자료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모순에 휩싸인 한 인간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파헤친다.
뉴욕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쳇 베이커』뿐 아니라 ‘페기 리(Peggy Lee)’, ‘레나 혼(Lena Horne)’ 전기로도 큰 호평을 받은 제임스 개빈은 철저하고 방대한 조사를 통해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6년부터 5년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쳇 베이커의 행적을 좇았다. 주로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묘사되는 삶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마일즈 데이비스나 찰리 파커와 같은 거장들과의 만남, 마약 투여로 겪게 된 감옥 생활, 이가 부러지는 사고와 틀니를 끼고 시작되는 복귀, 평생을 정처 없이 오가던 음악 여행―을 마주하노라면 59년을 아우르는 이야기는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저자는 빈틈없는 조사를 바탕으로 쳇 베이커의 죽음을 비롯해 미스터리하게 남아 있던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담아냈다. 특히 그를 미화하지 않고 잔인하리만치 솔직하게 그려낸 점은 이 책의 내용에 신뢰를 더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은 지금까지 발표된 쳇 베이커 전기 중에서도 가장 믿을 만하고 완벽한 명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대에 새로이 쳇 베이커의 음악을 만나고, 그에게 매혹된 이들이 쳇 베이커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추천사

뉴욕 타임즈
“이 치밀한 전기는 수없이 많았던 쳇 베이커의 연인, 부인 그리고 동료와 함께했던 지옥 같은 여행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영광과 좌절의 순간으로 치달았던 쳇 베이커의 삶을 추적하는 이 책은 한 뮤지션과 그의 시대에 대한 황량하고 고통스러운 초상화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북리스트
“이 책은 때때로 삶과 예술이 결코 같을 수 없다는 훌륭한 조언을 한다.”

이동진(영화평론가)
“쳇 베이커의 삶과 예술 사이의 괴리는 우리를 당혹케 합니다. 이 모든 사실을 떠올리고도 여전히 그의 음악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이 밤에, 예술가의 삶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 걸까요. 인생에는 일치가 가져다주는 감동도 있지만 충돌이 야기하는 깨달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무치는 교훈은 바로 아이러니와 딜레마로부터 옵니다.”

목차

옮긴이의 말 006
프롤로그 상흔 016

1 일그러진 천사의 탄생 026
2 이유 없는 반항 052
3 캘리포니아의 태양 094
4 내일은 오지 않는다 148
5 길 위에 선 밸런타인 188
6 머물지 않는 이들의 사랑 224
7 유럽에 뿌린 환영의 씨앗 250
8 천사, 스스로 날개를 꺾다 276
9 뉴욕이라는 이름의 유배지 298
10 나락 속의 금빛 트럼펫 328
11 방랑자의 여로 378
12 끝없는 질주 414
13 길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444
14 꿈꾸는 법을 잊어버린 사내 492
15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546
16 악마의 그림자 578
17 이젠 사랑할 수 없다네 634
18 환상과 현실의 기록 684
19 우리가 정말로 사랑했을까 720

에필로그 애증 776
디스코그래피 792

본문중에서

쳇 베이커는, 페데리코 펠리니가 단테의 입장에서 묘사한 도덕적이고 영적인 타락에 대한 분노의 대상으로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인물이었다. 그의 추락은 많은 유럽인들에게 비극적인 매혹으로 비춰졌고, 그들에게 쳇 베이커는 사람들의 영혼을 마음대로 다루는 마법의 예술인과 같았다. 그는 이 대륙의 어디에서나 자기를 따르는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뭐든 단 하나라도 얻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은 평생 동안 그들을 마음껏 이용했다. 리사 걸트 본드는 이렇게 말했다. “쳇 베이커는 사이렌과 같았어요.”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유혹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했다는 신화 속의 요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사운드를 지니고 있었죠. 사람들이 거기에 반응을 보였고요. 하지만 사이렌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포로로 잡히거나 죽음을 맞게 된다죠.”
- 329쪽 ‘나락 속의 금빛 트럼펫’ 중에서

언제나 그랬지만, 쳇 베이커는 적은 수의 음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할 줄 알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그의 밴드에 합류했던 피아니스트 필 마르코비츠는 이렇게 얘기했다. “모차르트의 곡을 예로 들어볼까요? 단 하나의 음정만 빼버리면 멜로디 라인 전체가 무너져버리죠. 쳇 베이커의 음악도 마찬가지였어요. 그가 벌이는 연주 속에는 간결함과 명료함이 함께 내포돼 있었죠.” 장-루이 라생포스가 남긴 말은 이보다 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쳇 베이커는 도대체 음악이란 게 무엇인지 내게 보여준 사람입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 말이에요.” 유럽 사람들은 그를 현명하고 나이 든 시인처럼 생각했다. 자신의 삶을 그대로 악기에 옮겨 드러낼 줄 안다는 얘기였다. 그들의 따스한 총애를 만끽하며, 쳇 베이커는 굳이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 551쪽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중에서

이 앨범을 녹음하며 쳇 베이커의 마음을 흔든 곡이 하나 있었다. 돈 세베스키가 작곡한 사무치도록 슬픈 멜로디의 발라드, ‘You Can’t Go Home Again’이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에서 테마를 빌려왔고, 토머스 울프(Thomas Wolfe)의 소설에서 곡의 제목을 따왔다. 이 제목은 쳇 베이커를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었다. (…) 세션에서 녹음된 다른 스탠더드 곡들과 마찬가지로, 이 곡을 연주할 때 쳇 베이커의 곁에는 프레시디오에서 군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폴 데스몬드가 있었다. 당시 쉰두 살이던 그는, 오랜 흡연으로 인해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머릿결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으며, 한 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 입에는 여지없이 담배를 피워 문 채 스튜디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쿨한 폴 데스몬드의 색소폰 선율은 아직도 사랑스러웠지만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쳇 베이커는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 어느덧 껍데기만 남아버린 그를 바라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자기 자신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에 놓여 있지 않았던가. (…)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노인처럼 보이던 중년의 두 사내는 잃어버린 젊음을 추억하기 위해 돈 세베스키가 만든 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며 그렇게 서로를 이끌었다.
- 554~555쪽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중에서

다이앤 바브라는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눈에 보였다. 순간 숨이 막혔다. 잠시 후 쳇 베이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다가오자 다이앤 바브라는 거실로 달아났다. 그가 말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나쁜 놈이었어.” 그녀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쳇 베이커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겠어.”
다이앤 바브라는 그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둘 모두 그 말이 거짓이란 걸 알고 있었죠.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이런 세상에, 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그를 안아주는 것뿐이겠구나.”
- 681쪽 ‘이젠 사랑할 수 없다네’ 중에서

루스 영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아요. 그저 가만히 앉아서 살아갈 뿐이죠. 그런데 쳇 베이커는 그걸 했어요. 거짓말을 하고 남을 속이는 개자식이 된 거죠. 월스트리트를 활보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 걸어 들어가 마약을 합니다. 멋진 양복을 입은 채 그런 짓을 벌이는 건 그들의 실제 삶과는 아주 동떨어진 모습이죠. 결국 영혼이 결여된 것과 영혼 그 자체가 벌이는 싸움이에요.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이 쳇 베이커에게 끌리는 겁니다. 그는 정말 영적인 힘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남자였죠. 쳇 베이커는 자신의 영혼과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 788쪽 ‘애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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