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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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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고은
  • 그림 : 백두리
  • 출판사 : 알마
  • 발행 : 2016년 09월 28일
  • 쪽수 : 33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9920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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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0년차 저널리스트의 헬조선 육아 분투기

"왜 엄마가 일을 계속 하면서도 아이 역시 따뜻이 보살필 수 있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제껏 한국사회가 구축해온 시스템은 일과 삶의 밸런스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특히 출산과 양육 관련하여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는 여러 대책과 지원을 시도해보지만, 무엇 하나 효과적이지 못하다. 과연 ‘요즘 엄마들’의 진짜 현실은 무엇일까? 10년차 기자인 저자 이고은은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 여성으로서, 지신이 직접 겪은 육아의 일상을 위트 있는 문장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 엄마가 되면 누구나 겪을 법한 작고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삶의 ‘웃픈’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때로는 상실감이나 분노를 표현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또한 요즘의 육아 풍속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들 에세이는 엄마들의 현실을 세심하게 알려주며, 일과 삶이 조화된 새로운 사회를 꿈꾸도록 독자들을 이끈다.

출판사 서평

요새 통계대로 이성애자 둘이 만나 아이를 하나만 낳으면, 사람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겁니다. 거기에 3포, 5포, n포 하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수십 년 뒤의 한반도는 한결 한산해지겠네요.
이런 현실에 누구는 인구절벽을 걱정하고, 누구는 이민을 꿈꾸고, 누구는 헬조선이라 자조합니다. 감정의 결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야.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토끼 같은 자식을 기르겠다는 소박한 꿈마저 이렇게 어렵다니...헬이다, 헬!'
이 책을 아이들 재우고 쪽잠 자가며 쓴 이고은 작가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녀가 생후 31년 351일이 될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녀의 삶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아이 낳고 머리 빠져서 스트레스 받는데, 정부도 그렇고 사회인식도 그렇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의 연속이었죠.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멋진 꿈을 꾸도록 이끌어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내 바람들을 현실화하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무언가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운 것들로 가득했다. 엄마로서의 내 삶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품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p.327)
'맘충'이라 그래서 외출하기도 눈치 보이지, 조금이라도 기대되는 역할에서 벗어나면 '모성'의 이름으로 타박 받지, 또 어린이집 자리 구하기는 좀 어려운가요? 백일잔치, 돌잔치부터 국민 장난감이니 유아 전집이니 여기저기서 소비를 부추기는 아우성은 늘 따라다닙니다.
이고은 작가는 10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대한민국의 문제적 현장을 속속들이 다녔다고 자부했었지만, 이건 정말 몰랐다고 합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 일상에 담긴 의미를 말입니다. 물론 날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문득문득 기쁨과 보람이 절로 일어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 처한 조건마다 엄마로서 살아가기란 여간 숨찬 게 아닙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엄마들이 모두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전업맘은 자기 인생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음에도 내 아이가 그만큼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없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를 제 손으로 키우지 못한다는 죄책감, 자신의 인생을 중시하다가 아이의 인생이 낙오될까 두려운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p.12)
더욱이 이제껏 한국사회가 구축해온 시스템은 일과 삶의 밸런스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는 특히 자아 성취를 내면화하도록 교육받아온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에게 무척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직장에서는 '전력질주'를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또 양육과 가사를 많이 요구받으니까요. 물론 요새는 '육아빠'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이고은 작가의 부군도 많은 것을 함께한다고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산처럼 높습니다.
"말도 못하는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 채,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종종거리며 출퇴근하는 일상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 사회. 경력단절을 우려해 엄마들에게는 '무조건 버티라'고 조언해야만 하는 이 사회. 어린이는 어린이집이 키우고, 엄마 아빠는 늦도록 일터에 머무느라 따뜻해야 할 집은 하루 종일 냉랭히 비어 있는 것이 일상인 이 사회. 과연 이 사회는 정상일까?"(/ p.322)
이고은 작가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출산부터 아이의 수유기와 아동기까지의 일상을 기록해나갑니다. 엄마가 되면 누구나 겪을 법한 작고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삶의 '웃픈'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때로는 상실감이나 분노를 표현하며 공감을 자아냅니다. 또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 짓기도 하죠.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육아 풍속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에세이인데, 나의 이야기처럼 읽다 보면 어느새 한국사회를 가만히 성찰해보게 됩니다. 작가는 책 곳곳에서 삶이, 일이, 육아가 좀더 평화롭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그런 평화로운 일상이 육아에 분투 중인 모든 가정에 하루 빨리 내려앉길 소망합니다.

추천사

"이 책은 오늘날 육아를 주로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엄마의 이야기다. 한국사회에서 엄마로서 겪는 애환과 고뇌, 보람과 아픔이 책 곳곳에 생생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10년차 신문기자로서 이고은 씨가 하나하나 써내려간 에피소드들은 저마다 엄마들이 마주하는 '웃픈' 현실을 콕 집어내며, 비단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감을 폭넓게 이끌어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이 땅의 엄마 아빠들은 물론 직간접 당사자인 청년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인과 경영인들에게도 꼭 읽히고 싶다! 부디 이고은 씨의 경력단절 기간이 그와 아이들에게 보람차고 멋진 시간이기를, 그리고 체험으로 무장한 그가 다시 유능한 워킹맘이 되길 기대한다."
- 유인경 / 전 경향신문 선임기자, 방송인

목차

1장 엄마의 발견
내 살덩이가 생명이 되어
산후조리원 살풍경
'모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작명의 기술
'포대기'를 기억하시나요?

2장 모유수유 잔혹사
돼지족, 먹어봤니?
유축맘 vs 직수맘
공공장소 모유수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알코올 맥주는 내 친구

3장 엄마도 사람이다.
머리가 빠진다
산후우울증에 대하여
민원왕이 되다
쇼핑의 지혜
엄마는 '몰링' 중

4장 아이 키우기는 돈, 돈, 돈
돈 주고 놀이터 가는 세상
국민 장난감의 세계
무슨 놀이 세트가 이렇게 많아
유아 전집 '영사님'과의 조우
사교육이 판친다

5장 엄마는 일하고 싶다
우리 아이 맡아줄 어린이집 어디 없나요
어린이집 때문에 눈물이 다 나네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는 심정에 대해
성공한 워킹맘이 '신화'일 수밖에 없는 이유
무엇이 워킹맘의 발목을 잡는가

6장 아이는 자란다
첫걸음을 떼던 날
그놈의 수족구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아빠 쓰레기"가 된 사연
내가 모르는 내 아이의 시간들
SNS에 아이 사진 올리기에 대하여

7장 인터넷 육아 시대
인터넷 카페는 엄마들의 백과사전
중고나라 애용자가 된 이유
"ㅇㅇ동 ㅁㅁ아파트 친구 찾아요."
성장앨범에 관하여
누구를 위해 백일상을 차리나
돌잔치가 아니라 '돈 잔치'

8장 헬조선 헬육아
한국이 싫어서
북유럽풍이 유행인 이유
육아빠 전성시대
처음 마주한 딸 앞에서
사표를 쓰다

본문중에서

1장 엄마의 발견

한국사회에서 출산이란 여성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놓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나는 출산을 기점으로 세상에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육아란 절대적으로 엄마인 나의 몫이 컸고, 아이로 인해 급작스럽게 늘어난 가사 노동량은 나를 매일같이 파김치로 만들었다. 나는 아침마다 직장으로 피신하는 꼴이 되었으며, 아이는 하루 종일 익숙한 집 대신 낯선 어린이집에서 엄마가 아닌 담임선생님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 p.9)

첫째나 둘째나 마찬가지인 것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를 낳은 그날 밤의 기분이다. 그 기분은 정말 이상하다. 열 달 동안 배 속을 꽉 채우고 있던 아기가 갑자기 사라지고 혼자 몸으로 누워 텅 빈 배를 만져보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밤에 자다가는 비어 있는 배를 보고 흠칫 놀라 깨기도 했다. 꼭 누가 아기를 훔쳐가기라도 한 것 같아서다.
(/ p.28)

산후조리원의 첫 인상은 충격적이었다. 산모들은 똑같은 조리원복을 입고서 퀭한 눈빛과 지친 몸으로 마치 '좀비' 떼처럼 걸어다녔다. 하나같이 젖가슴은 팅팅 불어 있고, 미처 회복되지 않은 회음부 상처나 제왕절개 수술 부위 때문에 걸음걸이는 어기적거렸다. 얼마 되지 않아 나 역시 그 좀비 무리에 합류할 수밖에 없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지만, 처음 에는 그곳이 너무도 낯설고 기이한 세계처럼 느껴졌다.
(/ p.32)

첫째 밥 먹이고 나면 둘째가 젖 달라고 울고, 한창 젖 먹이고 있으면 첫째가 응가를 한다. 응가를 치운답시고 둘째를 뉘어놓으면 목이 찢어져라 울어대니, 첫째에겐 늘 "빨리 빨리"라며 채근하게 된다. 한 놈 재우면 한 놈이 깨고, 한 놈이 잘 놀면 한 놈이 울고. 그러다 동시에 울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되고.... 자는 시간이라고 평화로울까. 누구 하나 깨서 울기라도 하면 나머지 한 녀석도 같이 깨어버린다. 이처럼 '24시간 풀가동 육아 머신'이 되어야 하는 엄마들에게 아름답기만 한 모성을 논하는 것은 사실상 가혹한 일이다.
(/ p.43)

2장 모유수유 잔혹사

시어머님과 친정 엄마는 입을 모아 "배가 덜 고파서 그런다. 쫄쫄 굶기면 알아서 먹 게 돼 있다"고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지면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그 말씀에 큰맘 먹고 애를 굶겨도 봤다. 아이를 한번 이겨보겠답시고, 배고파 우는 아이를 1시간도 울려보고 2시간도 울려봤다. 그래도 녀석은 입술을 바르르 떨며 신경질적으로 울었고 젖을 물진 않았다. 울리다 지쳐 결국 젖병을 주면 꼴깍꼴깍 체할 듯이 '원샷'을 했다. 눈에는 서러움의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이러다 아이의 성격만 나빠지겠다 싶어, 나는 결국 직접 수유하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 p.66)

유축해서 모유를 먹이는 일은 아주 계획적으로, 치밀한 계산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배고픈 줄 알고 유축팩을 꺼내 젖병에 담았는데, 사실은 별로 배가 안 고프다면? 그렇게 먹다 버리는 통에 유축해둔 모유가 다 떨어졌는데 그제야 배고프다고 울어제끼면? 오, 난감하다. 150밀리리터를 데웠는데 부족해서 울면 대체 얼마를 더 데워줘야 하는 것인가? 먹다 남은 모유가 아까운데 다시 먹여도 안전한 시간 안에 녀석이 다시 배고파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 p.73)

무알콜 맥주에 대한 사랑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아기 엄마들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아이를 낳고 100일 무렵이 된 엄마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무알코올 맥주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음주수유'를 했다며 농담을 하는가 하면, 다양한 무알코올 맥주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가 입맛에 맞는다는 이야기도 늘어놓았다.
(/ p.86)

3장 엄마도 사람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였다. 아이를 돌보는 나의 수고로움에 대 해 인정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 p.101)

엄마가 된 후 가장 큰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여자로서의 자신을 잃어가는 일이다. 피부며 몸매며 외모가 엉망이 되는 것도 서럽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스스로를 가꿔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은 서글프다. 계절이 바뀌면 새 옷을 사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손발톱에 네일 케어를 받으며 기분 전환을 하는 일은 아예 불가능해졌다. 선배 엄마들은 "아이들이 좀더 크고 나면 다 가능하니 힘내라"고 위로하지만, 언제 그날이 올까 싶다.
(/ p.114)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엄마들의 몰지각한 민폐 행동일까, 엄마들을 민폐스러운 존재로 낙인찍는 사회의 시선일까. 자신에게 당장의 작은 불편과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더욱 고생스러운 오늘을 살고 있는 타인을 조금도 배려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옹졸함에 가끔 화가 치민다.
(/ p.124)

4장 아이 키우기는 돈, 돈, 돈

국민 장난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남들과 비교하는 엄마들의 심리와 조급함 때문이 아닐까. 우리 아이가 뒤처질까봐, 남들 해보는 경험을 못 해볼까봐 전전긍긍인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 우열을 가려가며 자신의 행복을 판단하는 심리가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있음에도, 내 아이에게도 똑 같은 방법을 고수하면서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 p.138)

사람의 창의성은 할 일이 없어 심심할 때 가장 많이 발현된다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심심할 틈이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완벽한 상품으로 척척 만들어 팔아주는 어른들 덕분이다.
(/ p.147)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세 살짜리 아이의 전집 하나 고르는 데도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앞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문제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어야 할까. 매 고비마다 시류에 따라, 유행에 따라, 입소문에 따라.... 엄마가 흔들릴 일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래저래 휩쓸리며 선택하고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엄마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아이 역시 늘 휘청거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스럽지만 결국 답은 하나다. 어떤 난제가 들이닥쳐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갈 길을 가는 '멘탈갑' 엄마로 거듭나는 거다.
(/ p.156)

많은 엄마들이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라는 은근한 걱정과 공포를 갖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우리 아이, 놀려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담긴 엄마들의 글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엄마들은 지금 몇 개월짜리 아이가 학습지, 학원, 과외 등 몇 가지 사교육을 하고 있는 중에 이 정도면 뒤처지지 않게 아이를 잘 '돌리고' 있는지를 묻는다.
(/ p.161)

5장 엄마는 일하고 싶다

아이 키우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한 친구가 말했다.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엄마 아빠는 일터에, 노인은 요양병원에만 있냐. 가족이 매일같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게 정상 인 이 나라가 대체 정상인 거 맞냐." 그러게, 임신 사실을 안 순간부터 태아 상태로 어린이집 대기 신청부터 해야 한다는 조언을 주고받는 이 나라를 정상으로 볼 수 있을까
(/ p.180)

한국사회에서는 엄마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육도, 먹을거리도, 아이들의 안전도.... 안심하고 사회를 믿고 기댈 수가 없다. 늘 감시하고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버젓이 있는 육아 휴직 제도를 포기하고 아이를 사회에,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는 사회의 시선은 가혹하다.
(/ p.185)

엄마들은 퇴사 여부를 결정하는 월급의 기준이 "월 300"이라는데 공감한다. 집에서 같이 사는 입주 이모님을 고용하는 데는 조선족 의 경우 최소 150만 원, 한국인이라면 200만 원 이상의 인건비가 들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열심히 일해 이모님 월급 주고 난 후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기 십상이다. 지난 30년 세월의 노력과 열정이 월급 액수에 따라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 허무하지만 현실이란 게 그렇다.
(/ p.200)

6장 아이는 자란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훈육을 하려 해도, 때로는 뒤돌아 곧바로 후회가 될 정도로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스트레스나 육체적 피로로 힘들 때는 나도 모르게 나쁜 감정이 실린 상태로 야단을 치는 경우가 생긴다. 한번은 크게 야단을 맞은 아이가 몇 시간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 무서웠어요"라고 말하는데,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잖아도 둘째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체력이 한계에 다다라 신경질적으로 훈육을 했다 싶던 차였기 때문이다.
(/ p.223)

한번은 블록 쌓기에 한참 집중하고 있기에 물어봤다.
"뭐 만들고 있어"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참 뭉클했다.
"응. 우주 만들어. 내가 엄마(한테) 우주 만들어줄게."
함께 읽었던 책 속의 우주, 함께 보았던 만화 영화 속의 우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해주었던 그 우주였다.
(/ p.230)

당사자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자기는 모르는 타인에게 성장과정을 생중계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까. 언젠가 아이가 자라 "왜 나한테 묻지도 않고 사진을 올렸어" "그 사진은 마음에 안 드니 삭제해줘"라고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 p.240)

7장 인터넷 육아 시대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검색창을 두드리면 희한하게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엄마의 글 한두 사례는 꼭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 친절하게 남긴 댓글은 내게 절실하고 소중한 정보가 되곤 했다. 설사 그것이 전문가의 똑 부러지는 답변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을 나만 겪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이미 같은 일을 경험한' 누군가의 한 마디는 그렇게 큰 힘이 된다.
(/ p.247)

유아용품을 사고팔다 보면 많은 엄마 아빠들을 만난다. 지폐 몇 장과 중고 물건을 주고받기 위해 만나면 꽤나 어색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쩐지 서로 얼굴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짠하다. 모두들 내 아이 한 번 잘 키워보겠다고, 한푼 두푼 더 아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열의에 가득 찬 모습이다. 간혹 '비 매너' 진상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 p.256)

저출산 시대에 아이 한둘이 전부인 요즘 엄마들에게 백일상 차리기는 일종의 '모성 실험대'와도 같다. 아이와 관련한 의례들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니겠지만 백일상은 그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위해 이만한 열성을 보일 수 있다, 내 아이가 남들 다 하는 것을 누리게 하고 싶다.... 백일상에는 이러한 엄마들의 욕망 이 깊게 투영된다.
(/ p.277)

8장 헬조선 헬육아

요즘 들어 남편은 이민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기왕이면 하와이로 가자고 한다.
"우리 애들이 학원에 가는 대신 그 시간에 바다에서 서핑하고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해봐."
그의 말에 절대 반박할 수가 없다. 엄마가 된 이후로는 항상 내 아이들의 미래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데, 이곳에서는 미래는커녕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것 같아서다. 물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며,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한국이 싫어서', 한국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 p.294)

북유럽 사회는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은 정규직 지위를 갖고도 주2일, 주3일 정도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있다. 현지 여성들은 "주변에서 아이를 낳은 후 일을 완전히 그만뒀다는 여성을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곳으로 이주해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한국인 여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한국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일상에 녹아 있으니, 부럽고 억울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 p.299)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사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 늘 갖고 놀던 평범한 장난감이나 일상생활 도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신나게 놀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 갑작스럽고 단발적이며 자극적인 이벤트 후에는 공허함도 함께 밀려온다. 오히려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우리 부모들이 아이의 적막하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 p.308)

딸아이를 보자 걱정 스러운 마음이 피어오른다. 성별을 떠나 열심히 살라고 격려해줬다가, 어느 날 여성이라는 이름의 벽에 맞닥뜨리게 될 때 느낄 당혹감과 배신감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주어야 할까? 여자이기 때문에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행복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세상의 셈법을 알려줘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p.315)

그런데 조금, 아니 많이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을 그렇게 궁지에 몰아넣고 "버틸래? 낙오될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무자비함에 대해서 말이다. 왜 우리 사회는 두 가지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일까. 엄마가 일을 계속 하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아이도 내 손으로 따뜻이 충분히 보살필 수 있는 사회는 왜 불가능한 것일까.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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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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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20대에 경향신문사에 입사했다. 정치부 및 사회부 기자로 종횡무진하며 대한민국의 갖가지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마치 자신의 고민인 양 떠안고 살았다. 30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일상 속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무겁게 마주하고 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석사 논문 "인터넷 뉴스 플랫폼에 따른 뉴스 공신력 평가에 관한 연구"를, 둘째 아이 임신 중에는 단행본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습니다]를 집필했다. 주변에선 다들 "공부로 태교하느냐"며 경악했다. 언제까지고 당당한 워킹맘이기를 바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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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린 책으로 《아무도 지지 않았어》, 《까칠한 아이》, 《데굴데굴 콩콩콩》,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먹고 보니 과학이네?》, 《어느 외계인의 인류학 보고서》 등이 있으며, 쓰고 그린 책으로 《솔직함의 적정선》, 《그리고 먹고살려고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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