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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시종의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 이슬람을 품안에 넣겠다고 애쓰는 기독교 선교 이야기가 아닌, 어떻게 하면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지가 봉합되어 과거를 용서하고 회복 할 수 있는가 몸부림치는 소통의 문학이다. 저자는 입체적인 설명과 인상적인 구성으로 플롯의 개연성을 확보해 전체 주제와 일치시켜 흡입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혹 또 한 번의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종교로부터 촉발된 전쟁일 것이라고들 한다. 한편에서는 종교 간 화합을 외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갈등의 정점에 기독교와 이슬람이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 이슬람과 기독교는 정말 화합하기 어려운 것일까? 혹 이것은 다른 쪽에 대한 무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두 종교 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이번에는 종교 간 화합의 방법에 관해 말하고 싶다. 작가는 글을 통해 언어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일까? 소수언어를 살릴 방법에 관해서도 말하고 싶다.
등단 50년, 아직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 백시종이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를 선보인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강력한 햇빛처럼 양보 없이 버티던 두 종교, 사막 달빛 음악회로..... 만나다.
혹 또 한 번의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종교로부터 촉발된 전쟁일 것이라고들 한다. 한편에서는 종교 간 화합을 외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갈등의 정점에 기독교와 이슬람이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 이슬람과 기독교는 정말 화합하기 어려운 것일까? 혹 이것은 다른 쪽에 대한 무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두 종교 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이번에는 종교 간 화합의 방법에 관해 말하고 싶다. 작가는 글을 통해 언어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일까? 소수언어를 살릴 방법에 관해서도 말하고 싶다.
등단 50년, 아직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 백시종이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를 선보인다.
백시종의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는 이슬람을 품 안에 넣겠다고 애쓰는 기독교 선교 이야기가 아닌, 어떻게 하면 한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지가 봉합되어 과거를 용서하고 회복할 수 있는가 몸부림치는 소통의 문학이다. 화합에는 먼저 용서가 필요하다. 용서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노신애와 고갑숙, 두 주인공의 용서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용서와 그 용서로 인해 생긴 주인공들의 연대 의식은 노신애의 바이올린과 고갑숙 딸의 바이올린을 통해 종교간 화합을 이루는 음악회를 잉태한다. 음악은 훌륭한 도구다.
백시종 작가는 지난 50년간 폭넓은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초기 소설은 분단으로 인한 민중들의 삶의 현장을 파고들어 그 끈질긴 생명력을 부활시키고자 했다. 또한 그는 「망망대해」 등을 통해 한국 해양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작가이기도 하다. 이후 재벌의 부당한 면들을 고발하는 고발문학으로 『돈황제』 『팽』 등 일련의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환경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장편 『물』 등의 작품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여러 주제를 넘나드는 집필 중에도 그가 올곧게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서사’의 중요성이다. 장편소설 『오옴하르 음악회』는 등단 50년을 결산하는 작가의 ‘서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히잡과 차도르와 터번으로 전신을 가리고, 끄떡하면 메카 쪽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우리나라 판소리 같은 코란을 느릿느릿 읽는 고답적인 음률을 귀 따갑게 들으며, 정말 경이에 찬 눈으로 그들의 독특한 삶을 기웃거렸던 터다.
물론 그때까지도 나는 모슬렘은 상종할 수 없는, 아니, 상종해서는 안 되는 집단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오늘 나에게 자아의 눈을 뜨게 한 절대적인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이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중략)……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식으로, 은근히 그들을 무시했다.
그러다가 무함마드가 동굴 속에서 계시를 받아 새로운 신력神力을 얻었던 6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라비아 반도 전체가 하나님을 믿었던 기독교 세계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왜 기독교 신자였던 무함마드가 이슬람 창시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중략)……
나는 이번 기회에 마치 성능 좋은 커다란 믹서에 사과며, 바나나며, 딸기며, 브로콜리 따위를 조각내어 쓸어 넣듯, 내가 갖고 있었던, 사막의 낭만, 이른바, 기둥선인장도, 종려나무도, 카사블랑카도, 그리고 내 의식 속의 기독교 정신, 이슬람에 대한 관심, 우려 등등을 욕심껏 집어넣고 버튼을 누르는 일에 오래오래 집착했다.

김인호(문학평론가)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인물의 긍정적 힘이 강력하게 다가왔고, 우리 문학에도 이런 소설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자기 운명을 한탄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가는 방식은 우리에게 있어서 새로운 모범이 될 것이다. 거기에 소소민족(느굼바이)의 언어를 지키려는 발상이 다양성을 옹호하며, 차이를 긍정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에서도 높이 칭송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사막에서 모슬렘과 크리스천이 화해하는 대목은 세계문학사적으로도 드문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말
-서장
-1부
-2부
-3부
-4부
-해설

P.24 : 어느 날 모슬렘 남자가 항의한다.
“예수가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는지 그건 믿을 수 없지만, 나를 아니,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린 젊은이들은 여럿 봤소. 그게 누구냐 하면 폭탄을 배에 감고 적진에 들어가 자폭했던 이름 없는 전사가 바로 그 사람들이요. 그래 우리를 위해 못 박힌 예수와, 나와 내 조국과 알라를 위해 폭탄에 찢겨 죽은 젊은이들과 뭐가 그리 다르단 말요? 그렇다면 우리네 젊은 전사들도 당연히 예수 같은 신이 되어야겠네? 안 그렇소?”

P.102 : 이슬람 국가에서는 철저하게 종교적인 자유가 없어. 만일 침략자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원주민들의 언어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오늘날 이슬람 세력이 저토록 강세를 보이지 못했을 거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복음을 전하는 사명과 함께 사멸 위기에 놓은 소수 언어들이 더 이상 낭떠러지로 몰리지 않게 미리 예방하는 사명도 주셨다고 나는 믿어. 그래서 설사 런던에서 승인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기어코 느굼바이말은 살려내고 말겠어.

P.103 : 그러나 졸리카와 노신애는 추구하는 바가 같지 않다. 노신애가 하나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느굼바이어 성서 번역 운동을 벌인다면, 졸리카는 느굼바이어가 소멸의 길을 걷지 않게 모종의 조처를 취해 주기 때문에 기꺼이 예수님을 맞이한다는 식이다.

P.360 : “아주 위험하고 위태한 발언이라고 말할 거예요. 교리상, 이슬람은 우리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흔드는 일종의 사탄의 유혹 같은 것이니까요.”
“그게 바로 신앙의 불균형이고, 신앙의 타락이라는 거야.”

P.363 : “적잖은 운영자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거 아냐? 내가 그것을 감당할 용의가 있어. 다만 일방적으로 모슬렘과 배타적으로 싸우는 반이슬람 선교센터라면 지원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이웃을 사랑하고, 아울러 원수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절대자의 뜻을 받들어 교단도 넘고, 종파도 넘고, 마침내 천년 운수인 이슬람도 아우르는…… 그런 획기적인 선교센터가 된다면…… 나는 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구.”

P.378 : 그 무리에 알제리에서 특별 초대된 미국 침례교 선교사 마이클 벤튼 목사도 있었고, 더운 날씨인데도 수단 차림을 한 차드에서 할동 중인 가톨릭 신부들도 대여섯 명씩이나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이미 붉은 카펫은 거의 다 차서 더 이상 들어가 앉을 좌석이 없었다. 잘못 번역된 해석판 카발레 성서 문제로 제임스 올드먼과 오랜 싸움을 벌이다가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 이슬람 최고지도자급 인사들이며, 아베세 시장을 비롯한 고급공무원들, 그리고 차드 전역에서 외롭게 사역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파리 엠마오 소속 개신교 선교사들이 검은색 승용차로, 혹은 고물 중형차로 미끄러지듯 도착하여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강력한 햇빛이 석양으로, 어스름으로 서서히 소멸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 둘 무대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아니, 달이 뜨고 있었다. 어쩌면 무대 조명보다 더 밝은 빛이었다. 되쏜다기보다 빨아들여 머금은 듯한 오묘한 빛의 달이 커다란 징처럼 사막 하늘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