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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김의 미학 : 한국적 지혜와 미학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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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16년 09월 08일
  • 쪽수 : 392
  • ISBN : 978897275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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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의 뿌리 깊은 전통 '남김의 미학'

지난 35년여 간 문학 현장의 한가운데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비평가 이남호의 에세이집 『남김의 미학』. 저자 이남호는 1980년 등단한 이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안팎의 세계를 탐구하며 한국 비평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 책은 저자가 총 17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에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더해 출간하나 것으로, 잊혀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의 뿌리인 남김의 미학을 우리의 전통과 문학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 보았다.

책에는 '남김의 미학’의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주는 시조창으로부터 시작하여 문학, 삶의 터전을 이루는 주거, 그리고 시대의 거울로서 삶을 풍요롭게 해온 전통예술 등에 관한, 한국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화 등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문화는 다하는 것보다 남김에, 완전한 것보다는 모자라는 것에 익숙했음을 일깨운다. 즉, 완벽이나 완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며, 현 세대에게 참다운 깨달음이란 버림과 비움을 통해서만 완성된다는 지혜를 전한다.

출판사 서평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 ‘남김의 미학’ 속에 담긴
소중한 지혜와 가치를 전통과 문학 속에서 재발견하는 과정!


지난 35년여 간 문학 현장의 한가운데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비평가 이남호의 에세이집 『남김의 미학』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1980년 등단한 이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안팎의 세계를 탐구하며 한국 비평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가 2012년 6월호부터 2013년 12월호까지, 총 17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절찬 연재되었던 글에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더해 출간한 이 책은 이제 좀더 근원적인 우리의 삶에 관한 탐구에 시선을 맞추게 된 필자가 잊혀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의 뿌리인 남김의 미학을 우리의 전통과 문학을 통해 깊이 있게 관조한 에세이집이다.

■ 이 책에 대하여

‘남김의 미학’의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주는 시조창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에세이는 문학, 삶의 터전을 이루는 주거(가구나 건축 등), 그리고 시대의 거울로서 삶을 풍요롭게 해온 전통예술 등에 관한, 한국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화 등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형식적 구속성이 약한 시조창, 해피엔딩에만 초점이 맞춰진 옛이야기,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쓰임이 완성되는 가구, 대충 그린 부분들이 많아 보이는 옛 그림, 자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채 사용하는 집과 정원, 무심과 장난기가 슬쩍 보이는 도자기, 삶과 시에서 남김을 실천하고자 했던 미당과 목월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우리 문화 전반의 대표적인 사례 속에서 보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삶과 문화는 다하는 것보다 남김에, 완전한 것보다는 모자라는 것에 익숙했다. 이를 통해 필자는 완벽이나 완전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며, 그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찰나에만 존재하고,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자 도달한 순간 다시 불완전해지는 지점임을 지적하며 철저함과 완전함, 효율성의 신화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현 세대에게 참다운 깨달음이란 버림과 비움을 통해서만 완성되며 가장 현명한 단순성이라는 우리의 심성은 오래된 지혜를 통해서만 얻게 되는 경지라는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작동시킬 수 있는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실제 첨단이라고 믿고 있는 그 스마트폰도 사실은 사용자가 설치하는 앱에 따라 완성되는 것이라는, 이 시대는 기실 최신의 전자기기와 정보가 넘쳐나는 완벽과 완전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아니라 실제 완성은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의 몫이라는 결론이다. ‘대충대충 함’ ‘다하지 않음’ 등 근대적 합리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정적 측면으로 인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남김의 미학’이 실제는 긍정적 정체성을 강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의 삶에 필요한 새로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길이며, 옛 문화가 아닌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선언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남김의 미학’이 새롭게 되살려 쓰면 좋을 ‘오래된 미래’의 하나가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히며 정리되는 이 책은 문학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잣대로 세상을 읽어가던 현장비평가의, 그 중심에서 한 발 멀어졌으나 더 넓게, 더 깊게 세상을 읽었다는 점에게 그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한국 여인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아름다운 보자기들을 만들었다. 특히 조각을 잇대어 만든 조각보는 한국적 미학과 지혜를 멋지게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답게 만든 보자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장의 온전한 천에 정성스레 수를 놓아서 예쁘게 장식한 보자기(자수 보자기)도 있지만, 조각보에는 장식성을 넘어서는 의의가 있다. 그 의의란, 쓰고 남은 천 조각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그것들을 재활용해서 탁월한 미학의 보자기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자수 보자기가 넉넉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라면, 조각보는 부족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다.
-pp. 250

쓸쓸하지만 지혜로운 포기는 시인에게 여유와 자존심을 갖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낮잠」이나 「저무는 황혼」에서의 잠은 단순한 도피나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삶에 대한 적극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남김의 미학은 삶에 깊이와 여유의 문을 열어준다. 미당의 시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p. 336

목월은 대중들에게 청록파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청록집』의 시들은 목월의 시세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청록집』 이후 목월은 나날의 실존적 삶에 시혼의 닻을 내리고 자신의 삶과 주변에 대해서 깊고 정직한 사유를 보여준다.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 또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나날의 삶 속에서 성실하게 탐구하였는데, 그 가운데는 ‘남김의 미학’이라 할 만한 사유를 보여주는 시가 여러 편 있다. 목월은 자신의 삶에서 남김을 실천하고자 했고 자신의 시에서 남김을 탐구했던 시인이다.
-pp. 338-339

젊은 시절의 나는 철저함에 집착했고 세상도 그것을 강요했다. 세상의 강요는 나날이 심해졌고, 그 철저함은 언제나 불만과 불안과 초조하는 긴 꼬리를 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미완과 모자람과 남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남김에 생각이 자주 머물렀는데, 그러다 보니 남김과 관련이 있는 문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눈을 뜨고 보니 우리 전통문화 속에 남김의 정신이 의외로 풍부했다. 남김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니 우리가 다소 무시하거나 경시했던 문화조차도 새롭게 빛나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나의 삶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는 듯이 보였다.
-368p

목차

앞말 : 한국 문화와 남김·7

시조와 시조창·21
동짓달 기나긴 밤을 | 시조의 형식 | 시조의 가창 방식

소설·37
흥보전 | 임꺽정 | 혼불

소설 _ 비교문학적 고찰·57
춘향전과 주신구라 | 문제의 발단과 해결의 논리적 구조 | 남김과 다함

한국의 집·75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 너에게 내가 맞추려는 마음 | 안과 밖의 소통 | 열림과 닫힘의 변증법

한국의 정원·115
자연을 그대로 둔 정원 | 선비의 마음이 된 자연 | 바람과 달과 물의 집

분청사기·135
방심과 어리숙함의 아름다움

조선시대 백자·155
고요와 절제 그리고 점잖음 | 조선적 아름다움의 발견

사랑방 가구·175
멋을 내지 않은 멋 | 미니멀리즘 가구의 본보기

혜원蕙園의 봄 그림·197
속에 대한 궁금증 | 다 알아도 말하기 어려운 것 | 감춰두고도 다 보여주는 방식

단원檀園의 산수화·217
안 그리고 보여주는 것 | 물과 하늘이 아닌 여백 | 여백의 동력

조각보·241
반근대적 실용과 만능 | 한국의 여인들이 업그레이드시킨 보자기 | 아낌과 정성 그리고 기다림

한국의 음식·259
먹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음식 | 안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 남겨서 다르게 먹는 방식 | 슬로푸드의 산실

조선 왕릉·277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왕릉 | 권위를 세우는 미학적 방식 | 177년 만에 왕릉이 된 무덤

서정주의 시·299
미당의 시적 직관 | 시론 | 구약 | 동천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풀리는 한강가에서 | 사십 | 낮잠 | 저무는 황혼

박목월의 시·337
목월의 남김의 탐구 | 평일시초 | 무제 | 상하 | 왼손 | 난

뒷말 : 어지간과 남김·372

책 끝에 부치는 말·384

사진 자료 출처·388

본문중에서

적당히 하고, 어지간히 하고, 완벽에 매달리지 않고, 다하지 않고, 남기는 것은, 지금까지 잘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 문화의 주요한 특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오랜 문화와 역사에는 다양한 가치와 미학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오늘날 우리가 특히 주목하고 온고이지신해야 할 것은 ‘남김의 미학’이 아닐까 한가. ‘남김의 미학’이 물론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미학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 매우 흥미롭게 실천되고 적극적으로 탐구된 미학이요 따라서 우리 전통문화의 대표적 미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닌가 한다.
-12p

동양의 고전에서 달빛 실은 빈 배의 모티브는 어떤 정신적 경지를 암시하는 비유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순히 무욕 無慾과 여유의 태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깨달음과 관련되어 있다. 달 혹은 달빛은 불교적 상상력 속에서 깨달음을 뜻하는데, 그 깨달음은 버림과 비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를 잡지 못해 배가 비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아름다운 달빛을 가득 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장자』에서 말하는 무욕과 무용 無用의 사상 혹은 ‘비움의 미학’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움의 미학’은 인간이 흉내 내기 어려운 종교적 차원의 미학으로 현실적으로 추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비하여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 보여주는 ‘남김의 미학’은 보다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pp. 25-26

시조창에서 마지막 구절을 노래하지 않고 남기는 것은, 한국 문화가 지닌 남김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가장 멋지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왜 남기는가? 굳이 설명하자면 그것은 다하지 않는 것, 모자라는 것, 부족한 것이 다하는 것, 충분하고 충족된 것보다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마지막까지 다하지 않았도 이미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에서 나머지를 남겨두고 그만두는 것이다. 시조창의 멋과 여유는 이 남김의 미학에서 그 절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pp. 34-34

한국의 건축이 자연을 닮고, 자연과 일치하거나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때 자연이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가 의문을 가지면 문제가 그리 단순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인정될 수 있는 지적이고 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적이다. 특히 자연에 인공적인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려는 또는 최소한의 변화만 가하려는 강한 지향을 보여준다는 점은 한국 건축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덤벙주초와 그랭이질은 그 주요한 사례가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보통 자신만을 고집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최소한 서로 똑같이 양보하여 원만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모자라거나 울퉁불퉁하거나 한 상대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존중하고 내가 거기에 섬세하게 맞추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라고 그랭이질은 우리에게 권한다. 상대를 그대로 남겨두고 내가 거기에 맞추어서 만든 인간관계는 한층 튼튼하고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pp. 92-94

분청사기는 예술이나 격格 같은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일상의 일부로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거기에는 당시 민중들의 투박한 삶과 정서와 에너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오늘날 우리가 상식적인 예술과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그러나 당시 도공들은 예술이나 격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파격의 추구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방심이요, 어리숙함의 발로였을 것이다. 달리 말해 예술적 완성이나 품격의 성취에 구애됨이 없이 무사태평한 마음으로 그릇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그릇에 예사롭지 않은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 매력과 아름다움은 참으로 건강하고 넉넉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분청사기의 투박한 멋은 한국적 미학 가운데에서도 특히 남김의 미학을 가장 대담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p. 153

격식에 맞는 가구 등으로 사랑방의 미학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주인의 감각이 더해져야 사랑방의 미학은 완성된다. 방에 있어야 할 것은 두고, 없어야 할 것은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이 사랑방의 격식인 셈인데, 이때 있어야 할 것들이 어떠한 수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있는가에 따라 그 방 주인의 품격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벽에는 어떤 서화가 걸려 있고, 문갑 위에는 어떤 수석이나 난초가 있으며, 사방탁자에 어떤 도자기가 놓여 있어 방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가 등등이 모두 주인의 인품과 미학적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즉 사랑방의 정갈하고 우아한 멋은 곧 주인의 멋이 되는 것이다.
-pp. 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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