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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 공(부로)자(립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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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돈 없이도 당당한 청년백수들의 리얼 자립 노하우

청년백수 100만의 시대에 백수가 어떻게 취업을 했는지, 어떤 재테크로 백수 탈출을 했는지, 아니면 백수들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한지를 다룬 책이 아닌 청년백수가 어떻게 자립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그 과정에서 온갖 고난을 겪는 이야기를 담은 (아마도) 유일한 책. 감이당의 백수 대상 프로그램 [나는 백수다-공(부로)자(립하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청년백수들의 자립기를 담았다. 이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공부를 하고, 빚을 갚고, 여행을 하고, 저축도 하기 위해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공동주거를 하며 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한편, 탐독, 낭송, 글쓰기, 토론의 과정을 통과하며 위풍당당한 청년백수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비전을 탐구한다.

출판사 서평

지은이의 말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중년백수, 노년백수들도 넘쳐난다. 태반이 백수로 살아가는 시대.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그럼 이제 태도를 좀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일상적 삶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하려는 태도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백수가 되는 것이 우리 삶의 일반적 조건이 되었으니까. 이 조건에 맞게 삶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다양한 백수-라이프들이 발명되는 것, 이렇게 해서 백수라는 개념을 취업이라는 식상한 계열로부터 떼어내는 것, 뭐든지 활용해서 자기 삶에 맞는 방식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존재로 백수를 재정의하는 것?가 필요한 상황, 이 또한 우리의 현주소가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다. 백수들은 왜 이런 작업에 매달리지 않을까? 자기 삶을 정당화하기 위한 길 찾기들이 왜 도처에서 일어나지 않는 걸까? 백만이나 된다는 백수들은 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걸까? 다시 기존의 체제에 목을 매고, 받아 달라고 하소연 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이런 현실에 질문하고 싶었다. '대체 무엇이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가'라고. 우리가 잃어버린 건 경제적 안정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이다.
(/ 머리말 중에서)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 공(부로)자(립하기) 프로젝트]
대표 저자 류시성, 송혜경 인터뷰

1. 책 제목이 [청년 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이고 부제가 '공(부로)자(립하기) 프로젝트'입니다. 흔히들 자립이라고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후 독립적인 경제 주체가 되는 것을 떠올릴 텐데요. '공부로 자립하기'라는 것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공자 프로젝트'가 어떤 것인지 먼저 독자분들께 설명 부탁드립니다.


류시성(이하 '류') : 그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게 자립일까?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직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한다고 하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잖아요. 우리가 보통 경제적으로 독립한다고 하면 집이 있어야 하고, 그걸 유지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고.... 그런데 왜 그런 것들이 전제되어야만 자립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저희가 감이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나는 백수다-공(부로)자(립하기) 프로젝트(이하 '백수다')]라는 프로그램도 다양한 자립의 방식이 있을 텐데 왜 우리는 통념적으로 위와 같은 것만을 자립이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고요.
저희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것만을 자립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가난하든 돈이 많든 그것을 자기 삶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것을 자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백수들도 자기의 작은 경제 규모 안에서 자기 삶을 위한 활동들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자립이라고 봤고, 그 능력을 키워 가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백수다]에서 하고 있는 공부는 텍스트를 읽는 공부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일부에 국한된 것이고요, 넓은 차원에서는 내가 스스로 돈을 버는 것, 부모님께 얹혀살지 않고 주거 자립을 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섞여 사는 것, 그러면서도 자기 공부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전체를 공부의 영역이라고 보는데요. 이거야말로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자립이 아닐까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도 돈을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면 자립적인 인간이라고 보이지가 않죠. 그런 의미에서 '공부로 자립하기'라는 것은 텍스트를 통해서, 공부를 통해서 자립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자립하는 과정 전체가 우리들에게는 공부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송혜경(이하 '송') : 저희 말고도 자립을 도모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요. 그분들의 방식은 협동조합이나 같이 모여 살거나 하는 방식의 자립이었는데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거꾸로 왜 우리는 공부로 자립하려고 하는가라는 것을 되묻게 됐던 것 같아요. 저희에게 있어서 공부를 하고 살겠다는 것은 자기의 생각이나 자기의 삶, 자기의 행동이나 불안들을 직면하면서 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들끼리는 시쳇말로 '우리 꼬라지를 좀 알자'라고 하는데, 자기를 직면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존재가 자립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기 '꼬라지'를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서 저희는 이 과정을 중요하게 봤어요. 자기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하면 정말 세계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고, 운명이라는 건 뭔지, 삶이라는 건 뭔지... 그런 것까지도 공부하게 되거든요. 그런 것이 근본적으로 공부로 자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 1부의 들어가는 글에서 '백수'를 "낡은 생각을 지우는(白) 일을 스스로(手)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정의하셨는데요, 기존의 백수의 의미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해주세요.

송 : 이 말을 저희가 선물로 받은 것 같아요. 저희가 공자의 고향인 취푸로 여행을 갔을 때 톰이라고 하는 중국 청년을 만났었거든요(4부 백수의 여행 참고). 그 청년한테 저희를 소개를 하면서 한자로 백수라고 쓴 걸 보여 주면서 '우리는 백수다' 이렇게 했더니 그 친구가 글자를 보면서 이거 되게 좋은 뜻이라고, 뭐든지 맨 처음 최초로 시도한 사람한테 백수라고 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백수라는 말을 '루저'라는 식으로 쓰고 있었는데, 본토인 중국에 갔더니 오히려 되게 긍정적이고 좋은 의미로 쓰이는 걸 보면서, '백수'라는 표준적인 정의가 무너지는 경험을 그때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르게 쓸 수 있다면 우리도 좀 다르게 정의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자전을 한번 찾아봤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의미들이 한 글자 한 글자에 있더라구요. 그때 저희가 생각했던 백수는 어떤 활동에 국한된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소속된 그런 존재도 아니고, 그래서 오히려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적응하고 또 바뀌어 나갈 수 있는 존재였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낡은 생각이나 통념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벗어나고 자유로워져야 하구요. 그게 정말 백수라고 하는 이미지랑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낡은 생각을 지우는[白] 일을 스스로[手]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류 : 제가 백수들하고 공부하면서 제일 많이 느꼈던 것은, 우리 시대가 백수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 취업을 했느냐, 안 했느냐거든요. 그리고 취업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라고 하는 그 통념 속에서 백수가 만들어지는 상황인데요. 이런 식으로 자기를, 정상성의 부정의 형태로 두는 것을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가 사실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백수'의 정의를 새롭게 하지 않고서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겠구나, 우리는 취업이라든가 사람들이 기존의 좋은 삶이라고 하는 것들을 다시 질문하는 존재들인데, 그 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취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백수라는 말을 받아서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한 거죠. 그럼 어떻게 우리 스스로를 재정의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저희에게 중요한 공부이기도 했어요.

3. 한때 "청년 실업률 0십만" 운운하던 통계도 이제는 특별히 거론되지 않을 만큼 청년백수는 이제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만, 대개의 청년백수들은 도서관이나 집에서 혼자 조용히 취업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취업활동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백수들이 이처럼 무리를 지어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책을 읽어 보면 청년백수(이하 '청백')들이 [백수다-공자 프로젝트]에 아주 자연스럽게 모인 것도 신기하지만, 함께 공부를 한다든가 여행을 가는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루아침에 같이 살고(공동주거), 서로 재정 상태를 공유하는 것들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규칙'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송 : 일단은 저희(튜터)가 뭘 정해서 그 실험대로 같이 가자는 식으로 무조건 진행시켰던 것은 아니고요, 기본적으로 어떤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것 같아요. 나를 좀 바꾸고 싶다, 아니면 나의 상태를 제대로 보면서 살고 싶다, 라고 하는 청년들이 모인 거죠. 이런 커리큘럼으로 학기를 진행하고 마치면 여행을 가자는 것과 같은 저희가 처음에 세팅해 놓은 대강의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청년백수 친구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거거든요.
[나는 백수다]는 2014년에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그때는 저희 튜터들이 청년백수들 보고 적극적으로 나와서 살라고 하거나 같이 가계부를 공개하자거나 하지 않고 정해진 요일에 같이 책 보고 토론하고 집으로 갔다가 오는 식이었는데요. 일 년 내내 글을 써오고 같이 공부를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 공부를 마치고 갔던 경우가 대다수였어요. 저희도 원인이 뭘까를 질문하면서 2015년 1월에 여행을 떠났는데요. 가서 보니까 너무나 어린 친구들이 자기 삶을 책임지면서, 자신을 길에 던지면서 여행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생각해 보니까 저희랑 2014년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결코 어리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그걸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5년 [백수다]의 새로운 청년백수들을 모집할 때는 상담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무조건 경제적 자립을 해서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끊는다. 그리고 길 위로 나와서 공동주거를 한다라는 약속을 받고 거기에 동의하는 친구들이랑 다시 시작을 한 거죠. 그런데 중간에 자기 재정 상태를 관리 못하는 친구들이 나타났고, 저희가 '푸닥거리'라고 하는 서로 불편한 부분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을 때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것이 서로 가계부를 써서 한번 공개를 해보고, 서로 어떤 동선으로 살고 있는지를 공유해 보자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것이 굉장히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까지도 하고 있고요. 가계부 공개처럼 같이 활동을 하면서 자립이라고 하는 큰 방향성 안에서 여러 실험들을 만들어 낸 것은 결국 백수들입니다. 물론 실패한 것도 있지만요.

류 : 좀 다른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우리는 대개 다 집에 살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길 위에 사는 청년백수들이 많아요. 여기에 찾아온 우리 찾아온 친구들도 대부분 자기가 고시원 살거나 친구 집에 얹혀살거나 하는, 집에 있는 친구들보다 그런 친구들이 오히려 굉장히 많았어요. 벌써 그러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건 비단 우리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일본에서는 게임방에 살면서 숙식을 해결하는 청년들이 있거든요. 거기 샤워장도 있고 수면실도 있어요. 아침에는 회사를 나가고 저녁에는 게임방으로 돌아와서 게임을 하면서 사는 거예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모여서 살 생각은 안 하거든요. 우리도 이런 부류의 청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안 할까, 라는 내용으로 공고를 냈을 때 여기에 동의한 친구들이 [백수다]에 많이 왔어요. 그 친구들이 여기 와서 하나같이 했던 말이 '이전과는 좀 다르게 살고 싶다'예요. 그래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걸 하자, 그러니까 우리가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런 스텝을 거쳐야 한다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동의가 되었던 거죠. 물론 그게 다 되지는 않았구요. 사실 저희 안에서 그것을 못 참아서 나간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남아 있는 친구들도 언제 나갈진 모르고요.
저희가 백수 친구들에게 제일 많이 얘기하는 건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자립하고자 했던 그 마음을 잊지 말라는 거예요. 그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하는 활동들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한번은 한 백수의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넌 취업 안 할 생각이니? 하시니까 그 친구가 "여기 취업했잖아. 여기 야근도 해" 그러더라구요. 여기서는 연구실에 보통 8시에 나와서 밤 10시에 들어가거든요. 웬만한 직장보다도 더 강도가 있죠. 그런데도 자발성이나 자율성을 가지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버텨내고 규칙들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거죠. 그런 형태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4. 많은 독자들이 '백수'라고 하면 어떻게 먹고사나, 하는 걱정을 제일 많이들 하고 궁금해하는데요. 정말 백수인데 어떻게들 먹고사시나요? 백수로 사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류 : 제 경험을 얘기를 하자면, 저는 사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번도 취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이력서를 내 본 적도 없구요. 사실 제가 여기 공간에서 공부하면서 먹고살았던 노하우를 백수들한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 때의 마음이었어요. 되게 간단해요. 정해진 시간, 자기가 정한 시간에 나오면 돼요. 저도 연구실에 처음 왔을 때 그냥 공부하러 오는 애가 아침 9시만 되면 와 가지고 책상 앞에 앉아서 그냥 자기 공부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쟤 뭐냐, 쟤를 어떻게 해야 된다, 저렇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래서 활동을 시켜요. 그래서 제가 처음에는 공부방에 애들을 가르치러 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거기서 공부한 걸 가지고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고..., 이게 진짜 제가 처음 먹고살게 된 일이거든요. 제가 여기 백수들한테도 늘 얘기하는 게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그 시간에 그냥 그 자리에 와서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뭔가 활동을 할 때 제일 먼저 그 사람을 딱 떠올린다는 거예요. 이건 되게 물리적인 세계다. 물리를 장악해야 된다.
다음에는 매일매일 그 공간을 청소하는 것. 공부하면서 자립해서 먹고산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책에도 썼지만 기본기다. 시간 맞춰서 와서 자기 일을 하고 그 다음에 또 자기 활동들 하고. 이런 것들 속에서 다양한 활동들하고 엮이면서 거기서 먹고살게 됐던 게 제가 백수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이고, 이것을 청년백수 친구들한테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어요.
지금 [백수다]의 청년백수 친구들은 공동주거 비용도 있고, 학비를 스스로 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경제활동을 해야 해요. 그래서 자기에게 필요한 돈만큼만 벌 수 있는 경제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기서 공부하고 연구실 활동하는 데 쓰죠. 그러니까 백수라고 해서 일을 안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벌어서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사람인 거죠. 저희 나름의 백수의 경제학이 있달까요. 저희 공부의 최종 목표는 공부한 걸 가지고 세상과 만나며 사는 건데, 아직은 그런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 그 능력을 조금씩 키워 가는 거죠. 실제로 아르바이트로만 먹고 살았던 친구들이 옛날의 저처럼 지금은 꼬마 애들을 가르치면서 3일 했던 알바를 2일만 하고... 그런 식으로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한 달에 얼마를 쓰면서 생활을 할까가 좀 궁금하실 텐데, 보통 주거비용으로 20만원, 밥값은 한 15만원 정도 들어요. 그리고 책을 사보거나 강좌를 듣는 데 15~20만원. 그러니까 보통 60만원 정도면 이 공간에서 한 달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백수들이 연말에 여행을 가기 때문에 한달에 20만원 정도씩을 모아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한 80만원 정도를 벌면서 살아요. 그리고 또, (송 : 저축도 합니다.) 거기서 또 저축을 해요.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5만원씩 떼어서 저축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계부 장부에 식비가 많은 사람일수록 댓글이 달리는 거죠. 네가 이 경제 규모에 이렇게 허랑방탕하게 살아도 되냐, 이건 아니다, 이런 것들을 계속 찔러주는 역할로서 저희들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5. 사회적인 시선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청백들을 보면, 공부를 한다지만 자격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거도 불명확(?)하고, 수입도 변변찮은데 활기차 보이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n포세대니 뭐니 하는 자조감 같은 것도 없구요. 궁금합니다. '백수라도' 행복한 건가요, '백수라서' 행복한 건가요?

송 : 네, 저는 백수니까 행복한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 것을 하고, 자기 길을 가려고 할 때 그 안에서 어떤 생명력이 샘솟고 활기나 자존감이 만들어지는 지는 건데, 우리 시대 대부분의 청년들은 포장된 도로, 남들이 다 걷는 길에서 벗어날 때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스님이 말씀하셨듯이, 지구에는 포장된 길보다 비포장도로가 훨씬 더 많거든요. 우리 [백수다] 친구들은 비포장된 도로 안에서, 그 길 안에서 자기 길을 만들려고 하는 거고 거기서 자기 일을 찾고, 관계를 만들고 이런 것들을 하는 거라서, 거기에서 오는 당당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기준이 좁은데 있지 않고 오히려 기준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그런 데서 활기가 오는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확실히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좀 있죠.

류 : 저는 약간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여기 있는 백수들이 여기에서 행복하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동시에 불행하다는 얘기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게 참 우리 청년백수들의 훌륭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살면서 행불행에 계속 끄달려서 사는 것이 우리가 정말 잘 사는 걸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해보거든요. 행복하지 않아도 살 수 있어야 되고 불행해도 살 수 있어야 되는 게 사실은 자기를 가장 고귀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그게 저는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삶이 행복하냐 불행하냐 이 틀 위에서 이 중에 뭘 선택하는 게 아니고 이것이 어떤 것이든 당당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그렇기 때문에 행불행도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만들어 내는 것이 백수라고 할까요. 행/불행이라는 말을 우리 스스로도 한 번도 쓰지 않았단 것은 그걸로는 더 이상 우리가 사는 삶을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을 백수들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행복하다고 하면 결국 불행한 것을 같이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것으로부터 약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여기에 조금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 '백수다' 탄생기(류시성)
청년백수 13인의 프로필

1부 백수의 존재론
작은 일상이 백수의 공부(문선재)
잘 살아보세!(백소현)
언제나 배우는 자(최원미)
솔직하게 살고 싶다(강진미)

2부 백수의 공부
공부 초짜의 수난기(고주혜)
들꿩으로 살아남기(우보름)
실험의 장, 활동(서희정)
텍스트 너머로 길을 나서다(김한라)

3부 백수의 경제학
경제적 자립을 위한 한 발(형나영)
백수들에게 집이란(황범성)
공 TWO 이야기 : 공동주거 프로젝트(김기랑)
나의 주식빚 상환기 : special thanks to 가계부(이병선)
감이당과 백수, 인간 연대 실험보고서(김진철)

4부 백수의 여행
길 위에서 야생적 백수로 거듭나기(송혜경)
배짱과 끈기의 1년, 길 위에 서다(김기랑)
여행이 끝나고(김진철)

에필로그 : 청년백수-공자 프로젝트 : 하나의 길, 하나의 가능성(송혜경)

본문중에서

'청년백수들을 길 위로!' 집으로부터 뛰쳐나와 길로 나앉게 해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과 다르게 만나는 방법을 배우자. 그만 투덜거리고 주거?경제 활동?공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동안 해야 하는 이것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조율할 수 있도록 만들자. 아직 서툴러서 의존하고 배워야 할 부분은 당당히 의존하고, 자립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든 자립적인 형태를 만들자. 이렇게 생각이 뻗어 나가자 역설적으로 길 위가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자기 생명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곳, 그곳은 편안한 집이 아니라 길 위이니까.
('프롤로그 : '백수다' 탄생기 중에서)

왜 우리는 함께 살려고 했단 말인가? 정말로 돈이 없어서 같이 살 수밖에 없었던 걸까? 분명, 함께였기에 혼자였다면 살지 못할 그런 공간에서 살았다. 또한, 모든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쓸데없는 낭비를 줄여 돈도 아끼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경제적인 부분이 문제였다면 굳이 같이 살 필요는 없었다. 각자의 형편에 맞춰 동네 고시원에서 지내도 됐으니까. 백수들이 함께 사는 이유는 단지 비용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실험을 감행하는 것이기도 했다. 바로 집이라는 공간의 공생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 때문이다. 만약, 백수들이 함께 산 이유가 경제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우리의 집은 그저 공간을 구획화한 셰어하우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즉, 한정된 공간을 사적 영역으로 만들어 소유하려는 욕망만 있을 뿐 집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공통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고민과 질문도 당연히 빠져 있을 테고 말이다. 백수들은 집이란 공간을 서로 다른 신체와 섞여 살며 관계의 자립성을 터득하는 공부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동시에 어떤 태도로 공간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모두가 공간의 주인이 되고자 했다.
('2부 백수의 경제학 - 백수들에게 집이란' 중에서)

[임꺽정]에서는 특별한 장비나 돈 없이도, 몸 하나만 믿고 자유롭게 길을 떠났다면, 우리 시대는 '자유 여행'마저도 자본의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 다른 말로 하면 현대인들은 여행하는 기술과 능력을 잃어버리고만 것이다. 먼 길을 걸어갈 능력, 돈 없이 먹을 것을 구하는 능력, 잘 곳을 구하기 위해 갖은 전략을 써서 부탁하는 능력,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거나 먹는 능력, 마음 약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위험에 대처하는 순발력과 지략,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능력 등등. 반면 [임꺽정]에는 당당히 잘 곳을 요구하고, 길을 떠나면 인생을 함께할 찐한 인연을 만들어 돌아오며, 삶을 바꾸는 데 여행이라는 기술을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 여행이 풍성해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모두 발휘하면서 타인과 접속하기 때문. 자기 소외 따위가 일어날 리가 없다. 이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최소한의 여비이다. 자본에 잠식당한 신체 능력 되찾기! 우리 시대에는 덜어내는 것이 복을 가져온다.^^
그런 점에서 백수는 여행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일단 시간이 많다. 언제든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두고 떠날 수 있도록 정신무장(?)도 되어 있다. 또 하나. 최소한의 여비만 마련할 수 있다. 우리 백수들의 여비는 1년 동안 매달 집세, 생활비, 학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지름신과의 사투 끝에 지켜 낸 전리품이다. 하여, 몇 푼 되지 않는다. 이보다 복될 수 없다.
('4부 백수의 여행 - 길 위에서 야생적 백수로 거듭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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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청년백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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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미, 고주혜, 김기랑, 김진철, 김한라, 문선재, 백소현, 서희정, 우보름, 이병선, 최원미, 형나영, 황범성
이들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은 본문 40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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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 집이 목장을 한 덕분에 소들과 함께 '방목'되었다. 그 영향으로 20대 내내 집 밖을 떠돌았고, 서른이 다 되어 갈 무렵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아니 공부밖에 할 게 없었다. 그때 [논어]와 [동의보감]을 만났고, 그 인연으로 고전과 한의학의 세계에 빌붙어 살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감이당'에서 청년백수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갑자서당], [혈자리서당], [누드글쓰기] 등이 있으며, 풀어 엮은 책으로 [낭송 논어/맹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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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에서 사교육까지 다 받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덜컥 고등학교 교사가 됐으나, 직업이 무지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뒤늦게 인문의역학 공부의 세계에 입문했다. 팔자에 공부운이 많은 덕인지, 별다른 재주가 없지만 공부는 계속하고 있다. '감이당'에서 청년백수들과 고전과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절기서당], 함께 풀어 엮은 책으로 [낭송 동의보감 외형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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