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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외 전쟁 : 16~19세기 일본 문헌에 나타난 전쟁 정당화 논리[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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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시덕
  • 출판사 : 열린책들
  • 발행 : 2016년 08월 25일
  • 쪽수 : 56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2917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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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전쟁의 문헌학

    이 책은 16~19세기 일본에서 유통된 대외 전쟁 문헌 대부분을 검토한다. 저자는 이들 문헌을 "이국 정벌 전기"라 칭하는데, 주로 일본에서 집필된 문헌이지만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수입된 주요 문헌들도 두루 포함된다. 해외의 문헌들을 일본의 집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수백 년에 걸쳐 제작된 다종다양한 일본의 대외 전쟁 문헌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근대 이행기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이 문헌들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이 책의 주요 문제의식이다.

    출판사 서평

    2011년 제4회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 외국인 최초 수상
    2015년 제5회 석헌 학술상

    고문헌으로 본 전쟁 정당화의 논리

    이 책은 일본 근세 문헌 연구자인 김시덕 교수(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첫 연구서로,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출간했던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異征伐記の世界: 韓半島, 琉球列島, 蝦夷地)](가마사쇼인)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책으로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 찬조회가 40세 미만 일본 고전 문학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일본 고전 문학 학술상](제4회)을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문학연구자료관 교수 오치아이 히로시(落合博志)는 "이국 정벌 전기의 저류를 흐르는 논리를 지적한 것으로서 중요"하며 "이국 정벌 기록의 전개와 변용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 점에서, 향후 이국 정벌 전기 연구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또한 2015년에는 한국 동방문학비교연구회의 [석헌 학술상](제5회)를 수상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학계로부터 공히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책은 역사학자 구와타 다다치카(桑田忠親, 1902~1987)와 일본 근세 문학 연구의 태두 나카무라 유키히코(中村幸彦, 1911~1998)의 연구를 기초로, [전쟁의 문헌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일본 근세 문학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선 정벌(임진왜란, 1592~1598년), 시마즈 가문의 유구(琉球) 왕국 정복(1609년), 진구코고(神功皇后, 170? ~ 269?)의 '삼한 정벌 전설', 그리고 일본, 에조(蝦夷), 러시아의 세 집단이 에조치를 무대로 전개한 충돌 등을 기록한 16~19세기 문헌들을 망라하여 고찰함으로써, 근세기 일본이 벌인 여러 침략 전쟁들이 일본 내에서 '정당한 전쟁'으로 재생산되어 기억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들 문헌으로부터 '공격의 논리'와 '방어, 반격의 논리'라는 두 가지 전쟁 정당화 논리를 도출하고, 현대 일본의 이른바 '황국 의식'의 원류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국 정벌 전기], 일본이 본 세계
    이 책은 16~19세기 일본에서 유통된 대외 전쟁 문헌 대부분을 검토한다. 저자는 이들 문헌을 [이국 정벌 전기]라 칭하는데, 주로 일본에서 집필된 문헌이지만 중국(명, 청)과 한국(조선)으로부터 수입된 주요 문헌들도 두루 포함된다. 해외의 문헌들을 일본의 집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수백 년에 걸쳐 제작된 다종다양한 일본의 대외 전쟁 문헌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근대 이행기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이 문헌들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이 책의 주요 문제의식이다.
    일본의 전쟁 문헌 집필자들은 자국과 외국의 문헌을 방대하게 참고하는 가운데, 자국의 입장과 모순되는 사실들은 대체로 무시했고 허구적 기술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중첩되고 강화되어, 근대에 이르러 조선 지배(혹은 동아시아 지배)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를 왜곡과 날조라고 비난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이는 비단 일본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중국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저자가 보이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시도가 진행된 구체적인 양상이다. 문헌학의 관점에서 이들 문헌의 변천을 분석하는 과정은 자체로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고, 현대 일본의 대외(對外) 의식, 그 기억의 바탕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이 관점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국 정벌 전기와 '임진왜란'
    이 책은 [이국 정벌 전기]라는 이름으로 크게 4개의 문헌군을 검토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임진왜란 문헌군에 할애되는데, 저자는 주로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들 문헌군들 간의 영향 관계를 분석한다. 임진왜란 문헌군의 경우, 초기의 비망록, 견문록류([조선 이야기] 등), 역사서류([다이코기], [조선 군기 대전], [조선태평기] 등), 소설류([조선 정벌기], [에혼 다이코기] 등), 명과 조선의 문헌([징비록], [양조평양록], [무비지] 등)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이들 문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필자의 소속(막부와 번)에 따라, 참고 자료에 따라 그리고 대상 독자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저자는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비교 제시해 나감으로써, 집필자의 의도와 문헌의 목적을 분석해 나간다.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 가토 기요마사는 어떻게 인의(仁義)의 장군이 되었으며, 신으로까지 추앙받게 되었는가? 일본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은 승리인가 패배인가? 이 책은 이러한 궁금증에 답하는 한편으로, 임진왜란의 기억이 일본의 대외 의식에서 얼마나 큰 위상을 점하고 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유구 정벌과 삼한 정벌 전설, 에조 정벌 문헌에 할애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 문헌에 보이는 임진왜란 문헌의 강력한 영향력이다. 삼한 정벌은 [전설]이다. 근세 일본의 전쟁 문헌 집필자들은 성긴 전설의 그물 위에 임진왜란 기록을 덧씌움으로써 말 그대로 소설같은 역사를 창조해 낸다. 이렇게 창조해 낸 역사가 사실에 잘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세부가 임진왜란과 놀라울 만큼 흡사해 흥미롭다. 이런 유사성은 유구 정벌 문헌과 에조 정벌 문헌에서도 공히 나타나는 바다.

    이국 정벌 전기의 성격
    [이국 정벌 전기]의 4개 문헌군 간에는 집필 의도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확인된다. 이국 정벌 전기의 집필 의도는 '정벌'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국 공격을 정당화하는 프로파간다적인 것이다. 이국과의 전쟁을 '정벌'로서 위치 지우기 위하여 '공격의 논리'와 '방어, 반격의 논리'라는 두 가지 논리가 전개된다. '공격의 논리'란 상대방에 음락, 간신, 학정, 망전(忘戰), 비례(非禮) 등 정벌받아 마땅한 이유(정벌 요소)가 있다고 하여 공격하는 측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국은 한중일 삼국의 전통적인 도덕관념인 천도(天道)를 대신하여 상대국을 징벌하는 존재가 된다.
    '공격의 논리'는 각각의 정벌 요소를 이용하여 복잡한 서술을 전개할 필요가 있는 데 반해, '방어, 반격의 논리'는 간단하다. 발생한, 또는 발생하리라 예상되는 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주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논리의 배경에는 전쟁을 일으키는 당사국의 피침략 의식, 피해자 의식이 존재하며, 일본 또는 일본의 우호국에 대한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정당성이 주장된다. 그리고 이 논리가 발전하면, 상대국의 침략이 시작되기 전에 자국에서 선제공격을 가한다고 하는, 이른바 예방 전쟁의 논리가 탄생한다.
    '공격의 논리'와 '방어, 반격의 논리'에 의해 이국과의 전쟁은 '정벌'로서 정당화된다. 정당한 전쟁을 수행하는 정벌군은 승리할 수밖에 없으며, 처음에는 패배해도 끝끝내 승리를 거둔다는 서술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서술을 위해 전쟁의 전체 국면 가운데 어떤 부분은 강조되고, 어떤 부분은 탈락되고, 또 어떤 부분은 개찬(改竄)된다. 역사서인 [다이코기]에서도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18세기 전기의 통속 군담이나 19세기 초기의 에혼 요미혼과 같은 상업 출판물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한층 강해진다. 더욱 극적인 내용의 읽을거리를 요구하는 독자의 수요에 부응한 결과일 터이다. 이국 정벌 전기의 역사적 전개와 에도 시대에 융성한 상업 출판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성격은, 근세의 이국 정벌 전기와 근세 이전의 이국 정벌 전기를 가르는 큰 특징이다.

    전쟁의 문헌학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로서 이 책에서는 '공격의 논리'와 '방어, 반격의 논리'라는 두 가지 논리를 제시하였다. 이 두 가지 논리에 의해 정당화된 전쟁을, 서구에서는 'Bellum Iustum'이라고 불렀고, 한중일 삼국에서는 '정벌'이라고 불렀다. 전쟁은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인류의 본능 가운데 하나이며, 자기 집단이 일으키는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욕망 역시 마찬가지다. 한중일 삼국의 고유성을 주장하게 되면 전쟁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의 해결이 저해될 것이다. 역사를 현대 학문의 언어로 해독해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전근대 한중일 삼국의 다양한 전쟁 정당화 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근대 동부 유라시아에서 일어난 한일 강제 병합, 청일 전쟁은 물론, 현대 미국의 대테러전,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행동까지도 보편적 원리의 하나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보편적 원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시도하는 '전쟁의 문헌학'은 흥미로운 동시에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저자가 소장한 고문헌들 중에서 세심히 선정한 60여 점의 삽화들 또한 이러한 취지에 잘 부합한다. 김시덕 교수는 2011년에 출간한 이 책의 논리를 발전시켜 2017년 초 [전쟁의 문헌학]이라는 후속 저서로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일본어판 서문
    삽화 목록

    서론 - 정벌: 동부 유라시아의[ 정당한 전쟁]론

    제1부 임진왜란은 에도 시대 2백여 년간 어떻게 형상화되었는가

    제1장 임진왜란 문헌군의 연구
    제1절 초기 문헌과 [다이코기]
    제2절 첫 번째 충격 - 중국 문헌
    제3절 두 번째 충격 - 한국 문헌
    제4절 가토 기요마사 문헌군
    제5절 18세기의 임진왜란 문헌군 - 후쿠오카 번과 쓰시마 번
    제6절 고단, 에혼이 된 임진왜란 문헌군
    제7절 요미혼이 된 임진왜란 문헌군
    제8절 19세기의 임진왜란 문헌군 - 쓰시마 번과 미토 번

    제2부 이국 정벌 전기의 전체 상

    제2장 유구 정벌 담론과 임진왜란 문헌군
    제1절 임진왜란 문헌군 속의 유구
    제2절 [진세쓰 유미하리즈키]와 이국 정벌 전쟁
    제3절 시마즈 가문의 유구 침략과 임진왜란

    제3장 진구코고 전승 및 백제 구원 전쟁 담론과 임진왜란 문헌군

    제4장 요시쓰네 에조 도해설과 임진왜란 문헌군
    제1절 에조 전쟁 문헌군의 전개와 정벌 논리
    제2절 [요시쓰네 훈공기]와 [조선태평기] - 바바 노부노리의 경우
    제3절 [통속 요시쓰네 에조 군담]과 [조선 연대기] - 도에이쇼의 경우
    제4절 [요시쓰네 에조 훈공기]와 [에혼 조선 정벌기] - 우타가와 사다히데와 쓰루미네 시게노부의 경우

    결론 - 근세 일본 이국 정벌 전기의 정벌 논리

    일본어판 발문
    이 책에서 언급되는 주요 문헌

    연표

    본문중에서

    전근대 한중일 삼국에서 '이국', '바깥', '이적'이라는 존재는 문명의 중심인 자기 집단(화(華))에 대하여 문명화되지 않은 야만(이(夷))로 파악되었다. '화'에게는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의 행위로부터 세계 질서를 지킬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믿어졌다. 세계 질서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닌 '화'가 그 의무를 수행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전쟁 행위가 '정벌', '정토(征討)' 등의 단어로 개념화되었다.
    (/ p.17)

    '소중화주의'는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다. 광개토왕 비문을 분석한 이성시는 중국 왕조들의 존재가 비문에서 의도적으로 감추어져 있음을 지적하고, 중국 왕조들이 없는 상태에서 '화이사상'을 주장하는 광개토왕 비문으로부터 고구려의 '소중화주의'를 읽어 낸다.
    (/ p.26)

    [다이코기]의 임진왜란 기사는 저자의 의도에 따라 치밀하게 개찬되어 있다. 여기까지 검토한 바에 따르면 그 의도란 '일본이 승리한 임진왜란'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내는 데 있었다.
    (/ p.64)

    근세 일본 문화사에서 임진왜란 문헌군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이 문헌군이 본질적으로 한중 양국 문헌과의 교류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에 있다. 외국 문헌, 특히 중국 문헌이 근세 일본 문헌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임진왜란 문헌군의 경우에는 중국 문헌 이외에 [징비록]을 비롯한 한국 문헌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p.105)

    이순신이라는 이름 자체는 [양조평양록] 등에 보이지만, 위의 인용문과 같이 명 측 기록에는 임진왜란 당시 그의 전설적인 승리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순신의 후원자였던 류성룡이 [징비록]에서 이순신을 임진왜란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자 [징비록]이 일본에 전래된 뒤에 제작된 임진왜란 문헌군을 통해 그의 이름은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된다.
    (/ p.138)

    근대 이후에도 [조선 류씨 징비록 대역 권지1](1876년 2월)이나 [조선 징비록](1894년 7월)과 같이 [징비록]은 시대 상황에 맞추어 출판되는 모습을 보인다. 1876년 2월은 한일 양국 간에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이 맺어진 같은 해 같은 달이고, 1894년 7월은 갑오 농민 전쟁에 편승하여 일본 군이 조선 왕궁을 점령한 다음 달이다. 이러한 출판 상황은, 조선을 정복하는 데 실패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여 조선을 정복하고자 하는 근대 일본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p.143)

    가토 기요마사 문헌군에서는, 애초에 조선 의병 및 오랑카이 군이 일본 군을 공격한 원인이 일본 군의 침략이었다는 사실은 잊히고, 가토 군이 공격받았다는 데 대한 피해 의식, 피침략 의식만이 강조된다. 일본 군이 이국을 공격한 사실에 대한 전승이, 외국 군이 일본을 공격한다는 식으로 도치되는 현상은 임진왜란 문헌군 이외에서도 확인된다.
    (/ p.157)

    [에혼 다이코기]의 저자는, 임진왜란에 참전한 일본 장군들 가운데 가토 기요마사를 가장 잔인한 자로 기억하는 조선 시대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인식을 보인다. 이러한 가토 기요마사의 이상화(理想化)가 절정에 이르는 것이 울산 전투 기사이다. 일본 군이 농성하는 울산성을 조선, 명 연합군이 포위했을 때, 조선 인민이 연합군을 피해 일본 군과 함께 농성하기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 p.223)

    히데요시가 당시의 국제 정세를 조망하여 이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도요다 덴코의 해석으로부터는 근세 말기 유라시아 동부 지역의 긴박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느껴진다. 그 위기감은 내셔널리즘이 자라나는 토양이었으며, 서구 세력의 접근을 물리치고 주변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주장하는 근대 일본의 문학자와 역사학자들에게로 계승되었다 하겠다.
    (/ p.287)

    고대에는 신라의 속국 울릉도를 가리키는 일본어였던 '우루마'가, 헤이안 시대의 모노가타리 [사고로모 이야기(衣物語)]의 주석서인 [사고로모 시타히모(衣下紐)][조하(紹巴) 저, 1590년(天正 18) 성립]에서 유구와 동일시된 결과, 필사본 유구 전쟁 문헌군이나 [에혼 유구 군기]에서는 '시라기의 우루마 섬사람'과 '우루마=유구' 설이 결합되어 '우루마 즉 유구는, 신라 즉 조선의 속도(屬島)'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 p.330)

    인용문에는 13세기 몽골, 고려 연합군의 일본 침략이 언급된다. 이 구절은 [시마즈 유구 군정기]를 거의 그대로 계승한 것인데, 시대 설정을 17세기로 하고 있는 [시마즈 유구 군정기]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시대 설정이 12세기의 헤이안 말기~가마쿠라 초기로 되어 있는 [에혼 유구 군기]에서는 성립 불가능한 문장이 되어 버린다. 아무튼 이 문장에서 표출되는 피침략 의식은 임진왜란 문헌군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보여 주는 것과 상통한다.
    (/ p.339)

    고대, 중세에 성립한 삼한 전쟁 문헌군은 18세기를 즈음하여 기사의 내용이 상세해지고 다루는 범위도 확대되었다. 국학 지식이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도 다수 확인된다. 예를 들어 [삼한 퇴치 도해]에서는 진구코고 시대의 일본에서 한자 이전에 있었다고 주장되기도 하는, 그러나 실제로는 위조된 문자인 가미요모지(神代文字)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듯한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당연히 이는 거짓이다.
    (/ p.384)

    요시쓰네 에조 도해설을 다룬 근세 일본 문헌군을 개관하면, 요시쓰네의 '에조 정벌'은 고대 이래 에조와 일본인 간 충돌의 역사에서 기인하는 적개심과 공포를 계승하는 17세기의 문헌에서 시작하여, 몽골 즉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에조인을 보호해 준다는 시혜적 입장을 취하는 18세기의 문헌을 거쳐, 일본의 에조치 정복에 저항하는 모든 세력을 섬멸 대상으로 간주하는 19세기의 문헌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일본의 에조치 지배 과정과 일치한다.
    (/ p.408)

    [조공선 팔십 척]은 하마다 게이스케가 지적한, '당시 일본인들이 열등하다고 여기던 지방, 마음속으로 팽창과 정복을 꾀하던 지방'에 대한 우월감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문헌이다. 그리고 [조공선 팔십 척]에서 보이는 '몽상'과 '국민 감정'이 근대의 도래와 함께 실현되어 가는 '이들 지역의 병합을 지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세 일본의 이국 정벌 전기 가운데 많은 수가 메이지 시대에 활자화된 사실에서도, 근세에서 근대로 '몽상'과 '국민 감정'이 이어져 갔음을 엿볼 수 있다.
    (/ p.462)

    서부 '개척' 시대가 끝난 19세기 후반부터 왕성하게 제작된 서부극에는, 꿈을 품고 서쪽으로 향하는 [선량한] 서양인을 습격하는 [야만적인] 원주민 전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20세기의 서부극이라 할 수 있는 SF영화에는 우주를 탐험하며 새로운 혹성을 '개척'하려는 선량한 지구인(혹은 미국인)을 습격하는 괴물 모습의 우주인이 등장한다. 서부극이든, SF영화든, 공격받는 쪽의 영웅적인 모습과 공격하는 쪽의 야만성, 기괴함이 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공격받는 [우리]가 애초에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일은 없다.
    (/ p.47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국문학 연구자료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 HK 교수로 재직 중이다. 16~20세기 동부 유라시아 지역의 전쟁사가 주 연구 분야로, 특히 임진왜란을 조선‧명‧일본 간 국제 전쟁으로 바라보는 작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문헌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에 근거해 전쟁이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력을 살피고 역사의 흐름을 추적해왔다.
    일본에서 펴낸 박사학위논문 <이국 정벌 전기의 세계>는 2011년 외국인 최초로 일본 고전문학학술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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