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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 : 서진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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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진연 소설 『수목원』은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연인 히데오와 함께 갔던 수목원을 우연히 TV에서 보고 관련된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라 마침내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터전을 잃은 뒤 떠나거나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쓰게 된 작품이다. 한 가족이었던 한국인 ‘나(이수)’와 일본인 ‘히데오’를 통해 한일 두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삶을 보내는 시선과 잃었던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출판사 서평

그의 마지막 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15년 만에 찾아 나선 히데오와의 추억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사랑


고품격 로맨스 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여덟 번째 작품, 『수목원』 출간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진연 작가가 신작 『수목원』을 들고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작가는 현대인의 쓸쓸한 이면과 단절을 차분한 목소리로 밀도 있게 그려낸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을 펴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에세이와 작품집에 공동 필자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진중하고 성실하게 작품 생활을 해오던 중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수목원』은 잊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연인 히데오와 함께 갔던 수목원을 우연히 TV에서 보고 관련된 기억이 하나둘씩 떠올라 마침내 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터전을 잃은 뒤 떠나거나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쓰게 된 작품이다. 한 가족이었던 한국인 ‘나(이수)’와 일본인 ‘히데오’를 통해 한일 두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삶을 보내는 시선과 잃었던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조용히 흘러 싸늘하게 식어간 시간
토요일 오후, 혼자 잠에서 깬 이수는 술에 취해 오피스텔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전날 회식과 그 후 벌어진 회사 동기이며 유부남인 재영과의 돌발적인 정사뿐.
잔뜩 찌푸린 날씨에 쓸쓸한 적막이 싫어 무심하게 틀어놓은 TV 속 장소가 낯이 익어 옛 사진들을 찾아보니, 15년 전 스무 살 무렵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는 길에 연인이었던 히데오와 들른 수목원이다. 그 무렵 이수는 도교 외곽에서 한국식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후로는 일본 음식점에도 전혀 가지 않았는데, 문득 히데오와 자주 가던 역 앞의 라멘집이 생각나 오피스텔 부근에 있는 라멘 가게를 찾는다. 그곳 사장과 친해져, 이후 저녁마다 늘 그곳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잊었다고 생각했던 히데오에 대한 기억이 새삼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밀스러운 이야기, 사이, 기억
한편으로 이수는 신입 사원인 차 대리와 재영과의 관계가 의심스럽고, 재영의 아내 역시 만삭의 몸으로 이수를 찾아와 그들 사이를 의심하며 이수에게 하소연한다. 그러나 그녀가 의심하며 예로 드는 사건들은 모두 이수와 관계된 일뿐이다. 이수는 양심의 가책과 함께 묘한 질투를 느낀다. 동시에 이수는 재영과의 관계와, 새삼 떠오르는 히데오에 대한 기억으로 계속 괴롭다. 필름이 끊기도록 술을 마시며 방황하고 라멘 가게 사장의 도움으로 다소 안정을 찾아가지만, 결국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일본으로 향한다.
히데오에게는 어릴 적 구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살다가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아픈 과거가 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고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히데오의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시고 만 것이다. 히데오는 더욱 자신의 죽음과 유전자 변이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지내고, 그 때문에 샴쌍둥이처럼 붙은 당근을 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까닭에 이수는 연리목 숲을 보고도 히데오의 눈치를 보고, 그는 자연스럽게 연결된 나뭇가지와 둥치라며 오해를 풀어준다. 이수는 말하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그와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가 기형아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히데오는 왜 그곳으로 간 것일까
15년 만에 찾은 추억의 거리들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그대로다. 거리에서도 사람들에게서도 원전 사고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며칠 뒤, 엄마는 히데오 아버지의 주소를 내게 건네주고 이수는 고심 끝에 후쿠시마 시에서 살고 있다는 그를 찾아간다.
그는 한 산사로 이수를 데려가며 히데오의 소식을 전한다. 히데오 역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병 때문에 이수와 헤어지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이수는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사람이 되어 진실된 사랑을 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다. 그 후 히데오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반핵 운동에 참가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그 현장에서 피해 복구에 힘을 쏟는 삶을 보낸 것도 이수는 함께 전해 듣는다.
히데오의 아버지와 이수가 산사 뒤의 오솔길로 들어서자 나무숲이 보인다. 이수는 그중 뿌리가 연결된 연리목을 쓰다듬고 히데오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함께 나누지 못한 서로의 아픔을, 얽히고설킨 상처를 보듬어가며 아물어내 연리목처럼 하나가 되지 못한 과거를.
이수는 엄마에게 돌아온 후 일주일을 꼬박 앓은 뒤 히데오와 함께했던 장소를 방문한다. 당분간은 그와 함께 갔던 곳을 찾아다니며 기억나지 않는 그를 기억하고 이제야 연리목처럼 하나가 되려 다짐한다.

[책속으로 추가]
어제와 같은 하루였고 내일과도 같을 오늘이었다. 적당히 일이 몰렸고, 적당히 문제가 생겼고, 적당히 짜증이 났고, 적당히 해결됐고, 적당히 만족스러웠고, 적당히 쓸쓸했다. 재영과 차 대리가 서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마주 보고 웃고, 나란히 외근 나가는 뒷모습을 쳐다보며 이제 슬슬 그와의 결별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80쪽)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히데오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마트에서 샴쌍둥이처럼 둘이 하나로 맞붙어 있는 당근이 신기해서 사 온 내게 당장 갖다 버리라며 화를 내던 그가 눈앞에 서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화를 냈던 그 장면이 생생하다. 이렇게도 생생한데, 눈도 코도 입도 없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생겼는지, 키는 얼마나 되었는지. 나보다 한 뼘쯤 컸었나, 두 뼘쯤? 그의 어깨에 내 머리가 닿았던가, 팔뚝에? 기억을 지웠더니 추억마저 사라져버렸나. (117~8쪽)

그는 계속 나를 놀리며 웃었지만 나는 울었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의 가슴을 때리며 울었다.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나도 두려웠던 것이다. 아기가, 아픈 아기가 태어날까 봐서. (150쪽)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혹시나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 참 잘 살고 있구나. 그래 나도 잘 살고 있어. 얼마 전에 우리가 함께 갔던 수목원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어. 거기가 어디였는지 기억나?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는 있을까. 여전히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196쪽)

목차

조용히 시간이 흘러 싸늘하게 식어간다
秘密, 秘密?
Quizas Quizas Quizas
연리목
나는 내게 먼저 물었어야 했다
다시 시작된 사랑을 위하여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어지러운 꿈을 꾸다 잠을 깼다.
자다 깬 곳이 어디인지 잠시 헷갈렸다. 먹빛 하늘이 전면 창을 통해 그대로 쏟아져 내려와 있었다. 비를 잔뜩 품은 하늘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로 주변이 어수선했다. 엉망으로 취한 와중에도 씻기는 했었는지 소파 테이블에는 기초화장품이며 쓰고 난 화장솜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8쪽)

기억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더러 희미해지고 지워져도 몸으로 감각했던 것들은 잘 잊히지 않는다. 예를 들면 통증이라든가 냄새라든가 맛 같은 것. 내 눈앞에서 흘러갔을 풍경들이 그 향기와 맛을 감각했던 순간의 장면들로만 앞뒤 맥락 없이 하나하나의 정지된 화면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17쪽)

아침에는 그 라멘 가게, 점심에는 건너편 출구 쪽에 있는 회전초밥집, 두 곳 모두 내가 열 살 때 헤어진 엄마를 다시 만나, 엄마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던 초기에 즐겨 가던 곳이었다. 한국에서의 학적으로는 고등학교 이학년, 아버지가 나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한때는 나에게도 새엄마였던 여자와 함께 독일로 떠난 지 일 년쯤 지났을 때였다. 열여덟 살의 엄마가 스물일곱 직장인인 아버지를 만났던 나이, 바로 그 무렵이었다. (34쪽)

하루만, 딱 하루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프고, 나는 춥고 떨리고, 중국 비즈니스호텔의 난방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온기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누구라도 상관없었을 거라고. 그동안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잠시 재영이 아닌 그저 사람의 온기를 품은 ‘남자’였을 뿐이라고. (51쪽)

계단을 통해 일층까지 걸어 내려왔다. 다리가 아파서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탈까 생각했지만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재영이나 차 대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얼떨결에 거짓말은 왜 해가지고 이 고생인지,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60쪽)

현관 앞에서 디지털 도어락의 키판을 열고 번호를 누르려다 순간 당황했다.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키판 가까이 손가락을 댄 채로 집중해봤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필름이 끊기도록 술에 취해서도 손가락이 기억하는 리듬과 감각에 맡겨놓으면 문은 저절로 열렸다. 그런데 이제 몸의 리듬과 감각이 깨지고 의식마저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 같았다. (63쪽)

저자소개

서진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2007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붉은 나무젓가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괴산」으로 제2회 EBS라디오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출간된 작품으로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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