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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서 유 : 오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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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은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발행 : 2016년 08월 08일
  • 쪽수 : 217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2028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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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무에서 유를,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오은이 선보이는 언어의 마술

    오은의 세번째 시집 [유에서 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2013) 이후 3년 만의 시집이다. 오은의 시를 ‘오은의 시’답게 만드는 유쾌한 말놀이와 단어들이 제공하는 재미는 여전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폭로와 상처, 어둠, 쓸쓸함 등의 감정을 기록해내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중첩되는 단어와 시구 들이 밀어붙이는 리듬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놀이"(권혁웅, 문학평론가)이기에 오은, 그의 말놀이는 한가로운 피크닉 장소에 떨어진 폭탄처럼 평온함을 뒤엎고 전에 없던 흥겨움을 터뜨린다. 말놀이로 일궈낸 신나는 한 판이 오은의 시어들 속에서 시작된다.

    출판사 서평

    무거운 진실을 토해내는
    가벼운 단어들의 유희


    두번째 시집에서 얼핏얼핏 드러났던 사회와 체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의식은 세번째 시집에 와서 더욱 깊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집 출간 이후 한국은 더욱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고,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은 비극적 사건이 있었으며 그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거나 외면하는 사태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은은 그사이 세월호에 대해, 헬hell조선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어둠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왔고, 그의 이번 시집에는 그의 마음을 반영하는 시가 다수 수록되었다.

    우리 중 하나는 이제 떨어진다는 거죠?
    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만 중요했다
    (/ '서바이벌' 중에서)

    오은은 현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쓸쓸함과 불안감의 실체를 ‘서바이벌’에 빗대어 드러낸다. "살다의 반대말은 죽다가 아니야/떨어지다지"라는 시인의 시구처럼, 한국은 살아남거나 혹은 떨어지는 사회로 요약될 수 있다.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떨어졌다는" 뜻과도 연결된다. 오은은 "우리" "너" "나" "하나"와 같이 가볍고도 흔한 단어들로, ‘내가 살고, 너는 떨어진다’는 사회의 이면을 드러냄과 동시에 ‘우리’가 사라지고 ‘하나’만이 남는다는 서바이벌의 규칙을 한국 사회에 접목시킨다.

    빛나는 졸업장은 곧장 서랍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서랍 속에서 나날이 빚이 날 것이다.

    [......]

    시간은
    빛이 달아나는 속도처럼 빠르거나
    빚이 불어나는 속도처럼 더 빨랐다

    졸업 직전, 친구 중 하나가 휴학했다
    졸업 직후, 친구 중 하나가 대학원에 갔다
    (/ '졸업 시즌' 중에서)

    "빛"이 나야 할 졸업장은 곧장 서랍 속에 처박히고, "빛"이 아닌 "빚"이 늘어난다. "졸업 직전"과 "졸업 직후"는 전/후의 큰 차이지만, 다시 학교라는 곳에 발붙인다는 점에서 차이는 쉽게 상쇄되어버린다. 오은은 ‘빛/빚’ ‘아/어나는 속도처럼’ ‘졸업 직전/후’ ‘친구 중 하나가’ 등 단어의 형태상 차이가 크지 않은 단어들을 배치하면서 의미상의 차이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낸다. 표면에 나타난 형태와 다른 이면의 아픈 지점이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 시에서 한 가지 더 중요한 지점은 시인이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어떤 시기를 다시 졸업 직전과 직후로 나누며 세밀하게 나누고 그의 언어로 박아놓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은은 한 인터뷰에서 ‘시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각자의 말로, 우리의 말로 기억하는 것’이 시가 가지는 최소한의 역할이라 말한 적이 있다. 언어가 가진 세밀한 차이를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시인인 만큼 상황을 세세히 나누고, 그를 함께 짊어지는 태도 또한 그의 시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해
    꿈을 잊으면 안 돼
    대신, 현실과 타협하는 법도 배워야 해
    돈 되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해
    돈 떨어지는 것과 동떨어져야 해

    [......]

    다움 안에는
    내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 '다움' 중에서)

    "다움"이란 ‘어떤 성질이나 특징이 있다’는 대상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움/~답다’라는 언어에 오은은 ‘~해야 해/하면 안 돼’라는 당위, 명령의 언어들을 발견하고, 점층적으로 준엄한 사회의 명령들을 폭로한다. ‘학생답다’라는 말에 부과된 언어들은 대략 이렇다. "학점을 잘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꿈을 잊으면" 안 되고, 거기에 더해 "현실과 타협하는 법"까지도 배워야 한다. ‘학생다움’을 제약하는 언어들은 비단 학생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답기 위해서는 "한국 팀을 응원해야" 하지만, "영어는" 또 잘해야만 한다. 개인들은 "눈치를 잘 살펴야" 하고, 더불어 "눈알"도 잘 굴려야만 한다. "다움"이란 단어에 붙는 수많은 당위가 더해지면서 결국 "다움 안에는/내가 없"다는 이면의 진실이 드러나고, 오은의 시는 단어를 이리저리 굴리며 형성되는 흥겨운 리듬감 아래에 사회의 명령, 즉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강력한 언어가 된다.

    말들이 말들을 만나 새로운 말들이 되는
    말놀이, 그 아수라장

    오은의 시는 선행하는 그 어떤 길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시에서 끊임없이 놀이play를 벌인다. 놀이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놀이, 시가 말로 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말놀이, 말놀이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되지 않는 놀이.
    - 권혁웅 / 문학평론가

    그가 이 책에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몰두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 시집의 또 다른 측면에 "몰라서 달콤한 말들"을 꿈꾸는 "꿀맛" 같은 달콤함이 살아 있다. 그의 지난 시집들에서 주목받은 ‘말놀이’의 특징들, 그 유희의 측면이 이번 시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해, 너에 대해
    내가 너에게 더 가까워지려는 찰나에 대해

    너무에 대해, 너무가 갖는 너무함에 대해, 너무가
    한쪽 팔을 벌려 나무가 되는 순간에 대해, 너무가 비
    로소 생장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 순간에 대해, 너
    무가 세상을 향해 팔 뻗는 순간에 대해, 너무가 품은
    부정적 의미는 사라져
    ―[너무] 부분

    ‘너무’와 ‘나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지만 오은의 시 세계에서 ‘나무’는 ‘너무’가 한쪽 팔을 벌린 모양새다. ‘ㅓ’가 팔을 뻗어 ‘ㅏ’가 되었을 때 ‘너무’가 갖고 있던 부정적 의미는 나무의 가지가 뻗어갈 때의 생동감과 힘찬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비로소 ‘너무’의 부정성은 사라진다. 사소한 변주만으로 언어 형태의 부정성을 끌어안고 나아가 의미를 전복시키는 오은 시의 힘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너에게 반을 줄게
    나는 나머지 반을 가지면 되니까

    나는 반과 반을 합치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했다

    [......]

    나에겐 아직도 반이 남아 있단다

    나는 반의반을 떼어주었다
    네가 그것을 떼어먹을 것을 알면서도

    반에 반했다가
    반에 반(反)해버리듯이
    (/ '반의반' 중에서)

    [반의반]에서는 하나의 ‘반’과 또 다른 ‘반’을 나누고, 그 반들을 가지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반’ 다음에 "반나절"이 오고, 그다음에 "반의반"이 오고, 또 그다음에 ‘반하다’가 오는 식의 사전식 배열은 처음 ‘반’에서 시작한 그의 말놀이를 끊임없이 이어지게 한다. 오은은 ‘반’이라는 일상적인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고, ‘반’ 위에 확장된 의미의 ‘반’들을 쌓고, 중첩시키면서 상투적인 맥락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반’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둡고 쓸쓸한 풍경을 떠도는 언어들의 놀이, 언어들의 유희는 결국에 이 시들이 모두 오은의 시임을 말해준다. "겉돌다가 헛돌가다 마침내 감돌게 될 때까지"([구원]) 단어가 만들어내는 유희를 즐기고 때론 의미를 뒤바꾸고 사회를 폭로하는, 전복에 전복을 거듭하는 시인 오은. 우리가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는 오은의 시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뒤표지 글
    마음이 가는 걸, 기울어지는 걸,
    와르르 쏟아져버리는 걸 어떻게 하니.

    시인의 말
    꿀맛이 왜 달콤한 줄 아니?
    꾼 맛도 아니고 꾸는 맛도 아니어서 그래.
    미래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

    목차

    1부 깃털을 보았다
    계절감
    아찔
    옛날이야기
    공포
    미시감
    오늘 치 기분
    아무개 알아?
    구멍
    미완
    뭉클
    폭우
    너무
    일주일
    아저씨
    풀쑥
    대중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2부 유에서 유를
    말맛
    마술
    문법
    필요불충분조건
    지면
    빛 구원
    트라이앵글
    표현
    다움
    만약이라는 약
    이상한 접속어
    말실수

    읽다 만 책

    3부 투명 위에 투명이

    내일의 요리
    백화점
    차악
    우리 학원
    샬레

    합평회
    승부처
    졸업 시즌
    서바이벌
    청춘
    어른
    질서

    반의반
    청문회

    4부 나머지 말
    좋은 냄새가 나는 방
    움직씨는 움직인다
    우발적 애인
    함구하는 손

    느낌
    맥거핀
    묵묵
    문탠
    절반이라는 짠한 말

    흡혈성
    시간차공격
    오픈
    나머지

    해설 - 놀이와 혁명:권혁웅

    본문중에서

    좋아하는 단어가 사라지는 꿈을 꿨다. 잠에서 깨니 그 단어가 기억나지 않았다. 거울을 보니 할 말이 없는 표정이었다.

    어느 날 우리는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다른 기분으로 듣는다. 종착역보다 늦게 도착한다. 만남은 성사되지 못한다. 선율만 흐를 뿐이다.

    들고 있던 물건들을 다 쏟았다. 고체가 액체처럼 흘렀다. 책장에 붙어 있던 활자들이 구두점을 신고 달아난다. 좋아하는 단어가 증발했다.

    불가능에 물을 끼얹어. 가능해질 거야. 쓸 수 있을 거야. 가능에 불을 질러. 불가능해질 거야. 대단해질 거야.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거야.

    10년 전 오늘의 일기를 읽는다. 날씨는 맑음. 10년 후 오늘은 비가 내린다. 오늘에서야 비가 내린다. 지우개 자국을 골똘히 바라본다. 결국 선택받지 못한 말들, 마침내 사랑받지 못한 말들이 있다. 다만 흔적으로 있다.

    어느 날 우리는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서 다른 음악을 같은 기분으로 듣는다. 시발역보다 일찍 출발한다. 불가능이 가능해진다. 착각이 대단해진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오늘 저녁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찰나, 식당 하나가 문을 닫았다. 메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배 속이 끓고 있다. 턱턱 숨이 막히고 있다. 당장, 당장.

    시공간이 한 단어에 다 모였다.
    (/ '아찔' 중에서)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
    학원에 고스란히 앉아 있었다
    준비물처럼
    책상 위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용되었지 우리 학원에서
    우리가 우리를 사용할 때
    우리는 주어일까 목적어일까
    영어 선생님이 물었지
    자기도 모르면서
    학생이었으면서
    옛날에 우리 학원에 다녔으면서
    샤프심처럼 뚝뚝 끊어지고
    지우개처럼 똥을 끌고 다니고
    자처럼 재기 바쁘다가
    노트처럼 갈가리 찢어졌으면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체육
    비결은 있었지만 도덕은 없었다
    노트는 있는데 샤프가 없는 상황처럼
    샤프는 있는데 샤프심이 없는 상황처럼
    샤프심은 있는데 지우개가 없는 상황처럼
    매시 매분 매초가
    부족했다 위태로웠다

    그래도 지구는 돌고

    사회를 미처 다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투입되었던 학생들이
    학원에 고스란히 앉아 있었다
    준비가 완료된 준비물처럼
    입을 앙다물고
    마지막 학원에
    마지막을 위한 학원에
    죽을 준비를 도와주는 학원에

    준비물은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되었다
    노쇠하고 병든 몸뚱이나 살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 학원에는
    이미 늙거나 벌써 아픈 우리가
    우글우글 들끓었다
    우리 학원에서 한 번쯤 만났던 친구들이
    각도기처럼 앞과 좌우만 볼 수 있었던 친구들이
    완벽한 준비물이 되어
    360도 회전이 가능한 컴퍼스가 되어
    샤프심이 장전된 샤프가 되어

    우리 학원인데
    우리 것은 아닌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체육처럼
    한 번도 우리 것인 적은 없었던
    우리 학원에

    더 이상 준비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준비물들이 있었다
    원생이기를 이제 그만 포기하기 위해
    난생처음 순순히
    학원에 발 들인 학생들이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우리라고 말할 때
    목적어에서 주어가 될 때
    보어 없이도 완전해질 때

    비로소 대명사가 된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도덕은 다음 생에서 배우기로
    (/ '우리 학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8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현대시]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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