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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관하여 : 자매애에서 동성애까지, 그 친밀한 관계의 역사

원제 : THE SOCIAL SEX: A History of Female Friend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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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여자들은 더 쉽게 친구가 된다 ‘친밀한 성social sex’, 2000년 여성 우정의 역사

    몇 세기 전만 해도 여자의 우정이라는 개념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와 로마 시대에 여성은, 남성보다 ‘약한’ 존재이며 최고 수준의 우정에 체질적으로 부적합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바탕에는 우정이라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지적 깊이는 남성에게만 있다는 논리가 있었다. [유방의 역사History of the Breast](자작나무, 1999), [아내의 역사A History of the Wife](책과함께, 2012)의 저자 메릴린 옐롬이 남성 중심의 역사 이면에 가려져 있던 여성의 우정의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를 출간하였다. 옐롬과 공저자 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은 역사와 문학, 철학, 종교와 대중문화까지 고루 섭렵하여, 지난 세월 동안 여성이 어떻게 우정의 공적인 얼굴을 함께 나눠 갖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성서에서 고대 그리스-로마를 거쳐 계몽주의까지, 1960년대 여성운동을 거쳐 [섹스 앤 더 시티]까지 남녀를 막론하고 우정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시대 순으로 정리하면서, 여성의 우정이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를 결정한 더 큰 범위의 사회적,문화적 운동들과 언제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밝혀낸다. 독자들은 옐롬과 브라운의 안내를 받으며 여성의 우정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적 에피소드들과, 최초의 독서클럽이었던 문학 살롱, 일하는 여성의 등장, 가십이라는 현상, 아웃소싱 우정 등 다양한 흐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생기 넘치며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책은, 여성과 여성, 나아가 여성과 남성의 우정까지 생생하게 조명함으로써 ‘우정의 역사’를 온전히 그려낸 문화사이다.

    출판사 서평

    우정으로 살펴보는 허스토리herstory,
    그리하여 완성된 연대의 역사


    이 책은 여자들의 우정을 다루고 있지만 첫 두 장(章)에서는 여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들은 먼저 성서에서 여자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찾는다.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추측이나마 할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한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런 다음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우정에 관한 가장 오래된 논의를 살펴본다. 그러나 당시 우정은 시민인 남자들만 나눌 수 있는 것이지, 시민에 속하지도 못한 여자들의 몫이 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우정이라는 개념 자체를 남자가 독점하던 시대였다. 시민인 남자들이 아고라에 모여 서로 우정을 쌓는 동안, 집에 남아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했던 여자들에게는 우정이 없었을까? 당시 여자들은 집 밖으로 나가 이웃을 방문하는 시간마저 제한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빠듯한 시간이나마 이웃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말이고, 그런 시간의 빠듯함이 오히려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어 있던 그들에게 우정 혹은 유대를 더욱 돈독하고 절실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천 년도 넘는 세월이 흘러 마침내 여자들이 펜을 들어 자신들의 우정을 표현하기 시작했을 때까지, 아무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여자들의 우정은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짙은 안개 속에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유령과도 같았다. 결국 이 책은 우정의 서사에서 여자들의 우정이 배제되어온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역사는 펜을 쥔 자의 것이고, 우정의 역사도 그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종교적 우정에서 로맨틱한 우정까지

    여자들의 우정이 기록으로 남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게도 여자들 스스로 글을 쓸 수 있게 된 때부터다. 이 우정의 연대기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주인공은 12세기의 신비가이자 수녀원장이자 작곡가였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다. 당시에 이미 유명인이었던 힐데가르트는 존경받는 멘토로서,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 수많은 수녀들을 이끌어주고 또 열정적인 우정을 나누었다. 수녀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때까지 여자들이 오랜 세월 묶여 있던 가정에서 해방된 존재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더욱더 서로에게 의지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또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성직자라는 비교적 높은 신분과 학식을 쌓을 기회도 있었다.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수녀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들 덕에 우리는 그 옛날 그들 사이에 오갔던 우정의 여러 가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후 라틴어 대신 토착어가 글쓰기 언어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직접 펜을 들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인생과 우정을 기록하고 표현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문학의 창작자가 되었다.

    그 뒤로 변화하는 각 시대의 환경과 인식에 따라 우정의 성격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어린 여학생들부터 성인 여성들까지 서로에게 이성애 못지않은 애착과 열정을 표현하던 ‘로맨틱한 우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려되었다. 신플라톤주의가 유행하면서, 에로틱한 사랑보다는 정신적 사랑의 가치가 부각되고, 그에 따라 이성 간의 사랑보다는 동성 간의 ‘영혼의 결합’을 더 고귀하게 여기는 시각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17세기에는 영국의 문학 서클과 프랑스의 살롱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시기를 맞이했다. 이 시기는 여성이 문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이끌어가기 시작한 일대 전환점이었는데, 여기에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여자들의 우정이었다.

    ‘자매애는 힘이 세다’

    한편 식민지 미국의 개척기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함께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필요성이 여성들의 연대를 부추겨,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생겨났다. 또 도시에서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들, 중산층 여성들, 흑인 여성들까지 저마다 다양한 단체를 조직하여 공통의 목표를 위해 연대했다. 19세기 여성참정권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수전 B.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의 일생에 걸쳐 변치 않은 깊은 우정은, 공통의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여성들 간의 연대, 즉 자매애((sisterhood)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자매애의 가치는 그 이후 세대 페미니스트들에게서 모든 여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상이자 동력이 되었다. 엘리너 루스벨트가 영부인으로서 정치적 거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인생의 각 단계마다 곁에서 이끌어주고 후원해주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 사례는 워낙 방대한 이야기여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워낙 방대한 기록이 남아 있어서 이 책에서는 엘리너의 이야기에만 한 장을 할애했을 정도다.

    이 책 속에는 이처럼 훈훈하고 열정적이며 절절하고 가슴 찡한 커플의 드라마가 가득 담겨 있다. 책의 후반부에 소개되는 현재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바쁜 생활을 꾸려가는 와중에 SNS를 통해 유지하는 친구 관계라든지, 오히려 인터넷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새로운 친구 찾기 도구로서의 인터넷, 그리고 서서히 늘고 있는 공동 주거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우리가 모색해볼 만한 여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추천사

    "유쾌하고, 유익한 정보가 가득하며, 주제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독자들을 즐거운 독서로 이끌 것이다."
    - 앨리 러셀 혹실드 / [가족은 잘 지내나요?] [감정노동] 저자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1부 우정의 공적인 얼굴이 남성이었던 시절
    1 성서 속 우정
    2 철학자와 성직자

    2부 여성의 우정, 역사 속으로 들어오다
    3 전근대의 수녀들
    4 가십과 소울메이트
    5 세련된 숙녀들, 프레시외즈
    6 애국적 우정
    7 로맨틱한 우정
    8 퀼트, 기도, 클럽
    9 대학생, 도시 여성, 신여성
    10 엘리너 루스벨트와 친구들
    11 커플에서 자매로

    3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21세기의 의사소통 방식
    12 소셜미디어에서 친한 친구 만들기
    13 기브 앤드 테이크: 시장경제에서의 우정
    14 남녀는 ‘그냥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에필로그 여성의 우정은 변함없이 지속된다
    감사의 말
    주 /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면 우정이 전적으로, 혹은 주로 남성의 일이라는 과거의 생각은 대체로 역전되어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남을 배려하고 더 다정하고 더 애정이 깊으며, 따라서 우정에도 더 적합한 존재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이다. 우정 자체도 정서적 친밀감이라는 여성적 특징과 한층 더 강하게 동일시되었다. 때때로 남성들이 과거처럼 남성들 간의 유대라는 형태로 우정의 헤게모니를 되찾으려고 시도한 적도 있지만, 이제 우정은 영웅적·공민적 동지 관계의 동의어로 통하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는 남성들에 의해 폄하되었고 여성들 자신도 주로 가족 관계의 부산물 정도로만 경험했던 여성의 우정이, 이제는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 후 150년 동안 여성의 우정은 줄곧 드높은 입지를 확보해왔다.
    (/ p.19)

    우리는 우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정이 펼쳐지는 배경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믿기에, 특정한 시대의 틀과 특정한 문화의 틀 안에서 여성이 친구로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중세 독일의 수녀들부터, 16세기 잉글랜드의 마을 ‘가십들(gossips)’과 17세기 프랑스의 귀족, 초기 식민지 시대 미국 여성들, 산업혁명기의 여성 노동자들, 미국 서부 변방의 개척자 여인들, 20세기의 페미니스트들과 21세기의 임금노동자들까지, 이 각각의 집단들을 형성하고 지탱한 것은 모두 그들을 둘러싼 사회 구조였다.
    (/ p.20)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들이 이렇게 남성 중심적이다 보니, 그가 “본질상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우정이 존재하는 것 같다”라고 쓴 것을 보면 뜻밖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사는 목적은 자식을 낳는 것만이 아니라, 각자 힘을 보태 가정의 행복을 일구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부부 사이의 우정이라는 주제는 후에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점점 평등해지기 시작하면서 더욱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된다.
    (/ p.45)

    테레사는 그와의 관계를 우정이라 칭했지만, 사실 막 시작된 연애의 특징들이 엿보인다. 그러나 테레사는 그런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저지할 만큼 충분히 소신이 강했다. 그 바람둥이 사제와 테레사의 ‘우정’은 현대 남녀 사이에서 성이 배제된 친밀한 관계의 선조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도 사회는 그러한 관계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오늘날에도 ‘그냥 친구 사이’라는 말에는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 p.88)

    일반 대중은 여성의 우정이라는 세계에서 이렇게 풍요로운 장이 펼쳐지는지도 모른 채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았다. 수녀들의 개인적인 인간관계는 대부분 그 수녀들 자신과 함께 수녀원의 담장 안에만 갇혀 있었고, 그 때문에 유럽의 남녀가 우정을 개념화하는 방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p.98)

    16세기에 가십은 여성 친구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단어였고 오늘날처럼 무가치한 잡담이나 뜬소문 같은 경멸 어린 뉘앙스는 담겨 있지 않았다. 가십들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나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았고, 누군가의 나쁜 행동에 대해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회 규범을 적용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사건에 대해 충분히 강력한 우려를 나타내면 마을의 행정관도 그 위반자에게 공식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 p.100)

    이웃과 나누는 우정은 모든 면에서 친족과의 관계만큼이나 중요했다. 보통 아내들은 어머니나 자매들과 떨어져 살았고, 걸어서든 말이나 마차를 타고서든 친정까지 갈 수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글을 쓸 줄 아는 이들―아마 여성 열 명 중 한 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은 최소한 편지를 통해서나마 가족과 연락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여성 인구의 대다수는 글을 몰랐기 때문에 친구나 위안이 필요할 때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 듣는 것도 기본적으로 이웃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 p.106)

    랑부예 부인의 주간(週間) 살롱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하고 사교생활에 뚜렷하게 여성적인 정취를 불어넣은 공간이다. 늘 참석하는 사람들로는 마드무아젤 드 스퀴데리, 마담 드 세비녜, 마담 드 라파예트 같은 미래의 작가들, 이미 작가로 자리 잡은 샤플랭과 코르네유, 메나주 등의 남성 작가들, 그리고 문학적 야심을 품지 않은 상류사회의 구성원들이 포함되었다. 랑부예 부인은 그들 모두에게 교양 있는 상류사회에 걸맞은 수준으로 언행의 질을 높이도록 요구했다. 그 여성들 대다수는 자신들이 저속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은 입에 담지 않으려고 완곡어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들은 ‘프레시외즈(세련된 숙녀들)’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이 말은 점잖은 척 허세를 부리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쓰였다.
    (/ p.121)

    매콜리와 워런은 감정적이라고 평가되는 여성의 본성에 대해 변명하기보다는 정치 영역에서조차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그들은 여성이 마음의 언어라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가족과 친구, 조국에 대한 여성의 사랑이 공적 담론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매콜리는 여성의 감정과 사적인 관계들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정이 자리할 곳 없는 마음속에 애국심이 깃들 수 있을까요?”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앞서갔던 워런과 매콜리는 아마도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20세기 페미니즘의 슬로건도 쉽게 수긍했을 것이다.
    (/ p.154)

    19세기에 함께 살았던 미국 여성들 중에는 섹스에 거의 관심이 없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오늘날 쓰이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즉 성적인 행위를 나누는 여성 커플들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목적에 맞춰서 보자면, 역사가 캐럴 스미스로젠버그(Carroll Smith-Rosenberg)가 제안한 모델에 따라 로맨틱한 우정은 ‘전적인 이성애’를 한 끝으로 하고 ‘타협의 여지 없는 동성애’를 또 한 끝으로 하는 연속체 전체를 아우른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 p.169)

    1880년대나 1890년대에 그런 행동을 한 여인들은 매서운 비난을 받았다. 그 무렵 사회과학자들이 동성 간의 사랑은 병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런 여성들은 남자를 사랑하는 ‘정상적인’ 여성으로 발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고,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 에빙(Richard von Krafft-Ebing)은 그런 이들은 선천적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 성도착자, 레즈비언 같은 부정적 함축을 지닌 전문적인 신조어들도 사이비 과학적 어휘로 시작하여 서서히 대중의 의식 속으로 스며들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던 여성들의 로맨틱한 우정을 서서히 궤멸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 p.198)

    엘리트 지식인들이 미국의 초월주의 운동을 중심으로 집결해 있던 바로 그 시절, 그들처럼 지적 특권을 얻지 못한 여성들은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에 떠밀려 새로운 관계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요컨대 14세부터 25세 사이인 앳된 얼굴의 이민자들과 시골 농장에서 올라온 소녀들이 도시 노동계급에 합류한 것이다. 이 젊은이
    들은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려면 딸들까지 나서서 도와야 하는 노동계급 가정 출신이었다.
    (/ p.222)

    우리가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오늘날의 여성은 이성 간의 사랑과 결혼과 모성을 뒷받침해준다는 말로써 우정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홀트비와 브리튼의 돈독한 우정은 평범하지 않은 일로 여겨졌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의 눈으로 보면, 개인적인 애정과 의미 있는 대의에 헌신한다는 공통점으로 한마음이 되었던 이 두 신여성은, 이후 20세기 여성들이 자매애라는 깃발 아래 하나로 결집하는 길을 닦아준 주인공이었다.
    (/ p.265)

    엘리너는 사회의 최상층에 자리한 인물이었지만, 그녀의 삶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70년 동안 여성들이 겪은 다방면의 진보를 보여주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엘리너는 정치가의 아내라는 자신의 지위를 동시대의 어떤 여성보다 가장 이롭게 활용했다. 친구들에게서 힘을 얻어 성장하고, 그런 다음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자가 되어주었던 엘리너는 인류의 친구로서 기억될 자격이 충분하다.
    (/ p.293)

    자매애는 형제애, 동료애, 우애 같은 용어들과 함께 일상 언어에도 스며들어, 어떤 감정의 공동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물론 그 공동체는 저 남성적 용어들이 암시하는 바와는 달리, 모든 인류의 공동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여성을 포괄한다. 한때 친자매 사이의 관계만을 가리켰고, 좀 더 확장되어 한 종교 교단에 속한 여성들을 나타냈던 단어가 이제는 같은 경험과 이해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든 여성을 지칭하게 되었다. 자매애는 과거의 전투적이고 반남성적인 시각이 사라지면서, 50년 전보다 오늘날에 더 널리 만연해 있는 듯하다. 어쩌면 그것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더욱 강력해졌는지도 모른다.
    (/ p.327)

    소셜미디어는 어쩌면 친구를 찾는 더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여 인터넷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음 번 대단한 무언가’가 나타날 때까지 소셜미디어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다시 한 번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여성들 역시 계속해서 친구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 p.345)

    미국에서 이성 간 우정은 확연히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해리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섹스는 친구 사이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종종 친구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에로틱한 관계로 바꿔버린다. 그러나 진정한 우정이 지닌 지고한 아름다움 중 하나는 굳이 언어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저 친구라고 부르면 되는 것을 왜 굳이 ‘그냥 친구 사이’라는 말을 쓴단 말인가?
    (/ p.385)

    남성들이 우정의 일부 측면을 ‘여성화’한 것처럼, 여성들 역시 과거에는 남성에게만 속했던 군사적·시민적 역할들을 맡고 있다. 이제 그들은 다른 남녀와 함께 전우로서 나란히 서 있고, 상원과 하원에서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남자들 사이의 우정이 기반이 되는 사회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남녀 모두가 사회의 선에 책임을 지며 양성이 떠받치는 사회라는 개념으로 변화했다.
    (/ pp.391~392)

    저자소개

    메릴린 옐롬(Marilyn Yalo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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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퍼드 대학의 미셸 클레이만 젠더 연구소에 재직 중인 원로학자이다.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웰즐리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독일어교육, 프랑스어교육 석사학위를,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유방의 역사History of the Breast](1999), [아내의 역사A History of the Wife](2002)를 비롯해, [모성, 죽음, 그리고 광기의 문헌Maternity, Mortality, and the Literature of Madness](1985), [폭풍의 시간Le Temps des Orages](1989), [냉혈 자매Blood Sisters](1993), [체스 퀸의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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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저자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의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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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번역 일을 하며 살고 있다. 14살 때 처음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15년 뒤 처음 번역을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번역만 하며 살았고, 남은 삶도 계속 번역하며 살고 싶다. 읽는 이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을 먼저 읽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다. 《우울할 땐 뇌 과학》,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혐오사회》, 《무신론자의 시대》 등 6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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