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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패티 스미스만의 독특한 마음 작동법!

『M 트레인』은 펑크 음악의 퀸, 대모라 불리는 패티 스미스가 마음을 기록한 산문이다. 피할 수 없는 질문인 "삶이 무너지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모두에게 던지며 이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엉뚱한 궁금증, 기발한 상상력,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가 담긴 이 책은 자신이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실어서 보고 느낀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가리지 않고 사랑하며 정을 주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일상을 버티는 아티스트 패티 스미스. 그녀는 과거, 현재, 환영을 똑바로 응시하며 삶을 재건하는 기록을 남긴다. 그녀가 아끼는 책과 작가이야기부터 전 세계의 이름난 장소들을 찾아가고, 영화와 수사 드라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일상을 예술의 영감으로 변화시킨 기록이며 동시에 이것이 바로 한 아티스트로서의 마음 작동법이라 말한다.

“모든 걸 기억할 것이고 모두 다 적을 것이다”
전설적인 뮤지션 패티 스미스가 그린 마음의 로드맵

이 책은 펑크 음악의 퀸, 대모라 불리는 패티 스미스가 마음을 기록한 산문이다. 1975년 첫 앨범 [호시스Horses]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중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표현한 음악 세계를 펼치며 찬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자 작가, 화가, 사진작가, 음악평론가, 연극배우 등으로도 활약하며 많은 예술가의 역할 모델이 되었다. 뮤지션이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패티 스미스는 『M 트레인』을 ‘내 삶의 로드맵’이라고 소개한다. 아끼는 책과 작가 이야기부터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름난 카페 탐방, 즐겨 찾는 장소들, 영화와 수사 드라마에 대한 애착까지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일상을 꼼꼼히 짚어 예술의 영감으로 변화시키는 한 아티스트의 마음 작동법을 살펴볼 수 있다. 엉뚱한 궁금증, 기발한 상상력,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패티 스미스만의 독특한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자신이 직접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실어서 보고 느낀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80년, 그녀는 디트로이트에서 뮤지션 프레드 소닉 스미스와 결혼한 뒤 몇 년 동안 외부 활동을 줄이고 아이들과 음악에 온 힘을 쏟으며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보낸다. 그 당시 미시간에서의 특별한 추억과 남편을 잃고 치유되지 않은 상처도 섬세하게 써내려간다. 열정과 정직함, 날카로움이 담긴 이 책은 “우습고 아름답고 경이롭고 행복하지만, 깊은 슬픔에 젖어 있다”(옮긴이 김선형).

모든 건 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이미 이야기했던 꿈.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 쓰는 건 쉽지 않지, 그는 말했고 그래서 나는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도전이었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꿈은 소원을 낳고 여운으로 머무르는 질문을 낳는다. 작품을 어떻게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드나? 작가는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을 독자의 손에 가져다놓는가? 말을 잃고 나는 뒤로 여행한다. 어쩌면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냥 간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지 모른다.
-316쪽

“늘 나를 움직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쓴다”
아티스트를 자극하는 책과 작가

대체로 나는 글로 쓰는 것보다 생각이 훨씬 많은 편이다. 그래서 생각을 즉시 지면으로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곤 했다. 젊었을 때는 사유와 글쓰기를 동시에 하려 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 포기하고 무지갯빛으로 형형색색 빛나던 비밀 시냇물가에 우리 집 개와 함께 앉아 머릿속으로 글을 썼다.
-205쪽

패티 스미스의 하루는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러 가는 뉴욕의 아담한 카페 구석에서 시작된다. 항상 같은 구석 자리에 앉아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다가 책을 읽고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떠오른 생각을 냅킨에 적는다. 자신을 노동자라고 말하며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한다. 최선을 다해 독특한 것을 창조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몇 주 동안 카페의 내 구석 자리에 앉아 무라카미 하루키만 읽었다. 화장실에 가거나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할 때만 반짝 수면으로 나와 숨 쉴 뿐이었다. 『양을 쫓는 모험』이 끝나고 『댄스 댄스 댄스』와 『해변의 카프카』가 정신없이 이어졌다. 그러다 『태엽 감는 새』를 읽기 시작한 게 치명타였다. 그 책 때문에 결국 나는 망했다. 황무지라도 아무 죄 없는 어떤 지역을 향해 치닫는 운석처럼 그만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궤도로 들어서버린 것이다.
-117쪽

로베르트 볼라뇨, 윌리엄 버로스, 폴 보울스, W.G. 제발트, 장 주네, 실비아 플라스,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 수많은 작가가 패티 스미스를 자극했다. 엉뚱한 호기심을 가진 그녀는 책 속 한 구절을 단서 삼아 비행기를 타고 궁금한 장소에 직접 찾아간다. 멕시코에 있는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집으로, 북극 탐험가 알프레드 베게너를 기리는 학회가 열리는 베를린으로, 『도둑 일기』 장 주네의 성지인 생로랑 유형지로, 비트겐슈타인과 실비아 플라스, 미시마 유키오의 무덤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나라로 끊임없이 떠난다. 이 모든 예술의 영감이 어우러진 『M 트레인』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의 흐름에는 종착역이 없다”고 말하는 패티 스미스의 아름다운 미로를 탐험할 수 있다.

“절대 하찮은 일이 아니다”
범죄 드라마와 쌓은 단단한 유대감

여기서 나가야 해, 나는 생각하고 있다, 도시 밖으로 나가야 해. 그러나 어디로 가야 무기력이라는 지독한 고질병을 질질 끌고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작은 구석 자리에서 맞는 아침과 몇 번이나 두들겨야 간신히 깨어나는 말 안 듣는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휙휙 돌리는 늦은 밤들은 어떻게 하고?
-배터리를 갈아줬잖아, 나는 애원조로 말한다. 그러니까 빌어먹을 채널 좀 돌려봐.
-당신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지금 범죄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나는 뻔뻔스럽게 중얼거린다. 절대 하찮은 일이 아니란 말이야.
-42쪽

패티 스미스는 런던의 호텔에 처박혀 영국 탐정 드라마를 연속으로 본다는 것을 여행의 이유로 삼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닥터 후Doctor Who] [더 킬링The Killing] [로 앤드 오더Law & Order] [CSI: 마이애미]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 등을 ‘본방’에 ‘재방’에 재방의 재탕까지 꼼꼼히 챙겨본다. 등장하는 형사가 잠복근무하며 식은 커피를 마시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위스키를 마시면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함께 마시는 등 리모컨만 누르면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캐릭터를 현실의 친구 이상으로 사랑한다. 갑작스러운 종영을 앞둔 드라마의 마지막 화를 보며 이렇게 주인공과 작별할 수는 없다며 허탈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패티 스미스는 너무나 좋아하는 드라마인 [로 앤드 오더]와 [더 킬링]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더 킬링]의 드라마 프로듀서 비나 서드에게 팬레터를 쓰기로 했다. 그녀에게 답장을 받았을 때는 놀랍고도 행복했다. 몇 주일 뒤 그녀는 [더 킬링]이 여섯 화 더 제작되어 돌아올 거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시간을 정지하고 플롯을 다각도로 검토하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데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304쪽

“나는 한 번도 안전지대에 머문 적이 없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처하는 방법

내 생일의 남은 시간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보며 때 이른 죽음을 맞은 남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프레드. 폴록. 콜트레인. 토드. 나는 그들보다 한참을 더 오래 살았다. 언젠가는 그들이 소년처럼 보일까 궁금했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어떤 특별한 모습의 나 자신을 한참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에 달뜬, 불경한 나. 그녀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건 확실했다.
-187쪽

젊은 시절의 연인 로버트 메이플소프를 에이즈로 잃은 경험이 있는 패티 스미스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비극과 악연이 있다. 영혼의 동반자였던 프레드 소닉 스미스가 마흔넷의 나이에 세상을 뜨고 그 후 한 달 만에 남동생 토드도 세상을 떠난다. 패티 스미스의 세계를 지탱했던 작가들의 죽음, 뮤지션들의 죽음, 밤새 노래 부르며 우정을 쌓았던 체스 챔피언 보비 피셔의 죽음, 아침에 항상 발걸음을 옮기던 카페 이노의 폐업, 푹 빠져 살았던 드라마의 종영, 나이 많은 고양이 ‘여왕님’의 죽음. 이 모든 죽음과 상실은 패티 스미스가 알고 있는 세상을 폐허로 만든다.
결국 그녀는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삶이 무너지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이에 대한 고찰이 담긴 『M 트레인』은 “트라우마가 있는 생존자가 삶을 재건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패티 스미스는 생물, 무생물 가리지 않고 사랑하고 정을 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일상을 버틴다. 또한 과거, 현재, 환영까지도 똑바로 응시한다. “모든 걸 기억할 것이고 모두 다 적을 것이다”라고 하며 끊임없이 노래한다. 그리고 70세의 패티 스미스는 마지막까지 새로운 글을 써서 세상과 소통하겠다고 다짐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

*『M 트레인』은 2016년 8월, 미국과 영국에서 페이퍼백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패티 스미스가 특별히 덧붙인 글인 「포스트스크립트」가 한국어판에 수록되었다.

예술가는 삶의 입자를 증폭해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예술가인 패티 스미스 역시 그렇다. 찻잔 속 황금빛 카모마일 잎을 보고 죽음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순간을 노래하고, 몇십 년 전 일을 어제처럼 떠올리고, 현실보다 생생한 꿈을 적어내려간다.
패티 스미스의 글은 그녀처럼 자유로워 옆으로 새고 그 덕에 우리는 예술가의 머릿속 아름다운 미로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고양이와 분실물의 계곡과 실비아 플라스의 무덤과 철제 책상과 커피가 있는 그 미로는 놀랍게도 몇십 년째 초여름이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수밖에 없다고, 빛을 머금은 푸른 잎은 노랗게 물들고 그 후엔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도 그렇게 믿었지만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70세의 패티 스미스가 이 책에서 내내 이렇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과거도 현재도 환영까지 똑바로 응시할 것이라고, 나는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은 전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여전히 나라고, 세상은 아름답고 공허하고 외로움은 날 껍데기처럼 감싸고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글’을 쓸 것이라고.
나는 변치 않는 여름의 마음을 읽었다.

카페 이노 15
채널 돌리기 37
동물 크래커 57
벼룩이 피를 보다 79
한 무더기의 콩 88
시침과 분침이 없는 시계 103
우물 110
운명의 수레바퀴 131
태엽 감는 새를 잃다 154
폭풍의 이름은 샌디였다 174
외투의 노래 189
무無 192
태풍 공기 악마들 229
알프레드 베게너의 꿈 247
라라슈로 가는 길 254
덮인 땅 269
린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이는 방법 276
분실물의 계곡 280
정오의 시각 287

포스트스크립트 296
옮긴이의 말 319

나도 모르게 어느새, 경미하지만 쉽게 낫지 않는 병에 걸려버렸다. 우울증은 아니고, 그보다는 멜랑콜리아에 대한 현혹이랄까. 줄무늬 그림자가 진 터무니없이 푸르른 작은 행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마음의 병病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굴려본다.
-35쪽

나는 볼라뇨를 기리는 100행의 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짧았던 삶의 마지막 시간을 숨 가쁘게 위대한 걸작 『2666』을 완성하는 데 바쳐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는 나 나름의 방식이었다. 신의 특별한 은총이 있어 그가 삶을 허락받을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쉰 살의 나이, 필력이 정점에 올랐을 시기에 죽음을 맞는, 그런 서글픈 불의가 하필이면 아름다운 볼라뇨를 찾아와야 했다니. 그와 그가 쓰지 못한 글을 잃은 우리는 적어도 세상의 비밀 하나를 끝까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39쪽

타이프라이터와 채널 돌리는 리모컨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커피 머신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무생물이라도 다른 것보다 훨씬 더 정이 가는 게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한다.
-47쪽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천사들에 대한 백일몽을 꾸었다. 천사를 만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금세, 나도 이미 천사를 만나보았다는 걸 깨달았다. 성 미카엘 같은 대천사는 아니었지만, 오버코트를 걸치고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에 물빛 눈동자를 갖고 있던 디트로이트 출신의 내 인간 천사를.
-57쪽

야트막한 하얀 벽에 에워싸인 구석 자리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실시간’을 유보하고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다리를 자유롭게 노닐었다. 나의 모로코. 내가 타고 싶은 기차는 무조건 따라갔다. 글을 쓰지 않으면서도 글을 썼다.
-89쪽

어떻게 읽을 책이 없을 수가 있는 거지? 아마 책이 없는 게 아니라 열정이 부족한 것이겠지.
-112쪽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데 뭔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이 끝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나는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심란해져서 앞뒤로 책장을 뒤적거리며 단서를 찾아 헤매거나, 어디 걸어볼 전화번호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아니면 누구한테 편지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불평하거나 따지려는 게 아니라, 그저 약간의 해명이나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거다. 그래야 내가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119쪽

얼마나 쉬운 일인지 몰라, 동물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말이야.
-145쪽
우리한테 당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우리는 그저 부랑아일 뿐이오.
작가들은 다 부랑아지요, 나는 중얼거렸다. 나도 언젠가는 당신네 패거리로 쳐줬으면.
-227쪽

나는 움직임을 믿는다. 세계를 믿는다. 자정과 정오의 시각을 믿는다. 그러나 내가 또 무엇을 믿고 있을까? 가끔은 모든 것을. 가끔은 아무것도. 나는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잃어버릴 삶을 믿는다.
-2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