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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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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세계적인 작가 바르가스 요사, 성·사랑·에로티시즘의 극한과 극단의 미학을 탐구하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생존해 있는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인 바르가스 요사는 이 소설에서 현대의 성?사랑?에로티시즘의 극한의 경계를 익살스럽게, 의뭉스럽게, 능청맞게, 욕망의 절정과 허망의 구렁텅이를 오가며 욕망과 쾌락의 백과사전을 펼쳐 보인다. 낮에는 평범한 보험업자이지만 밤에는 도색작가에 성도착자이며 게다가 각종 예술 작품의 애호가인 주인공이 밤바다 기록해둔 비밀노트에 펼쳐져 있는 성적 환상과 도착, 욕망의 변주곡과 좌절의 드라마들은 현대에 들어와 성?사랑?에로티시즘이 인간의 욕망 속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변주되고 왜곡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아름다운 관계를 낳는 것이 아니라 질투와 질시, 선망과 환상을 낳으며, 거기에 근친상간과 스와핑 등의 도착적인 관계로까지 인간의 성적 욕망은 질주하고 탈주한다. 게다가 이 성?사랑?에로티시즘을 둘러싼 인간의 온갖 감정과 심리의 섬세한 결을 빼어나게 포착하는 그의 이야기 솜씨는 ‘이야기꾼의 죽음’, ‘소설의 죽음’ 등이 운위되는 지금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에곤 실레의 예술이라는 고급 문화와 부자를 둘러싸고 변주되는 하이 데카당스한 사랑의 삼각형을 펼쳐보이고 있는 이 소설은 낮의 이성과 밤의 욕망, 사랑과 에로티시즘 등 인간의 사랑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마치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




    사랑은 언제나 삼각형이다.

    초반의 어린 소년 폰치토가 지금은 별거 중인 새엄마를 만나러 리마에 있는 그녀의 집엘 찾아간다. 헤어진 부부와 그 둘을 이어주려 애쓰는 어린 아들. 만남과 이별을 다룬 여느 소설이라면 한 번은 나올 법한 지극히 아름답고도 따스한 광경이다. 그러나 웬일일까? 조금은 서먹한 인사말과 과거에 대한 한두 마디의 말, 그러고는 가족애에 대한 아름다운(그러면서도 평범해서 지루한) 묘사로 가득 차야 할 이 장면은 어딘가 수상쩍다. 새엄마는 실신 지경이 되어 쓰러지고 뒤따라온 하녀는 막말을 하며 아이를 내쫓으려 한다. 점입가경이랄까, 아이와 말하는 새엄마의 말투 역시 거리를 잡지 못하며 갈팡질팡한다.
    전작인 ?계모 찬가?를 읽은 독자라면 조금 빨리,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조금 늦게 눈치 채겠지만, 새엄마와 그녀의 어린 아들은 사실 모종의 연애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몸을 섞은 사이이다). 이 소설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의 첫 문장 앞에 나왔어야 할, 그러나 글을 읽어나가며 점차 눈치 채게 될 줄거리는 이렇다. 일단 이 소설의 주인공인 리고베르토씨는 결혼 10년 만에 상처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루크레시아를 만나 재혼을 한다. 10살 남짓 되는 전처소생의 폰치토와 함께였다. 폰치토와 루크레시아는 모종의 연애사건, 그것도 육체적 사건을 일으키고, 루크레시아는 집 밖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얼마 후 폰치토가 루크레시아의 집을 방문한다. ‘새엄마가 보고 싶어서’ ‘학교를 땡땡이 치고’라는 앙큼한 이유를 대며.


    쾌락의 백과사전. 그리고 비밀스런 노트들

    한편, 이 소설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리고베르토씨는 헤어진 루크레시아를 그리워한다. 그는 밤마다 루크레시아에 대한 기억들을 노트 속에 채워 넣는다. 그런데, 그 기억이란 것이 조금은 묘하다. 다른 남자와 바람 피는 루크레시아의 고백인가 하면, 함께 벌이는 난교의 현장, 혹은 갖가지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야한 상상들이다. 그 상상들은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속에서 생겨나며, 곧 보충된 채 다시 비밀노트 속에 들어간다. 야하디야한, 자칫 3류 소설로 전락할 수 있는 이런 내용들이(게다가 큰 줄거리 자체가 엽색가인 남편에 계모와 불륜을 저지르는 아이라는 조금은 위험한 내용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인공들이, 더 정확히는 바르가스 요사가 독자에게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는 예술작품 덕분이다. 요사의 예리한 문장은 박물관 속에 잠자고 있을 작품들을 끄집어내 현실의 우리 앞에 상상이라는 이름으로 펼쳐 놓는다. 그 작품들은 미술, 소
    설, 희곡, 심지어 영화까지 말 그대로 다양성의 극치를 이룬다. 재미와 함께 지식욕까지 충족시키는 이러한 서술 기법은 요사만의 독창적인 방식인데, 그 종류가 가히 백과사전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예술작품에 대한 단순한 묘사만으로 이 소설을 멋지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묘사를 넘어 주인공인 리고베르토씨의 입을 빌려 서술되는 다양한 논평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게 읽히거니와 한데 모여 소설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얼핏 보기에 난해하게 느낄 수 있는 실험적 글쓰기를 해나가고 있다. 시점이 뒤섞이는가 하면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이 교차한다. 현실 속에 가상의 인물이 나오는가 하면 종종 나오는 편지글들은 과연 누가 쓴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어떤 사건은 사실처럼 묘사되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그것을 모르는 것은 독자들뿐이며, 그 환상의 주체들인 주인공들은 환상과 실재를 정확히 구분하지만 우리는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환상 소설의 방식과는 정반대인 것인데, 이런 식으로 요사는 환상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또 해체한다. 실재와 환상을 구분하는 일은 독자에겐 무척 흥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힘들게 읽을 것 없이 그저 가볍게 읽어도 이 소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것이 소설 속의 실재이든 아니든 원한다면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이 말하는 작품들을 쉽사리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뿐일까? 인물들이 걸었던 지역, 심지어는 루크레시아가 떠나는 파리 관광까지 원한다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을 포함한 소설 밖 현실과 소설 속 허구를 이렇듯 조합시키는 것 역시 요사가 하는 글쓰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르가스 요사, 에곤 실레를 쓰다

    화가와 그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은 요즘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드문드문 잘려나간 자료를 조합하여 몇 장의 그림 속에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일은 소설가에게나 독자에게나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주의의 대가인 바르가스 요사의 방식은 남다르다. 그가 주로 소재로 삼는 화가는 20세기의 화가인 에곤 실레이다. 최근의 사람인만큼 알려진 자료도 넘칠 만큼 많다. 게다가 실레는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럼 그 그림들을 분석하고 조합하여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진 실레의 생을 소설로 써내려가야 할까?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헝클어진 고수머리, 목에 드러난 푸른색 핏줄, 노란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귓불, 교복 ― 푸른색 윗도리와 회색 바지 ― 에 감싸인 작고 날렵한 몸뚱이……(소설 속에서)


    왼발을 직각이 되도록 들어올리시오. 머리는 오른쪽 어깨 쪽으로 기울이고, 입을 반쯤 벌리시오. 오른손으로 시트 한쪽 끝을 움켜쥐고, 잠이 든 것처럼 눈을 감으시오. 그리고 상상해 보시오. 나비 날개를 단 노란색 강줄기와 잔별들이 하늘에서부터 당신에게로 떨어져 내리오……(소설 속에서)


    소설에서 인용한 이 문장들과 책 속에 섬세하게 배치된 화보를 살펴보면 독자는 인물을 묘사한 이 문장이 각각 실레의 <세일러복을 입은 소년>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술 작품 속에서 인물들을 끌어와 우리가 사는 현재의 도시에 살게 한다. 이것이 요사가 그림을 쓰는 방식이다.
    한편 이 소설에 나오는 많은 화가들 중에 에곤 실레는 특히 중요한데, 여기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이 실레의 그림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인 요사는 인물을 그림에서 끌어왔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폰치토는 인물을 그림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아이의 천진함일까? 악마적인 영악함일까? 폰치토는 자신을 에곤 실레의 환생이라 생각한다. 그가 꺼내는 모든 말들은 항상 에곤 실레라는 주제로 돌아가곤 한다. 에곤 실레라는 화가의 삶이 아이의 입에서 말해지고 또 재현된다. 급기야는 소설 속 여자들에게 실레의 그림과 같은 자세를 요구하며, 소설의 줄거리를 급전시킨다.





    섬세한 심리묘사

    섬세한 묘사, 특히나 심리묘사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인데, 그 심리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소설 속 상황을 설명하는
    근거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때론 독백으로, 때론 인용이나 묘사로 요사는 다소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모습과 심리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매력적인 현대 여성이지만 어딘지 고전적인 모습을 간직한 루크레시아, 천사 같은 외모를 지니고 천진하게 사건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폰치토, 갖은 예술 작품 특히 에로틱한 작품의 수집광이자 극심한 공처가인 리고베르토, 날렵한 몸매의 당차고 눈치빠른 후스티니아나, 그리고 그 외 많은 인물들과 그들이 겪는 성적인 고민과 일탈들이 요사의 문장을 빌려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아내에 대한 리고베르토의 사모는 전율이 일 정도인데, 예술작품을 들어 부인에 대한 상상을 전개해나가는 부분만이 아니라 소설 곳곳에 나오는 그의 독백과 편지글들에서 그 극을 더한다. 작은 발을 다룬 소설을 묘사하다 아내의 발에 대한 예찬으로 빠지거나 10대 소년과 관계를 가져 지탄받는 여교사(이런 종류의 사건은 최근에도 뉴스에 실린 적이 있다)를 자신의 아내와 비슷한 일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변호하다 못해 찬양하기도 한다. ‘당신네들은 조국을 사랑하시라, 나의 조국은 아내가 있는 침대이며 그 조국의 깃발은 루크레시아이니’ 운운 하는 부분에선 할 말이 없어진다. 사실 리고베르토씨의 환상은 극도의 개인주의에 가깝다. 말 그대로 낮에는 평범한 ‘보험쟁이’ 밤에는 ‘도색작가’이며 당연하겠지만 밤의 모습은 모두에게 숨기고 사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주권을 위한 투쟁을 도외시하고(혹은 2차적인 문제로 돌리고) 집단 ― 계급, 인종, 젠더, 국가, 성별, 민족, 도덕, 종교 혹은 직업 ― 을 앞세우는 모든 운동은 그렇지 않아도 제한적인 인간의 자유를 더욱 더 억압하려는 음모일 뿐입니다. 그 자유는 각 개인의 영역, 나누어질 수 없는 피끓는 영토 즉 육체 내에서 완전한 의미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조금은 위험할 수 있는 이러한 말들이 소설 속에서 거부감 없이 읽히는 것 역시 이 소설의 뛰어난 묘사 덕분일 것이다.





    사실과 허구, 30여 컷의 칼라도판

    올해 번역 출판계에서 아마 최고의 화두는 팩션일 것이다. fact와 fiction, 그러니까 사실과 허구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이 말은 주로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줄거리를 이어나가는 소설을 지칭한다.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 역시 일반적인 팩션류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사가 보여주는 팩션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일반적인 팩션에서는 역사적 사료가 소설 속의 실재, 그러니까 독자에게는 허구인 줄거리를 이어나가는 얼개가 되지만 요사의 소설에선 역사적 사료로 주인공이 허구와 실재를 모두 만들어낸다. 그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것은 사실 소설의 주인공들뿐으로, 그들조차도 자신과 관련된 몇 가지만을 구분할 뿐이며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줄거리의 타당성만이 고민거리가 되는 팩션과 달리 요사의 소설에선 그 줄거리 자체가 허구인지 실재인지 밝혀내야 할 의무가 독자에게 주어지는데, 이는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온 요사의 독창적 방식이다. 앞서 환상문학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이 소설은 환상을 겪는 주체와 인식하는 주체를 역전시킴으로써 일반적인 환상문학을 넘어선다. 팩션에 대해 말하자면 이 소설은 일반적인 팩션과 다르다. 이 소설에서 소위 팩션을 쓰는 주체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며 그들은 보통의 인물과 달리 무척 능동적으로 줄거리에 개입하는데, 말 그대로 독자는 만들어진 줄거리를 감상하기보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색하고 이 소설을 읽어간다면 아마 당신은 주인공이 요사의 펜을 빌려 보여주는 줄거리 속에서 정신없이 헤매고 말 것이다. 그러나 편안히 읽으시라, 즐기듯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덧 의문은 풀려버릴 테니까. 그리고 썩 괜찮은 소설을 만났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갖은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뒷얘기들은 하나의 덤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해 한국어판에서는 몇 컷의 도판을 추가했다. 요사의 뛰어난 글과 함께 섬세하게 수록된 30여 점의 칼라 도판은
    이 소설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에곤 실레의 그림 25컷을 포함하는 이 도판들은 소설의 내용에 맞추어 공을 들여 고른 것이고 오직 한국어판에만 있는 것이다.

    저자소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6.03.28~
    출생지 페루 아래키파
    출간도서 22종
    판매수 6,386권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났다. 1963년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을 발표하며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고, 1966년 출간한 [녹색의 집]으로 페루 국가 소설상, 스페인 비평상,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세계 각국 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각종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1985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4년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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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세상 종말 전쟁],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의지와 운명], [경이로운 도시], [블라드],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아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내 우울한 날들에게],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 [멀어지는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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