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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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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서현
  • 출판사 : 효형출판
  • 발행 : 2016년 07월 15일
  • 쪽수 : 27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872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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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귀포에 집 짓기

벌써부터 동아시아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제주. 최근 들어 부호들이 눈독 들인 탓에 화려한 집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세계적 건축가들의 랜드마크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꿈꾸는 로망의 섬이다.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꼽히면서 ‘제주 한 달 살기’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마저 생겼다. 제주 생활을 간접 체험이라도 하기 위해 짬을 내어 제주를 찾는 것이다. 제주에 터를 잡고 새로운 삶을 일구는 이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며 대리만족하기도 한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환상적인 풍광과 청정 자연은 확실히 제주의 가장 큰 강점이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이 섬에 위치한 독특한 집을 소개하려고 한다.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에서 차로 10분 정도 가다 보면 길에서 눈에 확 띄는 집이 하나 있다. 새하얀 외벽과 모서리에 난 창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잘 보면 희한한 점이 또 있다. 이 집을 한 바퀴 돌아보자. 벽이 하나, 둘, 세 개뿐이다. 그러니까, 세모난 집이다. 그러고 보니 유리창, 우편함 등등 곳곳에 이미 힌트가 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안팎에서 삼각형 디테일이 계속 발견된다. 자연스럽게 질문이 뒤따른다. 대체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누굴까?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이렇게 지은 걸까?

출판사 서평

바다, 하늘, 태양을 품은 삼각형 주택 시선재示線齋

‘길에서 눈에 확 띄는 집’은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요청한 유일한 사항이었다. 건축주 부부는 설과 추석 이틀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20년을 함께 일해온 부부는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자신들에게 선물하고자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아름다운 제주 건축 7선’에 선정된 건물이기도 한 ‘해심헌’을 좋아했던 부부는 그 집을 지은 건축가 서현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에게 선물이 될 집을 건축가가 지어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바다가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제주도로 날아가 집 지을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땅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바다는 아득히 멀었고 대지 앞은 전신주 천지였다. 길도 땅도 평평하지 않고 가팔랐다. 분명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과연 이것을 바다가 보인다고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수선한 풍경과 경사 급한 땅이 수다스럽게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런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때부터 건축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바다에 가서 우리는 뭘 보는가. 바다를 바다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빼내면 더 이상 바다가 아니게 되는 그것은 무엇인가. 답은 한 단어로 귀결된다. 수평선. (59쪽)

건축가는 바다를 감상하는 데 쓸데없이 방해가 되는 풍경은 과감히 지워버리고 수평선, 즉 바다와 하늘만 보이도록 바깥 경치를 잘라내 유리창에 담기로 했다. 그리고 그저 ‘바다가 보인다’에서 그치지 않고 그 문장 끝에 느낌표를 박아 넣기 위해, 수평선을 향한 갈망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창을 건물 모서리에 내기로 했다. 대지의 경사와 바다 조망을 고려하다 보니 건물 모양은 삼각형 평면에 이르렀다. 그제야 퍼즐이 하나둘 맞아가기 시작했다.
이 집의 이름은 ‘시선재’다. ‘바다(Sea)와 태양(Sun)이 보이는 집’이라는 뜻으로 건축주가 장난삼아 제안했던 것을 건축가는 기억해두었다. 서서히 집의 윤곽이 드러나자 ‘수평선을 보여주는 집’이라는 뜻을 더해 시선재(示線齋)라는 당호를 붙였다.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

구구절절 시시콜콜,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는[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빨간 도시] 등 인문적 건축, 도시 이야기를 꾸준히 쓰며 건축과 대중 사이의 담을 부지런히 허물어온 서현 교수의 첫 번째 집 짓기 책이다. 그간 펴낸 책도 많고 지은 건물도 많지만 건축가로서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여 세상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면과 스케치부터 건물 완공 후 사진까지 시각 자료를 다채롭고 디테일하게 수록한 것은 물론이고 끝없는 고민, 어이없는 실수, 겨우 해결했다 싶으면 또 등장하는 현실적 난관 등 대충 넘어갈 법한 이야기까지 덮어두거나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환상의 분 냄새가 감도는 결과물이 아니고 속세의 땀 냄새가 선연한 작업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도면과 스케치 모두 원본 그대로 사용할 것이다. 도면의 계단 한 단이 건물 전체를 흔든다. 비록 오보일지라도 일기예보에 그려진 우산 한 개가 공사 일정을 지연한다. 모두 설명할 것이다. 구구절절하고 시시콜콜하게. (17쪽)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멋진 집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그 매끈한 결과물에는 이야기가 없다. 집을 짓는 동안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동안 살짝 숨겨져 있었던 그 이야기들이[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 짓기]에는 있다. 덧셈보다 미분방정식 푸는 게 더 좋다는 요상한 건축가. 이 범상치 않은 자의 적나라한 문제 풀이 과정과 흥미진진한 해답이 공개된다.

목차

1 나를 위한 선물
- 이메일
- 연속극
- 전문가
- 건축가
- 교향곡

2 바다와 태양
- 바다
- 소란한 풍경
- 화이트 모던
- 고약한 요구
- 세 치 혀
- 범죄 현장
- 가시밭길

3 집과 스케치
- 면죄부
- 스펀지 아파트
- 밀봉 공간
- 교수 권력
- 가족 권력
- 노동력 징발

4 환상과 현실
- 가위와 창
- 묘수풀이
- 퍼즐 조각
- 호화 주택
- 문수보살
- 사람의 설계
- 열망의 느낌표
- 이세이 미야케
- 환상 공간
- 미인도의 덫
- 실패한 지휘관
- 호박의 길
- 기대와 실망
- 변수와 상수
- 미분방정식
- 노가다
- 답신

5 설계와 예산
- 빨래 던지기
- 콜라와 비아그라
- 보이는, 보여주는
- 성의 표시
- 흉흉한 여름
- 좋은 인상

6 악보와 도면
- 자동차 전시장
- 줄눈 삭제
- 계단의 사연
- 부석사 석등
- 검은 초대장
- 거실 패션쇼
- 존재의 부재
- 무아레 효과
- 알람브라 궁전의 천장
- 프리마돈나의 발끝
- 열린 화장실
- 패션 재앙
- 노래방의 넥타이

7 연주와 시공
- 블로그
- 첨단 조선 시대
- 콘크리트의 국적
- 거푸집 도공
- 레미콘의 사회학
- 전신주의 운명
- 부재 상황
- 강화와 타협
- 모기의 입장
- 칵테일 리조트
- 비틀린 입체
- 완전 용입
- 인간 크레인
- 절박한 접선
- 옥상의 환상
- 마지막 모서리
- 좌절의 순간
- 삼각김밥

8 건물과 저자
- 선물

epilogue
- 남은 포장지

본문중에서

답이 아니고 문제를 이야기해주세요. 내가 건축주에게 늘 하는 이야기다.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스페인풍이나 몽골풍이나 이도 저도 아닌 안드로메다풍이 나올 수도 있다. 답은 전문가가 내리는 것이고 그 전문가를 존중할 의사가 없는 사람의 집을 내가 설계하겠다고 나설 필요가 없다. 그런 취미 생활의 구색을 맞춰주겠다고 내가 건축의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시간은 내게도 소중하다. 그런 이를 위해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잠시 주저했다. 그래도 건축주를 만나보겠다고 했던 것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바다가 보입니다."
(/ pp.21~22)

좋은 답은 훌륭한 질문에서 나오는 법이다. 소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인 건 그 절묘한 질문 때문이다. 그런데 평평하고 네모난 땅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필사적으로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다. 초면의 과묵한 상대는 얼마나 불편한 존재겠는가. 그에 비해 이렇게 경사 급하고 이상한 땅은 수다스럽게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중이다. 이런 나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 p.25)

건축주 부부는 과거에 대학 동기였고 지금도 같이 일한다. 1년에 설과 추석 이틀만 쉬는 자영업자다.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 이어지는 고강도 근무다. 그렇게 20년 넘게 살았다. 그래서 이제는 수고한 자신들에게 선물로 줄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라 닮는 건지 닮은 사람이 부부가 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전혀 다르게 생긴 두 남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 p.30)

살아보니 빨간 주단을 깔아놓은 탄탄대로는 어디에도 없더라. 보기에 장미꽃길이어도 디디면 가시밭길이다. 그런데 이 일은 딱 봐도 가시밭길이 돼 장미꽃은 보이지도 않았다. 대지는 괴상했고 바다 풍경은 번잡했다. 계단 조건은 모순적이었고 예산은 초저가였다. 가시덩굴과 엉겅퀴가 우거진 길이 뻔했다. 그럼에도 건물을 설계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주문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기대였다. (중략) 얼굴로는 하나도 안 닮은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했다. "집이 그 길에서 눈에 확 띄었으면 좋겠어요."
(/ p.37)

바다가 보인다. 질문은 이것이다. 바다는 뭘까. 우리의 질문은 해녀나 선원의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왜 바다를 보는가. 바다에 가서 우리는 뭘 보는가. 바다를 바다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빼내면 더 이상 바다가 아니게 되는 그것은 무엇인가. 답은 한 단어로 귀결된다. 수평선.
(/ p.59)

바다가 보인다. 수평선이 보인다. 이 서술은 법당 스님의 독경처럼 무심하고 담담하다. 우리는 그 이상이 필요했다. 뒤에 느낌표가 박힌 문장이 필요했다. 바다가 보인다! 바다다! 중요한 것은 수평선을 향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바다로 성큼 다가서야 했다. 창은 그런 갈망과 의지를 보여주어야 했다. 나는 모서리에 수평선을 담기로 했다.
(/ pp.80~81)

일본의 '노가다'는 집 짓는 장인을 일컫는다. 그 노가다는 저 멀리 홋카이도 시골집 화장실의 타일 줄눈도 칼같이 다 맞춰놓는다. 볼 때마다 섬뜩하다. 그러나 우리의 노가다는 일용직 잡부다. 전문성도 책임 의식도 별로 없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일급 호텔 화장실의 줄눈도 다 제멋대로다. 볼 때마다 한심하다.
(/ p.114)

씨썬재. 나는 건축주의 제안을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가 중요했다. 바다와 태양의 집인 'sea sun 재'는 우리에게 필요한 그것, 멋이 없었다. 수평선이 이 집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sun은 수평선의 선線과 발음이 유사하다. 우리는 수평선이 보이는 집을 짓고 있으니 한자로 옮기면 시선재視線齋다. 신기하게 들어맞는 우연이었다. 선을 보는 집.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수평선을 그대로 보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평선을 우리가 생각한 방식으로 가공해서 거실의 창에 담으려고 기를 쓰는 중이었다. 우리는 수평선이 '보이는 집'이 아니고 수평선을 '보여주는 집'을 만들고 있었다. 한자를 바꿨다. 당호는 시선재示線齋가 되었다.
(/ p.127)

야간작업 사진이 블로그에 올라왔다. 작업팀이 힘들어하기보다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한다는 소식이었다.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었다. 이 건물을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라고도 했다. 시공하다 뭔가 안 맞으면 현장 소장이 뭐라고 안 해도 알아서 뜯고 재시공을 한다고 했다. 다들 미쳐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 p.213)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7종
판매수 5,311권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빨간 도시> <배흘림기둥의 고백> <또 한 권의 벽돌> <세모난 집 짓기> <상상의 책꽂이> 등의 저자이고 건축가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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