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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는 여성이라는 주체가 얼마나 아프게 탄생되어야 했는지를, 사랑의 서사를 통하여 아픈 모습 그대로, 실패한 모습 그대로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아버지를 초월한 여성, 남성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으로서 출생신고를 한, 우리 시대의 첫 번째 시인이었다. 시인은 악을 쓰며 산고를 치르는 어미였고, 동시에 공포 속에서 태어나고 있는 아기였고, 동시에 아기를 받아 안던 산파였다. 혼자서 그렇게 태어났다.”
- 김소연 / 시인
(/ '우리 시대의 유일무이한 리얼리스트' 중에서)

“최승자는 여성이라는 주체가 얼마나 아프게 탄생되어야 했는지를, 사랑의 서사를 통하여 아픈 모습 그대로, 실패한 모습 그대로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아버지를 초월한 여성, 남성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으로서 출생신고를 한, 우리 시대의 첫 번째 시인이었다. 시인은 악을 쓰며 산고를 치르는 어미였고, 동시에 공포 속에서 태어나고 있는 아기였고, 동시에 아기를 받아 안던 산파였다. 혼자서 그렇게 태어났다.”
- 김소연 / 시인
(/ '우리 시대의 유일무이한 리얼리스트' 중에서)

[시인의 말]

한 판 넋두리를 쏟아놓은 기분이다

2016년 6월
최승자

[뒤표지글]

한 몇 년 군시렁거리는 구름의 말만 들으며
갈 길 못 가고 또다시 흐르기만 하였다

어디로 어디로라고 밤바람은 말하지만
고통처럼 행복처럼 기어코 올 그 무엇
그러나 참 더디다

하여간에 여하간에
갔다가 왔다. 왔다가 또 가려고 한다

하여간에 여하간에
또다시 흐르기로 작정하였다
또다시 이륙하기 위하여

떠나자꾸나
너무 무거운 것들은 모두 버리고
너무 무거운 것들은 모두 벗어버리고

시인의 말

빈 배처럼 텅 비어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살았능가 살았능가
나 여기 있으면
나는 있지만
한 세기를 넘어
세계의 끝에서
따듯한 풀빵 같은
앵앵이노
슬픔을 치렁치렁 달고
아득히
어느 날 나는
한 마리의 떠도는 부운몽
시간은 흐리멍덩
그것이 인류이다
죽은 하루하루가
어느 봄날
당분간
마음에 환한 빗물이
우연인 양
玄同
이 세상 속에
모든 사람들이
미래의 어느 뒤편에선가
虛 위에서 춤추는
무제
나 쓸쓸히
세계는
그림자 같은 남자
내 존재의 빈 감방
알았던 사람들만이
희 ㄴ나비 꿈을
오늘도 새 한 마리
하루 종일
과거를 치렁치렁
오늘 하루 햇빛 빛나는구나
문명은 이젠
환갑
타임캡슐 속의
살다 보면
들판에서 보리와 밀이
나의 생존 증명서는
죽은 시계
삶이 후드득
詩는
육개장은
쓸쓸한 文明
얼마나 오랫동안
또 하루가 지나가고
TV를 보면서
세상 위 백지에다
가봐야 천국이다
그 언행도
우리는
가다 가다가
내 정신의 암울한 지도
꿈결
나는 항상
우거지 쌍통 같은
존재는
내 죽음 이후에도
아이는 얼마쯤 커야 할까
시시한 잠꼬대
이런 詩는
죽으면 영원히
영화에서
우리 조상님들이
너는 묻는다
꽃들이 파랗더라
나의 임시 거처
나
한 그루의 나무가
나는 벽만 바라보고 있구나
나는 육십 년간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나는 깊은 산중으로 달아난다
죽음은 한때
그리하여 문득
내일의 유리창을 또 누가 닦을 것인가
군밤
아침이 밝아오니
비가 온다
오늘 하루 중에
부엉이 이야기
끓어 넘치는
문득 시간이
月은 술에 취해 흘러가고
또 하루가 열리고
숨죽인 깊은 밤
슬픔이 새어 나와
모국어
내 詩는 당분간

발문 우리 시대의 유일무이한 리얼리스트_ 김소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