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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양장/개정판]

원제 : DIE GL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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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삶과 운명, 사랑과 진실

    어린 시절부터 24년 동안 거의 언제나 형제처럼 붙어 지냈던 두 친구가 헤어진 지 41년 만에 만나 하룻밤 동안에 나누는 대화가 소설의 내용을 이룬다. 그러나 이 간단해 보이는 소설의 배후에는 삶과 운명, 사랑과 진실에 대한 마라이의 깊은 인식과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
    존재의 심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묘사한 문학은 예로부터 시공의 제약을 뛰어넘어 많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힘을 발휘했다. 주인공 헨릭은 어느 날, 쌍둥이 형제처럼 지낸 절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아내에게 기만당한 것을 안다. 존재를 뿌리까지 송두리째 뒤흔드는 이 갑작스러운 사건은 결국 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한다.

    출판사 서평

    친구 콘라드는 말 한마디 없이 세상의 다른 끝으로 종적을 감추고, 삶의 양지 쪽에서 부족함 없는 삶을 영위하던 헨릭은 배신감과 절망에 휩쓸려 고독으로 칩거한다. 그리고 한 집에 살면서도 가혹하게 8년 동안 침묵을 지키는 남편과 비겁하게 도주한 연인 사이에서 헨릭의 아름다운 부인 크리스티나는 결국 죽음을 택한다. 그러나 헨릭, 노 장군은 살아서 친구를 기다린다. 오로지 이 기다림 때문에 그는 분노와 절망, 고독 속에서도 오랜 세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는 보이는 현실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 즉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며 그것은 인간의 본성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마침내 죽음을 앞둔 인생의 황혼에서 콘라드가 돌아오고, 헨릭의 독백이나 다름없는 대화를 통해 41년 전 서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세 사람을 파괴한 드라마가 서서히 우리 앞에 펼쳐진다. 마라이는 오묘하게 결합한 수정의 한 면 한 면을 보여주듯이, 짧고 응축된 언어로 비밀에 덮여 있던 지난 사건을 불러낸다.
    동시에 그는 사랑과 정열, 우정과 신의, 진실과 거짓, 자긍심에 대한 문제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끝까지 파고든다. 성찰과 사건은 서로 맞물려 긴장을 고조시키고 사건의 깊이를 더하면서 사랑과 증오, 배반과 분노의 교향곡을 엮어낸다. 이와 같이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끝까지 추적하면서도 극적 긴장을 유지하고 독자를 사로잡는 뛰어난 기교에서 마라이의 높은 예술성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왜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런 비극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과연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마라이는 사랑과 우정이 빚어낸 비극의 원인과 비극 앞에 선 인간의 혼란과 갈등을 파헤치기 위해서 인간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여러 가지 존재론적인 문제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예와 신의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현실의 삶에 충실한 부류와, 현실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정신과 예술을 좇는, 삶의 다른 기슭에 선 부류, 두 부류로 인류를 가르는 인간 존재의 이원성, 운명과 삶과의 관계, 타고난 본성이나 성격이 삶에서 하는 역할의 문제 등이 집약적으로 전개된다.
    결국 마라이는 우리 인간들은 살면서 부딪치는 중요한 문제들에 말이 아니라 삶으로, 전 생애로 대답한다고 결론짓는다. 긴 밤을 지새면서 지난 일을 돌이킨 다음 새벽녘, 일흔다섯 살의 노 장군은 말한다.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 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목숨을 바칠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분노와 배신감 때문에 죽게 내버려둔 그의 회한 어린 이런 고백에는 우리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과 이 본성에서 비롯되는 운명에 대한 깊은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잘 모를 뿐 아니라, 안다 해도 대부분 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나머지 인생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었다는, 죽음을 앞둔 노인의 고백 앞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추천사

    짐짓 평범한 사랑의 도식인 듯하지만, 비범하고 놀라운 소설이다.
    - 김수현 / 드라마 작가, 소설가

    기적, 커다란 기적! 이백여 쪽 남짓한 이야기의 승리가
    이미 고인이 된 거장巨匠을 20세기 문학에 선물했다.
    우리는 앞으로 토마스 만,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과 나란히
    이 거장 산도르 마라이를 거론할 것이다.
    이 소설은 르네상스의 서곡이었으며 우리는 늦게나마
    이 르네상스의 증인이 되었다. 우리는 벌써 오래전부터 그를 알았어야 했다.
    - [디 차이트Die Zeit]

    본문중에서

    "자네가 떠난 다음"
    긴장을 조성하는 중요한 이야기를 끝내고 이제 편하게 잡담을 하는 사람들처럼 장군은 친밀하게 말한다.

    "우리는 자네가 돌아올 거라고 오랫동안 믿었네. 여기 있던 사람 모두 자네를 기다렸어. 다들 자네 친구였지. 자네는 좀 괴짜였어. 말이 과했다면 용서하게. 자네에게 음악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네. 자네가 왜 떠났는지 아무도 몰랐어. 하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진짜 군인인 우리와는 달리 자네에게는 모든 게 더 힘들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어.

    자네는 잠시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에게는 소명이었고, 자네에게 위장이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운명이었어. 자네가 이 위장의 껍질을 벗어 던졌을 때, 우리는 놀라지 않았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자네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아니면 소식이라도 전하든지. 우리 중 몇몇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말해,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네. 크리스티나도 마찬가지였고. 자네가 기억하는 연대의 몇 사람도 그랬네."

    "나는 별로 기억나지 않네."
    손님은 무관심하게 말한다.
    "그래, 자네는 많..."자네가 떠난 다음"
    긴장을 조성하는 중요한 이야기를 끝내고 이제 편하게 잡담을 하는 사람들처럼 장군은 친밀하게 말한다.

    "우리는 자네가 돌아올 거라고 오랫동안 믿었네. 여기 있던 사람 모두 자네를 기다렸어. 다들 자네 친구였지. 자네는 좀 괴짜였어. 말이 과했다면 용서하게. 자네에게 음악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네. 자네가 왜 떠났는지 아무도 몰랐어. 하지만 우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진짜 군인인 우리와는 달리 자네에게는 모든 게 더 힘들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어.

    자네는 잠시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한 것이 우리에게는 소명이었고, 자네에게 위장이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운명이었어. 자네가 이 위장의 껍질을 벗어 던졌을 때, 우리는 놀라지 않았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자네가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아니면 소식이라도 전하든지. 우리 중 몇몇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말해,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네. 크리스티나도 마찬가지였고. 자네가 기억하는 연대의 몇 사람도 그랬네."

    "나는 별로 기억나지 않네."
    손님은 무관심하게 말한다.
    "그래, 자네는 많은 일을 겪었지. 저기 바깥 세상에서. 거기에서는 쉽게 잊어버리지."

    "아닐세."
    상대방은 말한다.
    "세상은 아무것도 아닐세. 중요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네. 나이가 든 훗날에서야, 나는 그것을 깨달았네. 사소한 것든 존재하지 않아. 그런 것은 꿈처럼 그냥 던져버릴 수 있어. 연대는 기억나지 않네."
    그는 고집스럽게 말한다.
    (/ p.121)

    '이제' 그는 말한다.
    '그림을 다시 걸 수 있네.'
    '알았어요.' 유모가 말한다.
    '다 부질없는 일이지.' 장군은 말한다.
    '알고 있어요.'
    '잘자게. 니니.'
    '안녕히 주무세요.'

    유모는 키발을 딛고,뼈만 앙상한 주름살 투성이의 누르스름한 작은 손으로 장군의 이마에 성호를 긋는다. 그들은 서로 입을 맞춘다. 어설프고 짧은 기이한 입맞춤이다. 본 사람이 있다면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입맞춤이 그렇듯이 이것도 하나의 대답이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물음에 대한 어설프고 다정한 대답.
    (/ p.276)

    아버지는 인류를 둘로 가른는 존재의 이원성에 대해 알고 계셨지. 아버지도 한 여인을 만나 다시없이 사랑했지만, 그 옆에서 끝내 고독하셨네. 두 분이 서로 다른 기질과 삶의 리듬을 가지 두 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지.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찾기 때문일세. .....삶의 가장 큰 비밀과 최대의 선물은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일세.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네. 그 이유는 자연이 술수와 힘을 사용해 그러한 만남을 방해하는 대 있을 걸세. 서로 영원히 희구하는, 대립된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이 세계 창조와 삶의 개혁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 p.223)

    나는 이것이 알고 싶네. 기만, 사랑, 악행, 우정이니 하는 나머지 것들은 그저 다 말이고 거짓 형상에 지나지 않네. 이 문제 앞에서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어. 나는 다만 이 한가지 관심밖에는 없네. 자네들 관계가 실제로 어떠했으며, 또 다른 세세한 일들도 전혀 알고 싶지 않아. '왜'와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왜'와 '어떻게'는 어쨌든 한탄스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일세.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스러울 정도로 간단하지. '그 때문에' '그렇게' 이지. 이것은 진실일세. 끝에 가서 자질구레하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근본적인 것, 진실은 알아야 하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사십일 년이란 세월을 견디었겠나?
    (/ p.261)

    나는 다만 이 한 가지 관심밖에는 없네. 자네들 관계가 실제로 어떠했으며, 또 다른 세세한 일들도 전혀 알고 싶지 않아. '왜'와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왜'와 '어떻게'는 어쨌든 한탄스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일세.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스러울 정도로 간단하지. 그것이 가능했고 일어날 수 있었으니, '그 때문에' '그렇게' 이지. 이것은 진실일세. 끝에 가서 자질구레하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근본적인 것, 진실은 알아야 하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사십일 년이란 세월을 견디었겠나? 그렇지 않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자네를 기다렸겠나?
    (/ p.261)

    저자소개

    산도르 마라이(Sandor Mara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0.04.11~1989.02.21
    출생지 캇사
    출간도서 9종
    판매수 4,517권

    산도르 마라이는 1900년 독일과 헝가리 문화의 접합지이며, 1차 세계대전 후 체코에 귀속된 캇사에서 태어났다. 마라이의 아버지 집안은 작센에서 이주한 독일 계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유년 시절부터 헝가리어와 더불어 독일어를 말하고 배웠다. 그리고 슬로바키아어도 약간 말할 수 있었으며, 당시 중부와 동부 유럽의 시민 계층에서 대부분 그랬듯이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가 대학 생활을 시작한 부다페스트는 당시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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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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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나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였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역서로는 《깊이에의 강요》, 《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 《법》, 《기발한 자살 여행》, 《저지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에 있어서 비유의 기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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