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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출 자본주의 : 복잡한 세계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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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복잡한 세계 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문제는 ‘빈곤’과 ‘정의’라는 무기력한 용어로 이해될 수 없다. 그 빈곤이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각각 어떠한 방식으로 표면화되는지, 정의는 또 어떻게 프레이밍되는지, 지역, 문화, 체제를 초월해 21세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새로운 논리를 분석할 입체적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잔혹한 논리, ‘축출’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의 극단적 흐름을 축출의 공간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한 최초의 책이다. 세계적 도시사회학자이자 [포린폴리시]가 뽑은 100인의 사상가인 사스키아 사센은 600여 건의 공식·비공식 자료를 수년간 비교, 대조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해 ‘축출’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계급과 물질적 조건, 지리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축출의 근원을 밝히고, 성장이라는 무자비한 신화의 가면을 벗긴다. 일자리에서의 퇴출과 주거 공간에서의 퇴거, 죽은 땅과 물의 확산 등 표면적으로 무관한 듯 보이는 현상의 기저에 흐르는 체제적 유사성에 주목한 이 책은 2014년 [옵저버] 지가 선정한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꼽혔다.

출판사 서평

360도에서 본 21세기 자본주의의 입체적 초상, 축출

지난 20여 년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2.0’ ‘21세기 자본주의’ 같은 말로 새롭게 정의되어왔다. 1980년대까지의 자본주의와 그 이후의 자본주의를 구분 짓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면적인 분류일 뿐, 복잡한 세계 경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입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중산층에서 밀려난 빈곤층과 빈곤층에서 밀려난 극빈층, 조각조각 팔려나가는 가난한 나라의 영토, 개발과 번영으로 삶터에서 퇴출된 영세농과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잃고 쫓겨난 수백만 명, 눈에 띄게 늘어난 개도국의 난민과 선진국 감옥 수감자, 실업과 빈곤을 디폴트로 받아들이는 신체 건강한 전 세계의 청년들, 땅과 물의 파괴로 갈 곳을 잃은 인간과 자연 생태계. 이런 현상은 선진국과 개도국, 신세계와 구세계, 바다와 육지, 지표면과 지하 공간의 이항대립을 무력화하며, 심지어 자본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곳에서조차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것을 단지 ‘21세기’ 혹은 ‘새로운’ 자본주의라 부를 것인가?

평면적 분석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문제는 ‘빈곤’과 ‘정의’라는 무기력한 용어로 이해될 수 없다. 그 빈곤이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각각 어떠한 방식으로 표면화되는지, 정의는 또 어떻게 프레이밍되는지, 지역, 문화, 체제를 초월해 21세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새로운 논리를 분석할 입체적 도구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잔혹한 논리, ‘축출’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의 극단적 흐름을 축출의 공간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명한 최초의 책이다. 세계적 도시사회학자이자 [포린폴리시]가 뽑은 100인의 사상가인 사스키아 사센은 600여 건의 공식·비공식 자료를 수년간 비교, 대조하여 입체적으로 분석해 ‘축출’이라는 결과를 도출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계급과 물질적 조건, 지리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축출의 근원을 밝히고, 성장이라는 무자비한 신화의 가면을 벗긴다. 일자리에서의 퇴출과 주거 공간에서의 퇴거, 죽은 땅과 물의 확산 등 표면적으로 무관한 듯 보이는 현상의 기저에 흐르는 체제적 유사성에 주목한 이 책은 2014년 [옵저버] 지가 선정한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꼽혔다.

축출이 지탱하는 세계 경제

수많은 이상 현상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는 이상이 없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 위해 체제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상 징후를 보이는 사람과 기업, 장소를 주요 질서로부터 퇴출시키는 것이다.

2010년 재정 파탄으로 유럽연합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최초의 국가가 된 그리스는 2013년 들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려 체제의 변두리를 살펴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회복세’를 이야기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통계에서, 사회에서, 삶에서 소거됐다. 그들을 공식 통계에서 지워낸 결과가 바로 금융계와 주류 언론이 전망한 회복세다.

"2013년 1월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고했고,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그리스 정부의 신용 등급을 높였다. 그러나 그런 회복세가 그리스 노동 인구의 3분의 1을 퇴출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일자리만이 아니다. 그들은 가장 기초적인 공공서비스에서마저 퇴출당했다. 그것은 빈곤층을 굶주리게 하고, 가난한 아이들이 교회에 버려지게 만들며, 자살률을 증가시키는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본주의가 구획한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변방으로 쫓겨난 사람들은 소유, 노동, 생산 같은 자본주의적 개념으로 특징지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이들을 주류에서 퇴출시킴으로써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체제에는 이상이 없다고,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에 의해 ‘기획된’ 축출, 그것이 야기하는 거대한 파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형적·표면적 사실로부터 실재와 개념 사이의 공간을 사유할 필요가 있다. 사센은 성장을 내세운 21세기 자본주의의 역량을 ‘파괴의 역량’으로 재정의한다.

사례1 X 난민과 강제 이주

난민 문제와 강제 이주는 지난 수년간 빈곤국을 휩쓴 축출 현상이다. 전쟁과 질병, 기아는 전 세계 후진국과 개도국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 시리아 난민이 급증하기 전까지 집계된 사례만 헤아려도 4000만 명 이상이 살 곳을 잃고 떠돌이가 되었다. 일단 난민이 되면 이동이 제한되고, 강제 실업 상태에 놓이며, 따라서 수용소 등 보호시설에 대한 의존성이 커진다. 저자는 평범한 삶의 가능성으로부터 추방된 이들이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도 말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같은 축출은 난민이 자초한 일이 아니다. 기후 변화가 심화되며 동남아시아 해안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피해가 급증했고, 그 규모도 커졌다. 해안가의 염도 상승은 경작지를 황폐화하고 식수를 오염시켜 인간과 동식물의 삶을 망가뜨린다. 아프리카 대륙은 내전에 더해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사례2 X 수감이라는 형태의 축출

수감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축출의 최종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대규모 수감은 더 이상 파시즘 국가나 독재정권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 그것은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수감 인구는 600퍼센트나 증가해 230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가석방이나 보호관찰을 받는 인구까지 합하면 그 수는 7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과거에 유죄 판결을 받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6500만 명, 미국인 4명 중 1명꼴이 된다. 범죄라는 표면적인 연결 고리 뒤에는 범죄를 규정하고, 구금을 확산하는 체제적 재편이 존재한다. 미국 내에서도 수감 인구가 많은 지역은 공통적으로 재판이 길고, 양형 기준이 엄격하며, 조기 석방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동시에 이들 지역은 영리 교도소 등 수감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기도 하다. 민영 교도소들은 수감자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법을 마다하지 않으며,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죄수를 더 오랜 기간 가둬놓으려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은 경범죄에도 지나치게 가혹한 판결을 내리도록 사법 제도를 악용하는가 하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까지 무자비하게 수감한다. 그리고 이 같은 몸집 불리기는 현대판 노동의 노예화로 귀결된다.

미국 연방교도소공사는 모든 수형자로 하여금 육체노동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도록 한다. 합법적으로 죄수들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월마트,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유명한 다국적 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은 죄수들이 생산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다. 이들 교도소는 수감자 자체를 거래함으로써 수감 인원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기까지 한다. 이런 추세는 또다시 수감자의 증가를 불러오고, 수감 시설에 대한 수요를 키운다. 수감 인구의 폭증은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81만 명), 중국(165만 명) 등 점점 더 많은 나라로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민영 교도소 또한 영국, 독일, 이스라엘, 타이, 남아프리카, 호주 등 모든 대륙에서 늘고 있다.

사례3 X 주거지로부터의 퇴출

유럽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축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주택 압류 비율의 증가다. 스페인은 주택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역설적으로 압류 비율도 가장 높다. ‘내 집 마련’은 사실상 건설회사와 금융회사가 주도한 부동산 및 대출 상품 판매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매달 수천 건의 주택이 압류되었고, 2009년 한 해 9만여 채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이는 곧 그토록 많은 가구의 삶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는 정도만 다를 뿐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 등 지중해와 동유럽뿐 아니라 복지 강국이라 여겨지는 핀란드와 덴마크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한편 무주택자와 노숙인 등 주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도 늘고 있다. 2010년 말 그리스 내 노숙 인구는 2만여 명에 달했다. 어린이, 노인,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이러한 파괴적 변화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노숙 인구의 비율은 이들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기간 또한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다.

그밖에 다국적 음료 회사 코카콜라, 네슬레 등의 성장과 극심한 물 부족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무분별하게 지어진 원자력발전소 및 화학공장 주변에서 선천성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등 축출의 당사자들이 직면한 삶을 들여다보면 ‘성장’이라는 빛에 가려졌던 21세기 자본주의의 음영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기업의 이익, 자원의 활용, 노동력과 생산성, 그리고 이것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축출이라는 체제적 변두리의 공간이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누군가, 무언가를 체제의 변두리로 내몰고 종국에는 체제에서 쫓아냄으로써 현상을 유지하고 심화한다.

축출의 공화국: 가장 잔혹하게, 가장 처절하게

한국사회는 전 세계에서 점점 더 극심해지는 축출의 동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오히려 그 반대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악의 자살률과 자살 증가율로 악명을 떨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가계부채가 1200조 원에 달한다는 뉴스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다. 그 많은 빚을 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결정권을 박탈당했는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간 존재를 사용가치로 규정하는 ‘잉여 인간’이란 말은 제대로 논의되기도 전에 이미 하류문화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수많은 청년이 사상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최악의 실업률로 고통받는 동시에, ‘니트족’ ‘캥거루족’ 따위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서 배제된다. 폐지 줍다 다치고, 병에 걸려 고독사하는 빈곤 노인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및 차상위 계층의 삶은 날로 위태로워지고, 5만5000여 명에 달하는 일 평균 교도소 수감 인구는 매일 그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서울시 노숙인의 70퍼센트는 거리에 산 지 3년이 넘은 장기 노숙인이다. ‘두리반’ ‘테이크아웃드로잉’ 같은 홍대 이태원 거리의 간판들은 젠트리피케이션, 골목의 강남화에 밀려 정성들여 가꾼 삶터에서 쫓겨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표한다. ‘강정마을’ ‘밀양’ ‘평창’ 같은 이름들에는 전쟁과 발전, 번영을 앞세워 주민들과 자연을 퇴출시킨 체제의 무자비함이 오버랩된다. 한국사회에서 체제의 변두리는 이미 그 중심 공간보다 넓다. 사스키아 사센은 2000년대 초 국내 학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짐을 전망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도 다르고, 생산성도 다른 노동자들 사이의 소득 불균형과 불평등은 선진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현상은 사태의 심각성에 있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양극화가 심각한 데다 시스템에 체화된 불평등 구조로 인해 자본시장, 주택시장, 노동시장 등 다양한 층위의 시장이 엄청나게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뚜렷한 것 같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며, 중산층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고소득층은 높은 이자율 덕에 수입이 더욱 늘어난 반면 중산층의 수입은 감소했다. 실업률은 하늘로 치솟으며, 재분배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 들지 않는 정부와 대기업은 오히려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이로 인해 실업 문제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
( '남기범: 사스키아 사센이 본 세계화와 한국, 세계도시의 미래, 국토연구원, 2001' 중에서 / pp.118~120)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잔인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축출의 동력이 만들어낸 각각의 현상은 파편화되어 지금껏 한 번도 우리 사회를 재편하는 구조적 동력의 징후로서 사유되지 못했다.

강대국에 영토가 잘려나가고, 땅과 물을 수탈당하는 약소국의 운명과 거대 자본에 삶터가 팔려나가는 지금 이곳 사람들의 운명이 과연 체제적으로 다른가? 배곯는 저개발국의 ‘국민’과 세계 경제 규모 11위인 한국에서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한 ‘개인’의 삶은 전혀 무관한가? 축출은 국가와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지정학적 위치, 경제 발전 단계, 체제를 가리지도 않는다. 극에 달한 약탈적 구조와 축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에게 새로운 분석 도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삶에서 퇴출시키는 러시아의 노릴스크 광산과 미국 몬태나 주의 금광을 두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혹은 후진국의 난민과 선진국의 수감 인구가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 사이에 유사한 맥락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가계 빚에 시달리다 집에서 쫓겨나는 선진국의 중산층과, 막대한 부채를 지고 신자유주의적 체제 개편을 강요받는 개도국 국민 사이에는 체제적 유사성이 없는지. 첨단 산업이라 불리는 금융은 산업화 시대의 ‘채굴 산업’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환경에 무해한지. 사센은 체제적 논리를 직업세계, 삶의 공간, 생태계를 종횡무진하며 놀라운 통찰력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스키아 사센:
보편적 맥락의 개인적 역사


이 책을 출간하기 전, 사센은 [세계도시]로 이미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화와 도시 연구에서 중요한 학자로 자리매김했다. 12권의 책을 쓰는 동안 그는 줄곧 세계화, 이민, 인구 이동, 자본과 도시 전쟁에 천착했다. 이런 관심은 학문적 관심사이기 전에 사센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저자는 사회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로마에서 자랐다. 서로 다른 5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장소들에서 산다는 것은 개인의 삶, 학자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할까?[불복종 세대The Disobedient Generation]라는 글에서 그는 자신을 "항상 외국인이었으나 국적을 버린 적은 없었던" 사람으로 묘사한다. 또 호주의 한 대학과의 인터뷰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를 병치하는 것은 ‘본다는 행위’ 자체에서 다름을 발견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사센의 글에는 이민자로서, 활동가로서, 여행자로서 그 자신의 인생 경험이 정치적·철학적으로 어떻게 그만의 고유한 세계도시론을 구축했는지 상세하게 드러난다. 유네스코에서 ‘지속가능한 삶터’와 관련한 수년간의 연구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센은 또 ‘로컬리티’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세계화 과정에서 "글로벌 방관자"로 현안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대신, 자신의 연구 업적이 실제 세계에서 특별한 맥락으로 기능하게끔 한다. 요컨대 그의 연구는 학문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애초에 단지 아카데미적 성취만을 위한 게 아니다. 그것은 그 자신의 실제 삶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인간을 대상화하여 연구의 도구로 삼지도 않는다. ‘장소’는 사센에게 그것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복잡한 세계 경제에서 장소성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화에 관한 지배적인 내러티브와 해석을 뒤흔드는 과정이다. 익숙한 해석과 분석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그의 연구는 새로운 질문을 탄생시킨다. 그 질문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 때로는 그것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관점에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고, 이미 기정사실화된 개념을 폐기하거나,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보완한다. 예컨대 공간적 양극화에 관한 통찰은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사회적 양극화에 무엇보다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며 매우 시의적절한 주석을 달아준다. 성장과 분배, 갈등과 협력 같은 이원화된 담론이 지배하는 사회경제학에서, 해방을 위한 개인들의 분투 혹은 권력에 의해 범죄로 규정되어야만 하는 (혹은 범죄적임에도 권리로 이해되는) 행위들에 주목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전환적 사고 덕분에 가능하다.

[축출 자본주의]는 사스키아 사센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 경제의 면면을 조명한다. 누군가 ‘양극화’를 이야기할 때, 사센은 그 양극화가 개인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조각하고 구축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생활에서, 세계에서, ‘인간다움’에서...... 종국에는 삶에서 축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천만 명에게 닥친 하나의 위기 사례로서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들 각각의 삶에서 직면한 수천만 건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추천사

“독특하고, 치열하며, 탄탄한 데다 소름끼치게 날카롭다. 이런 책은 세상에 없다. 불평등의 확산, 토지 수탈, 통제되지 않는 금융, 생태계 파괴에 관한 이 책의 논의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우리 시대에 대한 진단이자, 반드시 필요한 경종이다.”
- 애시 아민 / 케임브리지대 교수

“지적으로 과감하고 설득력 있는 이 책에서 사센은 정치, 경제, 사회 구조를 이루는 현대의 근본적인 힘을 드러낸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진화하는 모습 그대로 이해하는 세계와, 국경을 초월해 나타나는 파괴적 영향력이라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형태를 적절하게 대비시킨다. 강한 호소력을 지니며,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다.”
- 퍼트리샤 페르난데스켈리 / 프린스턴대 교수

“세계 경제의 중대한 흐름을 정의한 의미 있는 시도. 필수적이며, 암울하지만, 우리 정신을 일깨우는 책이다.”

“분명하고, 강력하며, 지적인 논쟁. (…) 북반구와 남반구를 연결하며 금융에서 주거에 이르기까지 ‘축출’이라는 중산층의 강제적 이동 현상을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사센은 열정과 논리에 입각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세계적 동향을 논한다. 세계화와 경제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믿을 수 없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약탈적 자본주의에 관한 세계적 현상을 전방위적으로 조망했다.”

“매우 도발적인 이론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잘 쓰인 책”
- 아마존 독자 리뷰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축출: 체제의 변두리에서
서론 - 무자비한 분류

제1장 위축되는 경제, 축출의 확산
제2장 새로운 글로벌 시장, 땅
제3장 금융의 위력: 체제적 논리의 위기
제4장 죽은 땅, 죽은 물

결론 - 체제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
감사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미국 몬태나 주의 금광과 러시아 노릴스크의 니켈 광산을 이야기할 때 지금 당장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전자가 오랜 세월 자본주의 역사의 일부였다면, 후자는 공산주의의 역사였다는 사실인가, 아니면 두 곳 모두 환경을 파괴할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인가? 우리는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범주를 고안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는 장기 수감자와 난민수용소에 3대째 머무르는 사람들, 그리고 장기 노숙인을 보며 그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가? 그들은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삶으로부터 추방당했다. 이는 각각의 사례를 연구하는 전문 분야를 포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동시에 이들을 횡단하는 분석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 '한국어판 서문 축출: 체제의 변두리에서' 중에서)

국토는 단순히 비어 있는 땅이 아니다. 외국인이 취득한 땅은 정부가 인식하든 못하든 마을과 농경지, 공업지 등 경제를 구성하고 재생산하는 이들이 거주하는 넓은 범위의 국토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기업의 손에 영토가 넘어가면서 오늘날에는 이런 복잡한 구조의 상당 부분이 일원화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국토가 외국인이 운영하는 플랜테이션으로 전락해 식물군과 동물군은 물론 마을과 농민의 전통적인 소유권마저 사라지게 되면, 우리는 과연 시민권이라는 개념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자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규모 토지 취득은 한 국가의 영토 내에 국제적 활동 공간을 생성한다. 주권국가의 영토를 부분적으로 민영화하여 구조적 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 '제2장 새로운 글로벌 시장, 땅' 중에서)

경제 주체의 우선적인 목표는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배를 곯고 심지어 그런 굶주림이 미국을 비롯한 부유 국가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유명한 다이아몬드 생산지에서 수익을 올리면 그 수익이 지역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대부분 군벌의 손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희토류나 전자 기기(대표적으로 휴대전화) 또는 친환경 전지에 사용되는 광물이 어떻게 채광되는지 아는 이는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중금속을 캐는 노동자들은 아무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일하면서 극심한 빈곤 속에 살다가, 이른 나이에 중금속 중독으로 목숨을 잃으면 그제야 뉴스거리가 되어 바깥 세상에 알려진다.
(/ '제3장 금융의 위력: 체제적 논리의 위기' 중에서)

어떠한 공간들이 퇴출되었는가? 그것은 현대 국가와 경제의 일반적인 정책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명백한 개념으로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축출의 힘이 커질 때, 그리스의 위축 경제든 앙골라의 약탈적 상류층이든 또는 장기 실업자의 증가나 미국 내 영리 교도소의 확산이든, 퇴출되는 공간은 점점 더 늘어나고 다른 공간들과 차별화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 아니라 현존하는 장소이며, 그러므로
퇴출된 이들의 공간은 개념적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 더 많은 곳에서, 축출의 공간들은 개념적 확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 장소들은 이미 여러 군데 있으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데다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축출의 공간은 지표면으로 끄집어내야 하는 개념적 지하 동향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역 경제와 역사, 구성원을 재편할 새로운 공간일지도 모른다.
(/ '결론 체제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 중에서)

저자소개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7~
출생지 네덜란드 헤이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도시사회학자. 194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학했다. 프랑스 푸아티에대학교, 이탈리아 로마대학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노터데임대학교에서 1971년 석사, 1974년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1974년 푸아티에대학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시립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 도시계획학과, 시카고대학교 사회학과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과 석좌교수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석좌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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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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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는 『스틱!』, 『부자 아빠의 투자 가이드』, 『구름 속의 죽음』, 『패딩턴발 4시 50분』, 『사라진 내일』,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한니발 라이징』, 『아머』, 『칼리반의 전쟁』, 『몬스트러몰로지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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