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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마운틴 스캔들

원제 : Jusqu’a ce que la mort nous un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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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립공원관리인의 죽음 뒤에 도사린 잔인한 음모와 살인!

카린 지에벨은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꿰뚫어보는 감식안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창성과 깊이를 자랑하면서도 통속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코냑추리소설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 속에 노출시키고 그들의 심리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음모의 실체에 접근한다. 사람들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치열한 생존게임을 통해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출판사 서평

1. 국립공원관리인의 죽음 뒤에 도사린 잔인한 음모와 살인!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 장편소설!
-코냑추리소설대상 수상작!


[그림자],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발표하며 국내독자들과도 친숙한 카린 지에벨의 [빅 마운틴 스캔들 Jusqu’? ce que la mort nous unisse]이 출간되었다. 카린 지에벨은 코냑추리소설대상, SNCF추리소설대상, 엥트라뮈로스 상, 로망느와르소설 페스티발 대상 등 프랑스 최고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저력을 바탕으로 ‘프렌치 스릴러의 여왕’,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작가로 각광받고 있는 카린 지에벨의 소설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크게 호평 받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카린 지에빌의 소설은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심리변화를 섬세하고 깊이 있는 통찰로 포착해내는 게 특징이다. 작가는 욕망, 불안, 집착, 죄의식, 피해의식, 열등감 등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작중 인물들에 대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형상화를 시도한다.
카린 지에벨은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꿰뚫어보는 감식안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창성과 깊이를 자랑하면서도 통속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코냑추리소설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추리소설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 혹은 탐정이 중심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소설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여자인 세르반의 직업이 군인경찰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세르반은 부대의 말단 순경에 불과하고 조직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관리인으로 재직한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소설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카린 지에벨은 변호사, 등하교 도우미, 지역 신문사에 기사나 사진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 국립공원관리인, 맥도날드 점원, 공무원 등으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카린 지에벨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경험은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작가적 소양과 어우러져 성공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한 자양분이 되었다.
[빅 마운틴 스캔들]의 배경이 되고 있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은 프랑스 동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프랑스인들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한다고 손에 꼽을 만큼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카린 지에벨은 국립공원관리인으로 메르캉투르에서 일했으며 요즘도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산은 한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도 하죠. 산의 그러한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인간의 자취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카린 지에벨이 이 소설을 발표한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변화무쌍한 대자연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깎아지른 절벽, 계곡의 급류,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우, 눈사태 등은 인간에게 대단히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뱅상 라파즈는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산악가이드가 직업이다. 메르캉투르 산자락 마을에서 나고 자란 뱅상에게 산은 운명공동체이자 분신과도 같다. 그의 삶은 산과 운명을 함께 해왔으며 현재도 산중턱에 있는 앙콜리 산장에서 살아가며 산악인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국립공원관리인의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잔인한 음모를 파헤친다!
카린 지에벨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스릴러 작픔의 경우 선악의 구도 아래 주인공을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선한 인물로 그려내는 게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카인 지에벨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착한사람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뱅상은 여자들을 하룻밤 욕망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유혹하고, 피에르는 부인 몰래 유부녀와 외도를 하고, 세르반은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숨기고, 베르톨리 하사관은 군인경찰로서의 강직한 태도와는 달리 불의와 타협하고,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망소니 반장은 상대의 역점을 잡고 협박해 개인적인 탐욕을 취하는 인물이다.
주인공 뱅상은 어둡고 불행한 성장기의 상처를 가진 인물이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로부터 끔찍한 구타를 당하며 자란 그는 아직도 지난날의 깊은 절망을 벗어던지지 못한 불안한 인격체일 뿐이다. 군인경찰부대에 근무하는 세르반 브라이텐바흐는 보통사람과 다른 성정체성 때문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와 고뇌를 갖고 있다.
카린 지에벨은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인물들을 그려나간다. 독자들은 주인공 뱅상이 군인경찰대 홍일점 여자 대원인 세르반과 어울리는 동안 고뇌와 상처를 차츰 극복하며 고양된 인격체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르반 또한 뱅상과 산을 오르내리며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뱅상과 세르반은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신뢰를 쌓아가던 중 국립공원관리인인 뱅상의 친구 피에르 크리스티아니가 실족사를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함께 손을 맞잡고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어가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메르캉투르 산은 국립공원관리인인 피에르가 20년 이상 일해 온 일터였다. 따라서 그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등산로에서 발을 헛디뎌 실족사 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뱅상과 세르반은 의혹을 풀기 위한 수사과정에서 앙드레 시장이 꾸민 잔혹한 범죄의 실체를 목도하게 된다. 앙드레 시장은 오래 전 아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살인과 범죄행위를 연속적으로 저지른다. 앙드레 시장과 그의 동생인 에르베는 콜마르 시의 막강한 실력자로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뱅상과 세르반은 수사를 통해 피에르가 죽기 직전 시청 앞에서 앙드레 라베시에르 시장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갈 만큼 갈등 양상을 보인 점, 국립공원관리소 반장인 쥘리엥 망소니가 시장과 부당거래를 통해 거액의 돈을 수뢰한 점 등을 밝혀내면서 차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결국 뱅상과 세르반은 피에르의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앙드레 시장과 쥘리엥 망소니 반장의 잔혹하고 추악한 비밀을 밝혀낸다. 앙드레 시장은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탈세와 부정을 저질러 왔고, 비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범죄 행위를 자행해왔다. 그의 행위에 반감을 갖고 의혹을 캐내려는 사람을 은밀히 제거하거나 핍박해오기도 했다. 앙드레 시장이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온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비밀스런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 속에 노출시키고 그들의 심리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그 과정을 통해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잔인한 음모의 실체에 접근한다. [빅 마운틴 스캔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갑질’을 연상케 한다. 영화 [베테랑]이나[내부자들]등에서 권력 혹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벌이는 행태들이 이 소설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람들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치열한 생존게임을 통해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3. 산은 너희들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다 보았다!
-줄거리 요약


프랑스 동남부 지역에 있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서 산악가이드로 일하는 뱅상 라파즈는 5년 전 아내 로르가 관광객과 눈이 맞아 산장을 떠난 뒤 혼자 살아가고 있다. 뱅상은 아내 로르가 떠난 이후 줄곧 하룻밤 욕망을 채워줄 여자들을 유혹해 산장으로 데려오고 다음날 여지없이 차버리는 행위를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여행사에 새로 온 미리암을 유혹해 하룻밤을 보낼 계획이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등산객들을 인솔해 해발 3천미터 고지의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게 주요 일과이다. 비수기 때는 해외로 트레킹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한다. 마침내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에 관광객들이 다수 몰려드는 여름철이 시작된다. 하필이면 성수기를 앞두고 그의 유혹에 넘어가 앙콜리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미리암이 결별을 선언하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동안에는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없어 특별히 죄의식을 느낀 적이 없지만 세르반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메르캉투르 지역 군인경찰대에 배치 받은 초년병 군인경찰 세르반은 근무지의 지리도 읽히고 일주일에 두 번 주어지는 휴일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해 뱅상에게 가이드를 부탁한다. 두 사람은 함께 메르캉투르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인간적인 신뢰와 함께 차츰 애정이 쌓여간다.
그러던 중 뱅상의 친구이자 국립공원관리인인 피에르가 실족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년 이상을 메르캉투르 산에서 일한 피에르가 실족사 했다는 건 뱅상의 입장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뱅상은 인간적인 신뢰가 쌓인 군인경찰대 여자대원 세르반과 함께 피에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어가기 위한 수사를 시작한다.
차츰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비밀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국립공원관리소 반장인 쥘리엥 망소니가 정수장 슬러지 공사장 건립 부지 매입된 부정수뢰, 지질조사보고서 작성 당시의 부정행위 등이 밝혀지면서 국립공원관리소 반장인 쥘리엥 망소니가 시장을 협박해 거액의 수뢰를 한 점도 드러나게 되는데.......

본문중에서

피에르는 샹 리샤르 북측사면에 모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산양 무리를 바라보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은 그의 땀과 숨결이 배어 있는 곳이었다.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하려드는 사람들로부터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 숲을 이루고 있는 동식물들을 보호하는 일이 국립공원관리인에게 부여된 과제였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지, 아니면 끝까지 입을 다물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었다. 진실을 털어놓을 경우 현재 누리고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었다. 입을 다물 경우 파멸이 예정된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오직 메르캉투르 국립공원만이 그를 도울 수 있었고,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그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피에르에게 산은 생명과도 같은 곳이었고, 언제나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곳이었다.
(/ p.35~36)

사람들은 마리오 영감을 보면 기괴하고 우울한 느낌이 든다고 했지만 뱅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눈앞에 나타났다가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사라지는 영감을 보면 저절로 유령이 연상되긴 했다.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저주받은 성의 미로 같은 복도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유령……. 마리오 영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사람이 드물었고, 그가 어쩌다가 말할 때 사용하는 어휘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어쩌면 프랑스어가 서툴러서이기도 했고, 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뱅상은 계곡을 타고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잠시 더 바위에 앉아있었다. 앙콜리로 서둘러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그는 등산로를 오르는 또 다른 사람의 형체를 발견했다. 오늘따라 산에 오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뱅상은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망원경을 눈에 가져다대었다. 놀랍게도 군인경찰대원인 세르반이었다. 적어도 그 지점까지 오기 위해 족히 몇 시간은 걸었을 듯했다.
(/ p.85)

“어젯밤, 앙콜리에 와 당신을 만났던 사람이 미리암 맞죠?”
“그래요, 미리암이 어젯밤 나를 만나러 앙콜리에 왔었어요. 내가 미리암에게 심한 말을 해 돌려보낸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왜 그랬어요?”
“미리암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난 항상 그래 왔어요. 내가 개자식이라 그런가 봐요.”
“미리암이 당신과 사랑에 빠졌던 거예요?”
“아마도 그랬나 봐요. 겨우 몇 번 만났을 뿐인데 나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는 줄 몰랐어요.”
“어떤 여자가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경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예요?”
뱅상이 대답 대신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혼자 있고 싶어요. 제발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둬요.”
(/ p.115)

넌 할 수 있어. 겁먹지 말고 피에르를 찾는 일에 집중해.
망원경으로 낭떠러지를 살피던 세르반은 숲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과 확연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뭔가를 발견했다.
저게 도대체 뭐지?
자세히 보니 급류계곡으로부터 수십여 미터 떨어진 바위 위에 분명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단지 발끝만 보일 뿐이었지만 사람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르반은 한참 앞서 가고 있는 두 남자를 소리쳐 불렀다.
“협곡 아래쪽에 뭔가 이상한 게 있어요.”
뱅상이 뒤돌아보자 세르반은 손가락으로 협곡 아래쪽을 가리키며 수신호를 보냈다.
“저기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뱅상과 마티외는 황급히 되돌아와 세르반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을 주시했다.
“피에르가 맞아요.”
뱅상이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마티외는 베르톨리 하사관에게 긴급히 연락을 취해 지원인력을 요청했다. 그는 지원인력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뱅상은 이미 배낭에서 로프와 스토퍼를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황급히 안전벨트를 착용한 뱅상은 로프에 제동기를 연결하고 허리에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로프 끝을 낙엽송에 단단히 묶었다.
“수직강하로 사고현장까지 내려갈 겁니다. 응급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구급상자도 챙겨갈게요. 마티외, 당신은 여기서 로프를 잡아줘요.”
(/ p.141~142)

뱅상은 로프를 꺼내 나무에 단단히 묶고 나서 협곡 아래로 집어던졌다. 로프를 잡은 그는 순식간에 세르반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근처에 다다랐다.
“세르반, 손을 뻗어요.”
“손을 놓는 게 불가능해요.”
“왼손으로는 그대로 나뭇가지를 잡고 있고, 오른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요.”
“오른손을 놓는 즉시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요.”
뱅상은 왼팔을 뻗어 세르반의 배낭을 꽉 움켜쥐었다.
세르반은 여전히 나뭇가지를 놓으려하지 않았다.
“세르반, 내가 당신이 등에 메고 있는 배낭을 잡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뭇가지를 놓아도 추락하지 않아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어요?”
세르반은 거친 숨을 몰아쉬기만 할 뿐 나뭇가지와 한 몸이 된 듯 여전히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세르반, 손을 놓고 나에게 매달리면 모든 위험이 사라지게 되는 거예요.”
뱅상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배낭을 잡아끌었다. 결국 세르반은 나뭇가지를 놓으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뱅상은 재빨리 세르반을 한 팔로 감아 안았다. 그는 기절하기 일보직전인 그녀를 안고 위를 향해 올라가며 로프가 끝까지 버텨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60킬로미터에 달하는 무게를 한 팔로 안고 암벽을 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로프를 손에서 놓치는 순간 두 사람은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힘을 불끈 솟아나게 한 덕분에 뱅상은 끝까지 버티며 등산로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 p.156)

“나도 사랑에 빠지고 싶어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떠나고 나서부터는 진실한 사랑을 경험할 수 없었죠. 여자들을 유혹해 하룻밤 자고 나면 끝이었어요. 더는 좋은 여자를 만나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이제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요. 더는 하룻밤 욕망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여자를 유혹하지는 않을 거예요. 미리암이 죽고 나서 내가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었죠.”
뱅상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당신이 언젠가 내게 두려움은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사랑에 도전해 봐요. 당신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당연하죠.”
“난 앞으로도 당신의 친구로 남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물론이죠. 앞으로도 줄곧 우리의 우정이 지속되길 바라니까요.”
(/ p.220)

“두 분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산에서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사람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삶이 있고, 나는 산에서 일하며 사는 게 좋았어요. 산 사람이 된 건 내 의지일 뿐 행운과는 별개라 할 수 있죠.”
“두 분을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왔다고 하는 편이 옳겠네요.”
“역시 우리는 대화가 통한다니까요. 이제 가볼까요? 등산객들이 도착할 시간이 다 됐어요.”
“뱅상, 오늘 등반 코스는 어디인가?”
바티스트가 물었다.
“알로스 호수 주변을 둘러보게 될 겁니다.”
(/ p.230)

“갈릴레가…….”
“갈릴레가 왜요? 녀석이 무슨 사고라도 저질렀어요?”
“갈릴레가 죽었어요.”
뱅상은 그녀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한 듯 한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갈릴레의 시체가 저기 있어요, 테라스 쪽에…….”
세르반이 테라스 쪽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뱅상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 결국 그녀를 뒤따라갔다. 그녀는 처참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는 갈릴레의 시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미안해요, 뱅상. 내가 갈릴레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뱅상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무릎을 꿇더니 갈릴레를 두 팔로 감싸 안고 테라스로 걸어갔다. 소름이 끼칠 만큼 적막감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 p.298)

저자소개

카린 지에벨(Karine Giebe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71~
출생지 프랑스 바르
출간도서 8종
판매수 2,168권

1971년 프랑스 동남부 해안도시 바르에서 태어나 지금도 거주하고 있다. 연필을 쥘 수 있는 나이부터 글쓰기를 시작했고, 대학에서 법률 및 라이선스를 공부했다. 국립공원관리원, 영화 조감독, 프리랜서 사진작가, 변호사, 아동통학지도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으며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되는 자양분을 얻게 되었다. 데뷔작[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 Terminus Elicius]로 2005년 마르세유 추리소설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 발표한 [속죄를 위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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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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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카린 지에벨의 [마리오네트의 고백][너는 모른다], [그림자],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 [영혼의 심판], [이름 없는 자], 루슬룬드,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 [쓰리 세컨즈], [리뎀션], 프랑크 틸리에의 [죽은 자들의 방], 바티스트 보리유의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야스미나 카드라의 [테러], 기욤 뮈소의 [스키다마링크], 로맹 사르두의 [13번째 마을], 안 로르 봉두의 [기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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