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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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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비극작품의 금자탑을 이룬 로르카의 작품들

    로르카의 [피의 결혼]과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비극작품의 금자탑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들 작품을 시처럼 다루면서 읽어야 하고, 흐르는 음악이라 생각해서 가슴으로 느끼고 귀로 들어야 하며, 한 폭의 그림이라 인정하면서 색色을 감상해야 한다. 연극의 구조에 음악의 패턴을 교묘하게 접합시키고 있는 점이라든가, 주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라든가, 스페인의 민요나 민담의 전통을 현대의 시극에 융화시키는 일이라든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 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로르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비극작품 [피의 결혼]과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엮어 비극작품의 금자탑을 이루다.


    시 창작과 그림 그리기,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로르카는 돈 안토니오 세규라의 인도를 받으며 피아니스트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한 안다루시아의 민요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기울여 민요를 시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작품 [피의 결혼]은 로르카가 정부지원 지방 순회공연 단장을 맡으면서 때를 맞춰 공연(1933년)한 작품으로, 이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자 국내는 물론 남미 여러 나라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로 찬양을 받았다.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스페인 내전 때, 프랑코 혁명군이 1936년 8월 19일 그를 총살한 후 폐기廢棄해서 무덤마저 남기지 않았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비운의 작가 훼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는 반항적이요, 서정적이요, 격정적인 성격을 지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예술가였다. 사실 필자는 대학생 시절부터 그의 시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그가 왜 그토록 처참한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1980년 필자는 국제연극학회 일로 캐나다에 가서 돌아오는 길에 뉴욕에 들러 책방에서 [로르카의 죽음](이안 깁슨 저, 1973)이라는 책을 사서 읽은 후 그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러나 지금도 인간 세상에서 악순환처럼 계속되는 잔혹한 폭력과 살상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고 개탄하고 있다.
    그는 시인이요, 음악가요, 화가요, 극작가였다. 그는 [피의 결혼]과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이 모든 능력이 하나로 결합되어 비극작품의 금자탑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들 작품을 시詩처럼 다루면서 읽어야 하고, 흐르는 음악이라 생각해서 가슴으로 느끼고 귀로 들어야 하며, 한 폭의 그림이라 인정하면서 색色을 감상해야 한다.
    연극의 구조에 음악의 패턴을 교묘하게 접합시키고 있는 점이라든가, 주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라든가, 스페인의 민요나 민담의 전통을 현대의 시극詩劇에 융화시키는 일이라든가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로르카는 '색 이미저리'(color imagery)를 극적 대립의 표현 수단으로 삼았다. 그는 [피의 결혼] 제1막 1장에서 황색을 기본 색으로 사용한다. 신랑과 그의 어머니가 만나는 장소는 황색 방이다. 이들의 대사에는 녹색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중요한 화제에서 언급되는 장소가 포도밭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들과 신랑과의 관계를 황색 밀과 사람을 연관시키면서 말하고 있다. 제2막 2장은 장미의 방에서 진행된다. 레오나르도는 중요한 작중인물이다. 그는 언제나 붉은 색으로 연관된다. 장미, 피 빛, 적갈색 구리, 또는 은빛 칼, 얼어붙은 말의 은빛 갈기 등이다. 신랑의 황색 방은 황금을 연상케 한다. 인물의 성격이 색으로 상징되고 있다. 신랑은 황색과 금색이다. 레오나르도는 적색과 은색이다. 녹색은 점차 연극이 진행됨에 따라 침울한 흑색과 청색으로 물들여진다. 신부는 백색이다. 백색은 어머니의 흑색과 대조된다. 어머니는 제1막 3장에서 검정 옷을 입고 있다. 신랑, 신부, 애인의 삼각관계는 제2막 1장에서 풍성한 색으로 언급되고 있다. 신부와 레오나르도의 만남은 백색, 은색, 적색, 핑크 등이 혼합되어 있다. 여기에 점차 황색이 개입된다. 로르카는 이처럼 인물의 성격과 그 대립적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색色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자연히 성격 묘사와 무대장치는 지극히 표현주의적인 특징을 지니게 된다. 막이 오르면 두 여인들이 흑청색 의상을 걸치고 등장하는데, 그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암시하기 위해서다.

    이 책의 두 번째에 실린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어떤가. 아델라의 녹색 의상은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면서 다른 여인들의 흑색 의상이 주는 좌절된 희망과 죽음과 대조를 이룬다. 베르나르다의 집은 폐쇄된 공간이다.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여인들의 존재를 백색의 방, 백색의 벽 등으로 표현하면서 여인들의 검정 의상이 백색과 대조를 이룬다. 제3막에 이르면 백색에 청색이 가담한다. 싸늘한 청색은 [피의 결혼]처럼 최후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제3막에서 밤의 장면에서 흰색 페티코트를 입은 아델라는 여성적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웨딩드레스를 표현하고 있다.
    시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로르카의 작품은 시적 이미저리의 보고寶庫이다. 그 이미저리를 찾아 감상의 포인트로 삼고, 티 에스 엘리엇(T.S. Eliot)의 [성당의 살인]과 함께 세계최고의 명작 시극詩劇으로 꼽히는 이들 작품의 진수眞髓를 체험했으면 한다.
    - 이태주 / 서울 시립극단장, 한국연극학회장, 한국연극교수협의회장

    | 작품 해설 |

    ◎ 작품 1. [피의 결혼]

    로르카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많이 알려진 이 작품은 작가의 말년 작품으로서 3부작 비극에 속한다. 1932년 9월 17일 카로스 몰라 린치 저택에서 낭독회를 갖고, 이듬해 3월 8일 마드리드에 있는 테아트로 베아트리즈에서 로르카 자신의 연출로 막이 올랐다. 공연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파리, 런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달아 초청되어 스페인과 남미 연극사상 최고의 찬사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공연과 강연과 인터뷰와 파티로 연일 격려와 찬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어 '라틴 아메리카 순방 스페인 문화대사'의 호칭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피의 결혼]은 로르카를 유명하게 만들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며, 극작가와 연출가의 명성을 확립시켰다.
    [피의 결혼]의 주제는 사랑과 죽음, 열정과 파멸이다. 이런 주제는 로르카가 이미 시집 [집시 발라드]에서 계속 다루고 있었다. 사랑과 좌절의 의미는 이미 로르카의 여러 작품에서 주요 인물의 성격에 집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으로 작품의 숨은 의미를 밝히고 있다. '결혼'은 남녀의 조화, 사랑과 기쁨으로 결합된 가족들의 축제, 그리고 창조와 자손으로 이어지는 가문의 지속성을 암시하고 있다. '피'는 이와 정반대의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폭력, 죽음, 파멸, 남녀의 배신, 갈등과 적대감으로 생기는 슬픔과 고뇌를 말한다. 이토록 역설적인 두 단어의 결합은 생의 모순이 내포된 비극을 말하고 있다. 스페인어의 어순은 'Wedding of Blood'가 된다. 말하자면 조화에서 혼돈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제1막 첫 장면에서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로르카의 주제가 제시된다. 어머니와 신랑인 아들의 대화를 통해 신랑 신부와 레오나르도의 숙명적인 삼각관계와 이들의 비운이 어머니가 언급한 '칼'의 상징적 표현으로 암시되고 있다. 펠릭스 가족과의 싸움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살아있는 유일한 아들의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불안하다. 아들의 약혼녀가 한 때 적수인 펠릭스 집안의 아들 레오나르도와 사랑한 사이였으며, 레오나르도가 지금도 아들의 약혼녀를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약혼녀를 방문했을 때, 약혼녀가 아들에 대해서 큰 애착심이 없는 것을 보고 과연 약혼녀가 아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어머니는 의심한다. 어머니의 과거가 미래의 사건을 지배하는 일- 과거 남편의 죽음이 앞으로 아들의 죽음으로 되풀이되는 그런 일이 예상되어 어머니는 불안에 떨고 있다. 어머니의 검은 의상은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극에 등장하는 이웃 여인의 슬픈 운명은 수많은 안다루시아 여성 공통의 운명이 되며, 나아가서 이 세상 전체 여성의 운명으로 확산되는 느낌 속에서 슬프고 비통한 죽음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제2장에서 레오나르도와 아내, 그리고 장모가 등장한다. 장모는 아기를 팔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다. 이 자장가는 극적 효과를 높이면서 주제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노래는 아기가 모르는 이 세상 폭력과 고통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아기도 자라면 그 회오리바람에 쏠리고 만다는 여운을 풍기고 있다. 자장가 가사 속에 있는 '말의 눈에 박힌 은빛 단도短刀'라든가 '피 흘리는 발굽' 등은 증오와 갈등으로 피투성이 싸움판이 되는 어른의 세상을 위협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아내와 장모,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대화는 상호간의 불신과 의혹,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사랑의 배신 등의 내용인데 자장가의 가사가 이들의 현실적 생활이 되는 것을 말하고 있다. 레노나르도의 아내는 남편의 전 애인과의 관계 때문에 결혼 생활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3장에서 양가의 상견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상견례는 신부가 하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판이 깨진다. 신부는 자신의 사랑은 오직 레오나르도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아버지 앞에서 결혼에 승복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자신의 본능과는 다른 것이었다. 어둠과 혼란 속에 빠지는 일이었지만 그녀의 열정은 레오나르도를 향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끊임없이 그녀의 창가로 찾아온다. 사회적 인습은 아버지가 시키는 결혼에 묶여 있었다. 로르카의 비극의 주제인 의무와 열정, 개인과 사회의 충돌, 개인적 삶에 있어서의 두 분신의 이화異化 등을 전달하는 극적 내용이 이 장면에서 펼쳐진다.
    제2막은 열정의 전횡專橫이다. 극의 표면은 결혼식이다. 신부 의상, 머리단장, 화환 선택은 결혼의 외부 풍경이 된다. 그러나 그 내면의 현실은 하녀의 다음 대사가 말하고 있다.

    하녀. 허지만, 아가야! 결혼이 뭔데? 결혼은 그저 그런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결혼이
    알사탕이냐, 아니면 꽃다발이냐? 아니야. 결혼은 번쩍이는 침대, 남자와 여자이거든.

    이 말에 신부는 승복하며 양친과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지킬 것을 약속한다. 희망과 낙관주의, 사랑과 결혼의 우주적 질서와 조화가 하녀의 축혼가 노래를 타고 고조되며 흘러간다. 이대로 가면 이 작품은 희극이 된다. 그러나 이 극은 비극이다. 이런 잔잔한 해류에 역행하는 열정의 파도를 타고 레오나르도가 온다. 결혼식 날 아침이다. 레오나르도는 신부를 붙들고 사랑을 호소한다. 신부는 처음에 그의 접근을 완강히 거부한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의 열변에 그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가다듬고 신랑한테 가서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불러도 당신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신랑은 "나는 당신을 40년간 꼭 껴안고 있겠어요"라고 응답한다.
    제2막 두 번째 장면은 결혼 축하연이다. 신랑의 어머니는 레오나르도가 결혼식장에 온 것을 보고 긴장한다. 기쁘고 즐거운 잔칫날 풍경이지만 어둡고 불길한 예감이 감도는 장면이다. 특히 신부는 우울하다. 신랑의 포옹도 달갑지 않다. 그녀의 불안은 레오나르도의 행방을 찾는 그의 아내의 불안감과 병행된다. 레오나르도는 불안하게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고 있다. 신부의 열정이 그녀의 의무감을 짓누른다. 마침내 그녀는 몰래 레오나르도를 만나고 사랑의 도피를 한다. 결혼식 흥겨운 분위기가 레오나르도의 아내의 도피 소식을 듣는 순간 냉각된다. 신랑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배신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외친다. "피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모두가 피해자가 되었다- 신랑, 신부의 아버지, 레오나르도의 처, 어머니, 신부와 레오나르도 자신까지 모두 피해자가 되었다. 과거에는 두 집안 펠릭스 집안과 어머니 집안이 앙숙이었는데, 지금은 또 한 가족이 늘었다. 신랑은 말을 타고 이들의 추적에 나선다.
    제3막 첫 장면은 숲 속이다. 어두운 밤, 레오나르도와 신부는 숲 속으로 도망가서 몸을 숨겼다. 숲에는 초자연적인 달과 거지로 변장된 죽음이 있다. 달의 이야기는 위협적이다. 얼굴 모습을 한 달은 무자비하게 싸늘한 빛으로 세상을 비추고 있다. 이 빛으로부터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다. 죽음은 거지로 분장해서 신랑을 인도하고 있다. 달은 레오나르도와 신랑의 죽음을 예언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부는 돌아와서 신랑의 어머니에게 신랑과 레오나르도의 죽음을 알린다. 신랑은 레오나르도의 죽음으로 명예를 지켰고, 자신은 처녀로 남아서 신부의 순결을 지켰다고 말한다. 두 여인이 잃은 남편은 일찍이 어머니가 잃은 것이었다. 결국 어머니, 신부, 레오나르도의 처, 세 여인만 버림 받고 남아서 비탄에 빠져 있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사랑의 격정을 제어하지 못한 인간의 무기력으로 인한 잔혹한 파멸이 극의 종말이었다. 레오나르도와 신부는 어쩔 수 없이 열정의 노예가 되었고, 어머니와 신랑, 아버지와 아내들은 사랑의 횡포 앞에서 무기력했다. 우리는 이들에게 한 없이 연민의 정을 느끼지만, 우리를 끝내 괴롭히는 것은 우리들 존재를 근원적으로 흔드는 비관적 체념이 있기 때문이다. 로르카는 그것을 강조했다. 로르카의 비극적 인생의 종말은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어머니가 신부를 밀어내면서 하는 비탄悲嘆의 언사는 로르카가의 피눈물 섞인 말이다.

    어머니. 허지만 너의 순결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 너의 죽음이 무슨 소용 있나?
    무엇이든, 무엇에 관해서든 이 모든 일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나?

    ◎ 작품 2.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로르카의 마지막 비극 작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그가 죽기 직전인 1936년 6월 19일 완성되었다. 초연 무대는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스페인 국내가 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아베니다 극장이었고 첫 공연은 1945년 3월 8일이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스페인에서의 공연은 1964년 1월 10일 마드리드 고야 극장에서 작품 집필 28년 후가 된다. 이 작품의 소재는 [피의 결혼]처럼 실재 이야기에서 얻어왔다. 이 작품의 주제는 열정과 좌절, 그리고 명예가 된다. 그의 다른 비극 작품처럼 이 희곡도 그리스 비극을 상기시켜준다. 검은 상복의 여인, 운명의 힘에 지배당하는 인간, 격한 감정 토로, 엘렉트라, 메디아, 페드라 등에 비교되는 인물의 창조, 비극적 결함의 강조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으며, 연민과 공포의 감정 배출을 통한 카다르시스의 효과도 그렇다.
    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감옥이며, 그 이상의 생존 조건이기도 하다. 그의 집이 감옥이 되면서, 그 자신도 더 큰 감옥- 그 집 주변의 마을, 가십, 마을 사람들의 시기와 악의 등에 갇혀버리고 있다. 그 마을 주변에 흐르는 강물은 마르고, 황량한 들판이 펼쳐진다. 처절한 자연의 풍경 못지않게 이들 마음의 들판도 깡마르고 황폐하다.
    제1막. 막이 오르면 베르나르다의 흰색 집이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텅 비어 있는 듯한 집이다. 집이 무엇에 둘러싸이고 꽉 막혀 있는 느낌이 든다. 방의 벽은 두껍고, 침묵은 위압적이며, 침통하고, 숨막히는 압박감이다. 종소리가 들린다. 그 종소리만이 방과 이 집과 마을을 연결하고, 멀리 확산되는 느낌이다. 심해深海 같은 방의 진공眞空 상태는 더 큰 억압적 침묵이다. 그 허탈한 풍경은 사람들의 허무와 무의미를 상기시킨다. 텅 빈 벽은 이 집의 불모성不毛性을 말하고 있다. 막이 오르고 말 한 마디 들리지 않았지만 극의 분위기는 이미 무대 풍경으로 전달되고 있다.

    하녀. 지독한 여자야!
    폰시아. 모든 사람에게 폭군이네......사람들이 그 노파 싫어 해. 죽었으면 해......구석구석 뻔쩍뻔쩍 윤나지 않으면, 내 머리 채 잡아끌어 남은 몇 가닥 머리칼마저 뽑아버릴 꺼야.

    하녀의 대사는 베르나르다의 두 가지 성격을 전하고 있다. 베르나르다의 독선과 사물의 외관에 대한 그녀의 결벽성潔癖性이다. 베르나르다의 첫 출현에서 우리는 명예의 주제가 전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첫 하녀의 슬픔에 대해서 "조용히!"라고 명하는 일이라든가, 막달레나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일은 아랫사람들의 자발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된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을 통해 베르나르다와 딸들,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하녀들과의 관계가 밝혀지고 베라나르다의 사적인 생활이 알려진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전제가 되며, 베르나르다의 완고한 비타협성, 겉치레를 중시하는 옹고집 성격을 엿보는 단서가 된다. 아델라가 주는 부채를 내던지면서 말하는 베르나르다를 보면 이런 측면이 더욱 더 명백해진다.

    아델라. 이것 가지세요. (그녀는 베르나르다에게 녹색과 붉은 꽃무늬가 있는 둥근
    부채를 준다.)
    베르나르다. (부채를 마루에 내던지면서) 과부에게 이런 부채 줘도 돼? 검정 부채를 다오.
    그리고 말이야, 너희 아버지 추억을 존경하는 법을 배우라.

    베르나르다는 마을 사람들의 악의에 찬 험담을 피하기 위해서 반쯤 정신이 나간 어머니를 집안에 숨겨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베르나르다가 집안의 모든 사람을 지배하고, 이들을 자기 멋대로 종속從屬시키는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집사람들을 가두어두려는 집념의 정당성이다. 베르나르다는 집의 창문과 문을 모두 폐쇄시켜 딸들이 세상을 등지고 살도록 했다.

    베르나르다. 팔년 동안의 문상이다. 거리로부터 한 줄기 공기도 집안에 스며들면 안 된다. 우리는 벽돌로 창문과 문을 모두 막아버리고 살아야 한다.

    다섯 명의 미혼 여성들인 베르나르다의 딸들은 당분간 결혼을 못 하고 노처녀 신세로 세월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다섯 명의 딸들은 반항과 체념의 상징이 된다. 장녀 앙가스티어는 39세이며, 유일하게 혼인 지참금을 갖고 페프라는 이름의 25세 젊은이와 약혼중이다. 이 젊은이는 앙가스티어의 지참금에만 욕심이 있다. 가장 어린 딸 아델라는 언니 약혼자와 밀회를 하고 있다. 곱사등이 언니 마르티리오는 페프 젊은이를 남몰래 사모하고 있다. 베르나르다 집안사람들 모두가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걸치고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단 한 사람 아이러니컬하게도 베르나르다의 어머니 마리아 요세파는 사랑과 로맨스의 날을 꿈꾸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할머니의 번쩍이는 보석과 아델라의 오색 아롱진 부채가 자유로운 삶의 주제를 상징하면서 병행竝行 표현되고 있다. 폰시아의 '파카 라 로제타' 이야기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말을 타고 애인과 함께 올리브 숲 속으로 가서 몸에 꽃 장식하고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는 자유와 힘과 창조의 주제가 되며 밀폐되고 억눌린 베르나르다의 집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 편집자의 말 |

    * 로르카의 생애를 중심으로

    훼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부유한 지주였던 아버지 훼데리코 가르시아 로드리게스와 전직 교사였던 어머니 비센타 로르카 사이에서 1898년 6월 5일 네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탄생지는 스페인의 그라나다 시에서 약 20킬로미터 떨어진 푸엔테바케로스라는 마을이었다.
    그는 문학과 음악을 중요시하는 가정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유년시절부터 인형극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안다루시아 지방에 자리잡고 있다. 안다루시아는 그리스, 로마,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받은 곳인데, 711년에서 1492년까지 780년 동안 아랍인들이 지배했기 때문에 아랍문화의 색채가 농후하게 남아 있다. 이런 문화적 특징은 스페인의 음악, 무용, 미술, 문학에 스며들어 스페인 문화 예술의 전통이 되었다. 특히 안다루시아 지방의 그라나다는 스페인의 예향藝鄕으로서 라몬 히메네스, 안토니오 마챠도 등 위대한 시인들을 비롯하여 저명한 예술가들을 배출했다. 로르카는 안다루시아 지방의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리스-로마와 집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안다루시아 지방의 노래와 민화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 같은 민속적 유산은 그의 시와 희곡작품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1909년 로르카가 열한 살 때 가족이 그라나다로 이사했다. 그는 그 해에 Colegio de Sagrado Corazon de Jesus 학교에 입학한다. 1914년 아버지의 강권强勸으로 그라나다 대학 법학부에 입학해서 공부하지만 법률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는 시 창작과 그림 그리기, 피아노와 기타 연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라나다는 음악의 도시였다. 로르카는 돈 안토니오 세규라의 인도를 받으며 피아니스트로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1915년 로르카는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피아노 공부를 했으며, 마누엘 데 파야(1876-1946)에게 사사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음악적 교류 때문에 로르카는 안다루시아의 민요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민요를 시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법학보다는 문학에 더 심취했던 그는 당시 저명한 인도주의 학자였던 그라나다 대학 정법대학 교수 페르난도 데 로스 리오스와 친분을 맺고, 로르카에게 최초의 산문 여행기 [인상과 풍경] (1918)을 쓰도록 권유했던 예술이론의 대가 마틴 도밍게스 베루에타 교수를 만나기도 했다. 또한 유명한 조각가 주안 크리스토발, 기타리스트 안젤 바리오스와 안드레 세고비아, 문학평론가 페르난데스 몬테시노스, 저널리스트 호세 모라 과르니도, 소설가 웰즈(H.G. Wells), 루드야드 키플링 등을 만나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로르카는 문학인들 카페 모임에 드나들면서 시를 낭송하고, 문학을 논하면서 문인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어느새 감성이 풍부한 정열적인 문학청년으로 성장했다.
    이 당시 그의 고민은 동성애였다. 그는 이런 성적인 취향 때문에 생긴 타인들의 적대감 때문에 좌절감과 소외감을 심하게 느꼈다. 이런 고뇌가 집중적으로 표현된 것이 1921년 간행된 [시집](Book of Poems)이다.

    1919년 4월 로르카는 그라나다를 떠나 마드리드로 향해 갔다. 이유는 마드리드 대학 진학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학을 포기하고 대학 기숙사에 머물면서 시를 쓰는 일에 전념한다. 1920년대에 로르카는 마드리드와 그라나다를 오가면서 문필생활을 계속한다. 그의 시가 빠르게 세상에 퍼지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그에 따라 교우의 범위가 넓어진다. 그는 2년 전에 기숙사에 들어 온 영화감독 루이스 부누엘을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되고, 1922년에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그 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의 만남은 흥분과 자극과 지적인 폭발이었다. 간혹 외국 손님으로 작가 프랑소아즈 모리악, 작곡가 이골 스트라빈스키 등이 오고,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열변하는 전위 예술가들, 프로이트를 설득하는 학자들, 그 밖에 수많은 천재들과 기재奇才들이 줄줄이 이곳에 찾아들었다.
    [나비의 저주]가 1919년에 집필된다. 이 작품은 1920년 3월 22일 마드리드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이 공연은 실패로 끝났다. 그는 1924년 희곡작품 [마리아나 피네다]를 써서 1927년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에서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대성공이었다. 그는 1927년 [노래](Songs), 1928년 [집시 발라드](Gypsy Ballads), 같은 해에 [심원한 노래를 담은 시](The Poem of the Deep Song)를 내고, 1928년 단명으로 끝난 문학지 [갈로](Gallo)를 그라나다에서 발간한다. 로르카는 대학 기숙사에서 10년간 머물면서 그의 명작 시를 계속 발표했는데, 주목할 일은 로르카의 명성은 그의 강연의 성공 때문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돈 루이스 곤고라의 시적 이미지" 라든가 "시에 있어서의 상상력과 영감과 탈피" 등은 명강名講으로 소문났다. 그러나 20년대 말에 이르러 그는 이상하게도 우울증에 침잠해 있었다. 이런 침울감 속에서 탈피하기 위해 그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그라나다 대학교 훼르난도 데 로스 리오스 교수와 함께 1929년 그는 프랑스, 영국, 스코틀랜드를 경유해서 뉴욕으로 갔다. 그는 컬럼비아대학교에 기숙하면서 단기간 동안 강의를 들은 후 버몬트로 가서 이듬 해 3월까지 머물다가 여름에 쿠바 땅 아바나로 간다. 그 곳에서 얼마간 지낸 후 1930년 가을 정치 혼란기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로르카의 뉴욕 혐오嫌惡 감정은 그의 초현실주의 시집 [뉴욕의 시](1930)와 초현실주의 희곡 [5년이 지나가면] (1929~30 집필. 1945, 1954 공연)에 나타나 있다. 1926년 로르카는 [희한한 구둣방 집 마누라]를 쓰기 시작했는데(초판본 1926년 집필. 재판본 1931~32 집필), 이 희극 작품은 그가 미국에서 돌아온 후 초판본이 1930년, 재판본이 1933년에 각각 공연되었다. 1928년에는 또한 [돈 페를린플린의 사랑]을 집필했는데, 이 작품은 1933년에 초연되었다. 이 두 작품의 소재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민화에서 얻어왔다. [희한한 구둣방 집 마누라]는 늙은 남자에게 시집 온 젊은 아내 이야기인데 민속적인 인형극과 도화극(道化劇, farce)을 도입하고, 메테를링크의 표현주의적 무대기술에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Edward Gordon Craig)의 무대실험을 융합해서 연극의 개혁을 시도한 공연이었다.

    1930년 여름, 그가 스페인으로 돌아왔을 때, 프리모 드 리베라의 7년 독재정치가 무너지고 있었다. 1931년의 공화정부 출범은 정치적이며 예술적인 자유가 보장되어 로르카의 예술적 재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었다.
    1931년 그가 정부지원 지방 순회 극단 "라 바라카"(La Barraca)의 단장으로 임명되자 그는 스페인의 고전 희곡을 지방민에게 보여주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했다. 극단 활동과 때를 맞춰 집필된 희곡작품 [피의 결혼](1933), [예르마](1934), [노처녀 도나 로시타](1935),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1936)은 스페인의 연희 전통과 현대 극작술이 융합된 위대한 작품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피의 결혼]이 초연되자 로르카는 국내는 물론 남미 여러 나라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로 찬양을 받았다. 그는 희곡 이외에도 꾸준히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었다. 친하게 지냈던 투우사의 죽음을 슬퍼한 시 [이나시오 산체스 메하스를 위한 애도](1934)는 아랍 문학의 특성이 농후한 걸작 시다.
    1936년 제2기 스페인 공화국 출범은 정치적 위기였다. 동년 7월 18일 프랑코의 군사반란이 발생했을 때, 로르카는 그라나다에 있었다. 친구들은 그가 마드리드에 머물도록 종용했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 반란군이 점령하고 있었던 그라나다는 사실상 안전하지 못했다. 8월 3일 로르카 친척이었던 그라나나 시장 마누엘 몬테시노가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8월 16일 오후 로르카도 체포되어 반란군 본부에 이틀 동안 억류된 후, 8월 19일 비즈나 마을 외곽에서 총살되었다. 그의 사체도, 그의 묘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목차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피의 결혼
    제 1 막
    제 2 막
    제 3 막

    ◎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제 1 막
    제 2 막
    제 3 막

    ◎ 해 설
    ◎ 연 보

    저자소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8~1936
    출생지 스페인 그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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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8년 그라나다 지방의 푸엔테바케로스(Fuente Vaqueros)에서 대지주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19년 마드리드로 가기까지 20년 동안 로르카는 그라나다의 라베가 평원에서 안달루시아의 예술적 유산을 먹으며 성장했다. 1919년 로르카는 그라나다를 떠나 10년 동안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의 레시덴시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1920년대 스페인은 예술적 매혹이 넘쳐 났던 시기였으며, 수많은 천재들이 동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했다. 시에는 후안 라몬 히메네스, 헤라르도 디에고, 호르헤 기옌, 페드로 살리나스, 다마소 알론소, 라파엘 알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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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졸업.
    서울대, 고려대, 홍익대 강사로 활동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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