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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천사에게 : 김선우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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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선우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발행 : 2016년 03월 14일
  • 쪽수 : 33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84319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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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사랑하지 않고서 무엇을 살릴 수 있나요."─우리는 반드시 이 산문집을 지나가야 한다 빨강 리본을 단,[부상당한 천사에게]

    도처에 아픔이 너무 많다. 그래도 여기가 우리의 한 걸음이다. 수없이 패배하면서도 동시대 다른 아픔들의 손을 잡고 슬픔과 고통을 견디는, 차갑고 따스한 자그마한 강철 날개의 천사들. 지금 여기의 아픈 사랑들이 우리의 역사다
    (/ 본문 중에서)

    어여쁜 작가라 말해본다. 세상이 비루할수록 더 명랑한 노래를 부르는 작가라 말해본다. 진짜로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라 말해보고,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든 쓸 작가라 말해본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산문 작가인 김선우가 그렇다. [부상당한 천사에게]는 작가가 3년여 만에 내놓는 산문집이다. [한겨레]에 연재했던 [김선우의 빨강]에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더하고 고쳐 다섯 개의 부와 네 개의 카덴차에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각 부 곳곳에는 거리에서 나부끼고 있는 시들처럼 작가의 시들이 제목 없이 걸려 있다. 이 글들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이 극심한 시절을 견디며 작가가 걷고, 주저하고, 응시하고, 뒤척이고, 앓고, 일어나고, 그러면서도 겨우겨우 한 걸음씩 나아간 흔적과 분투가 황야와 바람과 천사와 눈물과 비상이란 이름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까 봐, ‘쓴다’라는 것이 노동임을 잊게 될까 봐, 타인을 억압하는 자들을 모른 척할까 봐, 작가는 8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분급을 받으며 일하는, 굴뚝에 올라서 있는, 노랑 리본을 달고 걷고 있는, 사회적 부상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작가는 우리가 축제 때 광장을 붉게 뒤덮었듯이 [부상당한 천사에게]로 우리의 일상을 붉게 물들이려 한다. 싸우고, 넘어지고, 견디고, 우는, 우리의 이웃이자 수많은 ‘나들’인 부상당한 천사들을 광장으로 초대하려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우리는 어쩌면 노랑 리본을 잠시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혁명은 혁명적이어야 하기에 오늘만은 고통의 색이자 생명의 색인 빨강 리본을 가슴에 달아야 할지도 모른다. 도처에 있는 아픔들을 보기 위해서, 슬픔과 고통을 견디며 사랑하기 위해서, 부상당한 천사들을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이 산문집을 지나가야 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 황야
    - 카덴차 1
    2부 바람
    - 카덴차 2
    3부 눈물
    - 카덴차 3
    4부 천사
    - 카덴차 4
    5부 비상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도처에 아픔이 너무 많다. 그래도 여기가 우리의 한 걸음이다. 수없이 패배하면서도 동시대 다른 아픔들의 손을 잡고 슬픔과 고통을 견디는, 차갑고 따스한 자그마한 강철 날개의 천사들. 지금 여기의 아픈 사랑들이 우리의 역사다.
    (/ p.15)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직원인 그의 지난달 월급은 45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 전 달에는 70여만 원이었다. 분당으로 받는 급여를 뜻하는 ‘분급’에 의해 지급된 것이라 한다. 분급이라는 말. 근래 들어본 가장 끔찍한 단어이다. (…) 이런 끔찍한 착취 앞에 저항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체 누구이며, 내일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16)

    세계의 참혹은 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시들은 거리에서 ‘왜, 어떻게’의 질문을 갱신하며 나부끼는 중이다. 희망이 없는데도 끝내 살아, 끝끝내 아름다워지는 사람들이 성인(聖人)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성인은 도처에 있는지도 모른다.
    (/ p.61)

    어느 날 디오게네스가 야채 씻는 걸 본 플라톤이 말한다. “그대가 디오니시오스 왕에게 봉사했다면 지금쯤 야채 따위를 손수 씻는 일은 없었을 텐데.” 디오게네스가 응답한다. “그대가 스스로 야채 씻는 법을 알았다면 디오니시오스 왕 따위에게 봉사하며 노예로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유실되어 전하지 않는 그의 저작 《공화국》을 읽고 싶은 날.
    (/ p.62)

    “위대한 지휘자라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대한 것은 작곡가일 뿐이다”라는 겸손과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음악을 듣는 것”이라 말했던 그를 생각한다. ‘듣지 못하는’ 리더가 일으키는 문제들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네, 클라우디오! 듣고, 듣고, 들을게요. 세상을, 사람을, 음악을, 시를, 이야기를.
    (/ p.81)

    아인슈타인에게 죽음이 무엇이냐고 사람들이 물었다. 아인슈타인 왈,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는 것.”
    (/ p.121)

    골이 터지면 환호성을 지른다. “대~한민국!” ‘우리’라는 느낌이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우리’가 올곧게 ‘우리’여본 적이 없음을 느끼는 이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실업 대란과 빚더미 학비의 중압감에 시달리다 광장에 모여든 청년세대의 가슴은 더 그럴 것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을 지원받을 수 있는 ‘우리’를 가져본 적 없는 슬픔이 ‘우리’를 저토록 목메게 부르게 하는지도 모른다.
    (/ p.142)

    쌍용차 해고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회사를 위해 평생 일해온 노동자들을 일회용 부품처럼 쓰고 버리는 그런 회사에 뭐하러 돌아가려고 애쓰느냐고. 그때 내가 들은 첫 대답은 이랬다. “억울해서요.” 그 한마디에 나는 앞서 그런 질문을 한 내가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이들의 길고 고단한 싸움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그제야 보였다. 이것은 단지 밥그릇 싸움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자 하는 싸움이구나.
    (/ p.153)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사는 거. 그 수밖에 없다.
    (/ p.194)

    내가 작정한 대로 글이 흘러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여전히, 앞으로도 내내, 내 삶의 좋은 반려가 되리라고 낙관하는, 터무니없이 행복한 오후. 괜찮다. 쓰고 있는 한.
    (/ p.200)

    이상과 김유정은 ‘절친’이었다. 둘 모두 가난했고 폐결핵을 앓았다. 난해시라는 항의로 [오감도] 연재를 중단당하고, 다방 경영에도 실패하고, 연인 금홍과도 결별한 이상은 어느 날 김유정을 찾아가 “함께 죽자”고 했다. 김유정은 뼈가 앙상한 가슴을 풀어헤치고 “아직 희망이 이글이글 끓습니다”라고 답했다.
    (/ p.212)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기쁨은 병아리 눈물만큼 조금씩만 생기고 아픔은 눈 들어 바라보는 곳곳에 널려 있다. 숨 막힌다. 디스토피아에 사는 자의 답답함 때문에 ‘한 잔의 술’을 포기하고 디스토피아에 대해 쓰다가 다시 숨 막힌다. 아, 몽땅 잊고 싶다.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아픔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사태가 자주 도래한다. 무감각이야말로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무기력과 냉소를 동반해 삶을 무가치하게 만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굳어가는 감각을 어떻게 깨울까. 아픈 데를 찬찬히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겠다. 지금 당신은 어디가 가장 아픈가.
    (/ p.236)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니엘 바렌보임은 말한다.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이야말로 화해의 시작이다”라고.
    (/ p.238)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 뒤에는 그것을 만드는 노동하는 손이 있고, 다시 그 뒤에는 그것에 원료를 내어주는 자연이 있다. 이 모든 연결의 인연들이 일방적 착취 관계가 아니라 ‘서로 잘 기대어 있을 때’ 세상은 유지되어간다. 세상에 정의가 필요해지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의는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잘 존재하기’ 위한 관계성을 돌보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가고, 고통받는 노동이 있는 한 행복하기만 한 소비는 없다. 노동이 즐거워지고 생기발랄해져야 우리 모두 행복하다. 세상의 건설은 아름다움과 선함에 무지한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노동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 p.249)

    글쓰기의 힘은 문장을 통해 드러난다. 정연하고 개성적인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은 노력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문장을 최선을 다해 만드는 그 시간 동안 글 쓰는 사람의 내면에는 분명히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좋은 문장이 힘이 센 것은 문장 자체가 아름답거나 유려해서라기보다 문장을 가다듬어가는 과정에서 글 쓰는 사람의 내면이 정련되기 때문이다.
    (/ p.259)

    “언니, 사랑이 이겼어요!” 하하, 그러엄, 사랑은 결국 이기지. 그녀가 내게 전해준 이야기의 전모는 이렇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한 게이 청년에게 확성기를 든 기독교도 아주머니가 시비를 걸었다. 회개 안 하면 지옥에 간다며 윽박지르는 아주머니의 맹렬한 저주의 말에 처음엔 소리 지르며 싸우던 게이 청년이 마지막으로 택한 행동은 그 아주머니를 포옹하고 키스를 퍼부은 것이었다. 오오! “그래서?”라고 나는 외쳐 물었다. “아주머니가 결국 너털웃음을 터뜨렸어요.”
    (/ p.277)

    시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시인 자신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비록 소수일지라도 몇몇 사람이 여전히 시를 통해 자신을 지켜간다는 것은 더더욱 놀랍지 않은가. 한때 우리는 시를 향해 전위를 운운했다. 나는 요즘 생각한다. 혁명보다 혁명 이후를 지키는 것이 시의 정신이라고. 어떤 혁명도 혁명 그 자체로 완성되지 않는다. (…) 시는 혁명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시는 혁명 이후 혁명의 마음을 지킨다. 시는 조직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시는 최초의 조직의 순수를 향해 깨어 있을 수 있다. 불안한 후위에서 시는 아주 느리게 개인의 역사에 작용한다. 불안한 후위, 그것이 시가 여전히 ‘춤추는 별’인 이유가 아닐는지.
    (/ p.289)

    식탁에 올려둔 과일의 빛깔과 향기에 잠시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건조한 생활에 율동감이 생긴다. 왜 하필 식탁인가. 거기가 가장 적나라한 일상의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이란 신조어가 생기듯이 ‘먹고살기’는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 동시에 어딘지 조금 쓸쓸한 일이기도 하니까. 남루해 보이는 일상의 ‘바로 그 자리’가 나를 깨우는 가장 귀한 자리이기도 하다.
    (/ p.309)

    “생명에게 친절하셔야 합니다. 사랑하지 않고서 무엇을 살릴 수 있나요.” 입던 승복 그대로 가사 한 장 덮고 꽃잎처럼 가신 법정 스님을 보내며 문득 떠오르는 문장들을 적는다. “아쉬운 듯 모자라게 사십시오. 너무 많이 가지고 살려고 아등바등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스승들을 곁에 두고도 우리는 왜 깨우치지 못하는가.
    (/ p.327)

    J는 결국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병원을 알려달라고 했단다. 안락사를 결정하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한 후에 하고 싶다고. 이미 한번 버려졌던 강아지인데 또다시 버려지듯 죽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그래서 찾아간 서울의 병원은 꽤 친절했고 그곳에서 신동이는 간신히 살아났다. (…) 그 애가 내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사람도 아닌 강아지인데 너무 오버액션 아니냐는 주변의 말을 들을 땐 힘들더라고. 하지만 적어도 한 생명 앞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다른 생명, 그것은 내 것이 아닌데, 남의 것인데,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죠?”
    (/ p.329)

    언제부터인가 개인으로서의 내 삶에 대해선 바라는 것이 없어진 느낌이다. 바라는 것이 없어서 행복하다. 다만 주어진 매일에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잘 보살피고, 옆 사람과 정성을 다해 만나려고 노력할 뿐. 붓다나 달라이 라마는 한결같이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말한다. 예전에 나는 이런 말이 의아했다. 고독의 정점으로 자신을 밀고 가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왜 이구동성으로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하는지. 이젠 알 것도 같다. ‘동체대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살면 세상이 평화롭다. 마음을 다해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그만한 수행이 없다. 살아 있는가, 나는? 매일 묻는다. 살아 있는 존재답게 살아야 한다. 행복하겠다. 사랑하겠다. 죽는 순간까지.
    (/ p.33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강원도 강릉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8,532권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장편소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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