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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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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혜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6년 03월 10일
  • 쪽수 : 424
  • ISBN : 9788954639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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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는 시와 산문, 두 장르에 걸쳐지는 새로운 장르 시산문 179편이 수록된 책이다. 책은 2014년부터 김혜순 시인이 문학동네 카페에 '고독존자 권태존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였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꿰맨 것이다.

출판사 서평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시와 산문, 두 장르에 다 걸쳐지는 사이의 글들
시인 김혜순이 발명한 179편의 시산문!

★마이너스 시이자 마이너스 산문,
한국에 다시없을 시집이자 산문집!

★시를 더는 쓸 수 없겠구나 싶은 절망과
시를 이제 쓸 수 있겠구나 싶은 희망을
한꺼번에 선사하는 시론집이자 문학개론서!

★혼자 격하게 껴안고 싶은 책임과 동시에
모두와 공평하게 나누고 싶은 책임의 책!



1.
시와 산문, 두 장르에 걸쳐지는 새로운 장르를 일컬어 '시산문'이라 칭해본다. 김혜순 시인의 명명에 따르자면 말이다. 애매해지는 대목이 딱 하나 있어 일단 붙들고 늘어진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과연 이러한 글쓰기의 장르를 어떤 카테고리 안에 넣어야 할까 하는 데서다. 시집이면 시집, 산문집이면 산문집, 이 구분이 엄격히 존재하는 우리의 출판시장에서 이 두 장르에 걸쳐져 있는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특별함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산문'이면서 '산문시'이기도 한 두 겹의 책. 겹이 둘이니까 겹을 결대로 읽는 데서 오는 두 배의 맛 또한 풍부하기 이를 데 없음을 자부하고도 남는다지만 책 제목도 소개하지 않은 채로 예까지 호기심의 발로를 펼치고 만 건 두말할 것 없이 이 책의 귀함을 너무도 잘 알겠어서이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김혜순 시인의 시산문이자 산문시 179편을 놓고 서두가 너무 길었음을 인정한다.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한 텍스트를 앞에 두고 편집자로 오버하지 않는 일의 자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새삼 깨닫는다. 어렵다. 그러나 금강산도 독후경이라 믿는 편집자니 일단 텍스트 안으로 함께 들어가고 난 뒤에 말해보자 할밖에.

2.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는 2014년부터 김혜순 시인이 문학동네 카페에 '고독존자 권태존자'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였던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꿰맨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는 당시에 시인은 글쓴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줄 것을 당부했었다. "인터넷 공간에 연재되는 글 뒤에 붙는 댓글이 '나'라는 사람과 무관하게, 그곳에 쓰인 글만으로 읽혀지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훗날 시인은 말하였다. 연재 당시 시인의 닉네임은 '쪼다'였고, 글과 함께 간간 선보였던 그림은 시인의 딸이자 화가인 ‘이피’의 작품이었다. 이 책의 본문 안에 한 챕터로 구성을 한 페이지들을 참고하면 아시겠지만 이피의 드로잉들은 글에 맞춤하기 위해 새롭게 그려낸 작품들이 아니라 글들 이전에 존재했던 드로잉들로 글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바라며 이피가 고른 작품들이었다. 글과 그림이 서로의 영역 안에서 자유롭게 영유하다가 우연히 맞부딪칠 때 그 자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발사되는지 그 한 예가 될 것 같은 이 조화는 유연한 상상력의 무한한 팽창이 모성적 연대 안에서 만났기에 특히나 가능했던 일인 것만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또한 서로가 서로로부터 미끄러진다는 이 부드러운 밀림은 얼마나 크고 얼마나 반질반질한 융단을 서로의 자리로 깔아준다는 얘기가 되는가.

3.
이것을 시라고 하면 시가 화냅니다. 이것을 산문이라고 하면 산문이 화냅니다. 시는 이것보다 높이 올라가고, 산문은 이 글들보다 낮게 퍼집니다. 이것은 마이너스 시, 마이너스 산문입니다. 이것을 미시미산未詩未散이라고 부를 순 없을까, 시산문Poprose이라고 부를 순 없을까, 시에 미안하고 산문에 미안하니까. 이것들을 읊조리는 산문이라고, 중얼거리는 시라고 부를 순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시로 쓸 수 있는 것과 산문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 두 장르에 다 걸쳐지는 사이의 장르를 발명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나를 관찰하면 할수록 불안이 깊어지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권태와 고독이 의인화된 사람이 된 그 사람이 쓴 글입니다. 그 사람을 나라고 불러본 사람이 쓴 글입니다. 이 글들은 장르 명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존재하는 미지의 나라, 애록AEROK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자리, 생각만 해도 현기증나는 그 멀고먼 나라, 시의 나라를 그리워하면서 쓴 글입니다. 시 같은 것도 있고, 산문시 같은 것도 있고 단상 같은 것도 있습니다.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는 김수영의 말, 산문을 쓸 때도 자신은 시인이라는 보들레르의 말 사이의 길항을 붙들고 쓴 글입니다. 쓰는 동안에 거룩함이라는 쾌락, 연민이라는 자학, 건전함이라는 기만에만은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_글쓴이의 말에서

4.
이 책의 첫 장은 '애록에서'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예서 그 '애록'은 이 'AEROK'이다. 뒤집어보면 ‘KOREA’란 얘기다. 코리아를 애록이라 읽는다는 것. 시인에게 뒤집어보고 뒤틀어보고 꼬집어보는 식의 ‘역전’은 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않아'라고 자신을 지칭한 시인의 당당한 호명을 보라. '좋아'나 '맞아'와는 정반대의 급부 속 이름이다. 애록에서 태어난 여성이 그것도 시인으로 애록에서 살아간다는 일의 '마이너'한 일상들을 시인은 바늘구멍같이 촘촘한 눈으로 박음질하듯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살다가 여기에서 죽을 거다./ 겨우 여기에 이렇게 머물다 가려고./ 가설무대의 나라에서/ 분홍색 보푸라기 돋은 스웨터의 털이나 가다듬으면서.// 여기서/ 살아가기가. /사랑하기가."(「애록에서」부분)란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
시인은 타고난 예민함으로 온몸의 촉수를 활짝 열고 자기만의 눈빛 찬란한 전조등을 켠 채 애록의 안팎을 비추고 다닌다. 스스로가 여성시인이자 시를 가르치는 선생님인 까닭에 보고 듣고 발견한 족족이 몸으로 새겨지는데 이때의 글은 일견 '시론'에 가깝다. 그러나 절대로 가르치는 포즈가 아니라 함께 사유하고자 하는 포즈다. 나는 빚었으니 너는 이것을 먹어라, 하는 제도권의 말씀이 아니라 너도 빚고 나도 빚고 서로 빚어 먹어보자, 하는 제도권 밖에서야 만날 수 있는 사유의 메아리랄까. "문학이라는 제도 밖에서 우는 새소리"가 시라는 것을 시인은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간직하려 해도 멀리 있는 듯한 창법"이 시라는 것을 시인은 아주 잘 알고 있어서다.
시인은 독자를 많이 얻기 위한 시의 형식으로부터 언제나 탈출하는 시를 써왔다. 애록에서 만연화된 시들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 시적 자아의 부단한 정서적 흘러넘침이거나 촌철살인의 아포리즘. 너무 많이 존재하는 시적 화자의 비애와 센티멘털. 거기서 번져나오는 위장된 성스러움,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참을 수 없는 나르시시즘으로 떨리는 살들."을 품은 것들로 시인은 그 시들로부터 언제나 '도망중'이라는 표현으로 제 시의 방향성을 향해 미친 속도로 그 속도를 즐겨가며 달음박질을 이어왔다. "아직도 자신이 만물의 척도라서, 낯선 걸 대하면 화내는 사람들이" 애록에는 왜 이리도 많은가. "읽을 때마다 다른 방향, 다른 세계를 가리키는 시"를 써오며 시인은 긴 시간 특유의 전위를 이렇게 가꿔왔다. "그렇게 긴 시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했을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이게 아닌데'가 아니면 시 같지 않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이것인데' 하고 알아맞힐 수 있는 시들을 쓰게 되면 버렸지요, 라고 덧붙"(「전위 시인」에서)여가며 말이다.

5.
시 이야기로 그 족적이 다양하게 찍혀 있는 글모음이라 문학적 텍스트로 한정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애록이라는 이름의 우리 사회를 또다른 눈으로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텍스트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 나라는 부끄러운 나라야.
부끄러울까봐 부끄러운 짓을 하는 나라야.

애록은 무엇 때문에 일곱 살인데 세 살인데 겨우 한 살인데
맨살 달팽이처럼 외국 땅에 가서 시멘트 바닥을 기라고 했을까?
시장 바닥에 얼어붙은 배추 이파리처럼 시퍼렇게 떨라고 했을까?

(...)

외국으로 떠나는 아기들이 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는가.
그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휴가를 떠나본 적이 있는가.
-「KAL」부분

정치가가 트럭 연설대에서 연설을 한다.
정치가의 머리 위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제 이름을 적어놓느라 우리의 하늘과 벽을 제일 많이 더럽히는 사람들이다.
제 이름을 외치느라 우리에게 제일 많은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구걸하고서는 곧 우리를 억압한다.
우리의 돈을 갈취해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닌다.
길 가던 누구도 애록의 어딘가가 병들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그의 연설도 비굴 장르의 법칙 아래 있다.
연설자는 지하철의 연설자처럼 다음 사거리로 간다.
구걸하다가 드디어 명령하는 자가 되는 사람들.
-「비굴의 장르」부분

불안과 고독과 권태가 시인에게 자주 찾아들었던 까닭에는 신비 없는 우주로 지칭되는 이 사회의 갖가지 부조리함과 폭력성에 몸과 마음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탓이 꽤 클 거다. 시인은 자주 아프다. 불안과 고독과 권태가 몸에 스며들어 일으키는 통증을 솔직한 몸은, 투명한 몸은 도통 감출 수도 어떤 약으로도 낫게 할 수가 없다. 시인은 아픈 몸을 누여 도착한 응급실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 통증에 대한 답답한 의사들과의 불통을 호소한다. 물론 이 호소는 자신과의 침묵 속 투쟁에 가깝다. 말하는 자와 들으려는 자가 길항하지 못할 때 녹이 스는 대화의 자물쇠는 비단 병원에서만 빚어지는 사연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무시와 무딤의 폭력이라는 벽이 사방팔방 두텁게 나 있음을 유추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인의 천진성은 언제나 더한 재미를 불러온다. 도달할 수 없는 상상력의 걸음걸이는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멈췄다가 다시 뛰는 일로 그 유머의 증폭을 점점 키워나간다. 슬픈데 웃기고 아픈데 재밌다. 눈물이 흐름과 동시에 웃음이 터지는 이 묘한 독서 체험은 눈으로 읽는 책에 국한해서라기보다 몸으로 읽는 책으로 열렬히 열어두어야 할 것만 같다.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이 책을 꼭 안아주게 된다. 냉소적인 유머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발견이리라.

작가의 말 추가

“나는 매일 일기를 쓰듯, 그렸다. 하루 일을 끝내고 잠들려고 하면 잠과 현실 사이 입면기 환각 작용이 살포시 상영되듯이 나에겐 어떤 ‘변용’의 시간이 도래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이면 구체적 몸짓과 감각, 언어로 경험한 하루라는 ‘시간’이 물질성을 입거나 형상화되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시간의 변용체인 어떤 형체를 재빨리 스케치해두고 잠들었다. 그것은 대개 하루 동안 나를 엄습했던 감각의 내용들을 기록한 것이라 해도 되겠다. 내 일기가 점점 쌓여갈수록, 나는 폴 크뤼첸Paul Crutzen이 말한 대로 우리의 지구가 신생대 제4기 충적세Holocene, 인류가 급팽창하여 지질을 급속도로 바꾸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지난다고 주장한 견해를 나의 ‘일기적 형상’들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형상들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서 생겨난 에일리언들 같았다. 나는 그 형상들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나 또한 ‘이피세LeeFicene’라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피의 진기한 캐비닛The Cabinet of Fi’s Curiosities] 전시 카탈로그에서 인용함.
글과 함께 드로잉이 게재되면 드로잉은 글의 재현이나 해석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글에서 영감을 받은 삽화쯤으로 취급을 받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드로잉은 글의 미술적 재현이 아니다. 이 글들 이전에 드로잉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나의 여러 드로잉들 중 하나나 둘을 골라 글 옆에 놓아드렸다. 둘 사이에 ‘케미’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3월
이피

목차

애록에서 012
여성의 신체 014
생활의 달인 016
잠언 선생님 018
솔직한 시여! 021
반려 가방 024
소리 환자 026
이불의 얼굴 028
어머니도 하기 싫어한다 030
눈물 자국 나이테 032
유리수의 무한 034
아직 오지 않은 과거 035
전 세계의 꽃 036
텅 빈 방의 노래 038
맨홀인류 040
빈 액자 042
형식에 이르다 044
빌라도 총독들 048
악몽 수프 050
칠리 콘 카르네 052
연극 연출가의 생활 054
도망중 056
르네 마그리트와 샤를 보네 증후군 058
승리의 내부 061
애록 소설 공장 062
죽어서도 썩지 않으려면 064
시의 이름 066
귀여운 할아버지 068
노래의 입술 070
낡은 장르 072
소설과 시 074
피 흘리는 특권 075
장르 복합 관객 관람 076
북극 077
음식에 대한 예의 078
안간힘 080
않아의 프랑스 082
여자들만의 문자 085
인생의 최대 수치 086
몸을 표현할 단어는 없다 088
로저 코먼 090
희미한 희끄무레한 희한한 092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095
응급실 096
전위 시인 098
아버지와 아저씨의 어미 099
똥 100
모차르트 102
문서인간 104
소설을 살다 106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징후와 세기>에 나오는 대화 108
안개비 내리는 4월 110
은유 금지 112
부활절 114
방학 116
글자가 되면 사라진다 118
대웅전의 탁상시계 120
애록에 살아요 121
에베레스트 눈물 122
시간 지우개 124
여자 작가와 남자 작가의 전시 126
사물의 영 131
정성의 지표 132
가려움으로 돌아온 시간 134
희박한 나라 137
우즈 강가에서 140
까마득한 142
수입된 알리바이 144
태양왕의 의자 146
동그라미 148
아직 태어나지 못했다 150
사마귀의 목소리 152
죽음의 숙주 155
이별을 살다 158
질문들 160
엄마들 162
마녀형 시인 164
점근선 168
강의와 항의 170
모음들 172
그 여자의 부엌 174
작가 지망생들 앞에서조차 176
우리는 언제 이 연습을 끝내게 되나요? 178
이 휘황한 가설무대에서 181
시의 비 184
사랑하는 두 행성처럼 186
시 창작 워크숍 188
불안 우주 무한 가속기 190
요리 동사 192
시는 한 그루 나무 193
지하의 고독 194
실비아와 브라운 부인의 빵 197
소설가 지망생 200
정어리와 청둥오리의 이름 202
스스로 임명한 만물의 척도 205
마음에게 208
피아노와 낙타 210
혁명가의 새 직업 212
유명한 사람과 유명하지 않은 사람 214
사물의 말씀 215
나만의 기린 기다리기 218
단 한 번의 흥얼거림으로 흘러간 노래 220
‘~이면’의 세계 222
사라지는 장르 224
비겁한 할머니 226
머리 깎은 물고기들 228
우리는 어느새 그녀를 다 써버렸다 230
잊을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233
아버지가 자란다 236
별 주는 사람과 별 받는 사람 238
각국의 콩 요리 240
언젠가 이 의인화를 버릴 거야 242
선택 245
전화 252
포르말린 용액 속의 공주들 254
회원이십니까? 256
DMZ 초록 258
전쟁 없이 통일이 될까요? 260
포유류 262
입시 264
선생님이 밥을 사주신다 266
처녀성과 모성 268
북산 270
로드리게즈와 로드리게즈 272
음악을 먹여 살려요 275
신선 식품처럼 278
침묵 생성 기계들 280
송사 282
모던에도 순교가 필요해 284
타인의 잠을 지켜드립니다 286
나나나나 288
외할아버지의 서점 290
뉴욕 산책 292
설인 예티 294
치유 좀 해드릴게요 296
명절 298
무서운 공동체 299
요동 302
편두통 304
수치심 306
이 세상에서 내가 맡은 배역 309
운명의 지휘자 310
개울물 속에 미나리 흔들기 312
선생과 학생 314
KAL 316
우상 비빔밥 319
물고기와 가족 이야기 320
세 여자 322
대흥사 324
고독이라는 등뼈 327
내 이름과 네 이름 328
시인의 이름 330
않아의 아내 332
데스 메탈과 고아 소녀 334
노인은 왜 아이가 될까? 336
영감이란 무얼까 338
나에게도 콘솔이 한 대 있다면 340
내 몸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342
않아의 리바이어던 344
오만한 영어님 346
포화 속의 레시피 348
비굴의 장르 350
센티멘털 대왕 치세 353
권태 356
대담한 결심 358
음악의 존재 360
결혼행진곡 362
늙은 딸들 364
미래에의 감염 366
2월 좀비 368
않아는 찍히고 싶지 않다 370
입원실 372
품사에게도 영토가 있다면 374
지금 그곳 376
엄마의 뜨개질 378
땅냄새 타법 380
않아의 룸메이트 382
꿈으로 들어갈 때 신는 신발 385
단식 386
마지막 말 387

본문중에서

애록(AEROK)*에서 쓴다.
겨우 여기에서 쓴다.
여기에서 살다가 여기에서 죽을 거다.
겨우 여기에 이렇게 머물다 가려고.
미장원, 고시원, 병원, 은행, 식당, 휴대폰 판매상, 과일 가게, 늘어선 거리에서 머물다가 돌아와 다시 쓴다.
몇 번 버스를 타고, 몇 권의 책을 읽고, 몇 편의 영화를 보고, 몇 번 술을 마시고, 몇 번 엄마를 더 보고, 몇 번 울…… 것이 남았는가.
여기, 애록에서. ‘더이상 원하는 것이 없음’마저 넘어서. ‘더이상 살 수 없음’마저 넘어서.
껍데기로 휘황한 가설무대의 도시에서.
가설무대의 나라에서.
분홍색 보푸라기 돋은 스웨터의 털이나 가다듬으면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지구별의 고독.
이 고독한 별 한 귀퉁이에 붙은, 조그마한 뼈대 같은 산맥들을 품은 나라, 애록. 우주에서 유배 온 어느 곤충들처럼.

물 없는 우물에서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취한 것처럼, 고독에 취해 쓰는 것일까.

여기서
살아가기가.
사랑하기가.
-「애록에서」전문

세상에서 시가 사라져간다.
이미 무형문화재급이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의 신화, 시에 대한 풍문이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유행가, 타령, 잠언, 수필, 소문의 진위, 간신히 비유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집과 시 잡지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신변잡기, 일갈, 처세술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낭만적, 감상적, 목가적인 노래가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 교육, 시 집단, 옛 시인들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이 시 밖에서 한 말들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에 관한 소문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반복, 재생산, 또 반복, 또 재생산이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넘치는 센티멘털과 포즈가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의 호용, 시의 쓰임, 시의 이용만 남았다.
시는 사라지고 시인 되기 프로젝트 가동만 남았다.

시를 쓴다.
그 사라짐 속에서 쓴다.
-「사라지는 장르」전문

시 축제에 초대받은 시인 중엔 에리트레아 출신 여성시인이 있었다. 에리트레아는 1993년에 독립했다.
에리트레아의 국기는 초록, 빨강, 파랑으로 되어 있다.

초록은 농업과 숲
빨강은 독립을 위해 흘린 피
파랑은 홍해
올리브 가지 문양은 희망

을 뜻한다고 했다.
시인은 에리트레아에서 살 때 감옥에서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불법 체류자로 살다가 최근에야 이탈리아에서 망명이 받아들여졌다. 이 여성시인은 어디를 가나 자신의 트렁크를 끌고 다닌다. 가방은 방에 두고 나오세요 해도 절대 그 큰 가방과 떨어지지 않는다. 시를 낭독할 때도 트렁크를 끌고 무대에 올라간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패자 부활전에 올라온 아이들처럼. 그녀는 트렁크와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늘 곁에 두거나 줄에 끌고 다니는 비만 강아지 같다. 다 같이 차를 마시러 갈 때도 끌고 가고, 시인들이 밤에 춤추러 갈 때도 끌고 간다. 한번은 그 안에서 조그만 돌 다섯 개를 꺼냈다. 우리에게 공기 시범을 보이더니 할 줄 아는 사람 모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모두 공기놀이를 할 줄 알았다. 마지막에 점수를 올리는 꺾기 방법만 조금씩 다를 뿐. 공기 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인도, 남쪽 애록에서 온 시인이 제일 점수를 많이 땄다.
에리트레아에서 온 여성시인이 가방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시를 읽었다. 아니 울었다.

롤롤롤롤롤롤롤롤롤롤롤 롤롤롤롤롤롤롤롤

에리트레아 숲에서 우는 새가 분홍 꽃잎 같은 혀를 울려 내는 소리 같았는데 통역도 필요 없고, 영어 자막도 필요 없었다.
문학이라는 제도 밖에서 우는 새소리였다.
-「반려 가방」전문

포에트리 파르나서스에 갔다. 올림픽에 참석하는 202개국의 시인들이 왔다. 시인들 중 절반은 감옥 출신이다. 세계의 각 나라들은 모두 나름 분쟁중이다. 시인들은 않아에게 물었다. 풀타임 잡 있어요?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있어요.’ 않아는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그들의 신발도 덤으로 찍었다. 시인들 중 절반은 신발이 헐었다. 구겨진 운동화를 신고, 헐어버린 샌들을 신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기선을 타고, 런던으로 모여들었다. 부유한 북반구 나라들에서 신발은 그 신발을 신은 사람의 경제 수준, 유행 감각, 직업 선호도, 성 개방성,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도 알려준다고 에티오피아에서 칠레의 티에라델푸에고까지 세상에서 가장 긴 도보 여행을 한 폴 살로팩이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백만 명이 공평하게 똑같은 샌들을 신는다고도 했다. 부자일수록 동물의 신생아 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으리라. 않아는 감옥에 묵어보지 못했다. 않아는 신발이 헐지 않았다. 그리하여 않아는 시인일까? 않아는 이후 시인들의 신발을 자주 관찰해보게 되었다.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전문

저자소개

김혜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5

김혜순은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 『우리들의 陰畵』 『나의 우파니샤드,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한 잔의 붉은 거울』 『당신의 첫 』 『슬픔치약 거울크림』 『피어라 돼지』 『죽음의 자서전』, 시론집으로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산문집으로 『않아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동화책으로 『불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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