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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 최악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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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책, 영화, 맛, 여행, 나무……그들이 만난 최고 최악의 것들


이 책은 문화 웹진 ‘컬티즌’(www.cultizen.co.kr)에 지난 3년여 동안 연재되었던 원고를 묶어 펴낸 것이다. 대중문화비평 사이트를 표방하는 컬티즌은 스스로 고백하듯이, 21세기 초입의 벤처 거품 속에서 태어나 여러 가지 부침을 겪었지만, 문화비평 사이트가 거의 없는 풍토에서도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다. 이 컬티즌에 ‘픽업Pick Up’이라는 메뉴가 있다. 여기서는 “내 인생 최고 최악의 XX”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놓고, 문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다종다양한 필자들이 글을 써왔다. 한 편 한 편의 글은 현학적인 기색이 거의 없이 흥미롭고 진솔하다. 자기 인생 최고 최악의 XX를 털어놓는 것은 어찌 보면 글쓰기 쉬운 아이템이지만, 그만큼 자기노출과 자기고백의 함정을 피할 수 없는 형식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모두 55명의 필자들이 쓴 그러한 글 56편이 실려 있다.

‘내 인생 최고 최악의 것’을 선택하는 일은 그 대상이 책이든, 영화든, 사진이든, 여자든 관계없이 각자의 취향과 가치판단의 척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가령, 시인 김소연은 롤랑 바르트의《사랑의 단상》을, 소설가 함정임은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을 최고로 꼽고, 소설가 송경아는 주저없이 이문열을 최악으로 꼽는다. 또한 출판평론가 표정훈은 ‘탐서주의자’다운 식별 방식으로 최고의 책을 골라낸다. 반면, 최악과 최고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황경신은 최악의 것이 최고의 것으로 반전되는 삶의 묘미를 자신이 경험했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필자들의 면면은 화려하고 또 다채롭다. 시인, 소설가, 사진가, 화가, 만화가, 문학?영화?만화?음악?건축 평론가, 영화감독, 영화잡지 기자, 방송국 PD, 잡지 편집장 등. 이 밖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대한여성오르가슴찾기운동본부 ‘팍시러브넷’ 운영자 이연희,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권영길,《발칙한 한국학》의 저자 스코트 버그(본명은 ‘스코트 버거슨’이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의 필명을 ‘스코트 버그’로 하기를 원했다. ‘버그’는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명을 딴 것이다)까지 저마다 자기 인생 최고 최악의 기억들을 하나씩 반추하고 되살려 낸다.



◇ 최고와 최악은 종이 한 장 차이


이 책은 필자들의 면면만큼이나 그들이 선택한 글감도 다채롭긴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단연 ‘책’과 ‘영화’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들이 많고 오늘날 대중문화의 중심에 영화가 자리하고 있음이 반영된 결과일 터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필자들은 아무래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글감을 찾았다. 만화평론가 이명석, 이미지 비평가 이영준, 시인이자 출판사 ‘마음산책’ 대표인 정은숙, 맛 전문가 황교익 등 각자의 영역에서 남다른 감식안을 과시하는 이들이 과연 어떤 만화?사진?책?밥상을 최고 최악으로 꼽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반대로, 자기 전문분야를 벗어나 개인적 기호와 감성을 드러내는 글 또한 색다른 맛이 있다. 미술이나 예술기행 산문을 즐겨 써왔던 소설가 함정임의 사진에 관한 글이나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애호를 유려한 필치로 밝히는 문학평론가 김동식의 글이 그런 예이다.

이 책의 전반부가 주로 영화?책?음악 등 문화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삶과 일상에서 마주쳤던 특별한 만남과 사건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당구, 여름, 데모, 전화, 식당 등 갖가지 흥미로운 소재 가운데서도 이 책 최고의 아이템을 꼽자면, 단연 듀나의 ‘최고 최악의 살인사건’, 에로 기자 김형석의 ‘최고 최악의 에로신’, 난나의 ‘최고 최악의 메일’, 스코트 버그의 ‘최고 최악의 한국여자’ 등이 돋보인다. 도대체 살인사건이라니, 듀나가 아니면 누가 이런 소재를 들고 나오겠는가. 또한 한국의 세칭 ‘공주’들이야말로 이상적인 여성상의 구현이자 최고봉이라고 칭송하다가, 너무나 착하고 귀엽고 똑똑한 자기 여자친구는 최악의 한국여자로 꼽는 능청스러움은《발칙한 한국학》의 스코트 버거슨이기에 할 수 있는 너무나도 그다운 농담일 것이다.
한편, 소재의 흥미로움을 떠나 우리가 살면서 대면하는 최고 최악의 순간들이 삶의 갈피에서 던져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황경신의 글이 좋은 답이 된다. 이 책의 결론으로 대신해도 좋을 듯하다.

본문중에서

“최고의 인터뷰와 최악의 인터뷰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중간에 포기하면 최악이 되는 것이고, 끝까지 진심으로 밀고 가면 최고가 된다. 그 간단한 진리를 알게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렇다 해도,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앞으로 내가 최악의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하여 나는 다만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계속 변화하는 사람이기를 언제나 빌고 있다.”
('내 인생 최고 최악의 인터뷰'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02.07~
출생지 전북 김제
출간도서 35종
판매수 12,156권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버스, 지나가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 장편소설 『춘하추동』 『내남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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