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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신기루 : 한자를 둘러싼 오해와 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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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건범
  • 출판사 : 피어나
  • 발행 : 2016년 01월 26일
  • 쪽수 : 27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840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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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자에 관한 부풀려진 속설을 낱낱이 파헤치고 압축번역 기호에 불과한 한자의 정체를 밝힌다

한자는 만능열쇠인가?
한자에 관한 부풀려진 속설을 낱낱이 파헤치고
압축번역 기호에 불과한 한자의 정체를 밝힌다.


“한자는 뜻을 담는 문자인 표의문자다. 한자로 이루어진 낱말의 뜻을 알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말하거나 들어 보았을 주장이다. 하지만 상식처럼 받아들이는 이런 주장에 근거가 있는지 꼼꼼히 따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이런 주장이 힘을 얻고 급기야 우리의 문자 표기마저 국한문혼용이나 한자병기로 가야 한다는 데까지 나간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한자 학습지를 시키고 유치원생들을 버스에 태워 한자급수시험에 단체 응시하는 광경마저 눈에 띈다.
[한자 신기루]는 이런 사회현상을 부른 우리의 허술한 상식에 빈틈없는 질문과 근본적인 의심을 던져 한자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파헤치는 논리 여행서이다. 특히 초등학교 한자교육과 교과서 표기문제를 놓고 벌어진 논란에서 고루한 논쟁구도를 뒤엎어버린 신선한 논점과 객관적 증거를 쉽고 차분하게 펼쳐 나간다.

책은 크게 5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한자를 둘러싼 괴담’은 무엇이며 실체는 무엇이지 구체적으로 밝혀나간다. 그리고 ‘한국인에게만 특별한 한자의 기능’에서는 오래전 빌려다 쓴 중국의 한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어떤 구실을 하게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이야기한다. 저자 나름의 독특한 견해가 매우 논리적이면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셋째로 ‘한자, 그 부푼 기대와 초라한 현실’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한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하나하나 풀어간다. 그리고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의 해악’에서는 2014년부터 시작된 교육부의 ‘한자병기 정책’이 진행되어온 경과와 함께 정책이 끼칠 영향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한글은 무엇일까?’에서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우리 글자로 유일하게 선택되어온 ‘한글’을 민주공화국의 실현이라는 가치에 집중하여 조명한다.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은 이유는 뭘까?
한자어가 많다고 한자가 우리 글자일까?
과연 한자를 모르면 낱말 뜻을 알 수 없는 걸까?
한자로 적지 않으면 문장을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왜 한자로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해야 할까?

어린 학생들의 한자 교육이 과연 괜찮은지 고민해본 부모나 교사라면 이런 의문에 명쾌한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한자와 한자병기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70년.
왜곡되고 부풀려진 괴담은 무엇이며, 진실은 무엇인가?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이 당분간 유보되면서 가라앉은 듯 보이는 ‘표기’ 문제는 찬반이 뜨겁고 논란이 많다. 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언제나 팽팽한 까닭이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한자의 구실을 너무 부풀려 생각하거나 너무 무시하는 데에 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한자를 모른다고 낱말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한자를 알면 낱말 뜻 이해에 실마리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현실을 차분하게 인정한다. 하지만 파행으로 치닫는 중·고교 한문 과목을 정상화하려 노력하지 않은 채 초등학생에게로 눈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필요나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선택하여 한자를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초등학생에게 한자 공부를 강요하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우리의 문자 정책을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고 역설한다.
저자 이건범은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쉬운 공공언어 쓰기 운동에 가장 앞장섰던 사회 개혁가답게 모든 고민과 탐색이 학술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이며 실천적이다. 언어가 인간 삶의 주요한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공동체 성원 모두가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사회를 추구하는 자세로 한자 문제를 바라본다.

근거도 없는 속설로 엮어진 한자 괴담들

[한자 신기루]는 한자교육 강화나 국한문혼용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주로 말하는 네 가지 주장이 너무 부풀려졌다고 비판한다. “한자 많이 아는 애가 공부도 잘하더라”,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가 70%를 넘는다더라”, “한글로만 적으면 낱말 뜻을 알 수 없다더라”, “한글 세대는 실질 문맹률이 높다더라”가 바로 그런 괴담 수준의 주장이라고 꼽는다. 책에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법한 사례를 들어 각각의 주장이 저지르는 논리적 오류와 사실 왜곡, 근거 없음을 또박또박 파헤친다. 예를 들어 한글전용 때문에 실질 문맹이 많아졌다고 말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능력 분야에서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은 늘 세계 1~2위이니 그런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이다.

모든 문자는 뜻과 소리를 담아낸다.

한자의 효능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이런 괴담을 퍼뜨려 학부모들을 협박하고 어린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유치원생들까지 한자 급수시험과 한자 사교육으로 내몰기에 저자는 한자 괴담의 진원지를 추적하는 논리적 탐색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문자에 관한 얕은 지식에서 나온 오해임을 지적한다. 어떤 문자건 인류가 말소리로만 표현하던 뜻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한자도 뜻과 소리를, 한글도 뜻과 소리를 담아낸다는 상식을 일깨운다.

한자는 압축번역 기호이다.

그리고 한자는 중국어의 특성을 반영한 문자이고 한글은 우리말의 특성을 반영한 문자일 뿐임을 지적한다. 둘 다 말과 글이 일치하는 언문일치를 이루고 있다는 독특한 관점이다. 다만. 중국과 말이 달랐던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사용하려다 보니 그것이 중국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이치와 같다. 즉, 중국 한자의 음과 비슷한 한자음이 우리 토박이말을 압축하여 번역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그 압축을 푸는 데에 한자 지식이 도움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애국가’는 사랑 애, 나라 국, 노래 가라고 각각의 한자가 그 뜻을 압축하므로 한자만이 뜻을 담는 문자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말의 한자어, 알고 보면 상당수 일본에서 만든 말

[한자 신기루]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학술용어 상당수가 근대에 일본이 서구 문물을 번역하면서 만든 것인지라 의역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고 지적한다. 방정식이나 유리수, 함수와 같은 수학용어, 경제와 민주주의 같은 사회 용어를 예로 든다. 또한, 초등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용어 가운데 70% 이상이 고교용 한자 지식 이상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실제 한자 지식을 이용하여 용어를 이해하려면 어린 시절에 2천 자 이상의 한자를 알아야 할 만큼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한글로는 모양이 같은 동형어를 맥락 속에서 누구나 구별할 수 있음도 매우 역설적인 방법으로 논증한다.

‘한글은 인권이다’

저자는 백성이 제 뜻을 펴게끔 하겠다던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을 오늘날의 언어로 ‘한글은 인권이다’라고 규정한다. 한글이 누구나 제 뜻을 펼 수 있는 문자 환경을 만들었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외국어와 어려운 한자어에 가로막히는 소통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저자는 교과서에 나오는 학술용어와 국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고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마무리한다.

추천사

한글 사용의 중요성을 잘 아는 단체들은 교육부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시도를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장관을 비롯하여 교육부 담당자를 면담하고, 교육과정 개정 관련 회의에 나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건범 님은 가로세로 많은 애를 썼습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일부를 정리한 것인데, 실생활과 밀착된 자료와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끌어나가므로 현실감과 호소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부당성을 언어학만이 아니라 교육학이나 사회학 등의 관점으로 확대하여 지적한 점이 특히 돋보입니다.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문제를 입체적·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리의도 /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한글학회 이사

일상생활에서 한글만으로 글자 생활을 잘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책은 먼저 이런 사람들이 퍼뜨리는 한자를 둘러싼 괴담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합니다. 중국, 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를 위해 한자 교육과 한자 섞어 쓰기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 사용과 한문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가 70% 이상이니 어휘 교육을 위해 한자를 꼭 섞어 써야 한다는 주장을 비롯하여 국민을 교묘히 속이는, 어처구니없는 여러 주장의 허구를 학술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밝혀 줍니다.
- 권재일 /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나 사물의 이름을 가리키는 말 모두우리 토박이말이 한자어보다 더 양하고 섬세하고 풍부합니다. 시를 쓰는 저는 우리말의 다양함과 섬세함에 놀라고 고마워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더 가르쳐야 할 것도 한자어가 아니라 우리말입니다. 한글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며 얼굴이며 혼이라는 이건범 선생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 도정환 / 국회의원, 시인

목차

추천의 글
글을 시작하며 - 실체는 있되 너무 부풀려진 신기루, 한자

한자를 둘러싼 괴담

1장 한자 많이 아는 애가 공부도 잘하더라
2장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가 70%를 넘는다더라
3장 한글로만 적으면 낱말 뜻을 알 수 없다더라
4장 한글 세대는 실질 문맹률이 높다더라

한국인에게만 특별한 한자의 기능

5장 우리에게 한자는 표의문자가 아닌 압축번역 기호다
6장 글꼴보다는 한자의 뜻이 한자 지식의 핵심이다
7장 한자 좀 안다고 낱말 공부 손 놓게 한다

한자, 그 부푼 기대와 초라한 현실

8장 ‘分子’는 수학의 분자일까, 과학의 분자일까?
9장 한자 용어 이해에 한자 지식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10장 ‘방정식(方程式)’은 무슨 뜻일까?
11장 한자 알면 중국어 절반은 따먹고 들어갈 수 있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의 해악

12장 한자병기는 교과서를 한자 교재로 둔갑시킨다
13장 중학교부터 배워도 충분한데 어릴 때부터 진을 뺀다
14장 초등에서만 한자 사교육 시장이 돌아간다
15장 한글이 우리말 적기엔 허술한 문자라는 오해를 부른다

우리에게 한글은 무엇일까?

16장 한글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17장 한글은 인권이다
18장 한글전용을 넘어 쉬운 말을 만들자

주석보기

본문중에서

나는 55년 전 판결문 한글화를 반대했던 논리와 똑같은 주장을 상대로 몇 년을 논쟁했다.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으므로 한자 지식이 낱말 이해에 실마리가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중고교에서는 한문 과목을 가르치고 있고, 중고교 시절에 그 정도만 배워도 사회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를 과장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조장한대서야 쓰겠는가? 1948년 제정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을 이어받은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의 한글전용을 규정하되 신조어나 전문용어처럼 어쩔 수 없는 때에는 제한적으로 한자나 외국 문자의 병기를 허용한다. 이 정도면 문자로 소통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세상을 거꾸로 돌려 국한문혼용을 하자는 자들이 한자 괴담을 퍼뜨리며 초등학생과 어린 유아에게 한자 급수시험을 치라고 부추긴다. 오늘날 우리말과 한글을 둘러싼 언어생활의 혼란은 주로 영어 남용에서 비롯하지만, 그 틈을 한자가 비집고 들어와 어린 학생의 성적을 볼모로 혼란을 더 부채질한다. 나는 이런 시도가 교육에는 아무런 실익이 없고, 그런 주장은 이권과 맞닿아 있으며 그들이 비난하는 한글전용이야말로 인권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 책에는 한자에 대한 그들의 맹신이 왜 일어나는지 2011년부터 내가 한자 문제와 씨름하면서 찾아낸 답을 담았다. 한자가 표의문자라는 정의를 잘못 이해한 데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한자가 어떤 둔갑술을 부리는지 눈여겨보지 않은 데에서 그들의 착각과 맹신은 시작된다. 나는 그들의 현실적 타협책이 바로 한글 옆에 한자를 쓰는 ‘한자병기’임도 간파했다. 이 국한문혼용론자들의 끈질긴 공세에 넘어가 교육부에서 2014년 9월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방침을 검토하겠노라고 한 게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발단이었다. 문제를 키워준 교육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밝힌다. 비록 교육부에서 우리 국민의 상식 앞에 무릎을 꿇고 한자병기 방침을 거두었으나, 불씨가 남아 있어 이 책의 출판을 미룰 수 없었다. 한자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분들에게도 이 책이 상쾌한 논쟁의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서문' 중에서)

물론 공부가 인생 전부가 아니고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 그리고 자기 아이가 공부를 좀 더 잘하길 바라는 부모에게 ‘공부 잘하는 비법’만큼 매력적인 게 달리 있겠는가. 그러니 한자를 많이 알면 공부를 잘한다는 말이 먹힌다.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이런 말, ‘~다더라’로 끝나는 말을 우리는 ‘괴담’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이 한자 괴담은 바로 ‘공부 성적’과 이어져 있다.
(/ p.34)

표음문자냐 표의문자냐 하는 구분은 그 문자로 표기한 낱말이 뜻을 가지고 있느냐 소리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구분이 결코 아니다. 만일 그런 구분이라면 한자로 글을 적는 중국 사람들은 입으로 내는 ‘말소리’를 무엇으로 적을 것이며, 한글로 사람의 말소리를 적는 한국 사람들은 서로 전하고자 하는 ‘뜻’을 무엇으로 표기할 것인가? 한자나 로마자나 한글 따위 어떤 문자든 그 문자로 적은 글은 소리를 표현함과 동시에 뜻도 담고 있다. 뜻과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는 목적에서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한자 역시 소리를 표현하고, 한글로 쓴 글자도 뜻을 표현한다.
(/ p.93)

…… 중국에서는 그 한자의 뜻을 일러주는 고정된 어떤 훈이 앞에 붙지 않는데 우리 한자 공부에서는 번역의 과정이므로 한자음과 별개로 뜻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천’이라는 음은 ‘하늘’이라는 뜻을 압축하여 번역하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말했지만, 중국어는 고립어인지라 1음절로 만든 낱말이 많지만, 한국어에는 2음절 이상의 낱말이 많다. 그러니 같은 뜻의 말을 비교하면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짧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말 ‘아름답다’는 4음절이지만 중국어에서는 같은 말이 ‘메이’라는 복모음 1음절 낱말이다. 그래서 우리 한자 교육에서 ‘美’는 ‘메이’와 비슷한 ‘미’라는 음을 갖게 되어 ‘아름다울 미’라고 가르친다. 4음절 즉 네 글자짜리 낱말이 1음절 한 글자짜리로 팍 줄어드는 것이니, 이를 ‘압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4메가짜리 파일이 1메가짜리 파일로 압축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압축 효과 때문에 한자에는 그 글자 속에 뜻이 살아 숨 쉰다고 착각하기 쉽다. 실상 그 한자의 뜻이란 한자로 번역되기 이전의 우리나라에서 뜻을 약속한 토박이말이 있었기에 그것이 훈으로 붙어 어떤 명시적인 뜻을 담아내는 기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인데 말이다. 번역자가 원작자 흉내를 낸다고나 할까?
(/ pp.97~98)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매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자의 세 구성 요소는 글자 모양, 음, 뜻(훈)인데, 한자어 낱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그 낱말을 이루는 한자의 뜻에 관한 지식이라는 점이다. ‘애국’이라는 낱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 음이나 ‘愛國’이라는 글자 모양이 아니라 ‘사랑 + 나라’라는 한자의 뜻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 방송토론 상대의 말에서, 그리고 한자 맹신자들의 말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핵심 논리다. 내가 그 짧은 토론에서 바로 이 주장에 밀렸던 것이다. 그들이 한자 공부나 한자 표기를 강조하는 명분은 모두 표의문자인 한자의 ‘뜻 요소’에서 나온다. 한자 모양을 어찌 써야 한다느니 따위를 절대 강조하지 않는다. ....... 그러니 한자를 알아야 한자어 낱말의 뜻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의 진정한 의미는 한자의 글자를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한자의 음에 가려있는, 즉 압축 번역된 뜻을 알아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는 게 옳다.
(/ pp.105~107)

모두 해당하지는 않지만, 나는 한자가 압축번역 기호이므로 한자어 낱말의 뜻을 이해하려면 그 구성 한자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한자의 70%가량은 훈이 토박이말이니 초등학교에서는 특히 토박이말의 느낌을 잘 살려 쓰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국어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자어는 단지 어떤 토박이말의 번역 압축어일 뿐이므로 그 뜻을 이루는 우리말의 생생한 의미를 어린 시절부터 섬세하면서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중고교 한자 교육을 위해서라도 초등학교에서는 토박이말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 p.122)

동형어에 관한 한자 맹신자들의 사고는 우리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현실과 사회성을 빼버린 망상일 뿐이다. 우리는 남 앞에서 그렇게 ‘사기’라는 단 한 마디만 내뱉고 침묵하지는 않는다. 사람이라면 대개 이런 식으로 말한다.
“사장님이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모든 직원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어요.”
나는 이 문장을 말로 듣건 글로 읽건 앞의 ‘사기’와 뒤의 ‘사기’를 혼동할 사람은 없다고 100% 확신한다. 이걸 굳이 사기(詐欺), 사기(士氣)라고 한자를 병기해야 구별할 수 있다는 말은 억지 아니면 그야말로 ‘사기’다. 물론 낱말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어린아이가 아직 속아서 당했다는 ‘사기’ 말고 다른 ‘사기’를 알지 못한다면 예외로 칠 수 있겠다.
(/ p.133)

한자 급수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이라는 현실은 초등과 유아 쪽에서 더 큰 시장을 만들어보겠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욕구를 현실로 바꾸어낼 장치가 바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와 초등 적정 한자 수 제시이다. 적정 한자 수를 정해 놓고 이를 교과서에 병기하는 순간 적정 한자 수는 반드시 익혀야 할 필수한자가 되어 사교육 기초한자 수로 둔갑한다. 그러면 교과서의 한자어 구성 한자를 공부하는 건 바로 한자 급수를 따기 위한 공부와 같아지고 만다. 학습지 업체와 급수시험 업체가 원하는 교육을 전국의 공교육 기관에서 시키는 꼴이다. 이것이 바로 ‘한자 교육 활성화 정책’의 진면목이다. 그러니 그 본질은 ‘국가·사회적 요구’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의 요구’다.
(/ p.219)

훈민정음 서문이나 최만리 상소문, 세종실록 등의 글을 통해 우리는 세종께서 온 백성을 소통의 대등한 상대로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세종의 민본정신을 요즘 말로 풀어 보라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인권 의식’이라고 답하고 싶다. 한글은 인권이다.
(/ p.252)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작가,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대표. 기업 경영을 하던 중 2000년부터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서울 시내버스 로마자(BGRY) 표기 없애기, 영어몰입교육 저지, 한글옷 보급,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정부 공문서 쉽게 쓰기,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막기, 식품 포장의 한글 우선 표시 지키기 따위 국어시민운동에 앞장섰다. 시민사법위원으로 활동했고, 2014년부터 [서울시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와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자혼용과 병기에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섰고, 이 실천에서 다듬은 논리를 [한자 신기루](2016, 피어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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