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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휴먼 드라마

이 책은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이야기다. 코흘리개 여섯 살짜리 시절부터 여든에 이른 지금까지, 그가 자그마한 기념비처럼 아끼고 있는 추억을 모은 것이다. 일제 강점과 광복, 6·25 전쟁과 독재정권 등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겪은 아련한 일들과 50년간의 교육자로서의 삶, 낙향해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휴먼 드라마 『푸른 삶 맑은 글』. 연구 인생 60여 년을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김열규 교수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이야기다. 유치원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가 기념비처럼 아끼고 있는 추억들을 모았다. 일제 강점과 광복, 6ㆍ25 전쟁과 독재정권 등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겪은 아련한 일들과 50년간의 교육자로서의 삶, 낙향해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재 등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의 영혼을 채운 푸른 삶, 맑은 글

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휴먼 드라마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의 영혼을 채운 푸른 삶, 맑은 글

바다는 내 나이가 몇이 되었든 아무런 상관없이 나의 요람이다.
남쪽 끝, 새벽 바다의 물마루에 동이 트면 나의 잠이 깬다.
그런 나의 바다를 두고서 나는 나도 몰래 중얼댄다.

푸른 물살 출렁대는 섬들을 에워서
망망(茫茫)토록 태연스럽다

태초부터 변함없을
영원이여!
시간도 가름을 잊은
무한이여!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이야기다. 기억을 더듬고 추억을 간추려 집히는 토막들, 되새겨지는 대목들을 고른 것이다. 감추어둔 것 찾아내듯이, 숨겨진 것 들추어내듯이 문득문득 떠오른 이야기들이다. 코흘리개 여섯 살짜리 유치원 시절서부터 낙향해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사는 지금까지, 그가 자그마한 기념비처럼 아끼고 있는 추억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는 20세기 중후반기에 한국이 겪은 역사, 일제 강점기와 광복, 남북(좌우)의 갈등, 6·25 전쟁과 그 종전을 거치는 동안의 토막들도 함께 아로새겨져 있다. 여기 실린 대부분의 글은 "김열규의 휴먼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된 것들이다.

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휴먼 드라마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의 영혼을 채운 푸른 삶, 맑은 글

내 삶은 엎치락뒤치락
내 삶의 길은/ 꺾어지고 휘어진 것
고개 오르고/ 비탈 내려가며/ 숨이 가빴다
그 오래고 먼 길에서/ 자국 더듬고/ 흔적 다독이고는/ 여기 모았다
그 생활의 궤적이/ 이 대목 저 대목이/ 어스레하다
- 본문 중

이 책은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이야기다. 코흘리개 여섯 살짜리 시절부터 여든에 이른 지금까지, 그가 자그마한 기념비처럼 아끼고 있는 추억을 모은 것이다. 일제 강점과 광복, 6·25 전쟁과 독재정권 등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겪은 아련한 일들과 50년간의 교육자로서의 삶, 낙향해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이 책은

한국학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휴먼 드라마
이 시대 최고 지성인의 영혼을 채운 푸른 삶, 맑은 글

바다는 내 나이가 몇이 되었든 아무런 상관없이 나의 요람이다.
남쪽 끝, 새벽 바다의 물마루에 동이 트면 나의 잠이 깬다.
그런 나의 바다를 두고서 나는 나도 몰래 중얼댄다.

푸른 물살 출렁대는 섬들을 에워서
망망(茫茫)토록 태연스럽다

태초부터 변함없을
영원이여!
시간도 가름을 잊은
무한이여!
- 본문 중

이 책은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들려주는 그의 삶의 이야기다. 기억을 더듬고 추억을 간추려 집히는 토막들, 되새겨지는 대목들을 고른 것이다. 감추어둔 것 찾아내듯이, 숨겨진 것 들추어내듯이 문득문득 떠오른 이야기들이다. 코흘리개 여섯 살짜리 유치원 시절서부터 낙향해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사는 지금까지, 그가 자그마한 기념비처럼 아끼고 있는 추억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는 20세기 중후반기에 한국이 겪은 역사, 일제 강점기와 광복, 남북(좌우)의 갈등, 6?25 전쟁과 그 종전을 거치는 동안의 토막들도 함께 아로새겨져 있다. 여기 실린 대부분의 글은 “김열규의 휴먼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연재된 것들이다.

머리말: 더러 역사와 얽힌, 내 삶의 실마리를 풀면서

1부 자라나기의 이 물살 저 바람결
천국에서 쫓겨나다
고추를 흔들어댄 그 녀석
최초의 항일 레지스탕스 운동
또 다른 항일 레지스탕스
너 차라리 죽어!
나의 한일 관계(1): 그날을 돌이켜보며
나의 한일 관계(2): 일본인 군사 교관 엿 먹이기
조선말 쓴 학생 손들어!
외할머니의 달걀밥
외할아버지의 글 읽기
호랑이와 우리 할머니
샛별 빛나듯이 우리 할머니도
다시 할머니 모시고
산사(山寺)에서 보낸 푸른 세월
어느 노장 스님의 가르침: 한 줄기 연기와 한 줌의 재
나의 광복: 귀환 동포 마중
또 다른 나의 광복

2부 시대의 고비, 역사의 비탈에서
추잉검과 한미 친선
장기판 뒤집어엎기
태평스러운 나의 6·25
내 생애 최초의 공연
그래 내 스커트 벗어서 보여주마
바다에서(1): 첫 다이빙
바다에서(2): 친구를 살려내고
바다에서(3): 남의 씨종자 말려놓고는
책벌레의 줄기찬 역사
화장실 바닥을 핥으라고!
그 몸서리나는 좌우익의 갈등
엉터리 통역사의 전과(戰果)
전시 연합대학에서
대학 강의라는 것?
수복(收復)과 복학(復學)
난생처음 탄 월급

3부 목숨의 갈무리, 삶의 마무리
교사로 부임한 그 첫날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1)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2)
김일성대학 교수를 만나다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미국에서 겪은 하고많은 문화적 충격
아리랑, 교포들의 비극의 행적
아리랑의 애달픈 두 사연
차 마시기의 녹수청산
생찻잎 뜯어 마시고는
바다 바라보며 시 읊으면
농산물에 의지한 푸른 삶, 푸른 목숨
한여름 장미에 부쳐서
열린 집에서
드디어 고향으로

맺는말: 종장에 부쳐서

머리말: 더러 역사와 얽힌, 내 삶의 실마리를 풀면서

1부 자라나기의 이 물살 저 바람결
천국에서 쫓겨나다
고추를 흔들어댄 그 녀석
최초의 항일 레지스탕스 운동
또 다른 항일 레지스탕스
너 차라리 죽어!
나의 한일 관계(1): 그날을 돌이켜보며
나의 한일 관계(2): 일본인 군사 교관 엿 먹이기
조선말 쓴 학생 손들어!
외할머니의 달걀밥
외할아버지의 글 읽기
호랑이와 우리 할머니
샛별 빛나듯이 우리 할머니도
다시 할머니 모시고
산사(山寺)에서 보낸 푸른 세월
어느 노장 스님의 가르침: 한 줄기 연기와 한 줌의 재
나의 광복: 귀환 동포 마중
또 다른 나의 광복

2부 시대의 고비, 역사의 비탈에서
추잉검과 한미 친선
장기판 뒤집어엎기
태평스러운 나의 6·25
내 생애 최초의 공연
그래 내 스커트 벗어서 보여주마
바다에서(1): 첫 다이빙
바다에서(2): 친구를 살려내고
바다에서(3): 남의 씨종자 말려놓고는
책벌레의 줄기찬 역사
화장실 바닥을 핥으라고!
그 몸서리나는 좌우익의 갈등
엉터리 통역사의 전과(戰果)
전시 연합대학에서
대학 강의라는 것?
수복(收復)과 복학(復學)
난생처음 탄 월급

3부 목숨의 갈무리, 삶의 마무리
교사로 부임한 그 첫날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1)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2)
김일성대학 교수를 만나다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미국에서 겪은 하고많은 문화적 충격
아리랑, 교포들의 비극의 행적
아리랑의 애달픈 두 사연
차 마시기의 녹수청산
생찻잎 뜯어 마시고는
바다 바라보며 시 읊으면
농산물에 의지한 푸른 삶, 푸른 목숨
한여름 장미에 부쳐서
열린 집에서
드디어 고향으로

맺는말: 종장에 부쳐서

내 삶은 엎치락뒤치락
내 삶의 길은/ 꺾어지고 휘어진 것
고개 오르고/ 비탈 내려가며/ 숨이 가빴다
그 오래고 먼 길에서/ 자국 더듬고/ 흔적 다독이고는/ 여기 모았다
그 생활의 궤적이/ 이 대목 저 대목이/ 어스레하다
(/ 본문 중에서)

“국어상용(國語常用)!”, “국어를 언제나 써라!”라고 외쳐댄 그 구호에서 국어는 다름 아닌 일본말이었다. 조선말을 못 쓰게 배척하는 것이 그 주목적이었다. …… “오늘 조선말 쓴 학생은 손들어!’ 그 말이 떨어지면 우리 반 학생 전부가 손을 들었다.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리 약속을 하고 다짐을 두고 한 게 아닌데도 우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을 들었다. 작정한 듯이 일치단결해서 만세라도 부르는 듯했다. 그건 죄의 고백이 아니었다. 당당한 항의요, 항변이었다. 아주 떳떳한,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 pp.55~56)

나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여러 여름 방학을 산사에서 보냈다. 산사 중에서도 동래 범어사의 말사인 암자들에서 보냈다. 그건 보람된 시간, 충족된 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조차 ‘건설적’이었다. 미리 정해진 중요한 일과의 하나였다. 낮잠이 ‘일거리’이기도 했다면 허풍을 떠는 게 될까? 일과 중에는 책 읽는 게 으뜸이었다. 학생으로서는 당연했다. 빈 법당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즐겁기로는 아무래도 산길이며 숲길 걷기가 제일이었다.
(/ pp.89~90)

아무튼 정체불명의 그 ‘추잉검’이라는 걸 손에 받아들고는 만지작댈 뿐, 우리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게 딱했던지 미국 병사는 우리에게 본을 보였다. 종이 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입에 물고는 씹어댔다. 우리는 그의 흉내를 냈다. 생전 처음 씹어보는 추잉검, 달콤새콤했다. 훗날 ‘껌’이라고 부르게 된 그 먹을거리는 그 당장으로서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씹히기만 할 뿐 조각이 나거나 가루가 나거나 하지 않는 채로 입안 또는 이에 달라붙기만 하는 게 요상했다.
(/ p.111)

약골이라 노상 의자에 기대 앉아 있거나 아니면 아예 교실 바닥에 죽치고 앉아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함께 놀아줄 친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 축구처럼 멍해 있을 수도 없었다. 뭔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하게 된 것이 책 읽기다. …… 읽다가 말고는 갓 읽은 대목을 바탕 삼아서 우두커니 생각이며 상상에 잠기는 일은, 퍽이나 신명스러웠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안이 그만 천국이 되곤 했었다. 약골의 천당이 되었다.
(/ p.156)

나는 오전 내내 차를 즐긴다. 워낙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평소에도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니, 카페인은 금물이라서 오후에는 되도록 녹차 마시기를 피하고 있다. 작지도 않는 다관(茶罐)으로 세 번은 우려내어서 마시니, 모르긴 해도 그 양이 모두 한 바가지는 더 될 것이다. …… 파르란 빛, 은은한 향! 마시기 전에 미리 빛에 홀리고 향에 취한다. 마침내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혀를 가볍게 야금야금 돌린다. 온 입안에 향과 맛이 번진다. 여린 쌉쌀한 맛에 연한 단맛이 어울린다. 입에서 목으로, 목에서 온몸으로 번져간다. 안존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해진 마음에 향이 어린다.
(/ pp.257~258)

“국어상용(國語常用)!”, “국어를 언제나 써라!”라고 외쳐댄 그 구호에서 국어는 다름 아닌 일본말이었다. 조선말을 못 쓰게 배척하는 것이 그 주목적이었다. …… “오늘 조선말 쓴 학생은 손들어!’ 그 말이 떨어지면 우리 반 학생 전부가 손을 들었다.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리 약속을 하고 다짐을 두고 한 게 아닌데도 우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을 들었다. 작정한 듯이 일치단결해서 만세라도 부르는 듯했다. 그건 죄의 고백이 아니었다. 당당한 항의요, 항변이었다. 아주 떳떳한,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55~56)

나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여러 여름 방학을 산사에서 보냈다. 산사 중에서도 동래 범어사의 말사인 암자들에서 보냈다. 그건 보람된 시간, 충족된 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조차 ‘건설적’이었다. 미리 정해진 중요한 일과의 하나였다. 낮잠이 ‘일거리’이기도 했다면 허풍을 떠는 게 될까? 일과 중에는 책 읽는 게 으뜸이었다. 학생으로서는 당연했다. 빈 법당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즐겁기로는 아무래도 산길이며 숲길 걷기가 제일이었다. (89~90쪽)

아무튼 정체불명의 그 ‘추잉검’이라는 걸 손에 받아들고는 만지작댈 뿐, 우리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게 딱했던지 미국 병사는 우리에게 본을 보였다. 종이 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입에 물고는 씹어댔다. 우리는 그의 흉내를 냈다. 생전 처음 씹어보는 추잉검, 달콤새콤했다. 훗날 ‘껌’이라고 부르게 된 그 먹을거리는 그 당장으로서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씹히기만 할 뿐 조각이 나거나 가루가 나거나 하지 않는 채로 입안 또는 이에 달라붙기만 하는 게 요상했다. (111쪽)

약골이라 노상 의자에 기대 앉아 있거나 아니면 아예 교실 바닥에 죽치고 앉아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함께 놀아줄 친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 축구처럼 멍해 있을 수도 없었다. 뭔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하게 된 것이 책 읽기다. …… 읽다가 말고는 갓 읽은 대목을 바탕 삼아서 우두커니 생각이며 상상에 잠기는 일은, 퍽이나 신명스러웠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 안이 그만 천국이 되곤 했었다. 약골의 천당이 되었다. (156쪽)

나는 오전 내내 차를 즐긴다. 워낙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평소에도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니, 카페인은 금물이라서 오후에는 되도록 녹차 마시기를 피하고 있다. 작지도 않는 다관(茶罐)으로 세 번은 우려내어서 마시니, 모르긴 해도 그 양이 모두 한 바가지는 더 될 것이다. …… 파르란 빛, 은은한 향! 마시기 전에 미리 빛에 홀리고 향에 취한다. 마침내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혀를 가볍게 야금야금 돌린다. 온 입안에 향과 맛이 번진다. 여린 쌉쌀한 맛에 연한 단맛이 어울린다. 입에서 목으로, 목에서 온몸으로 번져간다. 안존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해진 마음에 향이 어린다. (257~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