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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 이근화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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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근화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5년 11월 30일
  • 쪽수 : 240
  • ISBN : 978895463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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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근화의 첫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그간 시 이외에 간간 동시로만, 그렇게 ‘시’라는 장르 속에 푹 빠져 있던 자지기 고심 끝에 정리한 이번 산문집은 형식이야 어쨌든 ‘산문’이라는 겉옷을 입고 있지만 그 재킷을 벗겨보면 또다른 스타일의 ‘시’임을 절로 알게 한다.

출판사 서평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등의 시집을 펴내면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선보였던 이근화 시인의 첫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펴낸다. 그간 시 이외에 간간 동시로만, 그렇게 ‘시’라는 장르 속에 푹 빠져 있던 그가 고심 끝에 정리한 이번 산문집은 형식이야 어쨌든 ‘산문’이라는 겉옷을 입고 있지만 그 재킷을 벗겨보면 또다른 스타일의 ‘시’임을 절로 알게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시인 이근화의 살아가는 이야기라지만 그것이 ‘시’라는 빗장 안에 어쩔 수 없이 감금되어 있음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다는 책이라는 말도 된다. 대관절 ‘시’가 뭐기에 ‘시’라는 발상과 전개와 다짐 속에 제 생활을 묶어둘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인생이 결국 한 편의 ‘시’라 할 때 그 틈을 놓치지 말자는 얘기다. 우리가 보는 것이 그렇고 우리가 듣는 것이 그렇게 우리가 느끼는 것이 그렇다는 얘기다. 조금 멀리 볼 때 조금 가까이 볼 때 시선의 재미만 준다면 하루하루가, 그 하루하루의 순간순간이 죄다 ‘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근화의 첫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논거’에 입각해 이론적으로 시를 풀이한 시론 책들과는 그 발상부터가 다르다. 학자들이 에둘러 시를 논할 때 이근화를 시를 화살이 가 꽂힐 수 있는 과녁판으로 본다. 때론 10점을 쏠 수도 있지만 때론 0점을 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때론 퍼펙트 10점으로 그 작은 구멍 안에 붙어 있는 카메라 렌즈를 깨부술 수 있지만 때론 바람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영영 찾을 수 없는 화살의 세계가 또한 인생이다. 이근화가 말하는 시는 자신의 몸이다. 낯설고 묘한 시적 탐구를 이 책으로 말미암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들 본다.

추천사


십여 년 전부터 썼던 산문들을 엮어 낸다. 들쭉날쭉 보기 싫다. 무용한 짓인 것도 같다. 나중에라도 혹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산문집이 날 보며 씩 웃어줄 것이다. 헛짓이라도 하긴 했어. 못났지만 애썼어. 위로를 건네주면 좋겠다. 변두리 골목길의 소녀, 부모님 애먹이는 고집불통의 딸,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길을 잃었던 여자, 말없고 질긴 아내, 신경질적인 엄마가 부분적으로 녹아 있으니 부끄럽고도 다행스럽다. 지금도 계속 산문을 쓰고 있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은 글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침묵하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적은 수다를 응원해준 가족들, 동료들, 선생님들,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5년 늦가을.

신해욱(시인)
이근화와 길을 걷다 갈림길에서 헤어지던 어느 저녁을 잊지 못한다. 눈인사를 건넨 다음, 어깨를 끌어올려 묘하게 등을 구부리며 돌아서던 그녀의 자세 때문이다.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의아한 눈으로 따르다가 나는 그 어깨와 등의 윤곽을 손가락으로 그려보았다. 수줍고 유연한 동물만이 취할 수 있는 곡선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몸에 밴 감정의 자세였을까, 이 책을 읽으니 비로소 그 곡선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든다. 고사리손으로 만든 모래굴에 나뭇잎을 숨겨두던 여자아이가 어떤 마음의 굽이를 지나 시인이 되었는지를. 칠레라는 이름의 긴 나라를 따라 어떻게 구불거리게 되었는지를. 바구니나 주머니가 된 것 같은 엄마의 몸으로 지금은 어린것들과 함께 어떤 리듬으로 출렁이는지를. “국수를 비비듯 물결을 가르듯” 이근화는 삼박자로 읽고 사박자로 쓴다. 작품 속의 세계와 고단한 삶을 넘나들며 애틋하게 읽고 경쾌하게 쓴다“. 일상에 복수를 하듯” 간절하게 읽고 사뿐하게 쓴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것을 다시 사랑”하기 위하여. 내가 아닌 나를, 아닌 채로 환대하기 위하여. 이근화의 곡선을 다시 손가락으로 그려본다. 이런 곡선을 제외하고 무엇을 문학적이라 말할까. 무엇을 간곡하다 말할까.

목차

서문·9
1부/ 괜찮을까요
당당한 부끄러움·13
저것은 국화·19
샤넬·22
한밤중 어항 속이 끓고 있다·26
삼십대는 고유하다·32
아버지와 나 1·36
아버지와 나 2·40
닭장차에 꽂힌 통배추 이파리처럼·44
괜찮을까요·48

2부/ 칸트와 슈퍼 쥐
시는 나만의 과학이다·57
시가 훔친 것·60
구름 위의 집·69
나무와 바퀴·74
감각의 지도·81
그 나무에 대한 기억·86
시적인 것·92
칸트와 슈퍼 쥐·96
일종의 나이키·100

3부/ 오리를 보는 고통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107
당신의 책상은 얼마나 외로운가·110
가지런하고 딱딱한 이름·112
문제는 어떤 단맛인가이다·114
아파트·116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118
연인들·120
집에 대하여·122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124
고요한 오렌지빛·127
그림자놀이·130
내년에도 나의 입술은·132
오리를 보는 고통·134
물렁하게 흐르는 칼·137

4부/ 망치란 무엇인가
소통 불능 대화 무능·141
시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150
꿀문학이라는 불가능한 말·158
망치란 무엇인가·164
마음이 즐거워지는 네이밍·174
‘가난’이라는 창조적 낭떠러지·179
외계인과의 조우, 혹은 사라진 시인·192
‘나’라는 감옥 혹은 탈출구·201
‘나’는 내가 아닌 사람·212
또다른‘ 나’를 만나는 일·222
다섯 개의 주석·230
오늘 한 번 더 당신을 만나겠습니다·237

본문중에서

자칫하면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나는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한 명 더 만난 적이 있었다. 반쯤은 신에 들리고 또 반쯤은 수행을 통해 득도한 어느 스님께서, 나도 알 수 없는 나와 나의 미래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동안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쉬지 않고 적고 계셨다. 나는 나에 대한 얘기인데도 그 말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글자도 아니고 글자가 아닌 것도 아닌 그 이상한 모양의 글자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나에 대한 어떤 불안과 걱정의 말이 오갈 때 그 글자들은 더욱 휘어져 내려갔다. 두 바닥 반 정도가 채워지고 나서야 피곤하다는 듯이 말을 멈추셨고 나는 들은 것도 본 것도 뚜렷하게 없는데 복비를 지불했다. 속은 것도 속지 않은 것도 같았지만 그 종이들은 다음 페이지로 넘겨졌고 또다른 누군가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희고 차가운 얼굴을 내밀었다.
등단 소감에 나는 기중기와 칠레산 홍어와 사라지는 꼬리, 커다란 입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적었다. 그동안에 기중기에 관한 시를 한 편 썼는데 너무 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칠레산 홍어에 관한 시는 아직 쓰지 못했고 경동시장에서 홍어를 한 마리 사다가 된장을 풀어 끓여 먹었다. 칠레라는 이름의 긴 나라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다. 뒤돌아보면 꼬리뿐인 고양이들과 자주 마주치고, 나는 새로운 것들을 해야 할 때마다(요즘에는 운전이 그러한데) 커다란 입속으로 들어가는 공포감을 맛본다. 도로를 긴 혀로 생각하니 또 시적인 것 같다.
그러나 시적인 것에 대해 의식하거나 몰두하지 않으려는 힘이 나에게 시를 쓰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못된 아이처럼. 그러나 또 지금 착한 아이를 꿈꾸며 나는 참 고분고분해져서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사람들은 조금 다르거나 이상하면 금방 주목한다. 그러한 주목과 관심은 참 여러 방향으로 힘을 갖는다. 살면서 사랑하면서 나는, ‘감정선이 붕괴되었다’고 며칠 전 생각했었지만 오늘은 산고개를 넘으며 단풍이 참 곱다고 ‘가을이 깊었다’고 생각했다.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에서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면 좋겠다. 날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계절마다 이름을 바꾼다면 이 어수선한 봄날, 내게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이름이 두 글자가 아니라면 또 어떨까. 오늘 나는 ‘고양이 목걸이를 하고 걸어가는 목 쉰 사람’. 내일은 ‘꿈속의 물컹한 손가락’. 이름이 없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그냥 나를 ‘빵’이라 불러줬으면 좋을 것 같은 날도 있다. 내가 쓴 작품들을 나의 긴 이름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래서 내가 길어지거나 뚱뚱해지거나 재밌거나 지루하거나. 그런데 오늘도 내 이름은 가지런하고 딱딱하다. 내 앞으로 우편물이 세 개 도착했다. 우리집 꼬마는 나와 좀 다른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다 ‘까까 꼬꼬’라 부른다. 밥도 과일도 책도 텔레비전도 까까 꼬꼬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도 나무도 돌멩이도 까까 꼬꼬라 한다. 하루이틀 사이 정교해져서 ‘깜깜 꼭꼭’이 되기도 한다. 나도 그런 ‘무서운’ 까까 꼬꼬가 있으면 좋겠다.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아무나에게 손을 흔들고 무엇에게도 다 인사를 한다. 다 사랑할 수 없어서 나는 날마다 다른 이름을 꿈꾸고 헤매고 멈추고 넘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좀더 창조적으로 살아보겠다.
-「가지런하고 딱딱한 이름」 전문

저자소개

이근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6

저자 이근화는 197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정지용 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1930년대 시에 나타난 식민지 조선어의 위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학생들에게 시론과 시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칸트의 동물원'(2006), '우리들의 진화'(2009), '차가운 잠'(2012) 등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윤동주문학상 젊은작가상(2009), 김준성문학상(2010), 시와세계 작품상(2011)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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