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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 김엄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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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엄지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5년 11월 27일
  • 쪽수 : 14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73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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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0~30대 젊은이들의 불안정성을 환기하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는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영위하며 식욕,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소심하게 추구하는 주인공 E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이며 성취 없는 일상을 간결한 문체와 불연속적 장면, 그것의 무한한 반복을 통해 서술함으로써 생의 불가해함과 권태로운 일상이 동반하는 고독의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단순한 문장과 미니멀한 구조로 추구하는 미래에 대한 부정은 특히 눈에 띈다. “미래라니”, “금이 간 앞니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E의 미래에 사흘 후가 있었다” 등 상식적으로 미래와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을 통해 미래를 조롱하는 방식인데,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거세된 주인공의 내면적 풍경은 20~30대 젊은이들의 불안정성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세대론적 독해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회와 조직에 안착한 뒤에도 무의미, 단절, 불안, 고독의 패턴 석에서 살아가기 일쑤인 현대인의 무력감을 부각시킨다. 욕망을 강력하게 추구하지 않고 미래를 간절하게 바라지 않으며 연결된 서사를 완강하게 의심하는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는 인간 삶을 불연속적, 비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현대적 삶의 비극이 짙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2010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래 무개념한 주인공, 무개념한 주인공보다 더 생각 없는 서술자, 단순하다 못해 평면적인 서사 등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와 비교 불가한 개성적 문체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 온 작가 김엄지의 첫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는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황정은 [백의 그림자], 이장욱 [천국보다 낯선] 등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쓴 (원고지) 500매 내외의 경장편소설 레이블로, 단편 위주의 한국문학 출판에 장편소설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는 2014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 봄호에 게재된 소설로, 게재 당시 “익명적인 세계에 참여해 있는 익명적인 존재”를 통해 나아지지 않는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이라는 “악무한의 사슬”을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선한 충격과 기대를 동시에 선사했다.

    김엄지는 지식조합형 소설, 비서사 혹은 반서사 소설 등 일군의 ‘지적 소설’들과 달리 무지(無知)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복잡하고 난해한 세상과 대비시킴으로써 불가해한 세계를 더욱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단조롭고 직설적인 문체로 쓰였지만 대개의 김엄지 소설은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는 김엄지 작가가 등단 5년차, 문학계에서는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집과 장편소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될 정도로 쉴 새 없이 호명되는 이유다. 특히 등단작 [돼지우리]는 “일필휘지로 씌어진 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이 작품의 결함이 되기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의견과 함께 “무엇보다 가독성이 있었고, 언어들의 난장이 매혹적인, 간만에 보는 구어체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가는 뛰어난 엽편 소설(스마트 소설)에 주는 ‘스마트소설 박인성문학상’에 2회 연속 작품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3회째인 2015년에는 [휴가]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엽편 소설을 통해 김엄지 작가는 간결하고 위트 있는 문장과 재치 넘치는 구조로 이야기를 직조하는 솜씨를 인정받아 왔다.

    [줄거리]

    성실하게 출퇴근하는 회사원 E는 일상의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무료한 생활을 무료하단 자각도 없이 반복한다. 크리스마스 즈음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연락하고 (그러나 연락되지 않고) 새해가 되는 날엔 일출을 보러 산에 가고 (그러나 정상에 오르진 못하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상사를 욕하며 술을 마신다. 이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출근이 오고, 동료들과 내일이면 기억하지도 못할 대화를 나누고, 퇴근길에 간단한 안주에 술을 마시고……. 그러는 사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가령 직장 동료 a가 실종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사라진 a에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a의 실종을 궁금해하는 E를 의아해한다. a의 자리는 곧바로 d라는 새로운 인물로 대체되고 a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E의 면모도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지만, 여전히 상사는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권력을 누리고, 만나고 싶었던 여자는 끝내 연락이 되지 않으며, 실종된 a의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E는 이 모든 것들이 어딘가 모르게 폭력적이고 권태롭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E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천사

    많은 작가들이 작금의 시대를 지옥으로 묘사하곤 한다. 재난, 전쟁, 테러, 가난……, 이런 것들이 그 지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런 세계는 어떤가? 주말, 출근, 산책, 주말, 출근, 산책, (가끔 술), 주말, 출근, 산책……. 이 소설 속에 다른 것은 없다. 빨래를 하거나 하지 않는 주말, 그리고 똑같은 출근과 점심과 퇴근, 약간 다른 안주에 마시는 몇잔의 술, 매일 보는 동료들과의 무의미한 대화, 그러면 다시 빨래를 하거나 하지 못하는 주말, 출근, 퇴근, 술, 산책, 다시 주말……. 이것이 이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전체다. 재앙이나 재난마저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 ‘애증, 복수, 권태, 폭력, 불합리’마저도 감지할 수 없게 되어 버린 세계, 기억하거나 의미화할 만한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가치’ 그 자체인 세계……. 말하자면 김엄지식 지옥이다. 전혀 차이나지 않는 반복, 그 악무한의 무의미 속을 발목 잘린 비둘기처럼 견디며, 실은 견딘다는 의식마저도 없는 채로 살아가는 ‘인간-동물’들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되묻고 싶다. 남의 이야기 같으십니까?
    - 김형중 / 문학평론가

    목차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E는 더 올라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쉽게 포기했다. E는 바위 밑에 쭈그려 앉았다. 해가 뜨고 있었다. 해는 E의 등 뒤, 바위의 뒤에서 떠올랐다. E와 상관없이 점점 더 밝게 떠올랐다. 그는 날이 밝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E는 헤드 랜턴을 벗어 집어던져 버렸고, 랜턴은 산비탈로 아무렇게나 굴러 떨어졌다. E는 던져진 랜턴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랜턴을 다시 주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랜턴이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졌다면 그는 그것을 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랜턴은 눈앞의 비탈로 너무나 가볍게 굴러떨어졌을 뿐이었고, E는 기다시피 비탈을 내려갔다. E는 바람에 떠밀려 산비탈로 기어 내려갔다. 그는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화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 pp.19~20)

    여관 침대에서 E는 여자와 키스를 했다. 키스를 했고, 더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키스를 한 뒤에 여자는 등을 돌리고 누워 버렸다. E가 침대에 누워서도 꼬리뼈의 통증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에 피곤해진 것이었다. E가 아무리 잘 설명한다고 해도 여자는 그의 통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는 뒤돌아 눕는 방식으로 E를 무시했다. E는 여자의 등을 보고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E는 여자의 등이 어둡다고 느꼈다. 그는 꼬리뼈가 아팠고, 불을 켜고 싶었다. 그러나 불을 켜지 않았다. e는 불을 켜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 p.33)

    그들은 상사의 인격에 대해서 오래 이야기했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백에게는 인격이랄 것이 없으며, 있다 한들 미비하고 천박한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상사의 인격에 대해서 말할 때 그들은 경쟁적으로 저주를 퍼부었는데, 그때 그들 모두의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났다.
    (/ p.48)

    조 이 개새끼. 개새끼 조. 조 이 개새끼. E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두 캔 더 샀다. 그는 맥주를 마시면서 걸었다. 그는 느리게 걸으면서 조 이 개새끼라는 혼잣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렸다. 조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E는 문득 조에 대해서 너무 많이 중얼거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깨닫지 않아도 되는 것을 깨달아 버린 E는 불편해졌다. 어떤 깨달음은 불편함이었다. E는 요즘 부쩍 그런 식의 불편함을 자주 느꼈다. 나이가 들고 있군. E는 그렇게 생각했다.
    (/ p.57)

    E는 상사의 갑작스러운 다그침이 그치지 않는 비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E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E는 상사에게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E는 자기 자리에 앉아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사 백은 파티션 사이로 부하 직원들의 머리통을 살펴보며, 그들의 머리통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어떤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꼴통들아! 별안간 상사 백은 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소리쳤다.
    (/ p.81)

    섹스를 해야 해. E는 생각했지만 그다지 결의에 찬 다짐은 아니었다.
    그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
    (/ p.95)

    암전.
    설정만을 보여 주고 암전.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고 다시 암전.
    암전.
    암전은 무대 위의 유일한 개연성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많은 일을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벌어졌다.
    무대 위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무책임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 p.9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8~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8종
    판매수 445권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는 방식 가운데],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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