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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노동 : 이반 일리치 전집

원제 : Shadow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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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왜 매일 우리는 대가 없는 노동을 누군가에게 바치는가?

    이 책 [그림자 노동]은 전 9권으로 예정된 [이반 일리치 전집] 1차분으로, 특히 그의 핵심적 사상을 집약해서 담은 책이다. 왜 우리의 노동은 이토록 고되고 지루하며 우리의 꿈과 늘 대립하는가? 이반 일리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노동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일리치는 매일처럼 직장에 나가 월급을 받고 행하는 임금노동이나 집안 유지를 위해 주부가 행하는 가사노동 등이 지난 수천 년의 인간 활동과는 전혀 다른 ‘기이한’ 노동임을 깨우쳐준다. 나아가 직장 통근, 자기 계발, 스펙 쌓기 등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강요되는 모든 무급 활동이 자율적인 삶을 억압하는 ‘그림자 노동’이 되었음을 밝힌다. 이 책은 그림자 노동의 역사를 통해 성장주의에 찌든 현대를 고발하고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회복하려는 선언문이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매일 대가 없는 노동을 누군가에게 바치고 있다!
    그림자 노동을 먹고 자라온 성장주의 사회의 비밀

    “20세기 후반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더 타임스).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은 통찰 위에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비판한 사상가”(피터 버거). 이반 일리치에 대한 숱한 찬사의 말 중 일부다. 1970년대와 80년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일리치는 차츰 잊혀가는 듯했으나, 2002년 사후에 오히려 재조명을 받으면서 그의 저서들 또한 현대의 고전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 책 [그림자 노동]은 전 9권으로 예정된 '이반 일리치 전집'(2017년 완간) 1차분으로, 특히 그의 핵심적 사상을 집약해서 담은 책이기도 하다.

    이반 일리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노동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매일처럼 직장에 나가 월급을 받고 행하는 임금노동이나 집안 유지를 위해 주부가 행하는 가사노동 등이 지난 수천 년의 인간 활동과는 전혀 다른 기이한 노동임을 깨우쳐준다. 현대의 일상화된 노동들이 사실은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 상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기 위한 기획된 노동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노동이 왜 이토록 고되고 지루하며 우리의 꿈과 늘 대립하는지를 우리는 이 책에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일리치는 산업 사회의 형성과 함께 우리 모두가 임금 노동에 종속되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그림자 노동’에 삶 자체를 지배당하게 되었음을 밝혀낸다. 가사노동뿐 아니라 직장 통근, 자기 계발, 스펙 쌓기, 어쩔 수 없는 소비로 인한 스트레스 등 경제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강요되는 모든 무급 활동이 자율적인 삶을 억압하는 ‘그림자 노동’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자 노동의 역사를 통해 성장 일변도로 치달아온 현대를 고발하고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회복하려는 선언문이다.

    그림자 노동이란 무엇인가?
    ‘그림자 노동’은 어떻게 생겨났고 그 역할은 무엇인가? 일리치는 역사상 출현했던 노동의 형태들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무보수의 자기 충족적 생산 활동인 자급자족 노동, 둘째는 보수를 받긴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품 생산을 위해 일하는 임금 노동, 셋째는 무보수이면서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없이 오로지 임금 노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 노동이 그것이다. 여기서 그림자 노동은 매우 기이한 노동이다. 가내 자원을 가지고 무보수로 행한다는 점에서는 자급자족 활동과 비슷하지만, 아무것도 직접 생산하지 않는 노동이라는 점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노동인 것이다. 그러나 임금 노동은 그림자처럼 가려져 있는 이 비생산 노동 없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림자 노동의 존재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일리치는 상품 경제의 강요로 인해 전통적 자급자족 활동이 한편으로는 생산을 위주로 한 임노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소비적 노동인 그림자 노동으로 분열되고 파편화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여 생계를 충족하던 자급자족 활동을 상품 사회에 이바지하는 노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두 가지 노동으로 쪼개놓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리치는 우리가 중시하는 고용 노동 또는 임금 노동보다는 그림자 노동이야말로 인간의 자급자족을 상품에 가두는 데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임금 노동은 자발적으로 지원하거나 발탁됨으로써 행하는 노동이지만, 그림자 노동은 나면서부터 결정되고 부여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즉 상품 사회를 위한 두 노동은 처음부터 억압받는 여성과 부양 의무를 짊어진 남성이라는 성차별 구조를 만듦으로써 성립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반 일리치는 그림자 노동에 대해 ‘성차별 노동’이라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그것이 어떻게 오늘의 상품 경제를 위한 필수적 노동이 되었는지를 다양한 예시들을 통해 보여준다. 상품 생산과 소비를 벗어나서는 살아갈 길이 없어진 인간 현실, 노동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과정, 고용 노동은 가치 있는 노동이고 비고용의 무급 노동은 착취의 대상이 된 사정 등이 낱낱이 밝혀진다. 나아가 물품 생산의 한계에 이른 오늘의 성장 사회는 어떻게 그림자 노동을 이윤의 새로운 사냥터로 삼고 있는지도 밝혀진다. 원래 무급의 그림자 노동은 봉사(service)와 돌봄(care)을 주된 활동 방식으로 삼는 노동이다. 그런데 경제 성장의 요구는 이런 활동들을 ‘서비스 상품’으로 만듦으로써 다시 한 번 이윤의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보수였던 그림자 노동이 서비스 경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이제는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입하는 사태가 온 것이다. 이런 부가가치들이 경제 성장의 수치로 계산됨은 물론이다.

    경제 발전은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반 일리치가 ‘그림자 노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그림자 노동 자체의 특성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이 책 [그림자 노동]이 관심을 갖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추구하는 경제 성장은 과연 옳은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림자 노동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성장의 희생물로 만들었는가”라는 것이다. 이 문제들에 답하기 위해 이반 일리치는 노동가치설과 같은 경제학적 접근보다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접근법을 택한다. 추상적 이론보다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 현대 사회의 뿌리를 캐내려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고, 자원은 희소하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근대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들의 시장 교환을 통해서 필요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교환가치로 매겨진 ‘화폐’와 ‘상품’이 필요를 충족하는 활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 까닭이다. 상품이 늘어나고 교환이 빈번해질수록 필요는 더욱 많이 충족될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경제 성장으로 연결된다. 일리치는 이것을 ‘희소성의 역사’라고 부르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지금까지의 경제 발전은 사람이 뭔가를 하는 대신 뭔가를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했다. 즉 시장 바깥에 존재하는 사용가치들을 시장 상품들로 대체한다는 것을 뜻했다. 또한 경제 발전은 사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상품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런 상품 없이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조건들이 물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으로부터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제 환경을 이용할 방법이 막막해졌다.”(12쪽)

    이 말에는 이반 일리치의 거의 모든 생각이 담겨 있다. 상품은 인간 삶에 대하여 근본적 독점을 행사하고 있고, 필요는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가 겪고 있는 가난과 희소성은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현대화된 가난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상품의 근본적 독점은 소비로부터의 배제나 강요된 소비로 인한 불만족을 야기하는데, 이렇듯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도리어 만족은 후퇴하는 역생산성(counterproductivity)은 성장의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용가치를 넉넉하게 제공해주던 환경이 상품 생산 체제의 전유물이 됨으로써 착취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생태주의적 관점도 그의 생각에서 엿볼 수 있다. 일리치는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흔히들 내세우는 기술의 효율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종래의 ‘굳은 기술’이든 친환경적인 ‘무른 기술’이든 끝없는 성장과 생산을 도모하는 수단인 한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자연이 허용하는 한계 내에서 자급자족적 생산 양식을 지키려는 정치적 선택이 더욱 중요하고 결정적인 사항이라고 한다.(이상 제1장 사회를 결정하는 세 가지 차원)

    그렇다면 경제발전과 성장의 이데올로기는 그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현실에서 관철되었는가? 이반 일리치는 토착적인 자급자족 활동(subsistence)이 무보수의 가내 노동에 포획됨으로써 이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원죄는 그림자 노동의 발명에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 노동은 어떻게 우리를 이윤의 희생물로 만들었는가?
    물론 그림자 노동은 가내 생산의 터전을 빼앗아간 인클로저(enclosure)로 인해 생겨난 대체물이다. 인클로저는 사실 두 방향으로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자급자족 활동을 임금을 벌기 위한 노동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집안에 가두는 의미의 인클로저이기도 했다. 이 과정은 우선 자족적 노동을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으로 나누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생산 노동의 윤리로 ‘근면’과 ‘성실’을 강요하는 동시에, 비생산 노동인 그림자 노동은 노동이 아닌 돌봄과 사랑의 행위인 것처럼 찬양하는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면서 가속화되었다.

    일리치는 여기서 그림자 노동을 사회적 ‘재생산’으로 보는 마르크스주의 시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 그림자 노동을 재생산 노동인 양 설명함으로써 전통적인 자급자족적 생산과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과거에 어엿한 몫을 해내던 여성을 무익한 가사 노동에 가두기 위해서는 ‘재생산’이라는 임무를 줘서 달래야 하고, 그것을 사랑과 봉사의 이데올로기로 만든 것이 그림자 노동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림자 노동에도 유급 노동과 똑같은 가치를 매겨야 한다는 일부 여성주의의 주장은 또다시 그림자 노동을 산업적 예속 노동으로 만드는 일일 뿐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다 보면 그림자 노동은 배달음식, 가사도우미, 빨래방과 같은 구매 상품으로 외주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런 서비스 경제가 완성되면, 이제는 자조(self-help)의 이데올로기가 등장해서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히려 돈을 지불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나타나게 된다. 자기계발 붐이나 각종 강습, 숙제감독관 교육을 받는 부모, DIY 제품의 범람에서 이미 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이상 제5장, 특히 190~196쪽)

    산업 예속의 또 다른 도구, 언어와 과학
    이 책 [그림자 노동]의 2장, 3장, 4장은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낸 ‘필요’를 민중에게 강요하고, 그것을 통해 민중을 산업의 도구로 만들어버린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 장들이다. 2장과 3장은 모어(모국어)의 발명을 통해 잡다한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영위되던 인간의 삶과 경험세계가 어떻게 근대 산업국가라는 단일 체제로 통합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4장은 민중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고 발전시켜온 민중에 ‘의한’ 과학이 민중을 ‘위한’ 타율의 과학으로 바뀜으로써 어떻게 인간이 무능력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바뀌었는지를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 장들은 특히 근대의 지식과 전문가주의가 인간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소수의 지배에 예속시키는 도구로 이용되었음을 밝혀냄으로써 지식과 기술의 적정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오늘의 성장주의가 역사적으로는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사회 최상위층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언어의 통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적인 수단이었다. 인간의 천부적인 창의성은 종종 국가 권력이나 자본 권력이 원하는 바와 어긋나기 일쑤였으니, 하나의 언어만을 국가의 공식언어로 강제하는 방법은 민중을 일사불란하고 통일적인 국가의 신민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일리치는 16세기 초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 치세에 살았던 문법학자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Antonio de Nebrija)의 생각을 살펴봄으로써 언어의 정복과 식민화가 콜럼버스에서 시작된 신대륙의 식민화와 똑같은 의도를 가진 것이었고, 동일한 궤를 밟아서 이루어졌음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4장에서는 생빅토르의 위그(Hugues of St. Victor)라는 중세의 과학기술학자가 소개된다. 그의 과학기술관은 로저 베이컨 이후의 근대 과학관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위그에게 과학과 기술이란 인간이 태초의 자연(에덴)에서 추방되어 고통을 겪게 된 이유를 밝혀내고, (에덴의) 행복을 다시 찾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해방의 활동이었다. 따라서 그 과학은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을 자연에 잘 어울리는 존재로 바꾸는 데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 활동을 스스로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과학은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는데, 결국은 민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을 타율화하고 수동적 존재로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반 일리치가 특별히 근대의 언어 통일과 과학의 도구화를 심도 깊게 추적한 까닭은 인간의 자급자족적 삶이 어떻게 근대적인 성장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이 흥미진진한 역사들에서 우리는 인류사에서 극히 낯선 기형아인 현대 사회의 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극복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20세기 후반의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
    - 타임스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은 통찰 위에서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비판한 사상가”
    - 피터 버거

    “가장 인간적인 래디컬리즘”
    - 에리히 프롬

    목차

    머리말

    1장 사회를 결정하는 세 가지 차원
    2장 토박이 가치
    3장 자급자족을 상대로 한 전쟁
    4장 민중에 의한 연구
    5장 그림자 노동

    본문중에서

    그림자 경제의 출현에서 내가 주시하는 점은, 임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가계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 노역 형태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비자급자족적 가내 공간에서 주부가 행하는 그림자 노동이 좋은 예다. 이 새로운 종류의 활동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임금 취득자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그림자 노동은 근대의 임금 노동과 더불어 나타난 현상이지만, 노동집약적 상품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으로 보자면 그림자 노동이 임금 노동보다 훨씬 근본적일 것이다. 그림자 노동을, 자급자족 중심의 민중 문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토박이 활동과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pp.8~9)

    콜럼버스와 네브리하는 둘 다 새로운 유형의 제국 건설에 이바지하려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카라벨 범선을 이용하자는 콜럼버스의 제안은 새로 스페인이 될 땅에서 왕권을 확장하는 데 국한되어 있었다. 반면 네브리하의 제안은 좀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문법을 이용하면 전혀 새로운 영역에까지 여왕의 지배권을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성들이 매일같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생계요소들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상 네브리하는 자급자족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새 국가에게 선전포고문을 작성해준 셈이었다. 토박이말을 ‘가르치는 모어’로 대체하는 것이 그것이었고, 이것이야말로 근대 예속 사회를 최초로 설계한 사건이었다.
    (/ pp.92~93)

    그림자 노동과 임금 노동은 함께 등장한 것들이다. 양자 모두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림자 노동의 굴레가 처음 씌워진 것은 주로 양성 간의 경제적 결합을 통해서였다. 임금 노동자와 그에게 의존하는 식구로 구성된 19세기 부르주아 가족이 자급자족 중심의 가정을 대체하면서부터였다. 말하자면, ‘페미나 도메스티카’(집안 여성)와 ‘비르 라보란스’(일하는 남성)가 서로 손을 잡고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특징인 무능력한 상호의존적 예속에 묶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조잡한 그림자 노동 모델로는 경제 팽창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전문가와 관료의 권력이 잘 길들인 고객에게서 오듯, 자본가의 이익 역시 강제적인 소비를 늘리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성으로 결합된 가족은 이들에게 그림자 노동의 예속을 강화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 주었다. 더 복잡하고 더 교묘하게 인간을 불능화하는 형태로 말이다.
    (/ pp.201~202)

    저자소개

    이반 일리치(Ivan Illic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6~
    출생지 오스트리아 빈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잘츠부르크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교황청 국제부 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빈민가의 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인 교구에서 보좌신부로 일했다. 1956년에 푸에르토리코 가톨릭 대학 부총장이 되었고, 1961~1976년에는 멕시코 쿠에르나바카에 일종의 대안 대학인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CIDOC)를 설립하여 연구와 사상적 교류를 이어갔다. 교회에 대한 비판으로 교황청과 마찰을 빚다가 1969년 스스로 사제직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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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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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대중문화의 탄생》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위대한 호수》 《당신의 머리 밖 세상》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등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홈페이지(www.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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