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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와 바나나』는 학문공동체가 모여 일군 사회학 ‘이야기’다. 시발점으로서 국제결혼 한국남편, 북한이주민, 베트남 이주여성, 무슬림 이주자를 찾아 그들과의 대면을 사회학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 최종렬은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 새로운 서사로 창출할 것인지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각자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우주의 주인공이다.

“사회학 이야기는 소수의 사회학자들만이 누리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문화자원이다. 사회학 이야기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은 성스러운 자아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서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구성되고 인정된다는 것이다.”
_여는 글 중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 이야기가 있는 사회학

이 책은 학문공동체가 모여 일군 사회학 ‘이야기’다. 그동안 사회학은 ‘뻔한’ 가설 검증과 ‘공허한’ 개념 유희에 빠져 매우 오랫동안 사람과 동떨어져 있었다. 직접 사람을 만나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즉 바나나)를 배워 익히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왔다. 게다가 국민국가의 경계가 만든 소수자의 이야기는 하거나 듣는 것이 어려웠다. 당연히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이제 사회학자는 이야기꾼으로서, ‘바나나’를 가지고 의미의 혁신을 일으켜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야 한다. 종교·신분·혈족·가부장제 등 온갖 결정론적 이야기로부터 인간의 정체성을 해방시킨 이야기가 사회학에서 나왔으니, 새로운 이야기도 사회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학의 과제이다. 이 책은 시발점으로서 국제결혼 한국남편, 북한이주민, 베트남 이주여성, 무슬림 이주자를 찾아 그들과의 대면을 사회학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이야기, 인간을 온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힘!

왜 우리는 이야기를 즐기는가? 소설·드라마 같은 가공의 이야기뿐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대표되는 경향은 ‘이야기’ 없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데에서 나온다. 누구나 이야기를 통해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듣고 쓴다. 이는 단순히 즐거움의 차원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지닌다. 경이롭게도 인간만이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사멸을 서사하고 그 의미를 기억한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광활한 세계 속에서 인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의미는 이야기를 통해 인정받고, 인간은 서로를 호혜적으로 알아간다.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은 어떠한가?

새로운 이야기, 다채로운 사회를 위한 한 걸음

현실에는 이야기를 하려 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이들이 있다. 흔히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소수자는 사회 무대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소수자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민국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수자에게 무대 전면을 제공하고자 했고,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저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과 함께했던 연구자들 역시 자아 성찰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기획과 예정에서 벗어난 우발성은 새로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 최종렬은 서사 분석을 성찰하며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이론적 내용을 제시했다. 서사와 은유를 통해 의미의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2장에서 이예슬은 국제결혼을 한 다섯 명의 한국남편의 인터뷰에 참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뷰 과정을 분석한다. 인터뷰의 과정과 성격을 되돌아보면서, 고프만의 이론을 통해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어떤 전략을 통해 상호작용하려 했는지 살펴본다. 한국남편은 아무도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이 좀 더 그럴싸해 보이고자 하고, 연구자는 어떻게든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고 인터뷰를 끌고 나간다. 서로 전략의 목표가 다르기에 인터뷰 과정은 궁구와 성스러운 게임 사이를 오가며 동물원이 되었다가 공론장이 되기도 하고 그 역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3장에서 김영은은 초짜연구자가 질적 연구를 진행하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보여준다. 북한이주여성 옥순과 서사적 인터뷰를 시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보며 연구자의 구상과 현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혼란에 빠진 초짜연구자의 고민과 과정, 결론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회적 공연의 가능성을 알려준다.
4장에서 최인영은 연구 과정에서 겪은 윤리적 문제에 파고든다. 연구자가 겪은 학문적 자아 균열은 연구 당시와 연구 이후가 다르다. 연구참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연민을 느끼고, 지나친 심리적 동일시로 복합감정을 겪은 연구자는 삶의 환경이 달라지자 연구참여자를 새롭게 생각한다. 이는 타자에 대한 문화기술지가 자아문화기술지로 역진한 것이다.
5장에서 최종렬은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 새로운 서사로 창출할 것인지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파키스탄 출신 샤히드를 통해 극도로 세속화된 한국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물질적 성공을 거둔 동시에 성스러움과 구원을 추구하는 일에 헌신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탐구한다.

적지만 실존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물론 소수자 한두 명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리는 것은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그가 주인공이기에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회학은 ‘일반화’라는 과학적 어휘를 핑계로 실존적 위기에 처한 개개인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근대를 거치는 동안 사회 전체에 불어닥친 ‘경제성장’이라는 광풍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인을 희생해왔던가. 사회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을 불가피하다 여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인화된 삶 역시 소중하다고 말해야 하는 시대다. 근대의 국민국가 프레임 안에서 상상되어온 사회적 삶을 넘어서게 해주는 의미의 혁신, 새로운 이야기의 창출! 이러한 이상을 실천하는 미션은 이제 오롯이 ‘이야기가 있는’ 서사사회학의 몫일 것이다.

여는 글
감사의 말

1.사회학, 서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최종렬

| 왜, 하필 지금, 서사인가? | 은유의 전환: ‘생산’에서 ‘의례’로! | 서사, 무엇이 문제인가? | 서사적 인터뷰: 궁구에서 사회적 공연으로! | 어떻게 쓸 것인가?

2.‘동물원’과 고프만: 국제결혼 한국남편의 스티그마와 성스러운 게임 행하기·이예슬

| 쫓겨난 연구보조원들 | 혼합 접촉과 성스러운 게임 | 당신, 국제결혼했죠?: 사회적 정보와 정보 관리 | 한 명의 배우와 여섯 명의 청중: 오점자와 정상인‘들’ | 스티그마 좀 밝혀주실래요?: 연구자의 궁구와 무공안 | 종족적 스티그마에서 벗어나기: 그래, 나 국제결혼했소 | 궁구와 성스러운 게임 사이에서: 새로운 공론장의 탄생

3.‘초짜’ 연구자의 사회적 공연: “사회학, 서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용 후기·김영은

| 창피당한 이야기꾼 | ‘초짜’ 연구자의 연구 현장 들어가기 | 우리의 인터뷰는 공론장일까? | 사회적 공연으로서의 인터뷰 |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4.탁월성과 친밀성의 경계 가로지르기: ‘엄마 되기’에 대한 자아문화기술지·최인영

| 100달러와 연민 | 문화기술지 준비하기: 학문적 자아의 균열 | 문화기술지 행하기: 윤리적 지침과 실제 | 8년 후: 심리적 동일시와 감정적 고통 | 자아문화기술지

5.베버와 ‘바나나’: 한 무슬림 이주자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 분석·최종렬

| 무슬림 기업가 샤히드 | 베버의 종교 이념형 | 세상 안 신비주의자 샤히드 | 신화와 임기응변 서사 | 유혹의 신정론과 행운의 신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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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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