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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그림자 : 북한 인권을 말하는 남북한 작가의 공동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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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경을 넘는 그림자』는 남북한 작가가 같은 자리에서 북한에서와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소설집이다. 정치적 동기에 좌우되지 않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과 평화라는 넓은 견지에서, 또 인간적, 인류적 삶의 척도와 미래에 비추어, 문제를 사유한다.

출판사 서평

사력을 다해 절망하는 일의 희망

아주 오래전에 석은 그런 나무를 보았던가. 그런 적이 있다, 몽골의 초원에서. 원래 초원에는 나무가 없다. 하지만 머나먼 지평선을 배경으로 이따금씩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을 때가 있다. 초원의 황량한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 그는 홀로 긴 메마름을 견디고 있었다.
-「삼수갑산」

한 세기 가까이 해후의 기색조차 품어보지 못한 완고한 이별에 절망하고 그로부터 비롯된 자욱한 고통에 거듭 절망한다. 그것이 각각 소박하거나 거창하게 유려하거나 순진하게, 다만 매한가지로 단호하게 말해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국경 도시의 꽃제비 소년은 친누이 같은 소녀와 고작 바다에 갈 꿈을 꾸었을 뿐이다. (「꽃망울」). 건져 낼 고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자신은 죽을 염려가 없다고 여겼던 순진한 배꾼이 있다(「소원」). 그러나 인간의 이념은 소박한 바람이나 자연의 섭리를 가볍게 무시한 채 그들의 목숨을 거두어간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단지 책을 간직하는 것이 아사를 두고 보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기도 하고(「책 도둑」), 어린 여자는 애정에 대해 알기도 전에 제 몸을 기꺼운 생존의 수단으로 쓴다. (「진옥이」) 책을 팔고, 아이를 지우는 이들의 얼굴에 죄책감이 없어 더 아프다. 그런 나날들에 사랑이라고 온전하겠는가. 연모하는 사내와 그의 가족을 국경 너머로 보낸 곱사등이 여인이 죽음으로부터 비껴 설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불륜의 향기」).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노인은 초례 직후 헤어진 아내를 찾고(「유월의 신부」), 탈북자 아버지는 두고 온 가족을 영면 전까지도 그리워한다(「아버지의 다이어리」). 단, 만남의 시효가 수명보다 길수는 없는 것이다. 조우로부터 가깝거나 먼 문턱에서 아내의 생도, 아버지의 생도 스러져간다.

이 소설들의 행렬 중 거의 마지막 지점에서 우리는 사력을 다해 절망하는 일에 대해 전해 듣는다. 겨울이 근처에서 배회 중인 산촌이다. 대로(大老)에 접어든 사내가 있다. 그저 고향에 머무는 중이었을 뿐인 그가, 월북 시인이라는 억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땅이 나누어진 이후부터였다. 잘린 땅의 슬픔에 시심마저 잘렸던 것일까. 스스로 문학이라 여길 만한 시를 쓴 것은 오십여 년쯤 전이 마지막이었다. 딴엔 시를 흉내 내어 본 일도 있지만 그는 그것이 흉내임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택한 것은 절망의 심부로 더 깊숙이 발을 내딛는 일. 그것은 위험을 곁에 두길 마다하지 않는 일이었고, 이데올로기와 생사와 시공마저 초월한 채로 칼날에 몰두해야 하는 곡예사의 일이었다. 그러기로 마음먹자 그의 눈앞에서 언젠가의 굳고 정한 나무가 다시금 생생해진다(「삼수갑산」).
소설은 백석의 결기를 빌려 문학의 의지에 대해 말한다.

당신의 연민에 대한 물음

남녀가 무사히 핀란드 국경을 넘어 아무런 제약도 억압도 없는 곳에서 삶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빌었다. 그들이 그곳까지 온 것만도 내게는 경이롭고 눈물겨웠다. 나중에 들으니 핀란드 쪽으로 가는 탈북자들도 꽤 있다는 것이었다. 내게 그런 용기가 있을까, 나는 내가 초라해지는 걸 느꼈다. (……) 그리움과 삶이 뭉뚱그려지며 멀리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린다. 라오스, 미얀마 혹은 태국에 오늘도 그림자 같은 북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스며든다.
- 「핀란드 역의 소녀」

두 이방인이 만난다. 여자는 이북 사투리를 극구 감추며 사는 북쪽의 이방인이다. 남자는 남쪽 사람이지만 그리스 실업자와 자꾸 자신을 겹쳐놓는 제 나라의 이방인이다. 두만강을 건너다 가족을 처음 잃은 여자는 다시 꾸린 가족도 중국에 떼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우승열패의 사회에서 도태된 남자는 가족 안에서도 열외였다. 그들이 대면한 장소는 기타 교습소였으되 그들을 맞닿게 한 것은 이방의 슬픔이었다. (「어디까지 왔나」)
목에 난 상처를 스카프로 가린 채 매일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여자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본다. 여자는 죽을힘을 다해 두만강을 건넜지만 곧 잡혀가 죽음보다 못한 형을 살았다. 차라리 죽기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강을 건너서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산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자는 네 개의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현재 이름은, 조선족인지 탈북자인지 구별되지 않는 제 정체처럼 미정(未定)이다. (「네 개의 이름」)
핀란드 역의 소녀라고 다르지 않다. 조선말 하는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소녀, 그리고 그 곁의 사내는 도망자였다. 탈북자들은 자주 그렇게 동남아나 몽골, 북구의 제3국을 거친다 했다. 그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실은 내일조차 아득하다. 있을 리 없는 신분 증명 대신 서로를 삶의 증명 삼아 둘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 속으로 나아가는 중이다(「핀란드 역의 소녀」). 탈북 후유증을 겪는 소녀의 사연에도 덜함이 없다. 육체는 이미 국경을 넘었는데 소녀는 영혼으로 매일 밤 월경해야만 한다. 보위부 조사실, 북송, 안전원, 단련대의 악몽은 매일 옷이 벗겨지는 몽유병으로 남아 소녀에게 수치의 기억을 거듭 재생하고 있었다. (「나는, 미안합니다」)
여자의 이름을 끝내 묻고 들으려는 절박한 진심, 우연하고 작은 계기로도 스쳐간 소녀의 통증을 기꺼이 떠올릴 수 있는 사려 깊은 진심, 그 진심들로 미안하다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심. 이 마음들이 경솔한 동정으로 향하려는 우리를 멈춰 세우고, 한숨짓게 하고, 죄스럽게 한다. 하여 멈춰 서서 한숨짓고 죄스러워진 끝에, 진심을 담담하게 내보이느라 소설이 참아낸 말을 대신 덧붙인다. 미안합니다. 아파도, 살아주십시오. 부디, 행복해지십시다.

우리는 그 사람들의 얼굴과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새삼 놀란다. 그 새삼스러움은 타인의 아픔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비겁의 자취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인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얼굴을 기어이 보아야 하고,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구태여 들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문학은 그 책임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감당해주기 위해 쓰인다.
ㅡ 전소영 (그림자의 무게, 해설 중에서)

칠십여 년의 시간을 지내면서도 긴장과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무장지대를 보노라면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는 말들이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발로 뛴 현장의 기사, 뛰어난 작가의 작품 한 편이 가져올 수도 있을 엄청난 변화에의 기대를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늘 여기 상재하는 공동 소설집 역시 글에 대한 믿음, 문학에 대한 기대의 소산입니다.
이 공동 소설집은 21세기 한반도 북쪽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속 좌절과 소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탈북과 이동, 정착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가난과 불안, 인권억압의 경험들이 글을 통해 되살아납니다. 표제인 ‘국경을 넘는 그림자’는 일제 식민통치를 벗어나려 먼 길을 떠나던 조선인을 그린 김동환의 장시 ‘국경의 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세기를 지나서까지 한민족의 애환이 연속되는 안타까운 이유를 우리는 얼마나 깊이, 또 절실히 물어 보았던가요?
- 박명규(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
아픔이 있는 곳에 작가는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공동 소설집을 펴냅니다.
이 책은 남북한 작가가 같은 자리에서 북한에서와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런 일은 시도되지 않았었습니다. 한국의 문학사를 위해서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에서나,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나, 우리는 북한이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작은 정치적 동기에 좌우되지 않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과 평화라는 넓은 견지에서, 또 인간적, 인류적 삶의 척도와 미래에 비추어, 이 문제는 사유되어야 합니다.
ㅡ아픔이 있는 곳에 함께, '기획의 말' 중에서

목차

핀란드역의 소녀 ┃ 윤후명 · 007
꽃망울 ┃ 윤양길 · 033
어디까지 왔나 ┃ 이청해 · 059
불륜의 향기 ┃ 이지명 · 103
나는, 미안합니다 ┃ 이평재 · 127
책 도둑 ┃ 도명학 · 157
천국의 난민 ┃ 이성아 · 181
진옥이 ┃ 설송아 · 221
유월의 신부 ┃ 정길연 · 251
소원 ┃ 김정애 · 281
삼수갑산 ┃ 방민호 · 309
아버지의 다이어리 ┃ 이은철 · 339
네 개의 이름 ┃ 신주희 · 361
해설 ┃ 전소영 · 387
펴내며 ┃ 박명규 · 400
기획의 말 · 402

저자소개

윤후명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6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저서로는 시집 《명궁》 《쇠물닭의 책》, 소설집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 《여우 사냥》 《가장 멀리 있는 나》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새의 말을 듣다》, 산문집 《꽃》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제62회 3·1문화상 예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 『문학나무』 편집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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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명, 이평재, 도명학, 이성아, 설송아, 정길연, 김정애, 방민호, 이은철, 신주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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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8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화성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 이화여대 국문과에 진학하였고, 잡지사 기자와 교사 생활을 거쳤다. 1990년 ‘KBS 방송문학상’에 중편 「강」이 당선되었다. 이듬해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하오」가 당선되고, 『세계의문학』에 단편 「빗소리」가 실리는 것을 계기로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단편집 『빗소리』 『숭어』 『플라타너스 꽃』 『악보 넘기는 남자』를 냈고, 『초록빛 아침』 『체리 블라썸』 『아비뇽의 여자들』 『오로라의 환상』(전 2권) 등의 장편소설을 냈다. 단 한 권 낸 『내 친구 상하』라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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