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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 생사 고비에서 배운 진실한 삶의 수업[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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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선명한 '생의 감각'을 치밀하게 그려낸 문학 논픽션! 더 깊은 감동과 섬세함을 담은 완성판!

[일 분 후의 삶]은 불시에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생으로 다시금 초대받은 열한 사람의 감동적인 생존 기록을 담은 실제 이야기다. 지난 2007년에 출판되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초판의 완성판이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가없이 구현된 역작이다.

작가는 완성판을 쓰는 내내 "내 가슴에는 배 한 척이 가라앉아 있었다. 앳되고 새파란 학생이 수백 명 타고 있던 배였다."라고 회상한다. 각박하고 비정한 우리들의 현재 삶을 버려서라도 의로움을 구하는 맹자의 '사생취의(捨生取義)' 정신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오늘날, 작가가 이 책에 담고자 한 뜨거운 휴머니즘의 정신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출판사 서평

MBC스페셜 '일 분 후의 삶' 원작
KBS '인간의 조건' 추천도서
대한출판협회·조선일보 '거실을 서재로' 선정도서

"삶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늘만큼 높은 설벽에서, 홀로 빠진 인도양에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서
'살아 있음'을 겪은 생존자들.
그 마음에 생겨난 생의 감각과 지혜, 용기의 이야기들!

이 정도로 철저하게 그려낸 논픽션은 경이에 가깝다. 아무리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해도 그렇다. 생사가 갈리는데도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인간미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전화 받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책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이걸 썼나 해서 다시 살핀 것은 책을 절반이나 읽은 뒤였다.
-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선명한 '생의 감각'이다. 직접 인터뷰한 열한 명의 생존자들은 공무원, 고속버스 운전기사, 신인 프로복서, 실습 항해사, 건설 기사, 등반가 등 평범한 풀잎, 소박한 들꽃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7천 미터 높이의 날카로운 설벽을 거슬러 오르는 과정에서, 망망대해에 홀로 빠지면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 갇히면서, 자신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걸 알게 되면서 난데없이 생의 극한에 닿게 된다. 그 극적인 경험의 순간 그들 내면에 울려 퍼진 간절한 소망은 단 하나였다. "일 분 후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이들 생존자의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와 감동의 이야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치열한 생의 감각과 아름다움,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할 것이다.

"일 분 후에도 나는 살고 싶다."고 바란 생존자들,
일 분 후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을 깨우는 실제 이야기들
"살아라. 그리고 남들도 살게 해라!(Live, and let live!)"


[일 분 후의 삶]은 생사가 오가는 위기에서도 뜨거운 휴머니즘을 발휘한 '비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조선에 불이 나자 하나 남은 구명튜브를 여대생 실습선원들에게 던져주고 숨져간 청년 항해사(심경철, '성에에 새긴 이름'), 화물선에서 새벽에 혼자 인도양으로 실족해버린 부하가 일곱 시간이나 살아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수색을 거듭한 '바보 선장'(김문기, '나를 방생해준 자연'), 해발 7천 미터 설산에서 탈진한 후배를 구하는데 전력을 쏟다가 사지에 동상을 입고, 죽음 직전까지 가버린 등반가(박태원, '내 마음의 발가락') 등 주인공들은 이 땅에 뜨거운 숨결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비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나아가 이 책은 살아나려고 온 힘을 쏟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살려내려고 온 힘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를 구하려다 얼음물에 빠져 심폐도 안구도 정지해버린 소년. 그 소년의 푸르뎅뎅한 신체를 주검으로 보지 않고 아직 부활할 수 있는 '내 아들의 동창'이라고 생각한 의사('순간마다 피는 꽃'), 산사태에 매몰된 사람들을 구하려고 비바람을 뚫고 가는 이웃들('라라야, 안녕'), 생전 처음 본 외국인의 언 발을 녹이려고 자기 겨드랑이를 선뜻 빌려주는 카자흐 여인('내 마음의 발가락')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서로의 안위를 지키며 생명의 불씨를 지피는 뜨거운 휴머니즘에 대해 "살아라, 그리고 남들도 살게 해라."(Live, and let live!) 정신이라고 말한다. 이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행복 10계명'에서 가장 우선으로 꼽았던 정신이기도 하다.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시선이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깊은 울림이 담김 메시지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문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완성판!
예술적 경지에 가까운 경이로운 취재의 기록


초판 탈고 당시 작가는 특별하고도 감동적인 사연들을 취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주제에 걸맞은 사례들을 수집했다. 갑판에서 인도양에 홀로 추락했다가 거북이의 조력으로 구사회생한 임강룡 씨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작가가 군에서 제대했던 1990년 2월 경이롭게 읽었던 지방 신문의 단신 기사에서 시작됐으며, 친구를 구하려고 얼음판 위를 달려갔다가 익사한 후 기억상실증과 함께 살아난 이경섭 씨의 이야기는 작가가 우연히 만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장 정기영 대령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작가는 '오직 기자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취재력을 동원해서 강원도 진부의 눈 쌓인 계곡에서 바람 찬 남해 칠천도의 바다 마을까지 전국 곳곳에 산재한 극적인 생존자들의 거주지를 파악하고, 직접 만나 '아주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단하고 힘든 여행을 했다.
생존자들이 생사가 엇갈리는 절박함 속에 느꼈던 세심한 감정들, 팽팽한 긴장감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그 위기의 순간에 해수면 위로 떠오른 안전화의 색깔, 서울 성수대교에서 한강으로 추락한 직후 10초 사이에 느낀 심경, 위험한 빙벽의 틈(크레바스)으로 내려가 하룻밤 잠잘 테라스를 파낼 때 낙빙이 추락하던 소리, 학교 조리실의 은회색 알루미늄문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디테일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하에 빠진 그의 세계는 까만 점 속의 까만 길이었다. 원근도 출구도 없는. 원래의 세계로 당도할 수 있을지, 언제 당도할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밖에 나가 새털구름을 한 번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멀리 구름의 미세한 비늘을 바라볼 때 안구의 근육이 자유롭게 풀리면서 눈 안에서부터 상쾌한 미감(美感)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다시 한 번 겪어봤으면 하고 그는 소망했다. 뭐라도 좋으니 색이 선명한 꽃봉오리를 한 번 보고 싶다. 그는 병뚜껑을 오프너로 소리 나게 따보고 싶었다. 그건 왜 그리 통쾌했을까? 목욕타월에 비누를 묻혀 등을 문질러보고 싶었다. 그 거칠면서도 시원한 느낌. 아내가 굽는 고등어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리고 여름날 개구리가 뛰어든 도랑 옆에서 풀 익는 냄새를 맡아보고 싶었다. 옥수수 잎사귀 위로 빗물이 줄줄 흐르는데 먹빛 하늘 속에서 번개가 하얗게 내려오고 천둥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흔해 빠지고 평범하기 짝이 없던 나의 세계. 그걸 구성하던 감각들을 한 번만 더 체험해보고 싶었다.
(/ '해바라기' 중에서)

나는 탈진을 했는데 1초라도 좋으니 발에 뭐가 닿는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자란 칠천도 뒷산의 해송 숲길에는 솔잎이 수북하다. 밟으면 고무신에도 탄력이 느껴지는데, 그 부드러운 촉감을 발바닥에 한 번만이라도 더 느껴봤으면 싶었다. 환장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
배가 부두에 접근해서 엔진 출력을 낮추면 퉁퉁거리던 기관음이 낮아진다. 뱃전을 조심스레 석축에 갖다 대면 수면에 잔 파도가 생기고 타이어들이 물결에 출렁인다. 배가 정밀하게 접안하는 동안 통통통통, 고요하게 줄어든 기관음은 점점 더 촘촘하게 울려 퍼지고. 마침내 덜컹 하고 배가 타이어와 맞닿았다가 조금 밀려날 때의 그 반가운 반동.
아, 이제 집에 다 왔구나. 배에서 널을 밟고 부두로 옮겨가 설 때의 그 단단한 돌 바닥 느낌. 거기를 딛고 싶다. 아, 그러면 얼마나 안심이 될 까. 발 밑에 뭔가 받쳐준다는 건 얼마나 큰 기쁨인가. 더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냥 여기 가만 있어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 그 부두를 한 번만 더 디뎌보면 좋을 텐데. 저 앞이 우리 집인데. 어머니, 저 왔어요. 저 왔단 말이에요. 아, 무슨 위세라도 부리는 것처럼 환하게 외치고 싶다. 어머니, 저 왔어요. 저 왔단 말이에요.
(/ '나를 방생해준 자연' 중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지치지 않는 집념은 이번 개정판을 예술적 경지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작가는 지난6년 동안 숱한 메모들을 쓰고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초판보다 훨씬 더 섬세한 묘사와 깊은 사유를 담기 위해서였다. 수십 년치의 신문을 검색하고, 기상학이나 항공기술에 관련한 전문 서적, 해양안전심판원의 해상 사고 조사 자료, 기상청의 일기 예보, 각종의 지도들, 등산 기록과 등산 동영상, 뇌 과학과 감각론 등에 대한 전문 서적들을 읽고 글에 녹여냈다. 거의 모든 문장을 새로 썼으며, 분량은 초판보다 원고지 400장만큼 더 늘어났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 분 후의 삶]은 훨씬 선명하고 정교해졌다. 또한 조선시대의 표류기인 [표해록]과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비롯해, 얼마 전 작고한 심리학자 올리버 색스의 저작과 보르헤스의 소설 등에서 인생을 사색하게 하는 화두들을 엮어서 새로운 논픽션으로 탄생시켰다. 그 화두들은 청춘, 사랑, 죽음, 결혼, 희생, 의지, 모험, 운명, 우연, 직업, 승부, 기억, 의리, 우정, 불운, 도전 등 다채롭고 보편적인 인생의 주제들이다.
기자 출신다운 철저하고 세심한 사실 확인과 빠른 호흡, 소설가다운 극적인 진행, 생존자의 육성을 담은 단순한 건조체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유려한 묘사의 배합, 쉬우면서도 사유적인 문장에서 독자들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극진한 '문학 논픽션'(Literary Nonfiction)'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부드럽고 깊었다. 그 깊이는 문학적으로 빛나서 책을 쉽게 덮지 못하게 하였다. 인생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다시 살피게 하였고 그리도 나약하여 헤매기 쉬운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힘찬 울림으로 가득했다. 더 잘 살고, 더 좋은 기운을 부르고, 끝없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책. 이 책을 읽는 지금 내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신현림 / 시인, 사진 작가

찬연하고 감동적인 기록이다. 저널리스트인 작가가 발굴해낸 삶과 생존의 신비가 프리즘처럼 빛난다.
- 최인호 / 소설가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미친 듯이, 한 번은 찬찬히.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깨어있는 의식이라는 것을, 비슷한 과거가 있는 나는 이 책에서 다시 확인했다.
- 이윤기 / 소설가, 신화학자

이 정도로 철저하게 그려낸 논픽션은 경이에 가깝다. 아무리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해도 그렇다. 생사가 갈리는데도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인간미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전화 받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책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이걸 썼나 해서 다시 살핀 것은 책을 절반이나 읽은 뒤였다.
-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목차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 생生은 매 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해바라기
성에에 새긴 이름
내 마음의 발가락
나의 오른손
"저기 캔버스가 있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늘로 난 길
라라야, 안녕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나를 방생해준 자연
순간마다 피는 꽃
감사의 말
작가 후기 : 어떻게 살 것인가

본문중에서

몇 초 후 그녀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서이말 등대 남동쪽 12킬로미터, 오전 9시 48분이었다. 몸이 휘청거린 순간, 조타실 내부의 모든 윤곽이 이중 삼중으로 흔들렸다. 시커먼 연기가 거세고 빠르게 조타실 앞창을 때리고 가렸다. 선교가 거대한 연기에 휩싸였다. 조타실 전원이 나갔고 캄캄한 방에 역하고 매캐한 연기가 들어찼다. 바닥이 급하게 기울어 그녀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손으로 붙잡을 곳을 찾았다. 몇 초 전 갑판을 찢고 폭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쇠를 찢고 날려버리는 폭음이었다. 바로 옆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아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성에에 새긴 이름' 중에서/ p.69)

인생의 열정 가운데는 불가해한 것들이 있다. 금지된 열애와 같은 것. 소년 시절의 꿈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그것이 있기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꿈은 생명을 지피는 불과 같다. 아무리 현명한 분별력도 소용 없다. 비현실적이고, 실용성이라곤 없는 맹목. 오로지 이 열정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어리석고 불가능하지만, 한 시기도 그런 게 없는 삶은 또 얼마나 비루하고 나른한가
('내 마음의 발가락' 중에서/ p.99)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해답의 열쇠는 자기가 쥐고 있다. 인생의 벽에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것들이 벽돌로 꽂혀 있다. 워낙 사적이고 미묘한 것들이어서 남들이 알아보고 설명해줄 수는 없다. 자신이 더듬고 두드리고 마침내 남에게 가르쳐줄 만큼 깨달았을 때 벽에 숨겨진 문을 찾아낸다.
('저기 캔버스가 있다' 중에서/ p.171)

우리는 누군가의 손이 되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의 소매 단추를 채워주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 잃어버린 연을 찾아주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작은 천수관음이 되고 싶다. 세상을 위해 천 개의 팔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오른손' 중에서/ p.155)

"마지막 공이 울리고 경기가 다 끝났을 때 다가가 서로 부둥켜안는 선수들을 바라봐. 바싹 다가온 상대의 눈에는 실핏줄이 빨갛게 드러나 있어. 퉁퉁 부어서 뜨이지 않는 실눈으로 무어라 간곡하게 말하며 마우스피스가 드러날 만큼 웃고 있어. 우리는 조금 전까지도 눈가를 때리고 보디블로를 날렸는데. 왜 그렇게 서로 감격스러워할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둘 다 이길 수 없어. 하나는 져야 해. 그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여기까지 와준 네가 고맙다. 너도 나도 경기하면서 같이 성장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는 거야."
('저기 캔버스가 있다' 중에서/ p.188)

그 순간에'아, 이제 내가 죽는구나.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움푸악, 움푸악 하고 물을 뱉어내면서도 먹기 시작했고요. 갑자기 어깨에서 힘이 죽 빠지고 체력이 바닥나서인지 정신이 몽롱해졌어요. 그리고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처럼 몸 위로 붕 떠오르는 거예요. 그게 영혼인지 내가 착각해서인진 몰라도 그랬던 기억만큼은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아, 죽을 때 이렇게 되는 거구나.
('집으로 가는 길' 중에서/ p.203)

황혼에 물든 하늘이 아름답듯이 지나놓고 보는 인생은 아름다워요. 제가 비행에 처음 성공하니 참모총장이 비행사 흉장인 파일럿 윙을 직접 달아주신다고 해서 찾아갔지요. 참모들이 모두 서 있었어요. 남자들은 제복 위 단추를 풀고 안감으로 나온 흉장 바늘의 캡을 끼워줘야 하는데 나이 든 참모총장은 그러려다 말고 낯이 어색해지더니 말했어요. "이 보게나, 자네가 어떻게 좀 해보게." 결국 저는 캡을 씌우지 못한 채로 신고를 했지요. 그렇게 받은 파일럿 윙을 가슴에 평생 동안 달고 다녔어요. 그걸 달기 전까지 저를 보면 고개 돌리고 침 뱉고 비웃던 분들까지 저는 마음으로 감사하고 또 사랑해요. 그분들이 있어서 제 인생이 풍성해졌고, 제가 더 강해졌어요. 저는 모자라고 뒤처졌지만 그분들을 넘어서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했거든요. 잊지 마세요. 인생은 힘들고 고달파요. 하지만 지나놓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아름다운 황혼에 물든다는 것을요.
('하늘로 가는 길' 중에서/ p.270)

우리가 따내는 열매는 우리가 심은 나무에서 열린 것이다. 하산하면서, 내게는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 무수하게 들여다본 낭가파르바트의 지도와 사진, 등반 보고서와 책들. 보고 나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것들이 기력 잃은 내 하산을 도운 것이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 모형의 낭가파르바트를 세우고. 목숨을 잃을 뻔한 판상 눈사태, 환각 속에 혼미해진 판단력, 그렇게 위기를 거듭하자 긴장한 무의식이 내 눈앞에 길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 너른 곳에서 안전해졌다고 생각하자 다시금 가라앉은 것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가 무의식 깊은 곳으로, 그때까지 나를 도와온 수호천사가 제 소임을 다하고 내 무의식의 하늘로 승천한 것 같았다. 그 익숙함은 분명히 수호천사가 만들어준 것이었다.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중에서/ p.333)

방금 보고 들은 과거가 기억되지 않을 경우 시각이 매우 민감해진다. 이미지의 형태와 선의 종류, 색깔의 대비에 예민해지고, 시각적으로 아주 소상하고 풍부한 체험을 갖는다. 청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소리가 굵었다가 가녀리게 사라지는 연속적인 과정, 가까운 소리와 먼 소리의 원근감이 뚜렷해진다. 1초 전의 과거도, 1초 후의 미래도 모두 사라져버리고 언제나 지금 와 닿는 현재 자체만 느낄 수 있는 대가다. 창문 앞의 꽃병을 고개만 한 번 돌렸다가 다시 보면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낀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도 그 꽃병은 여전히 낯설고 미지의 것이다. 하나하나의 순간이 첫 번째로 경험하는 것인 삶, 일체의 체험이 쌓이지 않고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는 삶. 감각은 고조될 대로 고조되고 피로가 빨리 찾아오지만, 일상의 식상함이나 상투성은 사라져버린다.
('순간마다 피는 꽃' 중에서/ p.38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
출생지 강원도 홍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작가. 오랫동안 일간지 기자로 일했으며 자기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 독립했다.
이라크 전쟁 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유엔 무기사찰단 본부가 있던 바그다드의 카날호텔을 일과처럼 드나들었는데, 귀국하고 나서 그 호텔이 테러로 완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강하게 느낀 생의 감각은 [일 분 후의 삶]을 쓰게 한 오랜 이유가 됐다.
이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국악인 공옥진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무명의 공옥진은 전란 중 처형대에 올랐다가 마지막 소원으로 노래를 부르자 총부리들이 내려지는 것을 본다. 진정한 아름다움 앞에 이념도 무력도 무릎을 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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