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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꽃잎보다 붉던 + 작가 이름,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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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름,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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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품의 분류

    책소개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심의 신작 패키지

    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의 신작 <당신-꽃잎보다 붉던>과 <작가 이름, 박범신>을 패키지로 엮었습니다.

    출판사 서평

    <당신-꽃잎보다 붉던>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 당신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동시 출간!

    노년의 주인공이 지난 삶을 회고하듯 씌어진 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작가의 문학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토끼와 잠수함] [흉기] [엔도르핀 프로젝트]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빈방] [쪼다 파티])과 함께 출간됨으로써, 작가의 지난 42년 작품세계를 회고하고 갈무리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작가의 초기 중단편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85편이 실린 ‘박범신 중단편전집’에는, 197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발표했던 콩트들의 핵심을 한 권으로 추려낸 [쪼다 파티]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일흔넷이 되던 날 새벽에 비로소 시작한 사랑, 그러나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만 사랑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2015년, 일흔여덟 살의 주인공 윤희옥이 이제 막 죽어 경직이 시작된 남편을 집 마당에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치 오랫동안 남편의 죽음을 준비해온 것처럼 부인 윤희옥의 뒤처리는 섬세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일을 마친 윤희옥은 경찰서를 찾아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신고를 한다. 그녀는 왜 사망 신고 아닌 실종 신고를 택했을까?

    한평생을 부인 윤희옥과 딸아이 주인혜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 주호백, 그는 2009년 두 차례 뇌출혈을 겪으면서 그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그의 정신이 구심력을 따라 먼 과거의 시간을 향해 나아갈 때, 파킨슨병과 당뇨와 고혈압은 그의 육체를 원심력의 힘으로, 삶의 끝으로 몰고 간 것이다. 주호백의 정신과 육체의 에너지 흐름이 이처럼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로서는 결코 밝히고 싶지 않았을 한평생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부인에게 또 딸아이에게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생급스럽기만 한 남편의 거친 모습에, 부인 윤희옥은 애써 감추고 또 잊고자 했던 지난 삶의 순간들을 복기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설은 2015년 시점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또 과거끼리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치매 이후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변한 남편을 새로 받아들이기 위해 윤희옥은 가장 먼저 1950년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간다. 6·25가 발발하기 몇 달 전, 열세 살 윤희옥과 열 살 코흘리개 주호백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 도무지 답답한 가슴이 뚫리질 않는다. 소녀를 보는 순간 무슨 얄망궂고 앰한 일이 분명 자신에게 벌어진 느낌이다. 이를테면, 별똥별이 정통으로 가슴속에 떨어졌거나, 이상한 벌레들이 머릿속으로 갑자기 이사 들어와 막 집을 짓고 있는 것 같다.
    (/ p.62)

    공감 능력이 유달리 뛰어나기도 했던 소년 주호백은 자신 가슴속에 ‘정통으로 떨어져내린’ 윤희옥에게 한순간 사로잡히고, 한평생 의심 없는 사랑으로 그녀 곁에 머문다. 둘이 성인이 되었을 때 김가인이라는 인물이 돌연 등장했다가(1959년), 둘에게는 쉬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채 또 홀연히 떠난다(1969년). “누구나 제 마음대로 조정이 안 되는 쪽배를 타고 흘렀던” 시절에 혁명을 꿈꾸었던 김가인에게 윤희옥은 온 마음을 빼앗기지만, 그 시절은 김가인이라는 사람을 송두리째 그녀에게서 빼앗아가고 만다. 1964년, 김가인은 희옥의 뱃속에 아이를 남기곤, 소식은 물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감옥으로 붙잡혀 들어간다. 처녀가 애를 배는 걸 상상할 수 없던 시절, 오갈 곳 없이 무작정 새벽 도망을 친 윤희옥을 흔연히 받아들여 구원한 건 십수 년 전의 코흘리개 주호백이다.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하는 주호백의 삶과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2009년, 노년의 주호백이 치매에 걸리면서 한결같았던 그의 삶에 균열이 생겨나고, 그가 억눌러왔던 내면이 그 틈으로 하나둘 비집고 나오더니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1968년 수두에 걸린 딸아이를 주호백과 함께 내팽개치고 두 달여 김가인과 지내고 돌아온 윤희옥에게 ““인혜야, 엄마 왔네. 저어기, 저기 엄마!” 원만한 표정으로 말하고 나서, “들어와요. 그러고 서 있으니까 애가 울잖아요” 덧붙이던 그”가 2013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 한번은 그가 나의 뺨을 후려친 적이 있었다.

    (……) 누군가의 광포한 힘에 상반신이 들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내 뺨으로 날아들었다. 살똥스러운 손짓이었다. “나쁜 년!” 그가 말했고, 이어 그의 다른 손이 반대쪽 뺨으로 날아왔다. 얼마나 거칠었는지 내 몸이 침대 밑으로 나가떨어졌을 정도였다. “네년이 그러고도 에미야? 수두에 걸려 죽을 둥 살 둥 하는 어린것을 팽개치고 사내놈을 만나러 집을 나가?” 그의 눈에서 사뭇 불길이 솟아나왔다. 잘못하면 나를 죽이려고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았다. “나가!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기어들어와! 인혜는 이제 네 딸이 아니야. 내 딸이야. 그러니 당장 다시 나가란 말이야! 나 혼자 키울 수 있어!” 그가 소리쳤다.
    (/ p.201)

    치매와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남편을 간병하면서 윤희옥은 그가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의 단계를 차례로 거친 후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돕는다. 말년의 주호백은 잠깐 제정신이 들 때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 미욱한 방식으로나마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희옥은 그가 생전에 특별히 사랑했지만 지독한 알레르기 때문에 결코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청매꽃을 구해, 주호백의 염원대로 그를 ‘안락사’시킨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고 여긴 희옥은 집 마당에 새로 매화나무를 심으려고 파놓은 구덩이에 남편을 몰래 묻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윤희옥은 그러나 제 손으로 남편을 묻었다는 사실을 이내 곧 잊고는, 돌아올 리 없는 남편을 남은 생애 매순간 기다리며 지낸다. 윤희옥의 몸속에서도 치매가 이미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 밤새들이 꾹꾹 꾸르륵 하면서 가을 숲으로 날아갔다. “근데 얘, 네 아빠가 지금까지 돌아오질 않는구나.” 어머니가 잠시 후 덧붙여 말했다. “이 양반 들어오기만 해봐, 내 가만두나!” 나는 후훗, 하고 웃었다. “왜 곤장이라도 치게?” 매화나무 붉은 잎이 어머니의 어깨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내가 뭐, 주호백에게 곤장이라고 못 칠 것 같니?”
    (/ p.386)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 봄, 이 여름,
    이 가을이 아니면 못 볼 꽃을 그냥 지나쳐왔을까”

    아빠의 실종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들어온 딸 주인혜와 함께 윤희옥은 제 손으로 땅에 묻은 주호백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에게는 주호백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그의 넋을 달래는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윤희옥은 딸 주인혜에게 그녀를 낳아준 아비 김가인, 그녀를 키워준 아비 주호백에 대한 속 이야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한다. 그 여정에서 딸아이 주인혜는 실종된 아빠를 되찾는 데 실패하지만, 윤희옥은 남편의 본모습을 되찾아 회복시키는 나름의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여행을 마친 후 윤희옥은 얼마 전 주호백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정신이 그와의 기억을 좇아 먼 과거를 향해 나아갈 때 육체는 죽음을 향해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며, 먼저 간 남편을 뒤따른다.

    대학시절 무용을 전공한 윤희옥은 갑갑한 토슈즈를 신어야 하는 발레 대신 신발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춤추는 현대무용에 매료된다. 1960년대 한국에서의 현대무용은 역사가 깊은 전통 발레에 비해 지위와 진로가 상당히 불안정한 편이었다. 현대무용과 발레는 윤희옥에게 이상과 현실이라는 대립쌍이었을 텐데, 결국 그녀는 현실을 택하고 A발레단에 입단한다. 김가인과 주호백이라는 두 남자 또한 그녀에게 이상과 현실 같은 존재이다. 현대무용 아닌 발레를 선택했듯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현실이 주호백이었지만, 그녀는 그 현실을 평생 밀치며 살아왔다. 주호백이 치매에 걸려 윤희옥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 현실을 또 자신의 삶을 단 한 번도 긍정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지 모른다. 치매에 걸린 말년의 주호백은 인내와 헌신으로 시종했던 이전의 삶을 전면 부정했지만, 윤희옥은 그 모습에서 “관계의 윤리성에서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건 공평함”이라는 걸 깨달았고,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우쳤다. 치매라는 고통스러운 질병이 이상과 현실이라는 윤희옥의 이항 대립을 무너뜨리고, 그녀로 하여금 평생 밀쳐오기만 했던 현실을 껴안도록 해준 것이다. 박범신의 신작 장편 [당신―꽃잎보다 붉던]은 우리에게 치매가 선물이라는 역설을, 슬프도록 아름답게 전한다.

    소설의 주인공 윤희옥과 주호백처럼 1950년 6.25전쟁, 1960년 4.19혁명, 1972년 유신헌법 공포,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등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인내와 헌신으로서의 한평생 사랑은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작가 자신처럼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세대에게 작가는 그래서 일생一生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들려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또 젊은 세대에게 이 소설은 앞선 세대의 삶과 사랑을 만나고, 그 이해와 공감의 폭을 확장하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헌사’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삶이란 죽어가는 긴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설 속 주호백은 윤희옥에게 마지막 선물처럼 가르쳐주고 떠난다. 지난 삶에서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추하고 고통스럽고 때론 부끄럽기까지 한 풍경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일에는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박범신 작가가 사랑 끝엔 당연히 사랑이 있지, 라는 말에서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면, 독자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고 또 앞날을 기획하는 한 방법을, 자서전적인 삶을 쓰는 ‘작은 뼈’ 하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름, 박범신>

    "내 나이는 일흔이 되었지만,
    작가 생활 42년은 한 번의 열렬한 연애처럼 흘러갔어.
    돌아보니 문학은 내 영혼의 방부제였던 것 같아."


    등단작 [여름의 잔해]에서부터 첫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을 내건 소위 문제 작가 시기에 그는 "사회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그것에 대항하거나 대항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밑바닥 인간 군상을 핍진하게 그려낸 문제적 단편들"을 주로 써낸다.
    그러다 작가적 행보가 달라진 것은 [죽음보다 깊은 잠]과 [풀잎처럼 눕다] 등 대중의 큰 호응을 얻어낸 작품들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르면서부터다. 이후 [물의 나라]와 [불의 나라]를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게 되나 작가는 지속적인 내적 분열에 시달려야 했다. 인기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는 되었지만 "특히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끝내 그곳에 가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왔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소설을 돌연 중단하고 절필을 선언하게 된다. 1993년부터 3년에 걸친 절필의 시기 동안 그는 긴 침묵 가운데 삶과 문학의 성찰 속에 새로운 시기를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1996년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재개한다. 그리고 자기 문학의 기원으로 돌아가 문학 안팎으로 파여 있던 제 자리를 확인한 소설 [더러운 책상]을 발표한다.
    그리고 2007년부터 작가는 제 스스로 갈망기라 부르는 새 시기를 맞이한다. [촐라체]에 이어 [고산자]와 [은교]까지 ‘갈망 3부작’이라 칭할 수 있는 소설들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이후 소설과 에세이 등 거의 해마다 새 책을 여럿 출간하는 저력을 과시해오고 있다.

    이 책의 1부는 이러한 작가 연보를 근거로 선생의 고민과 발자취,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작은 모험을 시도했다. 연보 해제라는 작은 제목 아래 강연문, 인터뷰, 좌담, 비평문, 작가 스케치, 추천사 기사문 등등을 시기별로 요약하여 모자이크처럼 잘라서 배치해본 까닭이다. 하나의 글로 한 물줄기를 이룬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글에서 여러 물줄기를 맛보게 한 터라 독자들 저마다의 갈증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할 거라고 본다.
    2부는 작품론에 해당하는 비교적 긴 글을 모았다. 소설 발표 시기를 기점으로 반드시 다시금 읽어봐야 할 작품론을 김병덕, 김은하, 남진우, 강상희, 김미현, 이렇게 다섯 저자의 글로 채웠다.

    3부는 박범신의 70년 인생사를 엿볼 수 있는 작가 앨범으로 꾸렸다. 그가 간직한 수백 장의 사진 가운데 골라본 이 사진들은 그의 삶을 ‘읽기’가 아닌 ‘보기’로 유추할 수 있다는 데서 그 특이점을 다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그의 인생 이력서라 이해하면 편할 페이지들이다 하겠다.
    4부는 작가 초상으로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지인들의 에세이를 담았다. 후배 작가 이순원, 제자이자 후배 소설가인 한지혜, 이기호, 백가흠의 글이 박범신이라는 소설가, 박범신이라는 인간을 다채롭게 증언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정 깊고 눈물 많고 품새 넓은 그라지만 소설을 두고서는 얼마나 집요하고 정확하고 치밀한 사람인가를 이 챕터의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5부는 이번 책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좌담을 그대로 풀어놓은 마당이다. "작가로서 선생의 삶이 어떤 굴곡과 영광의 교차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또한 얼마나 진지한 자기 성찰의 도정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평창동 작가의 자택 2층에서 이루어진 좌담에는 세계일보 조용호 기자,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소설가 정유정, 문화평론가 박상미가 참여했고 사회 및 정리는 엮은이 박상수가 대신하였다.
    "아비로, 선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 그러나 그 어떤 이름보다 선명하고 당당하게 불리워져야 할 이름" 작가 박범신. 소설가 박범신. 눈물과 웃음으로 뒤범벅된 생짜로 된 그의 말말들에 귀기울여본다면 박범신이라는 한 작가를 마스터하기 위한 단 한 권의 책으로 이 한 권이면 족하지 않을까 한다.

    목차

    <당신>

    2015
    2009 - 2015
    1950
    2010 - 2015
    1950
    1959
    2012 - 2015
    1962
    1964
    2013 - 2015
    1965
    2014 - 2015
    1970 - 2015
    1970 - 2013
    1981 - 2015
    1993 - 1995 - 2014
    2014 - 2015
    2015

    에필로그

    <작가 이름, 박범신>

    책을 엮으며
    1부 문학적 연대기(박상수)
    01 문제 작가 시기(1973~1978)
    02 인기 작가 시기(1979~1992)
    03 절필 시기와 작품 활동 재개기(1993~2006)
    04 갈망기(2007~현재)

    2부 작품론
    환멸의 세계와 탐미적 서사(김병덕)
    데카당스한 주체와 욕망의 최소주의(김은하)
    성찰적 자아와 회귀의 서사(남진우)
    문제적 예인의 반수업시대(강상희)
    문학 그 높고도 깊은(김미현)

    3부 작가 앨범

    4부 작가 초상
    그의 기차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이순원)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한지혜)
    그의 눈물에 대하여 먼저 말해야겠다(이기호)
    그저 우리는 소설로 맞짱뜨는 사이야(백가흠)

    5부 좌담
    평생 사랑과 눈물 사이에서 살고 쓰다
    (조용호·최재봉·정유정·박상미·박상수)

    본문중에서

    헌사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당연히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 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 2015년 10월 내 생일 저녁에
    (/ 본문중에서)

    치매는 그렇대요. 가까운 시간은 멀고 먼 시간은 가깝다는 거야.
    (/ p.40)

    도무지 답답한 가슴이 뚫리질 않는다. 소녀를 보는 순간 무슨 얄망궂고 앰한 일이 분명 자신에게 벌어진 느낌이다. 이를테면, 별똥별이 정통으로 가슴속에 떨어졌거나, 이상한 벌레들이 머릿속으로 갑자기 이사 들어와 막 집을 짓고 있는 것 같다.
    (/ p.62)

    그는 평생 동안 나에게 당신의 본심을 감추면서 살아왔다. 울어야 할 때 그는 웃었고, 화가 날 때 그는 침묵했으며, 욕망이 생길 때 그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다.
    (/ p.130)

    그를 품고 선 매화나무가 가끔 흔들렸다. 괜찮아. 아빠는 네 곁에 있어.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날이 저무는 중이었다. 나는 손바닥 두 개를 가만히 내 가슴에 얹었다. 인혜와 내가 공통으로 가진 회한이 있다면 사랑이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자기희생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는 그 점일 터였다.
    (/ p.193)

    바보는 지혜롭게 살고 악인은 도덕에 대해 말하기를 즐긴다는 경구는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주호백은 바보같이 사는 길을 선택했으나 죄 없는 사랑의 인생으로 시종했다.
    (/ p.211)

    지난 몇 년, 나는 분노와 갈망 사이에서 살았단다. 뇌를 쪼그라뜨리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에 대한, 치매라고 이름 붙여진 비인간적인 병인病因에 대한 분노와 그것에 맞서서 그를 구하고 싶은 끝없는 갈망 사이.
    (/ p.248)

    그런데 얘, 허깨비로 살아온 내게, 그것도 일흔이 넘어서, 새로운 기회가 도래한 거야. 경이로운 삶의 실체, 어떤 심지, 뭐 그런 거. 딱 맞는 말은 떠오르지 않지만 어떤, 그래, 삶의 어떤, 이를테면 여실한 뼈 같은 것, 그런 걸 네 아빠인 주호백, 그의 치매 때문에 만났다면 이해할 수 있겠니. 일흔이 넘어서야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된 거라고 여겨. 늦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 축복이 너무나 컸거든. 뭐랄까, 여실한 뼈 같은, 그런 사랑이거든. 치매가 아니었다면, 그가 평생 감추고 억눌러왔던 자신의 본능을 차례차례 내게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다면, 죽기 전 절대로 도달하지 못했을 각성에 도달했다고 나는 느껴. 내 자신도 몰랐던, 원래 내 안에 쟁여져 있던 사랑이 나날이 솟구쳐 오는 그것. 오해하지 마. 연민이 아니야. 경이로운 각성이라고 나는 생각해. 비극이면서 곧 축복인.
    (/ p.249)

    그는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하나의 인격은 자애와 헌신과 인내로 시종한 관용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의 인격은 상처와 분노와 슬픔 등 보편적 희노애락을 날것으로 갖고 있는 얼굴이다. 거의 평생 나와 인혜에게 그는 첫번째 인격으로 대응했으며, 이 방에 들어와 혼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두번째 인격의 실체와 맞닥뜨리거나 그것의 해방을 경험했을 터이다. 때로 혼자 울고, 때로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치고, 또 때로 그 모든 감정을 가지런히 하려는 고통스러운 내적 투쟁과 정면으로 마주쳤겠지. 치매가 깊어진 다음 그가 보여준 그 본능적 반응들. 이 방에 간직된 것들은 그러므로 그가 환자가 되기 전 한사코 감춰온 그의 이면에 대한 생생한 증거들이다. 한 지붕 아래에서도 그는 두 개의 인격으로 살았을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 그로 인한 내적 분열을 거듭해왔다는 뜻이다.
    (/ p.259)

    당신 가슴속을 좀 들여다보구려. 평생에 걸쳐, 거기, 당신 가슴속에 내가 집 하나를 지었소. 고대광실로다가. 죽은 다음에도 들어가 살 집. 당신 가슴속인데 당신 허락을 받지

    소설의 근본적인 억압은 바로 그 존재 양태 속에 있다. 억압이 일상과 역사를 분리시킬 때, 거기에 다리를 놓는 소설은 바로 그 간극의 내용과 형식을 닮을 수밖에 없다. 일상을 보편적 의미로 추스르는 길이 명백하다면 소설과 그 독자는 행복하겠지만,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 그 길이 멀고 불분명할 때, 소설은 일상과 함께 파묻혀 있거나 아니면 우리의 삶과는 무관한 또다른 이름이 되어 일상을 억압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주변의식 속에 머물러 있었던 사회, 너무나 오랫동안 삶을 유예하고 있었던 사회, 그 사회야말로 소설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면서, 소설에 가장 많은 짐을 안겨줄 터인데, 그 사회가 우리의 사회다. 박범신은 그 짐을 가장 힘겹게 짊어졌던 우리 사회의 작가이다.
    ( '황현산, [역사적 삶과 도식적 삶-박범신의 중단편세계와 [틀]_[틀] 해설](세계사,1993,195쪽)' 중에서 / p.33)

    소설가로 산 거, 행복하고 불행했어.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만, 소설가의 삶이란 냉온탕을 수시로 왕래하는 삶이잖아? 끝없는 추락과 상승이 반복되고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해. 매일 죽고 매일 살아. 그러니 나날이 얼마나 생생하겠어? 작가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이처럼 예민하게 세상에 반응하면서 살 수 있었을까. 지금 나에게 소설은 그런 거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내 소설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 나에게 소설은 사랑이지. 나도 사랑 때문에 쓴 것이고.
    - 박범신

    선생은 잔혹하고 거대한 세계에 맞서 오직 소설 하나만을 의지한 채 살아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에 오직 낡고 허름한, 그러나 언제까지나 도도하게 빛날 소설이라는 이름의 죽창 하나만을 들고 말이다. 그는 살기 위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소설을 썼다. 그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겠는가. 또한 얼마나 일방적인 패배의 과정이었겠는가. 그의 내면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 상처란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그는 살아남아 여전히 소설을 쓰고 있다. 그렇게 피워올린 불꽃을 보고 이 땅의 수많은 독자들이 울고 웃고 감동받고 위로받고 사랑을 꿈꾸며 살았다. 그러면 됐다. 그것으로 됐다. 아비로, 선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 그러나 그 어떤 이름보다 선명하고 당당하게 불리워져야 할 이름이 여기 있다. 작가 이름 박범신. 소설가 박범신. 이 불꽃은 아직 더 황홀하게 타올라야 한다.
    - 박상수 / 시인·문학평론가 않고 몰래 지어서 미안해요. 미웠던 적은 있었지만, 당신과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소. 그런 점에서 나는 성공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참, 아무것도 후회하진 말아요. 후회하면 당신 가슴속에 지은 내 집이 무거워질 거요. 아이고, 그 집이 무거워지면 당신, 무슨 수로 걷고 춤출 수 있겠소. 당신은 춤출 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 pp.266~26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6.08.24~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80종
    판매수 63,153권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비즈니스] [외등]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소소한 풍경] [주름] 등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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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수 [편저]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동서문학]에 시가, 2004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평론집으로 [귀족 예절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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