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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메아리

원제 : Das Echo der Schuld
인터파크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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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천4백만 부 판매! 독일의 국민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명품스릴러!

[죄의 메아리]는 독일의 국민 작가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밀리언셀러북이자 명품 스릴러소설이다. 이 책은 잉글랜드 동부 노퍽 주의 킹스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런던, 캠브리지, 스코틀랜드 북단에 있는 스카이 섬도 간간이 등장하지만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말하자면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가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며 화려하고 스피디한 전개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트라우마, 죄의식, 욕망, 집착, 불안, 용서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을 끄집어내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과거와의 진정한 화해 없이 우리의 삶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독일 내에서만 2천4백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샤를로테 링크의 [죄의 메아리]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은 소설이다.
작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선 샤를로테 링크는 심리스릴러, 사회소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써왔지만 특히 심리스릴러 분야에서 뛰어난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인간의 이면에 감추어진 허위와 모순을 끄집어내고,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동요와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등장인물들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게 특징이다. [죄의 메아리]에서도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고뇌와 상실감, 고독과 절망, 양심과 죄의식 등 심리적 요소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심리 변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갈등, 표면적 사실과 실체적 진실에 대한 탐구 등을 통해 자칫 스토리 전개 위주로 흐를 수 있는 소설의 내용을 보다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기도 한다.
샤를로테 링크는 [죄의 메아리]에서 인물들 사이에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팽팽하고 긴장감 있게 대비시켜 소설에 대한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마지막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죄의 메아리]는 두 가지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가지는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다른 한 가지는 연이어 발생하는 여자아이 실종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지리적 배경은 영국 노퍽 주의 킹스린이다. 결국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위기는 어린아이 실종사건과 맞물리며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

멀리 도망치려 할수록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울려오는 죄의 메아리!

우리는 주변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매일 함께 식사하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죄의 메아리]에 등장하는 쿠엔틴 부부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건 틀림없지만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배우자의 내면 깊이 자리한 상실감, 좌절, 고뇌, 고독, 슬픔 따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 과연 바람직한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쿠엔틴 부부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순탄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우자의 고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각자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고, 다른 이상과 욕망을 추구하고 있으며, 배우자에게 각기 다른 기대감을 품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우수를 거두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
은행가인 프레데릭은 재력도 풍부할 뿐더러 매우 지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는 버지니아를 열차에서 처음 만나던 날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짙은 우수를 발견한다. 프레데릭은 9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해오는 동안 버지니아의 얼굴에 드리워진 우수를 거두어내기 위해 애쓰지만 끝내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다.
나탄과 리비아 부부 역시 동상이몽에 빠져 산다는 점에서는 쿠엔틴 부부와 다름없다. 그들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배우자를 바라본다. 그들은 배우자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믿지만 결국 지극히 피상적인 이해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을 뿐이다.
프레데릭은 버지니아를 사랑하고 있으며 죽는 날까지 부부로 살길 원하지만 그녀의 내면 깊이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버지니아는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생의 의미와 화기를 찾아야 할 젊은 나이에 아름드리나무로 둘러쳐진 킹스린 저택에서 외로운 칩거생활을 고집한다. 그녀 자신도 우울한 일상에 매몰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 공황장애를 느끼기에 어쩔 수 없다.

지난날 버지니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버지니아가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얼굴 가득 우수를 드리우고 살아가게 만든 치명적 사건은 무엇인가?
독자들은 시종 그 부분을 궁금하게 여기며 이 소설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여자아이 납치살해사건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킹스린 인근 헌스탠턴 해변에서 한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서 철을 맞아 엄마와 헌스탠턴 해변을 찾았던 아이는 성폭행 후 교살된 시신으로 발견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아이가 또다시 실종되었고, 그 아이 역시 시신으로 발견된다. 두 사건은 어느 모로 보나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인다. 범인은 일단 귀가 솔깃해지는 말로 아이를 유인한 뒤 몰래 차에 태우고 유유히 사라진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뇌와 슬픔이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어두운 비밀을 가슴에 묻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버지니아, 아내의 일탈 행위로 인해 끔찍한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갈등을 봉합하려 애쓰는 프레데릭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이 이끌어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어린아이 납치살해사건과 맞물리며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죄의 메아리]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 몰입해 들어가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 고뇌와 상실감, 고독과 좌절 등에 저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그런 한편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어둡고 위협적인 욕망, 허위의식, 이기적인 속성, 섬세한 감정 변화 등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샤를로테 링크는 이 소설에서 과거는 흘러간 시간에 고정된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버지니아의 삶을 통해 역설한다. 과거와 진정한 화해를 이루지 못하는 한 인간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샤를로테 링크는 독일 작가이지만 영국을 지리적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써왔으며 이 소설 또한 영국의 노퍽 주에 위치한 킹스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로운 이 소설은 작가가 얼마나 뛰어난 이야기꾼인지 실감하게 한다. 실제로 작가의 소설 중 상당수가 독일에서 TV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이제 독일을 넘어 세계 전역에서 출간되고 있다.

얼굴 가득 우수를 드리우고 사는 여인, 그녀의 치명적인 아픔을 만난다!
-줄거리 요약


버지니아 쿠엔틴은 헤브리디스 제도의 스카이 섬 별장에서 남편 프레데릭, 딸 킴과 함께 막바지에 다다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그녀는 섬의 신선한 공기와 찬바람을 맞으며 조깅을 끝내고 돌아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습관처럼 되어 있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그녀는 BBC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박충돌 사고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대형 화물선과 소형 요트가 헤브리디스 제도 인근에서 충돌했다는 뉴스였다. 충돌 당시 요트는 산산조각이 나며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고, 배를 타고 있던 독일인 부부는 구명보트에 올라 12시간이나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부들에게 가까스로 구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버지니아는 요트에 타고 있던 조난자들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어제까지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리비아 모어 부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모어 부부는 세계 일주를 하던 중 스카이 섬 포트리 항에 일주일간 정박하게 되었고, 리비아 모어는 부족한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것이다. 리비아 모어는 전날 남편 나탄 모어와 함께 다시 세계 일주의 장도에 올랐다
버지니아의 예상대로 조난자들은 모어 부부였다. 그들은 요트를 박살낸 화물선의 정체를 알지 못해 보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버지니아는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독일인 부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에 당분간 그들을 별장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차피 버지니아의 가족은 다음 날 노퍽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야 할 입장이기도 하다. 버지니아의 남편 프레데릭은 그녀가 모어 부부에게 별장을 빌려주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거부감을 드러낸다.

모어 부부는 그날 밤 별장으로 들이닥치고, 프레데릭은 잘 생긴 얼굴에 남성적인 매력을 갖춘 나탄 모어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느낀다. 버지니아는 첫눈에 지적이면서도 단단한 체구를 가진 나탄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다음 날이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기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입장이다.
버지니아 부부와 리비아 부부의 만남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얼마 후 나탄 모어가 킹스린에 있는 버지니아의 집에 찾아오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급반전된다. 마침 프레데릭은 은행 일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런던에서 체류하고 있다.
대저택에서 재회하게 된 버지니아와 나탄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버지니아는 은행가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겉으로 보자면 행복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여성으로 보이지만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하게 둘러쳐져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대저택에서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칩거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지난날의 암울한 상처가 그녀의 얼굴에 짙은 우수를 드리우게 만든 원인이다.

지난날 버지니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탄 모어는 그녀를 어두운 과거로부터 구해낼 구세주인가? 아니면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사기꾼인가?
킹스린 인근에서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어린아이 납치사건과 맞물려 전개되는 버지니아 부부와 리비아 부부의 아슬아슬한 사랑과 갈등 이야기가 잠시도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추천사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이자 매혹적인 범죄소설! 한 마디로, 소름 돋는다!
- Freundin

[죄의 메아리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내려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들고, 전철역을 놓치게 만들고, 손톱을 물어뜯게 만든다.
- Wochenblatt

샤를로테 링크의 심리스릴러 소설은 언제나 전율이 흐르게 하고, 예기치 않은 반전을 통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 Main-Echo

샤를로테 링크는 어찌나 입담이 좋고, 영국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는지, 동료 영국작가 미네트 월터스가 시샘할 정도다.
- SWR

이 소설에서는 어두운 비밀들이 넘쳐난다. 독자들은 그 비밀의 정체에 대해 알기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 Fur Sie

독일 작가가 쓴 최고의 스릴러!
- Main Post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옮긴이의말

본문중에서

나탄은 의지와 무관하게 깜박 잠이 들었듯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잠을 깨운 소리가 펄럭거리는 소리를 내는 닻이었는지 범각삭(帆脚索, 닻을 풍향에 맞게 조정하는 밧줄 : 옮긴이)이 어딘가에 부딪쳐 나는 소리였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두 가지 다 아닐 수도 있었다. 아무튼 그는 아주 독특하고 커다란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마치 큰 망치로 강철판을 탕탕 두드려대는 소리 같았다.
나탄은 고개를 번쩍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댄델리온호의 닻이 대서양 바닷물을 따라 일렁이는 게 보였다. 어느새 바람은 고요히 잦아들어 있었다.
망치로 강철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데 어디서 나는 소리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다시 불빛이 보였다.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그 위쪽의 하얀색이었다. 그 불빛은 겨우 0.5해리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고, 곧장 댄델리온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탄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빌어먹을! 요트를 발견하지 못했나?
나탄은 자동운항장치를 끄고, 즉시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댄델리온호를 최소 100미터 정도 왼쪽으로 이동시키지 않을 경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 p.35)

버지니아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주 우수에 잠기곤 했다. 프레데릭은 결혼 이후 9년을 함께 살았지만 여전히 버지니아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우울의 원인이 뭔지 알아내지 못했다. 버지니아가 자주 우수에 잠기는 원인을 알아내려면 지속적으로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파악하는 데 서툴렀고,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 사실 그는 어쩌면 아내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우울의 원인을 캐내려다가 조우하게 될 진실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 p.55)

"이 사진에 나온 아가씨가 부인 맞죠? 사진을 찍은 날로부터 지금까지 약 15년쯤 시간이 흘렀겠군요. 잘은 모르지만 사진을 찍을 때쯤 부인의 나이는 대략 이십대 초반이었겠네요."
나탄이 그녀에게 사진을 내밀었다. 사진 속의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집시치마 차림에 소매와 바지 밑단에 수술이 달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허리까지 자란 머리카락이 가슴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로마의 스페인광장 계단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로 백여 명의 관광객들이 보였고, 눈빛에는 흥분과 설렘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때 난 스물세 살이었어요."
"한여름의 로마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죠?"
"아마 봄이었을 거예요."
버지니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시절의 로마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제발 나탄이 사라져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버지니아가 의자를 뒤로 빼며 일어섰다.
"이제 그만 돌아가 줄래요?"
나탄이 식탁 위로 상체를 숙이더니 그녀의 두 손에 들린 사진을 부드럽게 낚아챘다.
"어젯밤부터 한 가지 질문이 계속 제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생기발랄한 아가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이 아름다운 여자가 삶의 활기를 잃은 이유는 뭘까요?"
(/ pp.102~103)

버지니아는 엄마가 늘 강조했던 것과 달리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니콜라스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의 몸은 언제나 뜨겁게 반응했다. 그와 섹스를 하는 동안 눈앞에 천국이 펼쳐졌다. 그녀는 흐릿한 조명이 비치는 디스코텍 플로어에서 그와 뜨거운 눈빛을 교환했고, 함께 부둥켜안고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었다. 몸을 한껏 밀착하고 런던시내를 배회하다가 여러 번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욕망은 화수분 같아 만족을 몰랐다.
버지니아는 일 년 반 동안 니콜라스와 함께 어울렸다. 버지니아가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이 들통 나는 바람에 잠시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그는 금발의 소녀에게 푹 빠져 있었고, 결별을 원하지 않았다.
(/ p.127)

버지니아는 결혼해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도 언제나 생각에 잠긴 모습, 세상일에 초연한 태도, 늘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프레데릭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를 소심한 남자라 여기지 않겠지만 여자를 대하는 문제에 관한 한 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그는 지나치게 말 많은 여자, 지나치게 활달한 여자, 지나치게 애교가 많은 여자, 지나치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여자를 보면 늘 주눅이 들어 스스로 한 발 뒤로 물러서곤 했다. 버지니아를 본 순간 그는 평생 기다려온 영혼의 반쪽을 찾은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외모, 지적이고 교양 있는 태도, 얼굴 가득 드리우고 있는 우수어린 표정이 그의 보호본능을 일깨웠다.
(/ p.206)

육지를 떠나 나탄과 함께 스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순간 프레데릭과 연결된 끈은 완전히 끊어지게 되는 셈이었다. 설령 프레데릭이 지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 당장 돌아오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좀 더 기다려 봐요."
"알았어요."
버지니아는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나탄은 그녀가 왜 그래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고, 그 즉시 뒤로 물러섰다.
버지니아는 먼 길을 달려오는 동안 마이클과 토미에 대해 지겹도록 이야기했지만 나탄은 단 한 번도 중간에서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다. 그가 가끔 질문을 하거나 반박하는 태도를 취한 건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황량하고 적막한 길을 지나오면서 지난 시절의 서글픈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 p.266)

"당신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달콤한 것들보다는 거칠고 차갑고 도전적인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사랑하는 거죠. 당신은 지금껏 그런 삶을 살지 못했기에 더욱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당신은 오래된 저택 안, 키 크고 우람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 그 집에 유리된 채 살아왔어요. 당신은 태양과 바람,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되다시피 살아오는 동안 저절로 원초적인 생명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 거예요."
버지니아의 눈에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제발 지금은 울지 마! 도대체 나탄의 어떤 말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은 걸까?
"지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따뜻한 커피 한 잔이에요."
나탄이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이 지금 진정으로 원하는 게 커피 한 잔 말고 또 뭐가 있죠?"
버지니아는 몹시 당혹해하며 나탄의 눈길을 피했다. 방금 전, 그녀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의 세계로 진입했다.
(/ pp.284~285)

프레데릭은 무려 9년이나 함께 산 여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허탈해졌다. 그는 허탈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마침내 흠씬 취해 침대로 들어갔다. 리비아가 동화책을 읽어주며 킴을 재웠기 때문에 맘 편히 누워 잘 수 있었다.
지금은 아침 8시였고, 프레데릭은 스카이 섬의 별장에 전화를 해보기로 작심했다.
버지니아가 별장 전화를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다만 치밀하게 따지지 않고 무심코 수화기를 집어 들기만 기대했다. 집안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리비아와 킴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프레데릭은 거실로 내려가 문을 닫았다. 그는 창밖에 내리는 비에 시선을 고정하고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치 11월처럼 으슬으슬 추운 날씨였다.
(/ p.293)

저자소개

샤를로테 링크(Charlotte Lin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3~
출생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간도서 5종
판매수 1,783권

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태어났다. 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85년[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현재까지 독일 내에서만 2,4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국민작가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와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다수의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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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의 [거인], [밧줄],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폭스 밸리], 몬스 칼렌토프트의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헤르만 코흐의 [디너],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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