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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관 : 한 생존자가 기록한 대서양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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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70여 년 전에 벌어졌던 바다 위의 전쟁, 유보트 함장의 실제 체험담

    [강철의 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해군 잠수함대에서 복무한 헤르베르트 A. 베르너의 회고록으로, 그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1941년부터 종전까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악화되는 전황 속, 대서양 곳곳에 수장당한 유보트에서 살아남은 함장은 존재 자체가 드물기도 했지만 실제로 체험담을 남긴 경우가 거의 없었으므로 [강철의 관]은 1969년 출간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출판사 서평

    대서양전투의 참극에서 살아남다

    6년간의 전쟁을 거치며 사자같이 싸운 나의 유보트 승조원들이여. 물질적으로 압도적인 우세가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수 없는 궁지로 우리를 몰아붙였다. 여러분들은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영웅적인 전투 끝에, 당당하고 부끄러울 것 없이 무기를 내려놓기 바란다. 우리는 총통과 조국을 위해 쓰러진 전우들을 자랑스럽게 기억할 것이다. 동지들, 조국의 미래를 위해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분전했던 정신을 보전하라. 독일이여, 영원하라.
    - 여러분의 사령관

    1945년 5월 5일 독일 해군 총사령관인 카를 되니츠(Karl Donitz)는 전문을 통해 살아남은 유보트 승조원들에게 연합군을 향한 모든 적대행위가 끝났음을 알렸다. 이어 5월 8일 독일이 항복 문서에 공식적으로 서명하면서 5년 8개월간의 대서양전투(1939년 9월~1945년 5월)는 막을 내리게 된다. 되니츠는 살아남은 승조원들에게 '분전했던 정신을 보전하라'고 했지만, 실제로 유보트에 타고 대서양전투를 겪으며 막바지에는 동료들 대부분이 수장당하는 참극에서 살아남은 승조원들에게 그 당부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모두가 두려워한 무적의 유보트 함대
    [강철의 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해군 잠수함대에서 복무한 헤르베르트 A. 베르너의 회고록으로, 그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1941년부터 종전까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베르너는 대서양전투가 한창이었던 1941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잠수함대에서 복무를 시작했다. 신임 사관후보생으로 유보트 승조원이 된 그는 당시 유보트 작전을 전개한 대서양과 영불 해협, 북해, 발트 해, 지중해와 노르웨이 해 등을 항해하며 대서양전투를 겪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연합군의 생존과 승리는 해상 보급로의 유지에 달려 있었다. 따라서 보급물자를 실은 연합군의 선박들을 수장시키고자 하는 독일 해군과 이에 맞선 연합국 해군, 공군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대서양전투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대서양전투에서 독일 해군의 가장 위력적인 공격 수단은 유보트 잠수함대였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잠수함 보유가 금지된 독일은 편법을 통해 잠수함 건조 기술 및 운영 능력을 유지한다. 독일은 1935년경부터 대서양전투에서 활약한 유보트 Ⅶ형을 건조하기 시작하는데, 실제로 대서양전투 초기, 유보트는 연합국의 해상 보급로를 효과적으로 파괴해 연합국의 전세에 큰 타격을 입힌다.
    유보트가 개전 초기에 보여 준 파괴력과 가능성은 놀라웠다. 불과 44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는 조그만 잠수함으로 연합국의 거대한 호송선단을 잇달아 격침시키는 유보트의 활약상은 히틀러를 비롯한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나치의 선전성이 더해지면서 유보트 승조원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한다. 이 시기는 유보트의 황금기이자 되니츠가 제안한 늑대 떼 전술(유보트의 야간 집단 공격)이 빛을 발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겪었기에 쓸 수 있었던 유보트 함장의 실제 체험담
    베르너는 이 황금기의 마지막 무렵인 1941년에 유보트 근무를 시작한다. 책에서는 제1부 '영광의 시기'에 해당되는, 대서양전투에서 유보트가 연전연승을 거두던 시기이다. 처음에는 흔들리는 잠수함에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했던 베르너는 항해가 거듭되고 유보트전 특유의 추격과 공격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 넘치는 승조원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전세는 곧 뒤집힌다. 제2부 '우리 머리 위의 지옥'에서는 연합국이 호위선단 체계를 정비하고 대잠 전력을 강화하면서 급증하는 유보트의 손실이 그려진다. 특히 독일에서 '암흑의 5월'이라 부르는 1943년 5월 한 달 동안 독일은 43척의 유보트를 잃을 정도로 전세는 빠르게 역전된다. 갑작스럽게 동료 유보트들의 침몰 신호가 이어지고, 연합국의 호송선단들이 자체적으로 항공모함의 호위를 받게 되면서 유보트의 기습공격이 불가능해진다. 베르너는 혼란에 빠진다. 악화되는 전황 속에서도 유보트의 부장으로서 수뇌부의 명령대로 미국의 체서피크 만에 기뢰를 부설하고, 영국 해군의 주요 기지인 지브롤터 해협을 돌파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작전 해역이 곧 자신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친다.
    독일의 패배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해지는 제3부 '재난과 패배'에 이르면 베르너는 작전이 가능한 얼마 안 되는 유보트의 함장으로서 구형의 낡은 유보트를 끌고 작전에 나선다. 그러나 제대로 공격을 해보기는커녕 잦은 기기 결함과 강력한 연합군의 방어 태세로 인해 생명을 부지하기도 급급한 처지가 된다. 유보트 함대는 연합군에 맞설 만한 새로운 장비나 무기도 갖추지 못하고, 충분한 숫자의 잠수함을 건조하지도 못한다. 수뇌부에서는 계속해서 작전 지시가 내려오지만 유보트들은 더 이상 이전의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이는 승조원들의 기량과 대담성으로 메워질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승조원들은 악화되는 전황 속에서 자신들의 유보트를 관 삼아 대서양 곳곳에서 수장당한다. 결국 종전을 맞이했을 때 살아남은 유보트 승조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 극소수 승조원들의 리더였던 유보트 함장은 존재 자체가 드물기도 했지만 실제로 체험담을 남긴 경우가 거의 없었으므로 [강철의 관]은 1969년 출간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역사적 사건의 향방에 가려진 개인의 얼굴을 보여주다
    실제 함장이었던 인물이 들려주는 유보트전이라는 점에서 워낙 극적이기도 하지만 긴박감 넘치는 전투 장면의 흡입력과 바다와 육지에서의 전황의 변화에 따른 생생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는 베르너라는 한 개인이 가지는 매력도 한몫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그가 연합군의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베르너의 진가가 발휘되는 부분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자유를 향한 집념으로 그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그가 탄 기차가 무사히 독일 국경을 통과해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숲으로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는 전후의 승자와 패자를 떠나 한 인간의 생명력에 대한 순수한 감동 때문일 것이다.
    베르너는 서문에서 '헛된 대의명분에 대한 헌신 속에서 끔찍하게 많은 유보트 승조원들이 죽었다. …… 너무나 많은 우리들의 생명이 불충분한 장비와 터무니없는 정책으로 인해 헛되이 스러졌다'고 밝힌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대서양전투 속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위한 헌사인 동시에 당시 독일 해군 수뇌부에 대한 고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제2차 세계대전사'라는 역사적 사건의 향방에 가려진 '개개인의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개인의 구체적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론 거대한 전쟁사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까지 담아낸다. 우리는 베르너의 이야기를 통해 70여 년 전에 벌어졌던 바다 위의 전쟁, 그 생생한 속살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_같은 시대를 겪은 한 미국인의 평가
    저자 서문_유보트함대의 비극과 잠수함전의 실상
    역자 서문_한 생존자가 남긴 이야기
    해제_대서양전투를 보는 또 하나의 생생한 시점

    제1부 영광의 시기
    기다림
    악운
    첫 사냥
    위기일발
    로리앙
    삶과 죽음 사이
    영광의 시기
    전출
    U-230

    제2부 우리 머리 위의 지옥
    브레스트
    암흑의 5월
    장기휴가
    죽음의 계곡
    옛 영광
    깡통들이 함께하는 지옥
    가라앉는 운명
    지브롤터 돌파
    죽어 버린 도시

    제3부 재난과 패배
    늙은 짐말
    폭풍 전야
    D-day
    사망통지서
    브레스트의 종말
    마지막 잠수함
    악전고투
    사자와의 재회
    강철의 관
    종전

    에필로그

    부록_1939~1945년의 유보트 손실, 대서양전투의 대차대조표, 용어해설

    본문중에서

    나는 다음 날 아침 08시에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U-557에 승함했다. U-557은 온갖 풍상을 다 겪은 배였다. 함교탑은 초현실주의자의 그림 같았다. 회색 페인트로 도장된 표면 곳곳이 떨어져 나가 녹을 막기 위한 붉은 밑칠이 보였다. 사방이 녹슬어 있었다. 심지어 그리스를 두텁게 칠한 전방 갑판의 88mm 함포 포신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강철 선체를 덮은 나무 갑판은 옅은 녹색의 해조류가 달라붙어 있었다. 이는 분명히 발트 해에서 겪은 수개월간의 훈련 때문일 것이었다. 나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전속 명령서를 함장(Captain)에게 제출하며 말했다.
    "중위님, 전입을 신고합니다."
    함장이 서류를 흘긋 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악마가 사령부에 장난이라도 쳤나? 이미 자네같이 진짜 유보트 냄새도 못 맡아 본 견습사관 두 명으로 날 괴롭히더니만!"
    그리고는 인상적인 욕설과 함께, 내가 여분의 무게추로나 쓸모가 있으리란 희망을 표현했다.
    이 환대는 실망스러웠지만 함장은 실망스러운 인물이 아니었다. 오토카르 파울센(Ottokar Paulssen) 중위는 금발의 작고 땅딸막한 30대 초반의 사내였다. 재치 있는 푸른 눈이 흰색 정모 밑에서 번득였다. 승함 기간 동안 함장만이 쓸 수 있는 흰 정모의 구리 장식에는 푸른 녹이 보였다. 그가 걸친 연회색 가죽 재킷은 어깨와 주머니 부분이 굵은 실로 손바느질이 된 듯했다.
    왼쪽 견장에 부착된 멋진 띠 모양의 해군 장식은 거의 하얗게 탈색되었고 구겨진 바지 아래로 커다란 가죽 장화가 두드러졌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파울센 중위는 내가 상상하던 이상적인 유보트 함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 pp.62~63)

    U-557이 서서히 공격 위치로 기동했다. 호위함 하나가 어둠을 뚫고 우리를 향해 다가왔지만 거대한 화물선에 바짝 붙어 은밀히 따돌렸다. 함장은 뒤에서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누구도 강풍이 몰아치는 소용돌이에서 우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함장이 집요하게 두 선박 종대 사이로 배를 몰고 들어가자 뚱뚱한 그림자들이 괴물처럼 커졌다. 함장이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소리쳤다.
    "부장, 표적을 선정해라! 빨리 해!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표적이 종대로 늘어서 있다. 전 어뢰발사관 사격 준비… 준비…."
    "키 오른편 전타!"
    함장이 고함치며 지시했다.
    "부장, 발사!"
    몇 초 후 어뢰 두 발이 발사관에서 뛰쳐나갔다. 신속하게 다음 어뢰 2발도 겹쳐진 선박을 향해 부채꼴로 발사되었다. 마지막으로 함미 발사관의 어뢰가 종대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표적을 향해 거품을 일으키며 돌진했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세 번의 거대한 폭발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화산 세 개가 거의 동시에 분화했다. 날카로운 충격 세 번이 배를 강타했고 오성신호탄 수십 개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낙하산 조명탄이 구름에 걸리면서 넓은 해수면을 섬뜩한 녹색과 노란색 섬광으로 밝혔다.
    (/ p.137)

    5월 27일에 우리는 산소와 배터리가 부족하여 부상했다.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다. 내 신경은 곤두섰고, 혀가 바싹 탔다. 나는 지금 당장 우리가 공격을 받는다면,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디젤엔진이 오래 쿵쾅댔고, 공기흡입구가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만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한 시간의 유예가 주어진 다음, 우리의 시간이 다시 끝났다. 거대한 빛줄기가 급작스럽게 함교를 밝혔다. 빛은 우현 함미 쪽으로부터 왔다. 거대한 리버레이터 폭격기가 또다시 하강하면서 기관총의 총구화염이 번득였고, 총탄이 우리 머리 위를 간발의 차이로 스쳤다. 적기는 밤하늘 속으로 울부짖으며 사라졌고 탐조등도 꺼졌다. 폭탄 네 발이 공기 중으로 물을 뿜어대는 간헐천을 만들었다. 배는 거칠게 흔들렸으나, 추가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우리는 즉시 잠항했다.
    나는 함장실에서 소금기가 엉겨 붙은 가죽 재킷을 막 벗고 있는 함장을 지나쳤다. 그는 위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야 알겠네, 부장. 우리 메톡스 경보기는 완벽하게 작동했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어. 영국이 뭔가 새로운 레이더를 개발한 게 확실하다고보네. 내 생각이네만, 그렇지 않고선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어."
    우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처음에는 항공모함 때문이었고, 이번에는 영국 항공기들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우리를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전자전 기법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낮에 잠항하고 밤에 부상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전술을 반대로 바꾸어, 육안으로 대공 경계가 가능한 낮에 부상해서 항해하고, 밤에 잠항하기로 했다. 밤 동안 두들겨 맞아 산산조각 나는 것보다는 낮에 대공포로 응사라도 시도하는 편이 나았다.
    (/ p.260)

    끔찍한 정적이 방 안을 장악했다. 모두 경험이 풍부한 잠수함 승조원인 열다섯 명의 함장들은 방금 들은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우리는 솟구치는 손실과 패배의 수개월을 뚫고, 생명과 배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 그리고 이제 사령부는 얼마 남지 않은 남은 전력으로, 앞으로의 전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모든 생존자들을 희생시키려 들고 있었다. 어뢰가 해야 할 일을 위해 유보트를 사용하려 들다니 실로 터무니없었다. 우리가 그토록 긴 훈련을 거친 목적이 결국 자살이었단 말인가? 이 부질없는 몸짓은 우리가 직접 바닷속의 무덤으로 같이 가져가도록 허가받은 게 최고의 영광이자, 만족이라는 의미인가?
    나는 평정을 회복하고, 우리의 사형집행인에게 질문했다.
    "대령님, 그렇다면 우리가 어뢰 재보급을 위해 기지로 복귀할 수 있더라도, 충돌하라는 의미입니까?"
    "명령의 기준대로라면 그렇다. 이것이 내가 귀관들에게 전달한 명령이다. 제군들, 솔직히 말하겠다. 귀관들은 아마 공격을 다시 시도할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계획적인 자살행위로 보일지라도, 전면적인 공격 지시가 내려온 이유는 그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명령의 해석에 있어 실로 분명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독일식 가미카제 공격을 시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내 머릿속에, 그 명령은 이미 전황이 절망적이라는 사령부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파고들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 pp.381~382)

    마침내 열차가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났다. 우리는 회흐슈트에 진입했지만, 열차가 멈추지 않고 도시를 거쳐 계속 서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미군이 우리를 속였다고 직감하고 열차에서 뛰어내릴까 고심했다. 하지만 내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열차가 라인 골짜기의 황혼 속에 정지했다. 몇 발의 총성이 울리자 엄청난 소란이 벌어졌고, 우리 무리는 프랑스군에게 에워싸였다. 누군가 확성기를 통해 약간의 프랑스 억양이 섞인 유창한 독일어로 말했다.
    "머리를 숙여라. 우리는 프랑스 육군이다. 반항하는 자는 즉시 사살당할 것이다. 차분히 지시에 따르라."
    완전히 당황스러웠다. 이제 자유는 한낱 꿈이며, 현실은 창살 없는 감옥일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프랑스로의 이송이 불법이라고 항의하며 저주했지만, 그 항변과 괴로운 호소는 누구도 듣지 않았다. 그날 밤은 누구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트럭 전조등이 비추고, 여러 개의 총구가 위협하는 가운데, 화차에 앉아 있었다. 늑대들에게 양떼를 돌보는 일이 맡겨진 것이다.
    7월 29일 05시, 프랑스 국가의 녹음 방송으로 잠에서 깼다. 전형적인 알자스(Alsace)인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즉시 화차에서 내려서 강변에 정렬하라. 탈출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도록.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약 3,000명의 독일인들이 열차에서 내려서 지시대로 줄을 섰다. 흔들리는 부교를 통해 라인 강을 건너, 프랑스군 점령 구역으로 들어섰다. 우리는 곧 장관을 마주했다. 역설적인 장면이었다. 날이 밝으면서, 햇살이 니더발트(Niederwald) 산의 거대한 보불전쟁(普佛戰爭) 승전기념비를 비추었다. 이제 라인 강이, 비교적 안정적인 영국군 점령 구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우리의 뒤를 가로막고 있었다. 훗날의 일이지만, 우리 가운데 수백 명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 pp.530~531)

    저자소개

    헤르베르트 A. 베르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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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년 4월에 플렌스부르크(Flensburg)의 독일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신임 사관후보생으로 잠수함대에서 복무를 시작해 잠수함 부장(Executive Officer)을 거쳐 함장으로 취임했고, 대서양과 영불 해협, 북해, 발트 해, 지중해와 노르웨이 해를 항해했다. 1943년 여름에는 미국의 노퍽(Norfolk) 해군기지 인근 체서피크(Chesapeake) 만에 기뢰를 부설했다.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 포로로 잡혀 있다 탈출한 후, 1957년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2013년 플로리다(Florida)에서 94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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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독서를 좋아하는 30대 직장인이다. 특히 세계 역사의 흐름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전쟁사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도 이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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