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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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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열세 명 작가들의 기억으로 정성껏 차려낸 밥상.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열세 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자신이 기억하는 ‘사무치는 맛’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메밀칼싹두기와 강된장과 호박잎쌈’을 최고의 음식으로 꼽는 박완서, 추운 겨울 고구마꽝에서 꺼내먹던 고구마에 얽힌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신경숙, ‘산두쌀’에 얽힌 아픈 기억을 꺼내놓는 공선옥 등 그들의 얘기는 입안에 침이 고이게도 하고 눈물이 핑 돌게도 하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기도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한 작가들의 이야기와 그림들을 꼭꼭 씹어 먹다 보면 먹고사는 얘기가 이렇게나 맛깔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출판사 서평

음식과 문학이 맛깔나게 어우러진 밥상을 올립니다.
“그까짓 맛이라는 것,
고작 혀끝에 불과한 것이 이리도 집요한 그리움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 박완서


여기 대한민국 최고의 글쟁이, 그림쟁이들이 모였다. 무슨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먹고사는 얘기를 소박하게 한 상 담았을 뿐이다. 이들의 빼어난 글솜씨, 화려한 그림솜씨도 이번만큼은 그들의 진솔한 삶의 얘기를 담아내는 데 충실했다. 그래서일까? 소소하고 사소한 얘기가 삼삼하게 배어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 자신의 얘기처럼 다가온다.
먹는 얘기로 떠들썩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먹는 것도 아니다. 음식은 있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음식이 눈앞에 있지만 허기를 채우지는 못한다. 이 배고픔을 달래고자 사람 얘기를 모았다. 음식에 추억을 버무려 먹는 사람들. 그래서 강된장과 호박잎, 고구마 ‘따위’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그 아련한 맛, 그 음식과 함께한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들의 ‘그런’ 음식과 ‘그런’ 얘기에는 힘이 있다. 배고픈 독자들의 허기와 마음을 채워주는 힘 말이다.

글은 음식을 위한 최고의 조미료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박완서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인 소설가 박완서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꼽은 생애 최고의 음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메밀칼싹두기와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그 소박한 맛에는 외로움 타는 식구들을 한 식구로 어우르고 위로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최일남은 비빔밥과 콩나물의 고장에서 태어난 ‘식복의 행운’을 은근히 자랑하고, 신경숙은 추운 겨울 고구마꽝에서 꺼내먹던 고구마에 얽힌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성석제는 어느 날 우연히 먹게 된 묵밥 얘기를 구수하게 펼치고, 공선옥은 산밭을 일궈 ‘밭벼’에서 거둬들인 일명 ‘산두쌀’에 얽힌 아픈 기억을 얘기한다.

“아버지는 청국장을 드시지 않는다. 사업에 실패하고 여관을 전전할 때 한동안 드셨던 음식이 청국장이다. 음식은 기억이다.”
-홍승우


『비빔툰』으로 친숙한 홍승우는 청국장에 얽힌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열 장의 그림으로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낯을 붉히게도, 가슴 시리게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음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화가 정은미는 그들 모녀에게 초콜릿은 불안과 집착, 열정을 다스리는 유용한 마약이었던 셈이라고 고백한다. 시사만화가 고경일의 글과 그림은 우리를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해준다. 일본 유학 시절 처음 먹어본 나베의 신선한 충격을 ‘축제’의 고마움으로 기억한다. 그는 “사람이 함께했을 때 음식의 맛은 더해진다”며 음식 예찬론을 펼친다.
“뜨거운 입김이 아스팔트의 아지랑이처럼 콧구멍을 타고 감탄사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사무치는 맛!”
-고경일


건축가 김진애는 ‘우르르 쾅쾅’ 스타일인 친정엄마와 ‘조근조근’ 스타일인 시어머니에게 배운 자신의 요리 솜씨를 자랑하며 요리란 물과 불로 하는 황홀한 장난이라고 요리를 예찬한다.
인기 절정의 피디였던 주철환은 하마터면 바나나의 유혹 때문에 양자로 갈 뻔했던 사연을 들려준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김갑수는 음악에만 몰두하던 그가 또 다른 몰두, 즉 에스프레소 커피를 탐닉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아프리카학부 교수인 장용규는 에구투구제니 사람들은 계층에 따라, 민족에 따라 먹는 음식과 금기하는 음식을 달리한다며 재치 있는 글솜씨를 뽐낸다.

“나를 요리사로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다.”
-박찬일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은 요리와 한정 없이 거리가 있는 소년이었지만 팔자소관으로 요리사가 되었고 그를 요리사로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투박한 요리 요정’인 그의 어머니였음을 고백한다.

이렇게 열세 명의 작가가 ‘사무치는 맛’을 담아냈다. 그들의 글과 그림을 꼭꼭 씹어 먹다 보면 먹고사는 얘기가 이렇게나 맛깔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의 얘기는 입안에 침이 고이게도 하고 눈물이 핑 돌게도 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도 한다. 음식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자취를 남길 때 비로소 우리는 고작 밥 한 그릇에도 울고 웃을 수 있다. 음식은 추억이다. 추억이 우리를 키운다. 자, 이제 정성껏 차린 밥상을 올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하고 정겨운 밥 한 그릇 드시기를. 여러분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을 떠올려보시기를.

목차

다시 한 번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기나긴 봄날의 밥티꽃나무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ㆍ 박완서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ㆍ 최일남
어머니를 위하여 ㆍ 신경숙
묵밥을 먹으며 식도를 깨닫다 ㆍ 성석제
밥으로 가는 먼 길 ㆍ 공선옥
음식에 대한 열 가지 공상 ㆍ 홍승우
초콜릿 모녀 ㆍ 정은미
나베요리는 한판 축제 ㆍ 고경일
요리, 요리를 축복하라 ㆍ 김진애
바나나를 추억하며 ㆍ 주철환
에스프레소, 그리고 혼자 가는 먼 길 ㆍ 김갑수
줄루는 아무 거나 먹지 않아 ㆍ 장용규
투박한 요리 요정 나의 어머니 ㆍ 박찬일

본문중에서

할아버지는 암게 딱지 속에 든 고약처럼 새까만 게장을 당신 젓가락 끝으로 꼭 귀이개로 퍼낸 것만큼 찍어서 밥숟가락 위에다 얹어주시곤 했다. 아, 그 맛을 무엇에 비길까. 그건 맛의 오지, 궁극의 비경(秘境)이었다. - 박완서, 26쪽

요컨대 음식의 궁극적인 맛은 만드는 자와 먹는 자의 합작품이다. 그러나 만드는 쪽의 정성스런 마음이 훨씬 더 중요하다. - 최일남, 46쪽

마당에 눈이 폭폭 쌓일 때 아랫목에 발을 뻗고 앉아 문종이에 비치는 눈그림자를 보며 얼었다가 녹은 찹쌀 새알심을 깨물어먹는 맛. 그 싸함과 쫀득쫀득함을 뭐라 해야 할는지. - 신경숙, 61쪽

넉넉하게 썰어 넣은 묵밥 위에는 김과 썬 김치가 고명으로 얹혀 있었다. 묵밥을 먹기 전에 맛본 동치미는 약간 짜고 또 썼다. 덮어놓고 입에 달라붙는 공연한 애교가 없어서 좋았다. - 성석제, 82쪽

적막한 가을 한낮, 어머니와 홀태에다 산두쌀 훑던 날, 내가 먹은 것은 소금물에 담가 떫은 맛 우려낸 땡감 몇 알. 그래도 곧 쌀이 생긴다는 생각에 산두쌀 훑는 날은 배고프지 않았다. - 공선옥, 93쪽

밤에 마시는 커피. 밤새 뜬눈으로 보낼 것을 알면서도 나는 밤 10시에 독한 커피를 마신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 홍승우, 108쪽

엄마도 나도 달콤한 기억만으로 초콜릿에 집착한 것은 아니다. 우리 초콜릿 모녀에게 초콜릿은 불안과 집착, 열정을 다스리는 유용한 마약이었던 셈이다. - 정은미, 129쪽

그날의 ‘축제’에 나를 초대한 이유는 ‘입’과 ‘눈’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사람’이 함께했을 때 음식의 맛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고경일, 140쪽

요리란 몸으로 익혀지는 예술이다. 체험과 훈련과 도전이 요건이다. 얼마나 맛있게 먹으며 컸나, 얼마나 많이 해봤나, 그리고 얼마나 도전해봤나, 이 세 가지가 관건이다. - 김진애, 147쪽

내 평생 처음 먹어보는 바나나였다. 돌아오면서 먹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고모에게 남은 껍질을 보이며 ‘나 오늘 바나나 먹었다’고 자랑했더니 빙그레 웃으셨다. - 주철환, 166쪽

가만 생각해보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외에 가장 빈번하게 하는 짓이 커피를 질금거리는 것이었다. 홀로 있는 사람에게 니코틴과 카페인과 사운드는 찰떡처럼 조화를 이룬다. - 김갑수, 180쪽

아마시는 푸투나 스띠빱에도 잘 어울리지만 잘게 자른 식빵에 넉넉하게 부은 뒤 설탕을 한 숟가락 넣어 먹는 것이 백미이다. - 장용규, 200쪽

어머니는 김가루 같은 얍삽한 고명을 증오했다. 그냥 풋고추 썰어 넣고 고춧가루 뿌린 간장이 전부였다. 그저 어머니의 국수는 ‘국수다운, 국수 맛의’ 국수였던 것이다. - 박찬일, 222쪽

저자소개

박완서, 최일남, 신경숙, 성석제, 공선옥, 홍승우 외 7명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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