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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함께 살기 :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루만까지 한 권으로 읽는 사회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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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성훈
  • 출판사 : 미지북스
  • 발행 : 2015년 09월 20일
  • 쪽수 : 232
  • ISBN : 978899414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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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체계이론의 철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성찰하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근대의 홉스, 로크, 루소, 마르크스 그리고 20세기의 아렌트, 하버마스, 푸코, 루만에 이르기까지 사회철학의 큰 줄기를 소개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는 역사적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개인들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만든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괴물’이 되었는지 알고자 했다.

따라서 사회철학의 역사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치열한 사유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괴물이라는 우회적 상징을 통해 현대 사회의 성격을 새롭게 밝히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 방식을 인간, 짐승, 괴물로 구분하여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어렵지만 짐승이나 괴물로 살지 않는 길에 대해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

철학의 거장들이 들려주는 ‘괴물’ 이야기
사회철학의 제1문제,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묻다

현대 사회가 곧 ‘괴물’이다!
괴물을 제거할 수 없다면,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인간, 짐승, 괴물… 우리는 어떤 삶의 길을 택할 것인가?

우리를 억압하고 우리의 자유를 앗아가는 괴물, 사회

2006년 개봉되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당시 이 영화의 함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괴물은 미국이다”, “괴물은 신자유주의이다”, “괴물은 기득권층이다” 등 괴물을 투쟁과 극복의 대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영화 《괴물》을 재전유하려는 이러한 주장들을 잘 들여다보면, 괴물을 우리 바깥에 존재하며 우리와 뚜렷이 구별되는 적대적 객체로 간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괴물을 죽이듯 누군가 그런 적대적 객체를 없앨 수 있고, 또 없애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괴물은 우리 바깥의 거대한 적이며, 우리가 쓰러뜨릴 수 있는 대상일까? 우리를 억압하고 개인의 자유를 앗아가는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실 이 물음은 사회철학의 역사에서 결코 낯선 주제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홉스는 근대 국가라는 괴물의 탄생을 밝혀냈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폭로했다. 사회철학의 역사는 사회라는 ‘괴물’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홉스와 마르크스의 논의를 확장해 괴물은 곧 ‘현대 사회’라고 말한다. 괴물이란, 우리 바깥의 적이 아니라 우리가 빌붙어 사는 주인(the Host)이자 우리와 공생하며,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사회’인 것이다. 즉, 괴물은 우리 바깥에 존재하지도 않고, 따라서 우리가 없앨 수 있는 객체가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들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 만든 사회가 도리어 개인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역설적인 문제를 서양 지성사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려 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특히 아렌트, 푸코, 하버마스, 샌델 등 현대 철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해법을 살펴보고,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을 빌려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모습을 짐승, 인간, 괴물로 구분하여, 반성적 존재로 살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괴물의 탄생 - 홉스
괴물의 존재를 최초로 밝힌 사람은 홉스였다. 홉스는 시민 국가의 주권자를 전설 속의 괴물인 “리바이어던”이라고 불렀고, 같은 이름을 제목으로 한 책의 초판 표지에 이 괴물을 그렸다. 오른손에는 시민 권력을 뜻하는 칼, 왼손에는 종교 권력을 뜻하는 지팡이를 들고 있으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이 괴물은 군주의 모습, 즉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인간의 몸을 자세히 보면, 그 몸은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와도 같다. 즉 괴물인 것이다. 자연권을 가진 수많은 자연적 인간들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아 주권을 행사하는 초인간적인 인간이 바로 리바이어던(국가)이다.
홉스 이전에는 괴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폴리스는 개인을 압도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 본성을 완성하는 곳이었다. 즉 폴리스는 인간의 목적(텔로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오면서 목적론적 우주론이 유물론적 자연관으로 바뀌면서, 정치철학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홉스는 개인들이 전쟁 상태를 피하기 위해 주권자에게 권리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고 국가를 만든다고 보았다. 이때부터 인간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초인적 존재에 개인들이 복종해야 하는 딜레마가 정식화된 것이다.

자유주의의 길과 공화주의의 길 - 로크와 루소
홉스 이후 계약론자들은 각기 인간에 대한 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17세기 자유주의와 18세기 공화주의의 길로 양분되었다. 로크를 필두로 한 초기의 자유주의 철학자들은 괴물을 잘 다스리면 모든 개인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며, 부와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낙관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불평등과 인간 억압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괴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낙관이 재산을 가진 자들의 기만임이 폭로되고 괴물에 적응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체제가 인간의 자연 본성을 억누른다는 것이 간파되면서, 점차 괴물의 억압성이 부각되었다.
18세기 루소와 같은 공화주의자들은 개인을 괴물과 완전히 결합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민 주권’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발상은 개인이 주권자에게 권리를 전면적으로 양도함으로써 전체와 구분되지 않는 한 몸이 되어, 전체에 대한 복종이 곧 나에 대한 복종이 되게 한다는 것이었다. 19세기 사회주의자들은 공화주의의 길을 더 밀고 나갔다. 마르크스는 괴물 비판을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여 괴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급진적 방책을 제시했고, 그의 사상을 따라 사회혁명으로 국가를 소멸시키려는 거대한 실험이 20세기 초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로 더 강력한 정치적 괴물이 등장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네 가지 방법 - 아렌트, 푸코, 하버마스, 루만
현대 철학의 거장들이 괴물에 어떻게 대처하고자 했는지는 크게 4가지 태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한나 아렌트와 마이클 샌델로 대표되는 입장으로, 고대의 폴리스 전성기를 참조하여 정치경제학적인 사회(자본주의 및 거대권력)에 맞서 공적인 것으로서의 인간 공동체를 회복하자고 주장하는 태도이다. 아렌트의 주장은 한마디로 “사회라는 괴물에 맞서 정치적인 것을 회복하자”로 요약할 수 있다. 아렌트에 있어서 정치란 정당 활동과 같은 대표행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다수의 인간들이 서로 간의 차이를 기반으로 토론하고 참여하는 항구적인 행위를 말한다. 샌델 역시 아렌트를 계승하여, 주권의 분산과 자치의 부활을 주장했다. 낯선 국가보다는 친숙한 공동체의 형성을 강조한 것이다.
두 번째 태도는 하버마스로 대표되는 주장이다. 하버마스는 아렌트로부터 폴리스적인 정치 공동체의 회복에 관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 조건을 고려하였다. 그는 오늘날의 사회를 체계와 생활세계의 2단계로 구분하고, 체계가 생활세계를 식민화하는 흐름을 저지하자고 주장한다. 하버마스는 언어적 의사소통이 필요 없는 두 개의 강한 체계인 정치와 경제가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세계로부터 자립하여 생활세계를 위협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한다. 권력과 화폐로 상징되는 정치와 경제는 자기 고유의 논리를 따르며, 그 논리를 개인들이 살아가는 생활세계에 강요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적 이성이 살아숨쉬는 공론장을 복원하고, 토의 정치로 운영되는 민주적 법치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 입장의 대표자는 푸코이다. 푸코는 우리가 사는 일상적 삶 속에서도 권력의 그물이 쳐져 있으며 미시적인 권력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대 사회를 괴물의 영역과 해방적 잠재력을 가진 인간의 영역으로 나누는 발상을 거부한 것이다. 푸코는 우리 자신이 괴물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괴물을 변형할 수는 있지만 괴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푸코는 괴물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분석하고, 가능한 위반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괴물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형하려는 무모한 시도보다는 일정한 한계 속에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돌보라”는 말로 요약되는 존재의 미학을 강조했다.
마지막 네 번째 태도를 대표하는 철학자는 니클라스 루만이다. 약간은 난해한 루만의 이론에서 사회는 체계이며, 특히 현대 사회는 정치, 경제, 법, 학문, 예술, 종교 등 각각의 영역들로 기능적으로 분화된 체계이다. 기능적으로 분화되었다는 것은 각각의 영역이 차단되어, 서로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선미가 통합된 세계가 아니라 ‘진리를 위한 진리’, ‘예술을 위한 예술’, ‘사랑을 위한 사랑’이 가능한 세계인 것이다. 현대 사회 이전에는 도덕이 다른 영역을 지배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각 영역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만 도덕적 커뮤니케이션이 들끓게 되고, 기능체계들의 작동이 정상화되면 도덕은 다시 뒤로 밀려난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루만의 시각도 전통적인 사고와는 다르다. 루만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의 일부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라는 체계를 둘러싼 ‘환경’에 있는 존재이다. ‘환경’은 체계에 양분과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체계와 구별된다. 개인은 사회적 체계의 환경 속에서 유일무이한 개인으로 존재하다가 커뮤니케이션 체계 속에 편입됨(사회화)으로써 사회라는 체계에 포함된다.
그런데 루만은 말년에 탈분화의 징후들에 대해 경고했다. 탈분화란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도덕이면 도덕 등 각 영역의 자율성과 차단막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슈퍼코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루만은 그 슈퍼코드가 포함과 배제라고 보았다. 기능체계에 포함되지 못하고 배제될 때, 그리고 포함되느냐 배제되느냐의 차이가 더 첨예할수록 각 영역의 고유 규칙들이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배제되지 않기 위해 부정의한 전쟁에 찬성할 수 있고(국익을 위한 파병), 배제되지 않기 위해 진리를 무시할 수 있고(황우석 사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사랑 없는 결혼을 할 수 있고(결혼정보 업체의 활성화), 경제적으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사랑과 결혼을 포기할 수 있다(삼포세대). 그리고 총체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은 권력, 화폐, 도덕 그 무엇에도 호소할 수 없다면, 그들의 선택지는 폭력, 약탈, 자살 같은 반사회적 행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루만의 관점에서 개인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걸까? 우선 우리가 사회적 체계 속에서 부여받은 사회적 역할과 자기 자신(유일무이한 개인)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규모 배제와 비참이 양산되는 사회 현실 속에서 체계가 더 나은 방식으로 재생산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그 대안이 근본적이거나 전체적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에 관여하면서 가끔 기여하는 자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짐승, 사람, 괴물
저자는 현대 사회 속에서 개인이 살아가는 양태를 짐승, 사람, 괴물로 구별한다. 짐승은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이나 사회화가 덜 된 상태를 말한다. 루만 식으로 말하자면 분화된 커뮤이케이션 매체를 사용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상태이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은 몇 만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짐승으로 태어난다. 그래서 말하는 법, 도구를 사용하는 법, 인사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짐승처럼 살아가게 된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만 배워도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어야 하며, 화폐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어야 한다. 실정법을 대략이라도 파악해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처신할 수 있어야 하고, 성적 욕구를 연애라는 문명적 절차를 거쳐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가 화폐, 권력, 법, 진리, 사랑 등 분화된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을 확립하자, 인간 역시 이렇게 복잡하게 분화된 매체 영역들에 대한 학습과 숙련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사람’이 된다는 것이며, 루만 식으로 말하자면, 인격(person), 곧 커뮤니케이션의 주소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 분화된 질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누구도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영역들의 경계를 무시하고 전근대인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사회화되지 못한 존재 또는 ‘짐승’ 취급을 받을 것이다. 인간은 짐승으로 태어나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결코 사람으로 완성되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체계에서 배제되어 문명적 방식을 통해서는 신체적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시민권이 없어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취직할 수 없는 인간들, 그래서 연애와 결혼도 포기해야 하는 인간들은 공권력의 처벌을 피할 수만 있다면 짐승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람 되는 건 힘들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
그렇다면 괴물(monster)은 무엇인가? 괴물과 짐승을 나누는 기준은 폭력의 강도나 야만성의 정도가 아니다. 저자는 괴물(monster)을 큰 괴물(the Host, 사회)과 함께 살면서 ‘고유한 사람 되기’라는 힘겨운 과제를 포기하고 사회의 여러 조직들로부터 부여받은 역할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인간, 그래서 자신의 역할 수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인간으로 규정한다. 사회화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길, 사람 되기의 길은 종점이 없는 길이다. 이 길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가면들을 바꿔 써야 하고, 여러 가면들의 삶을 되비추어 보며 살아야 한다. 괴물(monster)은 그러한 가면(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과 실제 자신(고유한 개인)을 동일시 해버리는 존재이다. 큰 괴물이 시키는 길을 아무런 반성 없이 살아가는 것이 바로 괴물이다. 반성하지 않는 삶으로 인해 평범한 인간이 괴물이 되어 악마적 행위를 한 대표적인 사례가 유대인 학살 전범 칼 아이히만의 사례이다. 아렌트가 일갈했듯이 ‘악의 평범성’은 사유하지 않음, 성찰하지 않음에서 온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역시 평범한 인간들의 무반성성, 개인들이 조금씩 갖고 있는 괴물화 경향이 한데 합쳐져서 생긴 참사였다.
따라서 사회라는 괴물과 함께 살면서 짐승도 괴물도 아닌 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길은 끊임없이 반성하는 길밖에 없다. 저자는 개인은 사회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함께 산다고 말한다. 나는 사회와 동일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부도 아니다.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들 중 어느 것도 진정한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는 나다’라는 공허한 동어반복을 인정할 때,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비추어볼 수 있을 때만 ‘사회와 함께 살며 사람 되기’라는 힘겨운 과정을 계속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책속으로 추가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 대가로 미래에 어떤 이익, 명예 등을 얻기를 바란다. 지금 억제한 욕망이 나중에 가져올 값어치를 계산하는 해석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존재의 미학을 추구하는 주체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외적 관계가 아니라 자기와의 관계이다. 그래서 삶의 기술로서의 절제는 자기를 잘 돌보는 일이지 그 대가로 어떤 보상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 자기 존재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 또는 자기 배려에는 다른 외적인 목적이 없다. (162쪽)

사회의 환경에 있는 인간, 하지만 무언가를 주장하고 바꾸기 위해서는 인격이 되어야 하는 인간, 그래서 사회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인간인 나는 사회와 나의 관계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현대 사회의 유산 위에 서서 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의 배제와 비참이 양산되는 현재를 긍정해서도 안 된다. 나는 대안적 커뮤니케이션의 송수신자로서 오늘날의 사회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그 조금 다른 방식은 전체적일 필요도 근본적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우리 각자의 커뮤니케이션 시도는 이해되지 못하고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며, 이해되고 연결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에 관여하면서 가끔 기여하는 자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184~185쪽)

목차

들어가며 - 괴물과 함께 살기

1장 괴물이 태어나기 전
-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토마스 아퀴나스

2장 괴물의 탄생
- 토머스 홉스

3장 인간의 자유를 지켜주는 괴물과 그 자유가 만들어낸 괴물
- 존 로크, 애덤 스미스

4장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괴물에 맞서 싸우다 생겨난 괴물
- 장 자크 루소,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칼 마르크스

5장 문화의 부상과 괴물의 여러 얼굴들
- 에밀 뒤르켐, 막스 베버, 안토니오 그람시, 프랑크푸르트학파

6장 사회라는 괴물에 맞서 정치라는 인간 공동세계를 회복하자
- 한나 아렌트, 마이클 샌델

7장 괴물이 우리의 생활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것을 막아내자
- 위르겐 하버마스

8장 괴물이 우리에게 부과한 한계를 분석하고 가능한 위반을 시도하자
- 미셸 푸코

9장 괴물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괴물이고 나는 나일 뿐이다. 그런데…
- 니클라스 루만

10장 짐승, 사람, 괴물

에필로그 - 사회철학이란 무엇인가?

참고문헌
후주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현대 사회라는 괴물은 우리 바깥의 객체가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우리 개인들을 억압한다. 괴물 때문에 우리는 아무데서나 옷을 벗을 수 없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 없으며, 아무 물건이나 사고팔 수 없다. 심지어 명령이나 금지를 어길 경우에는 끌려가 구금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괴물은 우리 개인들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며 때로는 우리를 매우 자유롭게 만들기도 한다. 전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현대 사회 덕분에 우리는 먼 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거기서도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받는다. 괴물의 이러한 모순된 성격 때문에 근대 초기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은 괴물을 잘 다스리면 모든 개인들이 자유롭게 살수 있다는 낙관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이 재산을 가진 자들의 기만임이 폭로되고 괴물에 적응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체제가 인간의 자연 본성을 억누른다는 것이 간파되면서 점차 괴물의 억압성이 부각되었다. 18세기의 공화주의자인 장 자크 루소와 19세기의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이 그렇게 괴물의 억압성을 폭로했다. (18쪽)

홉스는 인간의 기예가 자연의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탁월한 작품인 인간을 모방하기에 이르러 코먼웰스, 국가, 키비타스 등으로 불리는 리바이어던이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리바이어던은 인공 인간이며, 자연인을 보호하고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인보다 몸집이 더 크고 힘이 더 세다. 괴물은 인간을 닮은 초인인 것이다. 홉스는 이 인공 인간의 재료가 인간이며 제조자도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인간을 재료로 만들었는데 괴물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이 괴물에 복종해야 한다. 도입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문제가 현대 사회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다. 학문적 용어로 말하자면, ‘인간과 사회의 관계’ 혹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이다. (49쪽)

근대 국가라는 괴물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은 소유의 권리와 시장에서의 활발한 거래로 이어졌고, 그 결과 개인들의 관여로 굴러가지만 개인들의 의도와 무관한 결과를 낳는 새로운 괴물이 탄생하였다. 이 괴물의 이름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다. 이제 국가와 시장경제라는 두 개의 괴물이 갈등하고 이 갈등을 중재하면서 법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가 열렸다. (61쪽)

어떻게 주권자에게 권리를 양도하고도 자기 자신 이외의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수 있고 변함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러한 문제를 루소가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 계약이 전체에 대한 “전면적 양도”이기 때문이다. 즉 전면적으로 양도하는 계약을 할 경우, 나는 전체와 구별되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와 한 몸인 부분이 된다. 그래서 전체에 대한 복종은 곧 나에 대한 복종이며, 따라서 전과 다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74쪽)

아렌트는 프랑스 혁명이 가난한 자들이 정치 무대에 등장함으로써 필연성, 생존 과정 자체의 절박성 때문에 자유를 포기해야만 했던 혁명이자 빈곤과 필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실패한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그에 반해 미국에서는 빈곤의 곤경이 없었다. 그곳의 근면한 자들은 필요의 절박함으로 찌들지 않았고, 혁명이 그들에 의해 압도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미국 혁명에서 제기된 문제는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었으며, 혁명의 방향은 자유를 확립하고 지속적인 제도들을 설립하는 데 집중되었다. 아렌트는 모든 혁명의 최대 사건이 건국 행위, 즉 새로운 정치체를 건설하고 새로운 정부 형태를 고안하는 행위라고 보며, 이 일을 통해 사람들이 갖게 되는 경험을 인간 시작 능력에 대한 상쾌한 자각, 새로운 것의 탄생에 항상 수반되는 상쾌한 기분이라고 말한다. (115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

저자 정성훈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니클라스 루만과 사회철학이며, 도시 공간과 사랑 등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법학연구원 연구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부 시절에는 주로 마르크스와 레닌을 읽었으며, 이후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과 코뮤니즘을 프랑크푸르트학파와 비트겐슈타인을 참조해 재구성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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