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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6: Listening to the space 여행,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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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소설가 등 12명의 작가를 여행으로 이끌었던 음악들!

‘여행’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음악만큼 여행(자)과(와) 밀접한 것도 없다. 어떤 여행지에서 유독 생각났던 음악, 떠나며 돌아올 때까지 내내 함께한 음악 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음악이 따라다니게 마련. 가을방학, 김사월×김해원, 아마츄어증폭기, 송창식, 9와 숫자들, 돈 맥클린, 라나 델 레이, 식스펜스 넌더 리처, 에밀리아나 토리니, 유키, 바흐, 베토벤, 쇼팽, 에리크 사티, 프란츠 폰 주페...
북노마드 여행무크지 [어떤 날] 6호에는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소설가 등 12명의 작가가 여행하며 들었던 음악 혹은 자신을 여행으로 이끌었던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음악만큼 여행(자)과(와) 밀접한 것도 없다. 어떤 여행지에서 유독 생각났던 음악, 떠나며 돌아올 때까지 내내 함께한 음악 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음악이 따라다니게 마련. 『어떤 날』 6호에는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소설가 등 12명의 작가가 여행하며 들었던 음악 혹은 자신을 여행으로 이끌었던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 서평

어떤 음악이 있던 풍경들
새로운 ‘얼굴’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당신에게

- 장연정 / 작사가, [소울 트립] [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 저자

음악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간다.
작은 바람처럼 시작해 커다란 소용돌이가 되어 움직이는 음표들. 음악의 한가운데는 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요 안에서 문득 새로워진다. 내가 돌아가고 싶거나,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으나 내게 깊이 남아버린 어떤 순간, 혹은 그간 몰랐으나 이제야 발견해버린 어떤 감정의 순간 안에 오롯이 남겨지는 것이다.

‘여행에 음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사실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여행에 있어서 음악이란, 어쩌다 마주친 누군가의 가슴 설레는 눈빛,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두근거림, 가슴 벅찬 풍경 앞에서의 침묵, 그리고 여행의 아침 첫 커피 그리고 마지막 샴페인의 향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그것은 한 번 경험된 이상 잊을 수 없는 것. 수많은 페이지 사이에 분명히 끼워진 책갈피 같은 것. 아무 소리도 없는 그곳에 정확히 존재하고 있는 온쉼표와 닮아 있다. 해서, 풍경 위에 음악을 묻혀본 여행자의 패킹리스트에는 늘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 위기의 순간 찾게 되는 한 모금의 물처럼, 끝내 가지고 가야 할 어떤 비밀처럼.

[어떤 날] 6호의 필자들에게도 그런 음악들이 존재한다. 시인 강정은 고흐의 마지막 시간이 서려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낮게 읊조려보며 그를 추억했고, 소설가 김사과는 뉴욕의 빌딩 숲 사이를 걸으며 느끼는 피로감 그 사이로 묘하게 겹쳐지는 라나 델 레이를 들으며 그녀의 음악이 뉴욕이라는 도시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며, 시인 신해욱은 러시아 횡단 열차, 그 차갑고 뜨거운 열차 안에서의 긴 시간 위를 달리며 레일과 열차의 규칙적인 마찰음에서 음악을 발견한다.

어떤 음악이 있던 풍경들. 그날의 대화와 빛과 냄새들. 그날의 기억은 훗날 그 음악과 함께 자연스레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 재생 목록의 ‘PLAY’ 버튼을 누르는 일은 그래서 어쩌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일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여행의 풍경 위에 음악을 입혀가며 기억이라는 인화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일. 여행 후 남겨진 사진처럼, 여행 속의 음악은, 우리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하나의 프레임을 선물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홀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바라보는 또하나의 세계. 그곳엔 분명 이전과는 또다른 색채의 세계가 있다. 가슴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여행의 또다른 얼굴. 모르는 사이 누군가 만들어놓은 여행의 모습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는 그런 ‘얼굴’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표정의 여행이, 새로운 목소리의 여행이, 새로운 색깔의 여행이, 스타카토 같고 페르마타 같은 그런 여행이. 그런 모든 얼굴의 여행이.

아직 그 새로운 ‘얼굴’들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당신에게는 지금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음악이 여행을 데려오든 여행이 음악을 데려오든 그 순간 변화된 내 주변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내 안의 한 부분이 슬쩍 떠오르는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음악을 들고, 떠나보자. 나의 여행에 새로운 목소리를 입혀보자. 그런 나만의 ‘어떤 날’을 만들어보자.

마지막으로 이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귀 중 한 구절을 다시 한번 꾹꾹 눌러 읽어본다.
"음악, 여행, 사람, 날씨, 꽃.
이들의 공통점은 ‘태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불어오는 것 중 제일은 음악이지."

■ 책 소개

Listening to the space, 음악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간다!
가을방학, 송창식, 돈 맥클린, 식스펜스 넌더 리처, 바흐, 에리크 사티…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소설가 등 12명의 작가를 여행으로 이끌었던 음악들!


‘여행’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음악만큼 여행(자)과(와) 밀접한 것도 없다. 어떤 여행지에서 유독 생각났던 음악, 떠나며 돌아올 때까지 내내 함께한 음악 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음악이 따라다니게 마련. 가을방학, 김사월×김해원, 아마츄어증폭기, 송창식, 9와 숫자들, 돈 맥클린, 라나 델 레이, 식스펜스 넌더 리처, 에밀리아나 토리니, 유키, 바흐, 베토벤, 쇼팽, 에리크 사티, 프란츠 폰 주페… 북노마드 여행무크지 『어떤 날』 6호에는 시인, 작사가, 영화감독, 소설가 등 12명의 작가가 여행하며 들었던 음악 혹은 자신을 여행으로 이끌었던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 출판사 서평

어떤 음악이 있던 풍경들
- 새로운 ‘얼굴’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당신에게


장연정 / 작사가, 『소울 트립』 『슬로 트립』 『눈물 대신, 여행』 지은이

음악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간다.
작은 바람처럼 시작해 커다란 소용돌이가 되어 움직이는 음표들. 음악의 한가운데는 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요 안에서 문득 새로워진다. 내가 돌아가고 싶거나,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으나 내게 깊이 남아버린 어떤 순간, 혹은 그간 몰랐으나 이제야 발견해버린 어떤 감정의 순간 안에 오롯이 남겨지는 것이다.

‘여행에 음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사실 필요 없는지도 모른다. 여행에 있어서 음악이란, 어쩌다 마주친 누군가의 가슴 설레는 눈빛,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의 두근거림, 가슴 벅찬 풍경 앞에서의 침묵, 그리고 여행의 아침 첫 커피 그리고 마지막 샴페인의 향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그것은 한 번 경험된 이상 잊을 수 없는 것. 수많은 페이지 사이에 분명히 끼워진 책갈피 같은 것. 아무 소리도 없는 그곳에 정확히 존재하고 있는 온쉼표와 닮아 있다. 해서, 풍경 위에 음악을 묻혀본 여행자의 패킹리스트에는 늘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 위기의 순간 찾게 되는 한 모금의 물처럼, 끝내 가지고 가야 할 어떤 비밀처럼.

『어떤 날』 6호의 필자들에게도 그런 음악들이 존재한다. 시인 강정은 고흐의 마지막 시간이 서려 있는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 돈 맥클린의 <빈센트>를 낮게 읊조려보며 그를 추억했고, 소설가 김사과는 뉴욕의 빌딩 숲 사이를 걸으며 느끼는 피로감 그 사이로 묘하게 겹쳐지는 라나 델 레이를 들으며 그녀의 음악이 뉴욕이라는 도시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며, 시인 신해욱은 러시아 횡단 열차, 그 차갑고 뜨거운 열차 안에서의 긴 시간 위를 달리며 레일과 열차의 규칙적인 마찰음에서 음악을 발견한다.

어떤 음악이 있던 풍경들. 그날의 대화와 빛과 냄새들. 그날의 기억은 훗날 그 음악과 함께 자연스레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다. 재생 목록의 ‘PLAY’ 버튼을 누르는 일은 그래서 어쩌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일과 닮아 있는지 모른다. 여행의 풍경 위에 음악을 입혀가며 기억이라는 인화지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일. 여행 후 남겨진 사진처럼, 여행 속의 음악은, 우리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하나의 프레임을 선물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홀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바라보는 또하나의 세계. 그곳엔 분명 이전과는 또다른 색채의 세계가 있다. 가슴으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전해지는 여행의 또다른 얼굴. 모르는 사이 누군가 만들어놓은 여행의 모습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는 그런 ‘얼굴’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표정의 여행이, 새로운 목소리의 여행이, 새로운 색깔의 여행이, 스타카토 같고 페르마타 같은 그런 여행이. 그런 모든 얼굴의 여행이.

아직 그 새로운 ‘얼굴’들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당신에게는 지금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음악이 여행을 데려오든 여행이 음악을 데려오든 그 순간 변화된 내 주변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내 안의 한 부분이 슬쩍 떠오르는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음악을 들고, 떠나보자. 나의 여행에 새로운 목소리를 입혀보자. 그런 나만의 ‘어떤 날’을 만들어보자.

마지막으로 이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박연준 시인의 글귀 중 한 구절을 다시 한번 꾹꾹 눌러 읽어본다.
“음악, 여행, 사람, 날씨, 꽃.
이들의 공통점은 ‘태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불어오는 것 중 제일은 음악이지.”

목차

Stand Up Sister _강윤정
내 어둠이 당신에게 빛의 소리로 울릴 수 있다면 _강정
아마도 우리는, _김민채
라나 인 더 페이크 퍼(Lana in the fake fur) _김사과
불어오는 것들 - T에게 _박연준
오르골 같은 나의 섬 _송승언
레일로드 리듬 _신해욱
다락방의 연인 _위서현
체첵 - 꽃의 또다른 이름 _이제니
어떤 날의 prelude _장연정
한밤중의 뱀파이어들 _정성일
여행지의 음악 _정혜윤

Stand Up Sister | 강윤정
내 어둠이 당신에게 빛의 소리로 울릴 수 있다면 | 강정
아마도 우리는, | 김민채
라나 인 더 페이크 퍼(Lana in the fake fur) | 김사과
불어오는 것들 - T에게 | 박연준
오르골 같은 나의 섬 | 송승언
레일로드 리듬 | 신해욱
다락방의 연인 | 위서현
체첵 - 꽃의 또다른 이름 | 이제니
어떤 날의 prelude | 장연정
한밤중의 뱀파이어들 | 정성일
여행지의 음악 | 정혜윤

본문중에서

뒤를 돌아보니 멀리 네가 보인다.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고 있다. 너의 카메라에는 내 뒷모습이, 내 카메라에는 뒤따라오는 너의 앞모습이 많이 담기겠지. 그치만 나는 자꾸 어제 본 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사랑받는 일에 서두르지 말아요, 돈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일어서요, 내가 함께할게요, 터프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거예요, 띄엄띄엄 흥얼흥얼 다시 불러본다. 속도를 늦추고 네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강윤정 [Stand Up Sister]' 중에서)

음악은 일부러 듣지 않았다. 간헐적인 새소리와 대기를 큰 시야로 아우르며 지나가는 태양의 숨죽인 공명을 몸에 그대로 새기고 싶었다. 그렇게 벌판 한가운데 우뚝 서 나무가 되고픈 심정이었다. 바람에 부대껴 저도 모르게 뱉어내는 뿌리의 울림을 해에게 송신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모든 음악이, 모든 그림이 무의미했고, 살아 있는 자체가 그림이자 음악이 되는, 보기에 아름다우나 살피면 지옥이 될 어떤 영혼의 주파수가 몸 안에서 떠는 것 같았다. 해를 올려다봤다. 적멸한 영혼의 아련한 연기인 듯 구름 조각이 가늘게 부서져 둥근 빛덩이 근처를 떠돌고 있었다.
('강정 [내 어둠이 당신에게 빛의 소리로 울릴 수 있다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처음 듣는 음악이야.
가령 카페에 앉아 일할 때. 텍스트를 읽거나 지겨울 때 낙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문득 어떤 음악이 들려올 때가 있어. 처음 듣는 음악. 그것은 흐르는 시간과 타성에 젖은 의식을 잠깐 동안 멈추게 하지. 움직이던 손가락과 눈꺼풀을 멈추게 해. 마치 뇌에 은하수를 붓는 느낌이야.
지금 나는 영화 [쉘부르의 우산] 주제곡을 듣고 있어. 이 음악에는 실패한 사랑에 대한 처연함과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애수가 담겨 있지. 이상하지. 백 마디의 ‘의미’보다 몇 분간 들리는 ‘무의미’로 이루어진 선율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더 많다니.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이 말하지. 이렇게 효과적인 언어가 있을까?
지금도 나는 기다려. 처음 듣게 될 음악을.
('박연준 [불어오는 것들 - T에게]' 중에서)

간밤에는 요람인 것만 같던 열차가 지금은 타임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의 타임머신은 과거를 변경하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주인공으로 하여금 일단 흥미진진한 복고풍 모험을 펼치게 하던데, 이 타임머신은 이제 올 시간 속에 이별만을 준비한다. 본 적도 없는 너 때문에 코끝이 시큰거린다.
탁? 타다?다, 탁? 타다?다, 바퀴 소리에 맞춰 내 손끝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먹을 쥔다. 손끝에서 소리를 몰아낸다. 지금은 이 박자에 맞춰 꾸벅꾸벅 졸고 싶지 않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김사월×김해원의 작은 앨범 [비밀]. 듀오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궤도를 떠돌다가 까마득한 주기로 스쳐가는 두 개의 소행성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앨범 전체가 나의 지구순환선을 위한 OST가 된다.
('신해욱 [레일로드 리듬]' 중에서)

그렇게 며칠 전 저녁.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한국으로 돌아오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누워 뷰파인더도 보지 않고 마구 찍어두었던 설원의 사진을 다시 보면서. 무수한 나무들이. 무수한 구름들이. 무수한 빛이 되어. 무수한 음이 되어. 줄지어 줄지어 달아나던 그 자작나무 숲을 다시 바라보면서. 문득 체첵이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왠지 사무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멀리 멀리에 두고 온 이름의 명확한 발음을 듣고 싶어서 웹을 열어 체첵이라는 낱말을 검색해보았다. 체첵(цэцэг)이라는 낯선 기호 아래에는 꽃, 꽃을 피우는 식물, 화초, 화훼(花卉), 관상식물 이라는 뜻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뒤. 체첵이라는 낱말 옆의 스피커 버튼을 눌렀을 때. 째-짹-. 그것은 누군가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흉내내는 깊은 숲속 어리고 작은 새의 울음소리 같았고. 채-찍-. 그것은 후려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빛바랜 가죽 끈을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영원이란 것은 없다는 듯이 반복 반복 그 소리를 듣고 듣고 또 들었다.
('이제니 [체첵 - 꽃의 또다른 이름]' 중에서)

여행에서의 ‘짐노페디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해.
어디에서든 내 귀에 짐노페디가 들려오면 순간 세상의 속도는 딱 반으로 줄어들거든.
절반의 속도 그 안의 풍경, 사람, 시간들.
그때는 마치 내 심장마저 절반만큼만 뛰고 있는 것 같아.
수면과 일상의 중간쯤 어디를 떠다니는 것 같은 그 느낌은 참 행복해.
점점 죽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더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한 그 느낌.
선글라스로 표정을 숨긴 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어.
절반의 세상 속에서, 아직 너에게 절반이 되지 못한 나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다시 이곳에.
비는 여전히 딱 그만큼의 파문을 만들며 떨어지고 있어.
세상 이곳저곳에 노크를 하듯 똑 똑 똑- 내가 정해야 하는 대답은 무엇일까.
떨어지는 빗소리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랑을
끝내 완성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또 끝내 내 것이 될 수 없었으나
보내지 못한 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마음으로, 나는 이 여행 내내
내 안에서 고개를 내밀던 질문들에게 답해야 할 거야.
('장연정 [어떤 날의 prelude'] 중에서)

오히려 나는 거기서 브람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대사를 쓸 때 나도 모르게 왠지 브람스는 어울리지 않아, 라고 하더니 순식간에 ‘트로이메라이’라고 써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 기억은 내게 어떻게 남겨져 있었던 것일까. 나는 시간의 요술을 설명하는 법을 알고 있지 못하다. 아마도 나는 이미 주어져 있던 것을 어느 순간에 그저 다시 발견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힘이 내게 그걸 다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지 알지 못한다. 여기에는 어떤 조화도, 어떤 법칙도, 어떤 논리도 없이 그저 찾아온 기억에 대한 나의 환대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그 장면 위에 클레르몽페랑의 신, 이라고 살짝 낙서하듯이 써놓았다. 물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았고, 그날의 나의 감흥을 신하균씨에게 요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촬영을 하면서 거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여학생을 떠올리고, 또 떠올리면서, 중얼거렸다. 이 장면은 당신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세상의 인연이란 얼마나 기기묘묘한가. 나는 그 기기묘묘함을 사랑한다.
('정성일 [한밤중의 뱀파이어들]' 중에서)

뒤를 돌아보니 멀리 네가 보인다.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고 있다. 너의 카메라에는 내 뒷모습이, 내 카메라에는 뒤따라오는 너의 앞모습이 많이 담기겠지. 그치만 나는 자꾸 어제 본 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사랑받는 일에 서두르지 말아요, 돈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일어서요, 내가 함께할게요, 터프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거예요, 띄엄띄엄 흥얼흥얼 다시 불러본다. 속도를 늦추고 네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 강윤정 ‘Stand Up Sister’ 중에서

음악은 일부러 듣지 않았다. 간헐적인 새소리와 대기를 큰 시야로 아우르며 지나가는 태양의 숨죽인 공명을 몸에 그대로 새기고 싶었다. 그렇게 벌판 한가운데 우뚝 서 나무가 되고픈 심정이었다. 바람에 부대껴 저도 모르게 뱉어내는 뿌리의 울림을 해에게 송신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모든 음악이, 모든 그림이 무의미했고, 살아 있는 자체가 그림이자 음악이 되는, 보기에 아름다우나 살피면 지옥이 될 어떤 영혼의 주파수가 몸 안에서 떠는 것 같았다. 해를 올려다봤다. 적멸한 영혼의 아련한 연기인 듯 구름 조각이 가늘게 부서져 둥근 빛덩이 근처를 떠돌고 있었다.

- 강정 ‘내 어둠이 당신에게 빛의 소리로 울릴 수 있다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처음 듣는 음악이야.
가령 카페에 앉아 일할 때. 텍스트를 읽거나 지겨울 때 낙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문득 어떤 음악이 들려올 때가 있어. 처음 듣는 음악. 그것은 흐르는 시간과 타성에 젖은 의식을 잠깐 동안 멈추게 하지. 움직이던 손가락과 눈꺼풀을 멈추게 해. 마치 뇌에 은하수를 붓는 느낌이야.
지금 나는 영화 <쉘부르의 우산> 주제곡을 듣고 있어. 이 음악에는 실패한 사랑에 대한 처연함과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애수가 담겨 있지. 이상하지. 백 마디의 ‘의미’보다 몇 분간 들리는 ‘무의미’로 이루어진 선율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더 많다니.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이 말하지. 이렇게 효과적인 언어가 있을까?
지금도 나는 기다려. 처음 듣게 될 음악을.

- 박연준 ‘불어오는 것들 ? T에게’ 중에서

간밤에는 요람인 것만 같던 열차가 지금은 타임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의 타임머신은 과거를 변경하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주인공으로 하여금 일단 흥미진진한 복고풍 모험을 펼치게 하던데, 이 타임머신은 이제 올 시간 속에 이별만을 준비한다. 본 적도 없는 너 때문에 코끝이 시큰거린다.
탁? 타다?다, 탁? 타다?다, 바퀴 소리에 맞춰 내 손끝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먹을 쥔다. 손끝에서 소리를 몰아낸다. 지금은 이 박자에 맞춰 꾸벅꾸벅 졸고 싶지 않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김사월×김해원의 작은 앨범 「비밀」. 듀오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궤도를 떠돌다가 까마득한 주기로 스쳐가는 두 개의 소행성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앨범 전체가 나의 지구순환선을 위한 OST가 된다.

- 신해욱 ‘레일로드 리듬’ 중에서

그렇게 며칠 전 저녁.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한국으로 돌아오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누워 뷰파인더도 보지 않고 마구 찍어두었던 설원의 사진을 다시 보면서. 무수한 나무들이. 무수한 구름들이. 무수한 빛이 되어. 무수한 음이 되어. 줄지어 줄지어 달아나던 그 자작나무 숲을 다시 바라보면서. 문득 체첵이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왠지 사무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멀리 멀리에 두고 온 이름의 명확한 발음을 듣고 싶어서 웹을 열어 체첵이라는 낱말을 검색해보았다. 체첵(цэцэг)이라는 낯선 기호 아래에는 꽃, 꽃을 피우는 식물, 화초, 화훼(花卉), 관상식물 이라는 뜻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뒤. 체첵이라는 낱말 옆의 스피커 버튼을 눌렀을 때. 째-짹-. 그것은 누군가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흉내내는 깊은 숲속 어리고 작은 새의 울음소리 같았고. 채-찍-. 그것은 후려칠 수 없을 정도로
여리고 빛바랜 가죽 끈을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영원이란 것은 없다는 듯이 반복 반복 그 소리를 듣고 듣고 또 들었다.

- 이제니 ‘체첵 - 꽃의 또다른 이름’ 중에서

여행에서의 ‘짐노페디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해.
어디에서든 내 귀에 짐노페디가 들려오면 순간 세상의 속도는 딱 반으로 줄어들거든.
절반의 속도 그 안의 풍경, 사람, 시간들.
그때는 마치 내 심장마저 절반만큼만 뛰고 있는 것 같아.
수면과 일상의 중간쯤 어디를 떠다니는 것 같은 그 느낌은 참 행복해.
점점 죽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더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한 그 느낌.
선글라스로 표정을 숨긴 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어.
절반의 세상 속에서, 아직 너에게 절반이 되지 못한 나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다시 이곳에.
비는 여전히 딱 그만큼의 파문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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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 강정, 김민채, 김사과, 박연준, 송승언 외 6명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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