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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유럽 : 유럽연합, 이중의 덫에 빠지다

원제 : Europe Entra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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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현실 최고의 유럽학자 클라우스 오페의 따뜻하지만 냉철한 분석서

    ‘덫에 걸린 유럽연합’을 이야기하기 위해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시장’론에서 시작하여 시장 자체가 저절로 형성되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책의 지원과 도움과 승인과 보호를 받아 유지되는 것이며, 더불어 시장 자체가 끊임없이 경쟁이라는 작동원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기파괴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밝힌 저자는 이 두 가지 전제 위에 유로존과 유럽연합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쌓아올린다.

    유럽을 이리저리 찢어놓은 다양한 갈등들과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낱낱이 갈라 드러내고, 유럽연합과 통합을 바라보는 유럽 지식인들의 입장과 주장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장식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유럽연합 상황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뒤로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덫’의 구조를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유럽연합을 구성하는 수많은 주체들의 입장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 최소한의 ‘관전 포인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이중의 덫은 무엇인가?

    정치동맹으로 나아가지 못한 유럽연합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은 시장의 자기파괴적 활동들을 충분히 제어할 수 없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고, 유로존은 애초에 체급이 다른 참여자들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되었다. 시장이 작동하면서 이런 차이를 저절로 보완하고 조정하리라는 자유주의 시장론자들의 무책임한 전망은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그러나 첫 번째 덫에 갇힌 유럽연합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이런 상황 자체가 유럽연합이 갇힌 첫 번째 덫이다. 저자가 밝히는 두 번째 덫은 사뭇 잔인하기까지 하다. 위기 자체가 위기를 극복할 주체들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 저자는 경제통화동맹에 머물러 있는 유럽연합이 정치적 대리인으로서의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구조와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독일 지도자론의 타당성을 냉정하게 검증하고 폐기한다.

    올해 만 75세인 저자는 이책에서 유럽연합으 운명을 전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미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유럽연합을 옥죄고 있는 이중의 덫을 냉정하게 정의해낸 다음,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최소한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첫 번째 덫이 만들어낸 사회적 고통을 줄이는 동시에 두 번째 덫을 늦출 수 있는 방법, 바로 올바른 사안들을 정책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 EU를 정치화하는 방안이다. 저자는 올바른 사안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합당한 의제들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대리인조차 없을 때에, 바로 그 정치적 대리인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올바른 사안들을 골라 정책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주체는 누구이겠는가? 바로 자신을 포함한 지식인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많은 지식인들이 이 책을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추천사

    열정적이고 철두철미하게 주제를 깊숙이 관통하는 클라우스 오페의 책은 유럽연합의 속살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 유럽을 향한 투쟁에 일말의 희망을 건네준다.
    - 개리 마크스 /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정치학 교수

    벌써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 유로 위기를 보면서 희망을 품기는 어렵다. 만약 희망을 품을 근거가 있다면, 그건 이 책에 담긴 내용일 것이다. 오페의 세심한 분석은 널리 읽혀야 마땅하다. 이 책이 널리 읽힌다면 유럽도 보다 좋은 곳이 될 것이다.
    - 배리 아이켄그린 /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교수

    이 책의 핵심에는 ‘유로가 실수였다 할지라도 유로를 폐기하는 건 더 큰 실수가 될 것이다’라는 명제가 있다. 이런 직관에 기초하여 오페는 유럽주의 초국가 정체(政體)를 옭아맨 경제적, 제도적, 정치적, 문화적 덫들의 논리를 설명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이라면 덫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시도가 은연중에 품고 있던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과연 누가 변화의 대리인이 될 것인가? 이 책을 읽는 이라면 이 질문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질문인 동시에 우리로서는 절박하게 답을 얻어야만 하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알버트 윌 /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정치이론과 공공정책학 교수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클라우스 오페는 가차 없이 유럽통합의 약점과 실패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면서도 유럽주의 이상이 품고 있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호소력 있게 일깨우는 한편, 정치지도자들이 의지와 투지만 가진다면 이 이상을 실현시킬 방법이 있다고 일러준다. 지금처럼 유럽혐오가 팽배한 분위기에서 이 책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낙관이다.
    - 콜린 크라우치 / '워릭대학교' 정치사회학 명예교수

    목차

    머리말
    들어가는 글

    제1장 민주자본주의와 유럽연합
    제2장 위기의 본질
    제3장 성장, 부채, 파멸의 순환 고리
    제4장 원점 회귀는 없다
    제5장 정치적 대리자를 찾아서
    제6장 궁극적 목적
    제7장 정치세력과 성향별 지형
    제8장 재고할 가치도 없는 독일 지도자론
    제9장 ‘희박한’ 시민성
    제10장 국경과 사회적 분리를 넘어선 재분배

    옮긴이의 말
    참고 자료

    본문중에서

    지금 당장만 보면 유로는 유럽 대륙에 한정된 문제다. 불안정한 유로와 그 불안정성이 야기한 위기는 유로존 안팎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유로존과 유럽연합에 속한 국가와 사회에 유로가 어떤 소란을 일으켰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유럽대륙 중심의’ 소책자이다. 이 책은 유로가 불러 온 덫에 갇혀버린 유럽인들을 해방시킬 정치세력이나 번득이는 계책, 충분한 변통 능력을 가진 대리자가 있는가라는 ‘행위주체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에게 가장 익숙한 유럽연합 회원국이 독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를 분석해가는 과정에서 독일을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가 익숙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은 2013년 [유럽법률저널]에 실린 같은 제목의 원고를 기반으로 삼아 새로 다듬은 것이다. 그 원고를 지금의 분량으로 확장해 보라고 누구보다 열심히 채근했던 사람이 동료인 존 톰슨이었다. 이 책에 제시된 분석 내용의 많은 부분이 알베나 아즈마노바, 안젤로 볼라피, 하우케 브룬코르슈트, 알레산드로 카발리, 마누엘 카스텔스, 슈페판 콜리그논, 히리스토프 도이치만, 헨리크 엔데를라인, 게르트 그뢰칭거, 울리케 귀로트, 히리스티안 외르게스, 위르겐 하버마스, 안케 하셀, 오토 칼셰아우어, 알렉젠더 E. 켄티클레니스, 이반 크러스테프, 아우구스틴 E. 메넨데스, 울리히 프로이스, 프리츠 샤르프, 볼프강 스트레크, 존 톰슨, 루츠 빙게르트, 조너선 화이트 등의 연구(와 서면으로 보내준 의견뿐만 아니라 심심찮게 있었던 논쟁)에 힘입은 바 크다.
    (/ '머리말' 중에서)

    유럽연합이 이대로 계속될 수 없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한 현상(現狀)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유럽연합은 지금의 ‘계속되는 위기’보다 현저히 나은 어떤 상태와 상당히 나쁜 어떤 상태로 갈라지는 기로에 서 있다. 이 정도는 유럽 안팎의 세상이 다 아는 바다. 그러니 이 위기, 금융시장 위기와 국가부채 위기, 경제/고용 위기, EU의 제도적 위기, EU의 유로존과 EU의 질적 민주주의 위기 등등이 누적된 결과물인 지금의 위기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지극히 위험한 위기이며 극도로 복잡하고 불확실한 무서운 위기라고 믿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EU의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지 않는다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이미 겪고 있는 막대한 사회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 프로젝트와 전 세계의 경제가 모두 심하게 고통 받게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을 다룬 학술 저작물이나 정책 보고서, 보도물은 제법 많다. 이런 글들은 종종 ‘유럽통합, 되돌아갈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와 같은 제목을 달고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을 두어 가지 제시한 다음 저마다 추정한 실현 가능성과 바람직함의 척도에 따라 그 방안에 순위를 매긴다. 그러나 위기가 다면적이라는 진단에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고 ‘앞으로’ 대 ‘뒤로’라는 공간적 비유가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두 번째 문제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 문제란, 이 위기가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재발을 막을 전략과 변화를 만들어낼 건설적인 치유력이나 힘의 원천 자체를 대부분 마비시키거나 침묵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주의 분석가들이나 그에 못지않게 자신감에 충만한 기술관료들이 주장했던 바와는 반대로, 위기는 위기를 극복해낼 바로 그 힘들을 길러내기는커녕 마비시킨다. 위기가 학습 기제와 복원력을 가동시키기보다는 대리자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위기관리자나 변화의 대리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세력들을 비활성화시켜왔다. 경제 회복을 향한 희망과 (예를 들어, 유럽민주연방공화국 같은)전망, 또는 국가주의로 회귀하자는 요구는 많은 반면, 유럽을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위기 이후의 미래로 추동해갈 전략을 짜고 실행하기에 적법한 주체는 누구인지, 하다못해 그런 임시변통 능력이라도 있는 주체는 누구인지, 그 주체는 또 어떤 종류의 규칙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지는 어디서도 두루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만한 답을 찾아볼 수 없다.
    혹자는 (내가 1970년에 쓴 글에서 언급한 대로)‘위기관리의 위기’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도출해낸다 하더라도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라는 더 곤란한 두 번째 질문에 부닥치는 셈이다. 무엇이 바람직한 전략적 목표인지를 논하는 일도 그 일을 실제로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주체를 짚어내지 못하고서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덫에 갇힌 채다. 덫이란 그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는 조건이면서 동시에 움직이는 능력을 빼앗기고, 탈출경로는 막힌 데다 덫을 풀려는 대리자의 힘은 약하고 불명확한 조건으로 정의될 수 있다. 주역들은 장애물들이 가득한 무대 위로 아직 오르지도 않았다. (중략)

    이 위기가 심각한 건 하나의 핵심적인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서로 대립하는 여러 정치적 성향과 전략들마다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일은 역시 극도로 인기가 없어서 EU는 말할 것도 없이 회원국들 안에서도 사실상 민주적으로는 실행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꼭 해야 할 일, 그리고 모두가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일(말하자면 부담과 책임을 나눠 EU 안에 재배치하는 모종의 조치)은 ‘핵심’과 ‘주변부’ 회원국 유권자들 모두에게 ‘먹히질’ 않는다.
    무엇보다 ‘설득’을 해야 할 정당들이 여전히 대부분 국가 단위의 권력을 추구하는 조직들이다 보니, 누구보다 먼저 국경을 뛰어넘는 신뢰 관계를 조성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치적 성향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회피하고, 유권자들의 ‘정해진’ (추정)성향에 반응하는 실증적 기회주의에 이끌린다. 정당들이 설득과 논쟁을 통해 정치적 선호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널리 퍼진 공포와 혐오, 의심, 피해자 비난 경향, 국가주의 프레임 유행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중략)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제가 빈곤한 탓에 돈이 아니라 공감대와 정치적 지지가 변수로 작용하는 병목지점이 되었다. 경제 영역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들과 중요한 정치 주체들이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일들 간의 불일치는 요즘 뭔가의 징후가 아닌가 싶을 만큼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통치불능’ 상태에서 최고점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유럽 핵심과 주변부 간에 생겨나 점점 깊어져 가는 분리선 양쪽 모두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막는 데 실패한 결과로 유로존이 쪼개진다면, EU도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메르켈 총리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에 와서는 그 못지않게 명백해진 사실, 즉 유럽연합이 무너지도록 위협하고 있는 건 바로 거친 데다 제도적으로 안착하지 못한 유럽경제통화 동맹과 유로의 역학 그 자체라는 말을 빼먹었지만 말이다.
    (/ 본문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늘 위기 상황이기는 했지만 요즘 유럽연합은 하루하루가 벼랑 끝을 걷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운명의 한 주’라 불린 6월 첫 주에만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담판이 무위로 끝났고, 그리스는 IMF에 일방적으로 부채 상환 연기를 통보했으며, 새로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준비가 다시 시작됐다. 항간에는 독일이 이미 유로존 붕괴를 예상하고 열심히 마르크화를 찍어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일부는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겠지만 그렉시트는 없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행히 월말에 채무를 일괄 상환하겠다는 그리스의 통보를 IMF가 받아들여 파국은 6월 말로 유예되었다. 그리스가 6월 말에 IMF에 상환해야 하는 채무 규모는 15억3000만 유로(약 1조9000억 원)에 달하고, 7월과 8월에는 유럽중앙은행에서 빌린 각각 35억 유로와 32억 유로 규모의 채무 상환 기일이 도래한다. ‘운명의 6월’은 운명의 7월과 운명의 8월을 예고하고 있다. 줄곧 숨 가쁘게 돌아가는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도 이 책의 논지는 놀랄 만큼 차분하고 명징하다. 시간 별로 사건들을 줄줄이 나열하거나 자극적인 수치들을 들이대지도 않는다. 저자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깊고 근본적인 지점을 향하고 있다. 덫에 걸린 유럽연합을 이야기하기 위해 맨 먼저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자유주의 ‘시장’론부터 살펴보는 이유가 그래서다. 저자는 시장 자체가 저절로 형성되어 저절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책의 지원과 도움과 승인과 보호를 받아 유지되는 것이며, 더불어 시장 자체가 끊임없이 경쟁이라는 작동원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기파괴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서두에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밝힌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전제 위에 유로존과 유럽연합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쌓아올린다. 유럽을 이리저리 찢어놓은 다양한 갈등들과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낱낱이 갈라 드러내고, 유럽연합과 통합을 바라보는 유럽 지식인들의 입장과 주장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장식한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앞서 잠깐 얘기한 유럽연합 상황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도 뒤로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덫’의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유럽연합을 구성하는 수많은 주체들의 입장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 최소한의 ‘관전 포인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럽연합을 옥죄는 ‘덫’이 이중의 덫임을 지적한다. 정치동맹으로 나아가지 못한 유럽연합은 국민국가의 틀을 뛰어넘은 시장의 자기파괴적 활동들을 충분히 제어할 수 없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고, 유로존은 애초에 체급이 다른 참여자들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되었다. 시장이 작동하면서 이런 차이를 저절로 보완하고 조정하리라는 자유주의 시장론자들의 무책임한 전망은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그러나 첫 번째 덫에 갇힌 유럽연합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이런 상황 자체가 유럽연합이 갇힌 첫 번째 덫이다. 저자가 밝히는 두 번째 덫은 사뭇 잔인하기까지 하다. 위기 자체가 위기를 극복할 주체들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 저자는 경제통화동맹에 머물러 있는 유럽연합이 정치적 대리인으로서의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구조와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독일 지도자론의 타당성을 냉정하게 검증하고 폐기한다. 유럽연합은 림보에 갇힌 채 필연적인 파멸을 향해 떠밀려가는 형국이다. 이 책의 미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옥스퍼드대 유럽정치학 교수인 얀 지엘론카 교수의 [유럽연합의 종말]과 크게 궤적이 달라지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지엘론카 교수는 유럽연합이 실질적인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국민국가가 강화되는 신베스트팔렌 체제가 아니라 국민국가의 통제력은 더 약해지는 반면 주요 도시와 비정부기구, 다양한 클럽들과 네트워크들이 수평적인 힘을 발휘하는 신중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만 75세인 클라우스 오페 교수는 전망하지 않는다. 지금 유럽연합을 옥죄고 있는 이중의 덫을 냉정하게 정의해낸 다음, 저자는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 최소한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첫 번째 덫이 만들어낸 사회적 고통을 줄이는 동시에 두 번째 덫을 늦출 수 있는 방법, 바로 올바른 사안들을 정책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 EU를 정치화하는 방안이다. 저자는 올바른 사안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합당한 의제들을 제시한다. 나는 이것이 평생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온 저자가 세계의 동료들에게 지식인의 책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대리인조차 없을 때에, 바로 그 정치적 대리인들이 생겨날 수 있도록 올바른 사안들을 골라 정책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주체는 누구이겠는가? 바로 자신을 포함한 지식인들일 것이다. 이 책이 동료 학자로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는 평을 듣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마치 자신의 신념인 듯 책 앞부분에 “우리가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단 한 걸음일지라도 더 나은 분배적 정의를 향한 주도적이고 ‘진보적인’ 어떤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혀놓은 이 냉철하고 꼿꼿한 노학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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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0~
    출생지 독일 베를린
    출간도서 2종
    판매수 94권

    클라우스 오페는 독일의 정치사회학자로 2세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쾰른대학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사회학과 경제학, 철학을 공부했고, 프랑크푸르트대학 사회연구소에서 하버마스의 조교로 일하면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에 콘스탄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빌레펠트대학, 브레멘대학, 훔볼트대학 등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가르쳤고,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다. 민주주의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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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즐겁고 온전한 세계를 꿈꾸는 전문번역가. 대학에서 미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학을 공부했다. 생태와 환경, 사회, 예술, 노동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혁명하는 여자들], [사소한 정의],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버블 차이나], [덫에 걸린 유럽], [침묵을 위한 시간], [북극을 꿈꾸다],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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