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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장르의 B급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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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왜 B급 문화인가?

    좋은 문화에 대한 기준은 어떤 것이든 국가권력과 자본이 임의로 정해서도 안 되고, 또한 그것이 하나뿐일 수는 없다. 각진 날을 세운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 침대 같은 하나의 잣대만으로 좋은 문화를 정의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문화는 나쁜 문화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독선이다. 그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물론 어느 사회에나 좋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그 기준들은 사회 내에 공존하면서 갈등하고 경쟁하며 발전한다. 다양한 집단들은 세대에 따라, 성별에 따라, 혹은 직업이나 계층에 따라, 교육수준에 따라 각기 나름의 기준이나 취향에 맞는 좋은 문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취향이나 기준에 대해 자신의 것만큼이나 관용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 비로소 사회 전체의 문화가 조화롭고 다양하며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인

    출판사 서평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자들을 위한 불온성’

    슬라보예 지젝, 스티븐 킹, 스티브 던킴, 이택광, 김창남 등 국내외 필진 36인이 탐색한 문화의 본질적 정의!

    [마니에르 드 부아]
    [마니에르 드 부아](Maniere de voir) 시리즈는 프랑스 르몽드의 자회사중 가장 돋보이는 르몽드 디플마티크에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형태의 단행본으로, 국내에서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코리아가 지난 2월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출간에 이어, 이번에 [나쁜 장르의 B급 문화]를 발행하게 됐다. 이번 [나쁜 장르의 B급문화]는 [마니에르 드 부아] 111호의 [나쁜 장르의 문화](Culture des Mauvais Genres)를 기본 텍스트로 삼았고, 여기에 한국 학자들의 글을 추가했다. 저명한 외국 필진 29명과 국내 필진 7명의 글 총 38편을 실은 이 책은 세계 각국의 대중문화에서 꿈틀대는 창의성과 다양성, 자발성과 불온성, 그리고 그걸 수용하는 이들의 주체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앞서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은 [마니에르 드 부아] 124호의 [집권좌파의 역사(L’histoire des gauches au pouvoir)]를 기본 텍스트로 삼았다.

    추후 발행될 [마니에르 드 부아]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3편 [극우의 새로운 얼굴]
    4편 [감시당하는 당신, 웃어라]......
    6편 [이념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 세계사] 시리즈 4권과 [르몽드 환경아틀라스], 최근에 세계 석학 30명의 글 40편을 묶어 총론격인 [르몽드 인문학]을 출간했으며, 출간 때마다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사유하는 방식’으로 번역되는 [마니에르 드 부아]는 프랑스에서만 매호 8~9만 부가 판매되고 있으며, 바칼로레아 준비는 물론, 대학원 석박사 준비 및 논문 작성의 레퍼런스로 각광받고 있다.

    추천사

    B급 문화의 불온성
    현재의 문화를 논한다는 것은 표피적인 현상에 집착한다기보다, 그 문화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의 논리를 파악하는 것에 가깝다. 그 논리는 투명한 형식의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지만, 우리가 쉽사리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 테다. ‘B급 문화’라는 형식은 결과적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 증상을 즐기는 대중의 욕망을 포착하는 글이 하나로 묶인다면, 우리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이택광 /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

    불법적 쾌락을 위하여
    TV 출연을 염두에 두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예술적 품위의 관례에 개의치 않고 대중을 위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곧 공식적 예술에 수반되는 클리셰, 스타일, 목적성, 자기검열로부터 해방됨을 의미한다. 저평가되는 장르들은 형태의 배반이며, 의미의 배반이다. 이것들은 형태를 새롭게 하며, 의미에 질문을 제기한다.
    - 모나 숄레, 에블린 피에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본문중에서

    자명한 것에 대한 의심이야말로 생각이 시작되는 지점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B급 문화’에 대한 기존의 관점도 새롭게 점검해야하지 않을까. 문화에 대한 태도가 급격하게 바뀐 것은 전후 대중문화의 분출과 무관하지 않다.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적 쾌락의 추구가 대중문화의 약진을 낳았다. 일방적으로 ‘자본주의 문화’로 취급되었던 하위문화 또는 대중문화가 당당히 자격을 획득하고 의미 있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그 형식적 파격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당시에 대중문화는 고급문화로 지칭되었던 전통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오늘날 이런 대중문화의 파격은 다소 철지난 유행처럼 보인다. 파격 자체가 훌륭한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긴 하지만, 대중문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과거의 형식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문화를 파격과 연결하는 사고가 어쩌면 애초에 대중문화에 내재해 있던 혁명성의 화석화를 은폐하려는 시도인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B급 문화’라는 용어는 지금 현재 대중문화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에 가깝다. 과거에 고급과 저급 같은 층위의 문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A급과 B급으로 나뉘는 등급의 문화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다시 새삼스럽게 ‘B급 문화’를 논한다는 것은 때늦은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또한 그만큼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문화코드들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려 있는 문화에 대한 글은 당대에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사물현상에 대한 개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것들이다. 포말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문화현상의 결들을 따라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을 서로 교차시키는 분석들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통일적인 주제에 따라 기획된 글은 아니지만, ‘B급 문화’라고 불리는 일련의 문화형식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꿰뚫는 일관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문화를 논한다는 것은 표피적인 현상에 집착한다기보다, 그 문화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의 논리를 파악하는 것에 가깝다. 그 논리는 투명한 형식의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지만, 우리가 쉽사리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 테다. ‘B급 문화’라는 형식은 결과적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 증상을 즐기는 대중의 욕망을 포착하는 글이 하나로 묶인다면, 우리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말한 것처럼, 문화는 "근대성의 위기가 가장 섬세하게 등록되어 있는 장소"이다. 우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하는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이 장소가 위치한 등고선을 따라서 제각기 다채로운 지형도를 그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쓰임새는 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택광 /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
    (/ '추천의 글_B급 문화의 불온성' 중에서)

    "당신이 아무리 ‘저급한’ 기쁨과 ‘고급스러운’ 기쁨을 떠들어봤자 예술은 당신에게 냉랭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은 상류지역에서뿐만 아니라 하류지역에서도 활동하기를 원하며,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이상 조용히 내버려두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연극을 위한 작은 지침서(Petit Organon pour le th??tre )](L’Arche, Paris, 1970,1948)에서

    "오래 전부터 나는 가능한 모든 풍경을 소유하고 있다고 으스댔고, 회화 및 현대 시의 저명 인사들을 가소롭게 여겼다. 나는 문 위의 장식, 배경 그림, 곡예단 천막, 간판, 서민적인 채색삽화 등 하찮은 그림들을 좋아했고, 교회의 라틴어, 철자를 무시한 에로틱 서적, 우리 선조들의 소설, 요정이야기, 어린 시절의 작은 책, 오래 된 오페라, 순진한 리듬 등 유행 지난 문학을 좋아했다." - 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철(Une saison en enfer)](Livre de poche, Paris, 1998, 1873)에서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은 그 것이 저항문화와 대중문화 중 어디에 속하든 간에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같이 초라하고 부적절하고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적절하고 진지한 상류문화가 아닌 서민문화 혹은 천민문화로 간주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악명 높은 문화적 배경에서 세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형성되고, 세상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이 탄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TV 출연을 염두에 두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예술적 품위의 관례에 개의치 않고 대중을 위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곧 공식적 예술에 수반되는 클리셰, 스타일, 목적성, 자기검열로부터 해방됨을 의미한다. 저평가되는 장르들은 형태의 배반이며, 의미의 배반이다. 이것들은 형태를 새롭게 하며, 의미에 질문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이 장르들이 엘리트 여론에 기계적으로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형태의 속물주의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이 장르들이 상업성 짙은 졸작마저도 다수의 숨겨진 욕망을 초월적으로 구현한 작품인양 행세하고, 이를 흥행 성공의 요인으로 파악하자는 것도 아니다. 본질적으로 ‘상품’이라는 것은 여론의 비위를 맞춰주고 유혹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중문화 상당 부분이 조작적이고 소외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1)
    그러나 대중문화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과감성과 효율성을 겸비한다면 역설적이게도 흥미진진하면서도 시야를 밝혀주는 작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편견 때문에, 아니면 팬들로 이뤄진 군중과의 동화를 꺼린다는 이유로 멀리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진부하거나 평범하거나 정말 조악한 대중문화 작품도 나름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에서 롤랑 바르트에 이르는 위대한 전통적 비평가들도 지적했듯, 이러한 작품들에 찬사를 보내는 사회의 정신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엘리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관객, 독자, 청자는 수동적이지 않다. 조종을 일삼는 산업이 마음대로 모양을 빚을 수 있는 진흙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작품을 조망하는 능력에는 수용자들 간의 격차, 특히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항상 능동적 자세로 작품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관심사, 감수성, 당시에 품고 있던 의문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고, 내 것으로 삼고, 변형한다.

    때로는 이러한 대중문화를 구성하고 때로는 여기에 반기를 들면서, 인정받은 주류 문화의 주변부에서 멸시당하면서도 꽃을 피우는 문화가 있다. 이른바 ‘마이너’ 문화이다. 무시당하던 이런 형태의 문화를 높이 평가한 대표적인 이들이 초현실주의자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활발하게 행동한 저항문화 운동가들이다. 이들은 기존 모델들과 거리를 두는 한편 어린 시절의 추억 속 상상과 비슷한 상상 세계와의 관계를 즐겼다. 즉 자유롭게, 아무런 강박관념도 없이, 모든 질서와 관습에서 해방된 채 오로지 쾌락에만 관심을 가졌다. 비즈니스 세계도 이러한 작품들의 매력을 간파하였다. 록음악과 만화가 전복적이라고? 누군가 이렇게 주장한다면 사람들은 웃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나쁜 장르’를 수거하여 이를 변형하고 중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새로운 품위를 지니게 되었다고 흥미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 새롭게 탄생한 ‘나쁜 장르’들이 문화를 다시 창조하고 전복하고 해방시키는 데에 앞장서게 된다.

    문화의 위계를 따질 때 공허할 정도로 쉬운 작품들만이 흥행에 성공한다고 넘겨짚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나큰 착오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만 해도 19세기 전반 미국 서민문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2) 탄광촌에 세워진 간이극장에서, 서부에서, 당구대 두 개를 연결해 급조한 무대에서도 그의 작품을 공연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신문에 연재되어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키고, 울게 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귀족적 어투와 익살극적 요소가 공존하며, 디킨스의 소설은 멜로드라마성과 강렬한 희극성을 주저 않고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와 디킨스, 이 두 작가만 보더라도 천박함, 장르의 혼합, 정제되지 않은 문체를 거리낌 없이 구사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 고상한 취향이란 "질서 유지를 위한 대비책"(3)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1) ‘순응주의의 공장(La fabrique du conformisme)’, [마니에르 드 부아르] 96호, 2007.12 - 2008.01 참고.
    (2) Lawrence W. Levine, [상위문화, 하위문화. 미국에 등장한 문화적 위계질서의 등장(Culture d’en haut, culture d’en bas. L’?mergence de hi?rarchies culturelles aux Etats-Unis)], Roger Chartier, La D?couverte, Paris, 2010.
    (3) Victor Hugo, [William Shakespeare], Flammarion, Paris, 2003 (1864).
    - 모나 숄레 Mona Chollet, 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 '서문_불법적 쾌락을 위하여' 중에서)

    저자소개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9~
    출생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출간도서 65종
    판매수 10,471권

    1949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 및 사회학 등을 전공하고, 류블랴나대학 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라캉 연구로 두 번째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슬로베니아에서 최초로 자유선거가 시행되었을 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단순한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실천하는 이론가이다. 지은 책으로 [삐딱하게 보기],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이라크 : 빌려온 항아리], [시차적 관점],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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