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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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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민주주의 원칙과 공공성이 붕괴되고 정치가 희망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

    전체주의 이론가로 잘 알려진 한나 아렌트는 정치영역만이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삶을 정치적으로 확장하면서 시대와 맞선 정치철학자다. [전체주의의 기원]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인간의 조건]으로 현대의 대표적 정치철학자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정치의 본질이 물질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선에 대해 끊임없이 토의하는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정치권은 단순한 논리를 들며 상대를 악으로, 자신을 선으로 포장하여 정치를 극장화하고, 대중은 사고정지 상태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했다. 민주주의 원칙과 공공성이 붕괴하는 지금, 정치가 희망이나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문제 해결의 촉매제로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더욱 절실하다.
    "왜 '지금'이라고 할까? 저자가 만든 4개 장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왜 지금인지에 대한 단서가 있다. '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의 본성'은 정말 훌륭할까? 인간은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까?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까? 아렌트가 제기했던 철학적 의문이자, 이 시대의 정치적 상황이 이런 원천적 질문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악'이라는 이름의 적을 만드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을 믿어도 될 만큼 우리는 서로 통하고 있는가? 온갖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인 것 같지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이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로부터 떨어져서 고고하게 살면 안 되는가? 저자는 묻고 있다."
    (김진애의 '추천의 글' 중에서)

    출판사 서평

    왜 '지금'이라고 할까? 저자가 만든 4개 장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왜 지금인지에 대한 단서가 있다. "'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의 본성'은 정말 훌륭할까? 인간은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까?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까?" 아렌트가 제기했던 철학적 의문이자, 이 시대의 정치적 상황이 이런 원천적 질문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악'이라는 이름의 적을 만드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을 믿어도 될 만큼 우리는 서로 통하고 있는가? 온갖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인 것 같지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이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로부터 떨어져서 고고하게 살면 안 되는가? 저자는 묻고 있다.
    -추천사 중에서, 김진애(전 국회의원,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 저자])

    왜 지금 한나 아렌트인가?
    현대 정치철학의 거장 한나 아렌트 쉽게 읽기

    한국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고 전체주의에 맞서 싸운 투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이미지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2014년 일본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강행 등 우경화 폭주를 경계하면서 '아렌트 신드롬'이 일었다. 한나 아렌트 저서의 판매량이 늘고 그녀의 삶을 조명한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한나 아렌트는 남의 사고를 따라가려 하는 사고정지 상태에 의한 '동조'가 '정치'를 무너뜨리고 나치즘이나 구소련의 스탈린주의 같은 '전체주의'를 불러온다고 경종을 울려왔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은 죄'를 역설한 한나 아렌트의 철학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에게는 전체주의 사상가 그 이상의 함의가 있다. 그녀는 정치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색하고 공공성의 문제를 탐구하고자 한 정치철학자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공공성이 붕괴되고 정치가 희망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정치적 위기에 한나 아렌트는 문제 해결의 촉매제로써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 가운데 특히 중요한 내용을 현대 사회의 정치사회문제와 연관시켜 소개하는 일반 대중을 위한 한나 아렌트 입문서다. 저자인 나카마사 마사키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나 아렌트라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를 상상하여 아렌트의 대변자로서 발언하고자 한다. 1장에서는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소개하면서 "이 시대에 '악'이라는 이름의 적을 만드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를 느끼게 한다. 2장에서는 [인간의 조건]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믿어도 될 만큼 우리는 서로 통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3장에서는 [혁명론]을 소개하면서 "온갖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인 것 같지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를 묻는다. 4장에서는 [정신의 삶]을 소개하며 "이 온갖 골치 아픈 문제들로부터 떨어져서 고고하게 살면 안 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한나 아렌트가 제기한 철학적 의문이자 이 시대가 제기하는 원천적 질문이다.

    '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한나 아렌트는 20세기 전체주의를 혁신적으로 설명해낸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가 서구의 근대화, 대중의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는 대중민주주의사회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19세기 유럽은 '국민국가'를 형성하기 위해 국민을 영토적, 정치적으로 통합시키면서 타국민, 타민족과 같은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동료의식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독일은 독일사회에 동화되어가던 유대인을 '악'으로 지목하고, 제국주의 정책에 나선 국가들은 식민지인들과 대비를 통해 자신들의 동일성을 확신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국민국가는 시민사회와 표리일체를 이루며 발달한다. 시민의 권리가 확립되고 의회를 중심으로 정치가 움직이며 복지와 공공사업이 정비되자, 계급의식을 가졌던 시민은 정치의 소비자이자 계급의식을 상실하고 원자화된 대중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계급적 이익 대신 민족의 역사적 사명을 이야기하는 '세계관정당'이 등장한다. 대량실업이나 패전 같은 위기 상황으로 대중 사이에 불안이 퍼져나가면 세계관정당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 세계관 정당은 현실을 상당히 왜곡시킨 공상세계를 구축하여 대중을 하나로 묶어내 조직화한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관을 진실이라고 믿게 하여 대중이 전체주의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조하게 몰아간다. 오늘날에도 어떤 특정 세력을 '악'으로 지칭하며 세력을 키우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저자는 그 사례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며 당을 결속하려 했던 것을 지적한다. 아렌트는 이처럼 한 집단을 '악'으로 몰아 자기 집단을 강화하는 것이 전체주의의 양상임을 포착해낸다.

    나치스가 유대인을 대량학살 할 수 있었던 것은 학살의 책임자들이 유대인에 대한 광신적인 증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전체주의의 지배를 통해 인간을 인격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제조 공정상의 물건으로 여기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구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덕적 '인격'의 해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것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악의 근원'으로 그리지 않고 유대인 절멸이라는 직무에 충실했던 평범한 관리로 묘사한다. 아이히만의 문제는 자신의 머리로 선악을 판단하지 않은 무사유적 '인격'에 있으며, 평범한 사람도 거대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기술한다. 전체주의의 정신구조를 분석하면서 한나 아렌트는 서구근대 철학과 정치사상이 전제로 삼아온 훌륭한 인간상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음을 인식한다. 그리하여 "자유의지를 지니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며 스스로의 이성으로 선을 지향하는 주체"라는 서구적 인간상의 역사적 기원을 탐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인간의 본성'은 정말 훌륭할까?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제시한다. 그중에서 '행위'는 한나 아렌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서로의 인격에 영향을 주고받으려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위'에 전제되는 것이 '복수성'인데, 세계에는 복수의 인격이 있고 언어를 매개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가능한 환경으로 한나 아렌트는 고대의 폴리스를 들고 있다. 폴리스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공적 영역'은 대등한 입장의 시민이 물질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동선에 대해 토의하는 정치의 장이자 '행위'에 의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유로운 영역이다. '사적 영역'은 '공적 영역'에서 '행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생활을 보장하고 식욕, 성욕 등 사람의 생물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다. 눈에 드러나지 않게 숨겨져 있는 '사적 영역'과 달리 '공적 영역'은 공중의 눈에 드러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격'이라는 '가면'을 써야 한다.

    시민들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시민을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법과 지식을 습득하는데 그것이 '인간다움'이다. 이러한 폴리스의 인간상은 인간이 선을 추구하고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는 서구의 인간상으로 이어진다. 한나 아렌트는 각자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집단 속에 매몰되어 개성을 잃게 됨으로써 서구세계가 추구한 전통적 의미의 인간성이 서서히 붕괴했다고 말한다.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만인에게 보편적 인권을 부여하고 민주주의의 범위를 확대해온 서구의 시민사회가 전체주의를 배태한 원인이 일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성에 대한 순진한 신앙은 그 이상에 들어맞지 않는 자를 배제하는 전체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까?
    [혁명론]

    '행위'가 인간성을 이루는 근간이라는 인간관에 입각하여 혁명의 계보를 논한 것이 [혁명론]이다. 한나 아렌트는 겉으로 보이는 위선의 가면을 파괴하고 본성을 해방시키자는 프랑스혁명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헌법과 국가체제를 통해 자유의 공간을 창출하는 데 성공한 미국혁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나 아렌트는 근대의 휴머니즘 사상이 억압과 빈곤에서의 해방을 자유와 혼동한다고 생각한다. 자유가 단지 누구에게든 물리적 구속을 받지 않는 것뿐이라면 야생의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는 폴리스적 의미의 정치와 한 몸을 이루는 것으로 법과 국가체제를 통해 '구성'된다. 정치나 공공선에 관심을 갖고 공적 영역에서 '행위'에 종사해야만 자유로운 인격이라 할 수 있다.

    인민은 스스로 정한 헌법의 틀 안에서 각자 자유롭게 활동하고 공공선의 탐구와 실현을 향해 토론을 거듭한다. 그러한 행위를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체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단지 해방한다고 해서 사람의 자연적 본성에 뿌리 내린 질서가 자연스레 세워지지 않는다. 프랑스혁명이 잔혹한 숙청으로 이어졌던 것처럼 인간의 동물적인 포악함이 나타날 뿐이다.

    '자유'를 위한 정치적 공동체를 창설하고 '구성'의 의미를 강조하는 한나 아렌트는 당사자들이 그런 것을 충분히 의식하여 시도한 '혁명'이라면 좌우를 불문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자유공간을 파괴하고 복수성을 쇠퇴시키는 전체주의 같은 사상에는 강하게 저항하며, 자유주의적으로 보이는 사상이라도 '행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공화주의적 정신을 정체시키면 가차 없이 비판한다.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까?
    [정신의 삶]

    서구에서는 공적 영역의 '행위'를 중심으로 한 '활동적 삶'보다 사물의 본질에 대해 차분하게 숙려하는 '관조적 삶'을 우위로 보는 전통이 있다. 그러한 서구철학의 지배적 경향에 의문을 품은 한나 아렌트는 '행위'의 본래 의미를 탐구하면서 '복수성'을 증식시키는 '행위'의 의의를 재발견한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발견이 '관조'가 필요 없다는 것을 함의하지는 않는다. '관조'하지 않으면 '행위'를 할 수 없고, 본질적으로 '관조'의 행위인 '철학'도 할 수 없다. '행위'와 '관조'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는 [정신의 삶]에서 관조적 삶에 대해 파고든다. 이 저작은 '사유', '의지', '판단'의 3부작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판단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한나 아렌트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아렌트 연구자들은 이 판단이 <칸트 정치철학 강의>에 가까운 내용이지 않았을까 추측하며 이것을 '판단'의 대체물로 여기고 있다.

    1부 '사유'에서는 '나는 생각하고 있다'고 의식하는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므로 '사유'가 '현재'와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2부 '의지'에서는 자유의지의 문제를 다룬다. 서양철학사에서 자유의지는 물리적인 인과법칙에서 자유로운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자발적 의지'라고 여기는 것 대부분이 외부의 영향이나 신체의 생리적 욕구에 의한 복합적 효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나 아렌트는 판단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선악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공동체를 구성한 타자들의 관점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판단'은 내가 행동하려고 할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사유'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형성할 때 기준이 된다. 한나 아렌트가 정치적 자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공화주의로 구성된 '자유 공간' 속에서 '행위'함으로써 사람은 다각적인 시각을 획득하고 타자와 대비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정신적 작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려면 한나 아렌트가 의미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 비당파적인 관찰자의 역할 또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정치적 사건의 의의를 역사적 관점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공동체 안에서 그것을 기억으로 남기려면 중립적 입장에 있는 관찰자이자 관조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조적 삶'과 '활동적 삶'은 서로 연계된다.

    이 책은 '전체주의'와 '악의 평범성'으로 익숙한 한나 아렌트 사상을 전체적 맥락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아렌트처럼 생각하기'를 통해 그는 한나 아렌트의 사유체계를 입체적이면서 수월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 아주 쉽게 아렌트 정치 철학의 '전체주의 기원에 대한 진단,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 공공성과 다원성에 대한 추구, 관조적 성찰의 가치'의 맥을 따라 오늘의 현실 문제를 아렌트의 명징한 눈으로 다시 보게 해준다. 상대를 악으로 자신을 선으로 포장하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가 횡행하는 정치권,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대중의 모습에서 보듯, 현대사회는 한나 아렌트가 주창한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서 진정한 정치의 의미를 복원하는 '행위'를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와 공공성의 후퇴가 크게 우려되는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목차

    추천의 글: 한나 아렌트, 나의 멘토|김진애
    들어가는 말: 왜 지금 한나 아렌트인가?

    1장 '악'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2장 '인간의 본성'은 정말 훌륭할까?
    3장 인간은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까?
    4장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될까?

    맺음말: 생동감 있는 '정치'를 희망하며
    옮긴이의 말
    한나 아렌트 연보

    본문중에서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단지 특정한 체제가 초래한 잔학성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주의에 관한 그녀의 문제 제기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본질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것이 '전체주의'의 사상적 핵이라고 파악한 그녀의 논의는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소멸했음에도 세계 각지에서 지역 분쟁이 계속 발발하고 민족(인종) 청소까지 벌어지는 포스트 냉전 상황에서 '좌파'에게 시사점을 주었다.
    (/ p.38~39)

    정치철학이 '현재 상태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해주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그녀의 분명치 않은 자세에 매우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유일하게 올바른 대안'이라고 독자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는 자세를 줄곧 유지하는 것이 그녀의 고유한 세계관, 가치관이다. '전체주의'를 서구 근대가 불가피하게 내포한 모순이 응축된 현상이라고 본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일개 이론가가 턱하니 들이민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주제넘은 태도다. 한나 아렌트는 그 점을 숙지했기 때문에 감히 처방전 같은 것을 내놓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p.43~44)

    '어느 쪽이든 극단으로 나아가면 위태롭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 아니겠어?" 하고 일침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기대를 품는 것이야 얼마든지 자유지만, 사람들에게 방향성(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을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대학교수나 저널리스트, 작가 등 '지식인'도 뿌리 없는 풀이 된 '대중'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 p.71)

    이에 반해 한나 아렌트가 고대의 '폴리스=정치적 공동체'에서 원형을 찾는 '정치'란 물질적 이해관계나 얽매임에서 '자유로운' 시민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폴리스' 전체를 위해 무엇이 선인가(=공동선)에 대해 함께 토론(행위)하는 것이다. '정치' '행위'에서 각 시민은 언어를 통해 서로를 설득하는 기예를 닦는 동시에 타자의 관점을 통해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다. 상대의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없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토론의 모양으로 진행되는 '행위'에 종사함으로써 '복수성'의 여지가 넓어지고 '시민'들은 '인간다움'을 몸에 익힌다.
    (/ p.107~108)

    한나 아렌트가 고대의 폴리스에서 서구적인 '인간성'의 원형을 찾아내려 한 이유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훌륭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소박하게 믿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관심은 오히려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만인에게 보편적 인권을 부여하고 민주주의의 범위를 확대해온 서구의 시민사회가 대중사회적인 상황에 빠져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전체주의를 배태한 원인을 '인간성'이라는 이념의 기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원을 더듬어 사고한 결과 '인간성'을 배양한 고대의 '폴리스'가 '공/사'의 엄격한 구분을 이상적인 '정치'의 전제로 상정했다는 것을 재발견했던 (또는 그렇게 상정했다고 상상한) 것이다. 그것은 현대에 들어와 잃어버린 구분이었다.
    (/ p.134~135)

    '위선'을 배격한다는 것은 현대인의 감각에서 나무랄 것 없는 사고방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대의 폴리스의 '행위'를 통해 형성된 '후마니타스'를 기준으로 삼아 사고하면서 자연 상태에 있는 자연인의 '인간'성 따위는 인정하지 않는 한나 아렌트의 눈으로 보자면, 위선의 배격은 앞뒤가 뒤바뀐 발상이다. … 사람들의 동물적 욕구를 '훌륭한 인간성'이라고 착각하여 '정치'의 앞무대로 끌어올려 '해방'시켜버리면 사회에는 동물적인 폭력만 흘러넘치게 된다.
    (/ p.161)

    문제는 왜 로베스피에르 등과 달리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건전하게 기능하는 '헌법=국가체제'를 창설하는 데 성공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 즉 정치적 공동체를 '창설=기초짓기', 그리고 '헌법'을 축으로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구질서를 파괴하여 사람들을 억압에서 '해방'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자기들 힘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새로이 창설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해방'하기만 하면 사람의 '자연적 본성'에 뿌리 내린 질서가 '자연스레' 우뚝 세워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 p.176)

    여기에서 유추하여 생각하면 우리는 선/악이라는 가치, 즉 겉으로 보면 극히 주관적인 가치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자신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를 구성한 타자들의 관점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할 수 있겠다. … '과거'를 배경으로 한 '판단'이 내가 이제부터 행동하려고 할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사유'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형성할 때 기준이 된다. '사유'나 '의지'는 이런 식으로 '판단'과 연관되어 있다. '판단력'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개인의 '정신적 삶, 관조적 삶'과 '활동적 삶'을 맺어주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 p.217~218)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당파성에 전면적으로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정치에 관여하며 폴리스적 의미에서 계속 '인간'적이기 위한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칸트 정치철학 강의>의 어느 대목에서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의 이면으로서) '관조적 삶'을 '관찰자적 삶'이라고 바꾸어 읽는다. '관찰자=관객'으로서 '역사'를 공평하게, 즉 비당파적으로 주시하고 판정하고자 하는 시선이야말로 고독에 빠지려고 하는 '내 사고'를 정치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타자들의 사고와 연결해주고, 또 그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것이다.
    (/ p.245)

    저자소개

    나카마사 마사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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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히로시마 현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총합문화연구과 지역문화연구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가나자와 대학 법학과 교수다. 대학원 시절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법철학, 정치사상, 독일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사상가들의 복잡한 사유의 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정평이 나 관련 강의와 저술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변화를 위한 독립 이론지’ [상황情況]상황의 편집위원이었다.
    독일 근대 철학에서 영어권의 현대 자유주의 정치사상에 이르는 분야에서 여러 권의 해설서를 펴냈고, 그간 다룬 사상가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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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원(KimKyoungwon)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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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 인문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인하대학 한국학연구소와 한양대학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동서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 옮긴 책으로는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문학가라는 병]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지의 실패] [죽도록 일하는 사회] [이 나날의 돌림노래]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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