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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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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수희
  • 출판사 : 웅진서가
  • 발행 : 2015년 07월 01일
  • 쪽수 : 2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0120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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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떤 불운 앞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우울 퇴치 에세이

이 책은 매거진 [AROUND]에 연재 중인 칼럼을 묶은 것으로, 이 칼럼은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도 오르며 많은 여성들의 높은 공감 지수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 번이라도 더 자주 웃어라!’ ‘유머 감각이야말로 죽는 날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재산임을 명심하라.’ 책과 영화를 통해 유머의 기예를 터득한 작가는, 주어진 하루를 충실하게 즐길 수 있는 비결을 알려 준다. 어떤 불운 앞에서도 쓰러지지 않도록 유쾌한 힘을 주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아무리 우울할 때라도 반짝이는 순간은 있다!"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든 것들


우울함에 빠져 꼼짝도 할 수 없을 때, 좌절을 ‘작은 용기’로 바꾸는 반짝 리스트. 지옥에 떨어져서도 유머와 웃음만은 포기할 수 없는 여자, 한수희 작가의 신작 에세이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굶어 죽을까? 열심히 사는 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혼자서는 아무리 풀려고 해도 완벽히 풀리지 않는 인생의 질문지 앞에서 우리는 때로 엎드려 펑펑 눈물을 쏟는다. 그때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얻은 용기와 다짐이 있다. ‘결코 유머를 잃지 말 것.’ ‘실패하더라도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 그리고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않을 것’. 언제나 큰 소리로 웃는 만큼 방황도 열심히 했던 작가는 인생의 진창에 빠졌을 때마다 파고든 책과 영화를 유쾌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책장을 열면, ‘마스다 미리’에서 [비긴 어게인]까지, 우울한 세상을 향해 킥을 날려 줄 발랄하고 상큼한 분투기가 펼쳐진다!

"잘 살고 못 살고는 그 날 하루 몇 번이나 웃음을 터트렸는지에 좌우된다"
어떤 불운 앞에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우울 퇴치 에세이


운명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배낭에 콘돔을 숨기고 인도로 날아간 여자.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 쇼를 보고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더라도 꼬박꼬박 저녁을 해 먹는 여자. 뛰는 건 질색이면서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한 여자. 좋아하는 일을 해 보겠다며 덜컥 북카페를 차린 여자. 괴로운 상황에서 ‘이런 것에도 배울 게 있겠지’ 하며 누가 뭐라고 해도 꿋꿋이 버티는 여자. 작가 한수희의 인생은 천방지축이다. 그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이 책 역시, 아무리 우울하고 비참한 상황에서도 그녀만의 발랄함과 유머로 반짝반짝 빛난다.
‘사랑과 결혼’, ‘돈과 일’, ‘이뤄놓은 것 없는 현실과 막막한 앞날’ 때문에 불안할 때마다 그녀는 책과 영화를 파고들었다. 바람둥이의 빤한 수작에 정신줄을 놓고 질질 끌려 다녔을 때 브리짓 존스를 읽고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 노예처럼 일한다고 느낄 때 알랭 드 보통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굶어 죽을까 봐 겁이 났을 때는 [카모메 식당]을 보며 힘을 얻었다. 그녀가 추천하는 책과 영화 리스트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읽는 사람도 ‘작은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인생이 전보다 조금 가벼워진다.

"입을 가리지 않고 큰 소리로 웃겠다. 타협하고 또 타협하겠다. 농담을 자주 하고 장난을 많이 치겠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불안 속에서 흘려보내지 않겠다.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려고 노력하겠다. 나에게 없는 것을 상대에게서 찾으려고 애쓰지 않겠다. 건강한 인간이 되겠다."
(/ p.27)

"내 인생에 근사한 로맨스도, 끝내주게 섹시한 사건도 없지만,
‘그만하면 괜찮다’고 말해 줄 책과 영화가 있다"


작가가 대학 2학년 때의 일이다. 얼굴이 예쁘고 이름이 특이한 아이가 후배로 들어왔다. 두나라는 이름의 그 아이를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세상에는 저렇게 눈이 큰 사람도 있구나’ 하며 깜짝 놀라곤 했다. 그녀는 곧 모델로 데뷔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장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면서 배우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를 채워 갔다. 작가는 그녀를 보며 자신의 20대를 되새긴다. ‘나는 대체 뭘 하며 살아온 걸까?’ ‘왜 똑똑하게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이 모양 이 꼴로 살다니, 헛살았다.’
작가의 솔직한 경험은 곧 읽는 사람의 경험으로 옮겨 간다. 누구나 한 번쯤 SNS에서 타인의 화려하고 맛깔스러운 인생과 비교해 자신은 지루하고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산다고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심장을 뒤흔드는 사랑도,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의 인생도 살아보지 못했다며 억울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예의 유쾌한 어조로, 뭐, 그런 인생도 살아보면 좋았을 법 했겠지만 그래도 ‘그만하면 괜찮다’고 말한다. 모든 걸 다 할 수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으니 자신을 닦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신중하게 골라 글로 풀어낸 책과 영화 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 번쯤 꼭 보고 싶게끔 만든다. 사랑이 처참하게 끝났을 때는 [따귀 맞은 영혼]을 읽고 싶다. 사랑이 실패한 이유를 연애서가 아닌 심리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 때문이다. 회사 동료에게 비교당하고 재능도 노력도 부족하다는 걸 절감할 때는, 영화 [위플래쉬]를 보고 싶다.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가끔은 채찍질도 필요해서다. 그녀가 고른 책 한 권, 영화 한 편을 보다 보면 흙탕물 튀었던 마음도 어느새 깨끗해져 있다.

책과 영화가 끝이 아니다! 책을 더 빛나게 하는 일러스트와 팁

책에는 두 가지 그림이 실렸다. 본문에는 검정색 펜화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상처받고 우울한 마음을 세세한 펜 터치로 그린 것으로, 일러스트를 볼 때마다 상황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표지와 면지에는 화가 서하나의 ‘Seen Unseen(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작품을 실었다. 이 그림에는 화가의 스토리도 담겨 있다. 겉보기에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구나 고민과 아픔, 슬픔을 감추고 있다. 화가는 서로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 라는 뜻에서 꽃잎 속, 잎사귀 아래 구석구석에 이야기들을 숨겨 놓았다. 그림을 볼 때마다 우울한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고, 구석구석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때마다 타인을 이해하는 깊은 눈을 얻을 것이다.
본문에 들어 있는 팁 역시 이 책의 재미다. 남자 따위로는 만족이 안 될 때, 그보다 훨씬 나은 역할을 하는 책 리스트. 사는 게 쉽지 않을 때마다 꺼내 보는 영화 리스트. 앞일을 알 수 없지만 일단 저질러 보겠다는 심정으로 덜컥 계약한 작가의 북카페 에피소드. 책과 영화마저도 소용없는 날, 맨손과 맨몸으로 상실감을 극복하게 하는 리스트. 깨알 같지만 독자들의 눈을 반짝 빛나게 할 정보들을 공개한다.

우울한 세상을 향해 킥을 날려 줄 발랄하고 상큼한 분투기!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은 늘 바쁘다. 이때 책과 영화는 우리를 한 템포 쉬게 해준다. 한 템포 쉰 후, 실패를 하더라도 전력 질주하여 삶의 품으로 뛰어들어라, 응원하는 것도 책과 영화다. 이렇게 책과 영화는 우리에게 쉼표와 느낌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지금도 세상의 한 모퉁이에 작은 자리를 만들기 위해 1밀리미터씩 내딛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게끔 온기로 가득하다. 작가의 말처럼, 큰 소리로 웃고, ‘지금 여기’라는 복을 즐길 줄 안다면 험하고 거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1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이 끝나면 하이힐을 신고 심리학책을 읽는다
따귀 맞은 영혼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연애의 온도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 이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500일의 썸머

낭만적 사랑과 이상적인 결혼
나를 찾아줘 | 결혼해도 괜찮아

반짝 tip_ 남자보다 책이 더 나을 때가 있다

CHAPTER2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불안정’과 ‘불확실’ 사이에서 공중그네를!
프란시스 하

나에게 세상은 언제나 한 뼘 더 비싸다
비행운 | 굿바이 쇼핑 | 착한 소비의 시작 굿바이 신용카드

남자도 직업도 돈도 없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나이가 들수록 새 친구를 사귀기 힘든 이유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있는 그대로의 날 좀 사랑해 줄래?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 헤어드레서

반짝 tip_ 엎드려 울고 싶을 때 내가 파고든 영화

CHAPTER3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출근하기 싫은 날
일의 기쁨과 슬픔 | 셉템버 이슈

나도 누군가에게는 또라이 선배일 수 있다
단속사회 | 내일을 위한 시간

퇴근 후 저녁 한 끼
줄리&줄리아 | 앗 뜨거워 Heat

재능, 노력 둘 다 부족하다, 그래도 내 길이 있다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위플래쉬

좋아하는 일을 하면 굶어 죽을까?
회사 가기 싫은 날 | 카모메 식당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 리스본행 야간열차

반짝 tip_ 앞일을 알 수는 없지만, 한번 저질러 보겠다

CHAPTER4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전력 질주하여 삶의 품으로 뛰어들어라
도희야 | 비긴 어게인

행복에 대한 나만의 정의가 필요하다
집을, 짓다 | 고등어를 금하노라 | 주말엔 숲으로

아무도 이기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지지 않는다는 말

나보다 못한 그 사람이 왜 더 행복해 보일까?
블루 재스민 | 멋진 하루

너무 애쓰지 말고 생긴 대로 살 것!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 죽기 위해 사는 법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

반짝 tip_ 이제는 몸으로 답을 얻을 때다

에필로그
부록

본문중에서

1장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첫사랑은 나를 또라이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심지어 나 자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너만큼은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너는 나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못되게 굴어도 떠나지 않으면 그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뜻이리라, 하는 멍청한 생각을 했다. 적당히 했어야 하는데 너무 심했다. 나는 호랑이를 보고 싶고 물고기를 보고 싶다는 조제처럼 끝도 없이 칭얼댔다. 당연히 그는 등에 업힌 내가 너무 무거웠을 테고, 견디다 못해 나를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달아나 버렸다. 그래서 그와 헤어진 지 2년이나 지난 후에, 츠네오의 등에 업혀 물고기를 보러 가자고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는 조제를 보면서 나는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조제가 지어 준 맛있는 밥을 마지막으로 얻어먹고 작별 인사를 하고 나와서는 새 여자 친구를 만나더니 갑자기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엉엉 우는 츠네오를 보면서는 땅을 치며 통곡했다.
(/ p.22)

헤어졌던 데서 다시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똑같은 일이 일어날 뿐이다. 뭣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날 일로 다시 싸우게 될 것이다. 처음 하는 것 같았던 섹스는 급속도로 백 번째 하는 섹스 같을 것이고, 서로의 마음은 남북 정상의 속내만큼이나 어긋날 것이다.
(/ p.33)

사랑을 하면 우리는 반드시 패자가 된다. 사랑 앞에 자존심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 때문에 우리에게서는 무언가가 빠져나갈 것이고 빠져나간 자리에는 보기 싫은 흉터가 생길 것이다. 그 흉터는 세월이 지날수록 옅어질 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몇 번의 연애를 거치면서 우리 몸에는 여러 개의 상처들이 생길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흉터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 p.38)

2장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는 스물네 살에 인도로 떠났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자유 좀 누린다고 자부하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인도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유행하던 감상과 허풍 일색의 인도 기행문에 감동받은 건 아니었다. 그런 건 원래부터 질색이었다. 나는 그저 전혀 다른 세계에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결국 똑같았군). (중략) 꽉꽉 채운 50리터짜리 등산용 배낭을 등에 짊어진 것으로도 모자라, 책가방 하나를 역시 빈틈없이 채워 앞으로 맸다. 출발하는 날 그 짐을 다 짊어지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바람 같은 여행자는커녕, 앞으로 고꾸라지지도 뒤로 벌렁 자빠지지도 못하는 오뚝이가 되어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 pp.72~73)

내 머릿속은 쓸데없는 물건들로 가득 찬 딱 그때의 배낭 같았다. 항상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있었다. 당연한 짓을 하고 있으면서도,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해했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사서 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기를 썼다. 지금 돌이켜 보면 20대는 뭔가를 이루는 시기가 아니라, 세상의 맛을 봐야 하는 시기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 p.88)

그 웃기는 책 속에는 고상이나 떨면서 사람 기죽이는 잘난 여자가 아닌, 나와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부족한, 몹시 부족한 여자가 있었다. 전화하지 않는 남자 때문에 몇 날 며칠을 머릿속으로 온갖 장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몸무게 0.5킬로그램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자기계발서와 연애지침서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자신감과 자기 비하 사이에서 널을 뛰며, ‘천하의 바람둥이조차도 나에게만은 다를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졌다가 결국 이용만 당한 후에 걷어차이고, 이상 속의 자아와 진짜 자아를 조화하지 못해 늘 사고만 치는 여자, 브리짓 존스 말이다.
(/ p.109)

3장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 무엇이 됐든. 일은 자부심을 준다. 생계를 해결해 준다.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겸손하게 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한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보게 해 준다. 시간이 있을 때면 고개를 쳐들게 마련인 불안과 망상과 욕구불만 따위를 잊게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일보다는 인생이다. 일의 바깥에도 삶이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다. 일이 우리를 의심이 없는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또는 자신이 만든 고치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때가 비로소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 p.152)

우리는 대개 동료를 선택할 수가 없다. 그들은 무작위로 우리의 인생 이 시기, 저 시기에 배치되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그들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때로는 좋아하고 동경한다. 가끔은 그들에게서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동료애라는 걸 느끼기도 한다. 반대로 그들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들에게 무심할 것이다.
(/ p.164)

사실 혼자 여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순간 거리에서 개똥을 밟거나 비둘기 똥을 맞는 것 같은 불운과 불행과 외로움을 어떤 보호막도 없이 홀로 대처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앞서 내가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편안한 집과 가족과 친구들과 익숙한 동네를 떠나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걸까? 하지만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건 바로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자신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을 익숙한 것들이 촘촘히 들어찬 일상에서, 여럿이서 떠난 여행에서 던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pp.204~205)

4장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바람을 피워 나를 차 버린 남자에게 너를 정말 사랑했노라고 거듭 말하는 데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걸까? 나를 모욕한 사람, 나를 망친 상처, 나를 버린 세상에게 그럼에도 너를 정말 사랑했노라고, 최선을 다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견고한 자존감이 필요한 걸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러지 못했다.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처를 직시하는 게 두려워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적이 몇 번 있다. 그럴 때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소위 쿨한 척을 했다. (중략) 실수, 또는 실패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어쨌거나 살아야 한다. 어떤 삶을 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실패를 주홍글씨처럼 이마 위에 새긴 채로 세상을 등질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
(/ pp.225~226)

1킬로미터쯤 뛰다 보면 ‘아이고,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런 짓을 시작해서....... 뛰기 싫다, 걷고 싶다, 앉고 싶다, 눕고 싶다,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이 죽창처럼 사방에서 육신을 찔러 댔다. 그러다 1킬로미터 이상을 뛰고 나면 조금 살 것 같았고, 3킬로미터를 넘어서면 ‘이 정도면 제법 재미있는데?’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다가, 5킬로미터를 지나면 다시 ‘아이고,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처음에 달리기로 했던 거리를 기어이 달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 pp.244~245)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착하게 살았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인생을 망친 장본인을 찾아 종종걸음 칠 때도 ‘현재’라는 순간들은 그저 담담히 흘러간다. 우리가 발견해 주기만을 바라면서, 그 순간에 머물러 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니 어깨에 힘을 좀 빼 보자. 배를 내밀고 건달처럼 어슬렁대 보자. 휴대전화도, 책도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 볕을 쬐어 보자. 게을러지자. 세상이 얼마나 천천히 돌아가고 위대한 경이로 가득 차 있는지 느껴 보자.
(/ p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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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3,769권

1978년 12월 진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와 <온전히 나답게>,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등의 책을 썼으며 매거진에서 8년째 책과 영화에 대한 산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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