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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대학 : 새로운 대학의 탄생은 가능한가[양장]

원제 : The University in R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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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오늘날 대학은 무엇인가?

    대학과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이 질문의 답은 역사 속에서 대학이 담당해온 다양한 역할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이성과 학문의 발전, 고유문화를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수치로 나타나는 ‘훌륭한 대학’이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러한 현재 상황을 저자는 ‘폐허의 대학’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대학평가 순위, 각종 예산, 취업률, 연구비, 외국인 학생 비율, 강의평가 점수....... 저자 빌 레딩스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이념으로 제시되는 수월성이 아무 가치 기준을 담지 않은 공허한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수월성 담론에 지배되는 대학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들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역사적 경과도 상세히 기술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의 미래를 전망함으로써 대학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과 분석을 담았다.

    출판사 서평

    근대 대학에 대한 사망 선고! 탈근대시대, 대학의 미래는 무엇인가
    대학의 현상과 미래에 대한 혜안을 담은 대학 담론의 현대의 고전을 만나다


    오늘날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근대로 들어서면서 대학의 구조는 빠르게 변화했고,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우리는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맞이한 이 새로운 시대는 고등교육의 르네상스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고유 기능을 잃고 종말로 이어질 것인가! 대학과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이 질문의 답은 역사 속에서 대학이 담당해온 다양한 역할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세의 대학은 종교를 바탕으로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집단이었고, 지식인들의 유럽 내 이동 등으로 자연스럽게 그 지적 결과물이 확산되고 파급되었다. 19세기 들어 민족국가가 발달함에 따라 대학은 민족문화의 본산으로서 민족문화를 지키고 선전하는 1차적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때 대학은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체계화해 재생산하는 원천으로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탈근대시대와 세계화시대에 들어서면서 민족국가는 쇠퇴했고 민족문화는 더 이상 발전시키거나 보호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대학은 갈수록 다국적기업에 의존하고 수월성(秀越性, excellence)만을 추구하는 몰락기를 맞이한 것이다.
    대학평가 순위, 각종 예산, 취업률, 연구비, 외국인 학생 비율, 강의평가 점수.......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의 저자 빌 레딩스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이념으로 제시되는 수월성이 아무 가치 기준을 담지 않은 공허한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수월성은 계량된 수치로만 나타나는데 그 수치가 어떤 이념적 의미를 갖는지는 누구도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정치적 혹은 문화적인 지향을 담고 있지 않으며, 참도 거짓도 아니고, 무지하지도 않고 자의식도 없다. 수월성은 대학의 가치를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하고 그 지표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대학을 철저한 회계 논리로 관리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런 가운데 교육보다 행정이 대학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를테면 학과 통폐합 등 학문 분야 조정에서조차 학문적 고려보다 경제적 계산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대학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이성과 학문의 발전, 고유문화를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수치로 나타나는 ‘훌륭한 대학’이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러한 현재 상황을 저자는 ‘폐허의 대학’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체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아예 ‘기업체’가 되어버린, 시장에 의해 운영되고 사상보다 이윤에 관심이 있는 이 ‘훌륭한 대학’들의 등장은 결국 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오늘날, 전국의 모든 대학이 상대평가를 통해 등급을 부여받고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이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근대 대학의 이론적 토대인 독일 관념론에서부터 현대의 문화이론까지,
    고등교육의 의미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으로 성찰과 논쟁의 장을 창출하다


    이 책은 단순히 수월성 담론에 지배되는 대학의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들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역사적 경과도 상세히 기술한다. 교양 이념을 중심으로 한 ‘근대 대학’이 국민국가의 이념적 토대가 되는 과정에서부터, 영어권에서 이 교양이 문학적인 것으로 수렴되면서 대학 이념과 결합하는 과정, 그리고 1960년대 유럽 대학의 변모에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68혁명에 대한 해석과 그 무렵 영미 대학의 새로운 대세로 등장한 문화 연구의 부상 과정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풍부한 문화이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면밀하게 추적해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서구 대학의 발흥과 전개, 그리고 변모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텍스트로서 매우 유용할 뿐 아니라, 대학의 변천을 교양 혹은 문화 이념과 관련하여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인문학의 기원이자 도달점, 즉 인문학의 목적으로서의 교양 이념을 상실해버린 시기에 ‘대학’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폐허의 대학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대학이 어떻게 ‘회계(accounting)’ 논리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으면서 ‘책무성(accountability)’을 감당해낼 것인가. 이 책의 마지막 세 장은 이 물음들에 대한 모색을 담았다.
    저자는 대학이 지니고 있던 이념이 소멸된, 즉 역사적 존재 이유를 상실한 ‘폐허’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그 폐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찾아가는 길을 제안한다. 근대 대학의 이념에 대한 낭만적 향수에 머물거나 새롭게 현대 대학의 이념을 재창안하여 대처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며, 대학이 폐허임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폐허의 곳곳에 거주하며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대학인의 책무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질문하기, 즉 ‘사유(Thought)’를 통해 대학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논쟁되는 장소가 되고, 이를 통해 대학이 하나의 통합적 이념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 결속을 생각하는 영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프랑스 68혁명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제기한, 권위에 맞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에 퍼지게 된 현상에 비추어 교실 현장이 교수와 학생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사유의 장소’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은 1996년 출간된 이후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난 ‘대학 담론’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고전이 되었다. 현재의 대학은 근대 대학의 이념이 무너지고 그 폐허만 남아 있는 곳이라는 빌 레딩스의 진단은 과도한 비관론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서구 대학들의 일면을 꿰뚫어보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대학 담론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상을 점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 대한, 더 정확히 말하면 전통적인 ‘근대 대학’에 대한 이 일종의 ‘사망 선고’는, 대학이 기업처럼 이해되거나 경영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대학들을 수치로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21세기의 대학들에는 더욱 적실하게 해당되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이 책이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북미를 비롯한 서구의 대학들만이 아니라 한국의 대학들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훔볼트와 칸트의 영향으로 탄생한 근대 대학의 뿌리에서부터 오늘날 대학의 모습까지를 추적하고, 대학의 미래를 전망함과 동시에, 대학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과 분석을 담은 이 책은, 탈근대시대 대학의 기능을 어떻게 새롭게 설정할 것인지, 그리고 대학의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추천사

    대학은 그 역사적 존재 이유를 포기하고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에 물들어버린 폐허화된 기관이다. 교양과 문화를 추구하는 대신에 수월성에 매달리면서 대학은 전 세계에 걸쳐 자본주의를 굴리는 도구로 추락한다. 우리 학생들은 주체가 아니라 국가 관료체제의 감독하에 머릿수로 계산되는 객체가 된다. 이것이 빌 레딩스가 기가 막힌 논변으로 풀어내는 비관론의 핵심이다. ...... 대학은 늘 사회적인 추세에서 벗어나 있는 기구임을 내세웠으나 빌 레딩스는 대학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대학은 소비주의의 덫에 사로잡힌 소우주이며 그 왕국에서 총감독 역할을 하게끔 강요받고 있다. [폐허의 대학]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대학을 매우 심도 있게 고찰하고 아주 탁월하게 설명한다.
    - 앤서니 스미스 / 옥스퍼드대학교 모들린칼리지 총장

    1980년대 이후 영어권 대학에 몸담아온 사람이라면 기업체적 경영이 대학 행정조직의 일부가 되었다는 빌 레딩스의 통찰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예루살렘 포스트Jerusalem Post]

    빌 레딩스는 이 책에서 현대 대학에 대한 지적인 통찰과 논쟁적인 주장을 강력하게 개진하고 있다. [폐허의 대학]은 대학에 몸담고 있다면 피해갈 수 없는 책이다. 대학이 아직 완전한 폐허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포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 [토론토 글로브 앤드 메일Toronto Globe and Mail]

    빌 레딩스의 주장의 강점은 무너진 대학의 중심을 다시 세우자고 하는 대신, 중심이 없는 대학에서 사는 법을 어떻게 상상해낼 것인가로 질문의 방향을 전환하는 데 있다. [폐허의 대학]은 대학인들이 과거의 향수에 빠지지 않고 폐허 속에서 대학의 길을 새롭게 찾아가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 피터 크레이머 /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

    목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감사의 말

    1장 서문
    2장 수월성의 이념
    3장 국민국가의 쇠퇴
    4장 이성의 한계 속의 대학
    5장 대학과 교양 이념
    6장 문학적 교양
    7장 문화 전쟁과 문화 연구
    8장 탈역사적 대학
    9장 공부의 시간: 1968년
    10장 가르침의 현장
    11장 폐허에 거주하기
    12장 불일치의 공동체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대학은 과거와는 다른 기관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대학은 민족문화의 이념을 생산하고 보호하고 주입하는 역할을 통해 국민국가의 운명과 맺어지는 기관이 아니다. 경제적 지구화의 과정은 전 세계에 걸쳐 자본 재생산의 주된 기반으로서 국민국가의 쇠퇴를 불러일으킨다. 대학은 대학대로, 유럽연합과 같은 초국적 정부 형태와 결부되든 아니면 초국적기업과 다를 바 없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든, 초국적인 관료적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1장 서문' 중에서/ p.16)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는 자크 바전의 [미국의 대학: 어떻게 운영되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같은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1968년에 나온 이 저작은 최근 시카고 대학교 출판부에서 중판이 나왔는데, 1990년대에도 그 논의의 현재성을 인정받은 셈이니 처음 출간할 때 이미 철지난 이야기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던 책으로서는 대단한 위업이다.
    ('1장 서문' 중에서/ p.22)

    나는 대학에 대해 달리 생각하려는 노력으로 시작할까 한다. 그 일환으로 어떻게 대학 행정 보직자, 정부 관리, 그리고 심지어 급진적 비평가 들이 이제 갈수록 점점 더 ‘문화’의 맥락이 아니라 ‘수월성’의 맥락에서 대학을 말하고 있는지 검토할 생각이다. 2장은 어째서 ‘수월성’이라는 말이 고등교육 정책 문건들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되어가는지 그 배경과 원인을 진단하고자 한다.
    ('1장 서문' 중에서/ p.31)

    ‘수월성’은 빠르게 대학의 좌우명이 되고 있고, 현대 기관으로서의 대학을 이해하려면 수월성에 호소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혹은 뜻하지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수월성 개념의 의미에 대해서 첫 강연을 하고 몇 개월 후에 캐나다의 주요 시사 주간지인 [매클린스Maclean’s]는 올해 들어 3년째 캐나다 대학 특집호를 내놓았는데, 이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 S. News and World Report]에서 내놓는 순위매기기와 유사한 것이었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모든 캐나다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고 하는 1993년 11월 15일자 [매클린스] 특집호는 그 제목이 놀랍게도 ‘수월성의 척도’였다.
    ('2장 수월성의 이념' 중에서/ p.43)

    대학이 늘 수월성 추구에 매진하는 관료 체계였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지난날 대학의 이념에는 수월성이 결여하고 있는 지시적 가치가 부여되어 있었다. 그 이유들은 국민국가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국민국가가 자본주의의 기본 단위가 되기를 멈출 때 수월성에 대한 호소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국가들이 자본주의에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대신, 자본주의가 국민국가의 이념을 삼켜버린다.
    ('3장 국민국가의 쇠퇴' 중에서/ p.77)

    따라서 이 책에서 나의 주된 목적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문화’ 개념의 보호 아래 대학이 하나의 기관으로서 통합되는 과정이 국민국가의 문제와 어떻게 결합되어왔는지를 추적하는 일. 둘째, 수월성 담론을 대체할 대안이 있느냐, 즉 이제까지 존재했던 대학의 황혼이기도 한 근대성의 황혼에 대학을 생각하는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물음. 이것은 그 문화적 사명을 벗어버린 대학이 단극적(unipolar, 單極的) 자본주의 체제의 관료주의적 무기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물음이다.
    ('3장 국민국가의 쇠퇴' 중에서/ p.80)

    그러나 문학적 교양이 대학 교육의 등대로서 (기술공학에 맞서서) 정립되어나가는 과정을 살피기에 앞서, 독일 관념론자들의 글에 나타나는 철학적 교양 개념의 등장을 간략히 추적하고자 한다. 이것이 근대 대학의 토대를 이루는 교양 이념이며, 이 이념은 무엇보다도 파편화와 대립적으로 규정된다. 대학은 부상하는 독일 국민국가의 접착제로 기능할 것이다. 대학은 근대성으로 하여금 진보와 통합을 결합하며 근대적 혁신의 파괴적 측면을 더 높은 차원의 사회적 통합, 즉 국민국가 전체 쪽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4장 이성의 한계 속의 대학' 중에서/ p.103)

    독일 관념론자들은 잡다한 알려진 사실들을 통일된 문화적 학문으로 재통합하는 길은 교양(육성), 즉 고상한 인성의 함양에 있다고 주장한다. 교양(육성)을 통해서 국민국가는 그리스인들이 한때 자연스럽게 소유했던 문화적 통일성을 학문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국민국가는 지식의 증식과 학문적 분리가 지성 영역에 부과한, 노동 분업이 사회 영역에 부과한 통일성을 다시 체현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은 어떻게 일어나게 될까? 여기서 실러의 ‘미적 교육’ 개념에 제도적 형식을 부여하고자 하는 관념론자들 사이의 작은 차이에 주목할 가치가 있을 듯하다. 이를 위해서 후기 관념론자들은 미에 대한 실러의 호소를 교양에 대한 호소로 발전시킨다.
    ('5장 대학과 교양 이념' 중에서/ p.112)

    이제까지 나는 자본주의의 자기재생산의 일차적 심급인 국민국가의 쇠퇴가 실질적으로 근대 대학의 사회적 사명을 무효로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그 사명이란 문화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민족 주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 문화는 훔볼트 이래 민족적 정체성과 불가분한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강력한 의미의 문화 개념은 국민국가와 함께 발흥하며, 이제 우리는 사회적 의미의 중심 터전으로서 문화가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민족적 정체성 관념이 그 정치적 적합성을 잃게 되면, 문화라는 관념은 실질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문화 자체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는 인정이 1990년대 문화 연구의 제도적 부상에서 명료히 드러난다.
    ('7장 문화 전쟁과 문화 연구' 중에서/ pp.149~150)

    그렇지만 이런 고찰로 나아가기 전에 평가 문제 일반에 대해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수월성이라는 기준을 조소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그렇다고 대학인들이 이런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거나 평가는 우리의 품위에 걸맞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매클린스]가 내놓은 것과 같은 순위 평가는 계속 발표될 것이고, 통합과 생산성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것은 또한 두 끔찍한 전망, 즉 공적 재원이 축소되고 대학이라는 투자처에 대한 초국적기업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행정가들은 그들의 눈에 평가 문제에 대한 탁월한 대답으로 보이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만큼, 무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8장 탈역사적 대학' 중에서/ pp.212~213)

    1968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물론 해석의 문제다. 학생 소요를 평가절하하거나 반대로 신화화하는 데 동원된 에너지는 엄청났다. 즉 학생 소요는 일관성 없고 미숙하고 대책 없는 이상주의에 불과한 것이거나 아니면 잃어버린 혁명의 희망으로서 프랑스 정부를 무릎 꿇렸으되 좌파의 기성 정치 세력한테 배신당했다는 것이다. 파리 대학교 낭테르 캠퍼스에서 일어난 항의는 1966년의 푸셰 플랜(Fouchet Plan)에 대한 반대로 1967년 11월에 시작되었는데, 이는 선별적인 입학 허가 기준을 도입하는 동시에 대학 공부를 별개의 2년제와 4년제 학위과정들로 재조직하자는 제안이었다.
    ('9장 공부의 시간: 1968년' 중에서/ p.222)

    수월성은 아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묻지 않기 때문에 작동한다. 사유는 우리에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묻도록 요구하니―진리와 근원적으로 분리된―순전한 이름이라는 위치가 그 같은 질문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사유’가 명명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는 질문을 열어두려면, ‘사유’의 이름이 슬그머니 하나의 이념이 되고 진리의 신화적 이데올로기를 세우지 못하도록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름은 아무런 의미작용을 가지지 않고 명명하는 기능만 가지므로 진리 내용을 가질 수 없다. 이름의 의미 효과들은 구조적으로 최종 결정이 불가능하며, 늘 토론에 열려 있다.
    ('10장 가르침의 현장' 중에서/ p.261)

    ‘사유’는 비생산적 노동이며 따라서 낭비로서가 아니면 대차대조표에 올라오지 않는다. 대학에 제기되는 질문은 따라서 어떻게 대학을 사유의 피난처로 만드느냐가 아니라, 발전될수록 ‘사유’는 더욱 어려워지고 덜 필수적이 되는 경향이 있는 기관에서 어떻게 사고를 하느냐다. 우리가 교수의 상황을 사제직의 쇠퇴하는 권능―한편으로는 불신에 다른 한편으로는 텔레비전 복음주의에 직면하여―의 유비로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는 기관과의 관계를 분명히 파악하고 사제이기를 완전히 포기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해, 대학의 폐허는 학생이나 교수에게 그리스·로마 사원의 폐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의식이 하는 역할은 까맣게 모르는 듯 의식을 행할 텐데, 그 역할이란 곧 관광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 유적지를 운영하는 파렴치한 관리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다.
    ('11장 폐허에 거주하기' 중에서/ pp.286~287)

    저자소개

    빌 레딩스(Bill Reading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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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문학 및 문화이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고,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비교문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1994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타계했다. 당시 동 세대 학자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젊은 학자였다. 대학에 대해 발표한 일련의 글들을 모은 [폐허의 대학The University in Ruins]은 그의 필생의 저작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리오타르 입문: 예술과 정치Introducing Lyotard: Art and Politics](199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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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문학자, 번역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미문학연구회 공동대표, [실천문학] 편집위원, 한국문학번역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대학학회 회장이다. 지은 책으로 [민족현실과 문학비평], [근대사회의 교양과 비평], [놋쇠하늘 아래서: 지구시대의 비평], [세계문학을 향하여: 지구시대의 문학연구] 등이 있고, [현대문학이론의 조류], [오만과 편견] 등 이론서와 소설을 다수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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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F. R.리비스(Frank Raymond Leavis)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문학자, 번역가, 여성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성연구소 공동대표, [안과밖: 영미문학연구] 주간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이다. 지은 책으로 [비평의 객관성과 실천적 지평], [세계문학론](공저) 등이 있고 [맑스주의와 형식], [영국소설의 위대한 전통], [미국의 아들], [에마] 등 이론서와 영미 소설을 다수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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