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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면면히 살피면 우리 역사가 보인다. 『당신의 역사』에서는 30년 동안 호텔의 앞을 지켰던 도어맨, 성차별의 간극을 좁히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회를 잡아 주부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여성, 54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자리에서 이용원을 운영하는 이발사, 형편상 꿈을 포기하고 자동차 정비공이 됐지만 그 자리에서 1인지가 된 국내1호 자동차정비명장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지와 열정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퍼즐을 맞춰보고자 한다.

오늘의 집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견고하게 돌을 쌓아올린 벽돌공이들
2015년의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컨텐츠와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뉴욕과 파리, 도쿄의 문화와 패션은 물론 ‘헐리웃의 어느 유명배우가 먹었다는 그 케이크’까지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품과 경쟁관계를 이루기도 하고 프리미어 리그, 아카데미 시상식 등의 협찬사 목록에서 우리 기업의 이름을 보는 것도 예삿일이 됐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항상 이렇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살아왔다고 착각한다. 과연 그럴까?

78년까지만 해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는 소달구지가 다녔다. 현대아파트가 우뚝 솟아있고 그 앞에서는 농부가 소로 논밭을 맸다. 그로부터 딱 10년 뒤 88년 서울에서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렇게 듣기만 하면 10년 동안 마법이라도 부린듯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앞으로만 달려가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마법같은 일에는 사람이 있다. 전쟁을 겪고 먹고사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던 그 시기에 국가나 대의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자기 가족을 굶기지 않겠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묵묵히 주어진 일을 다 했을 뿐이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지금처럼 살 만한 우리 사회를 만든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사람이 한국 현대사의 주인공이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이뤄낸 주역들이다.

그렇기에 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면면히 살피면 우리 역사가 보인다. 30년 동안 호텔의 앞을 지켰던 도어맨, 성차별의 간극을 좁히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회를 잡아 주부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 자리에까지 오른 여성, 54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자리에서 이용원을 운영하는 이발사, 형편상 꿈을 포기하고 자동차 정비공이 됐지만 그 자리에서 1인지가 된 국내1호 자동차정비명장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의지와 열정으로 살아온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퍼즐을 맞춰보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재미이다.

· 들어가는 말
· 호텔의 얼굴 도어맨, 손광남
· 한국 최초의 헐리웃 진출 배우, 오순택
· 고급 맞춤 양장의 시작 장미라사, 이영원
· 지식인들의 옹달샘 영어헌책방, 최기웅
· 사명감으로 걸어간 교육자의 길, 심옥령
· 한국 최고(最古) 이발소 성우이용원, 이남열
· 현대자동차 최초 여성임원, 김화자
· 화교 형제 중식셰프, 여경래·여경옥
· 칠전팔기의 주부, 허정희
· 사교육의 역사 중앙학원, 서진근
· 한국 대중음악사를 빛낸 명반 제조기, 김영
·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 백균흠
· 자동차정비 1호 명장, 박병일
· 국내 1호 법의관, 문국진
· 청각장애 파티시에, 안준호

중앙일보가 江南通新 섹션을 통해 지난해부터 연재하고 있는 '당신의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보통 사람의 인생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다시 써내려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우신가요. 사실 이 시리즈를 직접 취재한 기자들도 처음엔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해보자는 제안에 처음엔 다들 "보통 사람의 평범한 삶을 대체 어떻게 역사와 연결을 시키겠다는 것이냐"라거나, "설령 개인의 삶과 역사를 엮는다해도 유명하지 않은 사람 얘기를 읽어줄 독자가 있겠느냐"며 우려 섞인 반대를 했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평범한 개인의 삶 속에 우리 현대사가 잘 녹아있어 재미있게 읽었다"는 의견에서부터, "유명인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주변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는 반응까지 다양했습니다. '현대사'라는 주제가 자칫 진부하고 식상할 수 있는데,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주변 인물을 내세워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로 풀어낸 게 신선하고 흥미로웠다는 거죠. "꼭 유명한 사람 뿐 아니라 보통 사람도 언론의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는 독자 평도 있었습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