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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리버티 호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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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손석춘
  • 출판사 : 들녘
  • 발행 : 2015년 06월 15일
  • 쪽수 : 35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5277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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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 인물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는 갈등의 삶 그리고 희망

한반도의 상흔 짙은 현대사에서 희생된 이들의 후예들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겪게 하며 그려낸 이 소설에서 작가의 메시지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과 절망을 그려내어 다시 독자에게 희망을 꿈꾸려 하려는 것.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나락의 끝에서 남은 것은 반등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시 솟아오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각성이자 희망이다.

서울에서 만난 홍연화, 한민주, 상준 세 사람이 지향하는 지점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세 인물의 시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시민으로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 남과 북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벌어지는 사회상, 서로의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깊이를 더한다.

[마흔아홉 통의 편지], [유령의 사랑], [아름다운 집]. 지난 3부작의 소설은 물론, [뉴 리버티 호의 항해]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천착해온 작가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뉴 리버티 호의 항해]는 3부작을 밑절미로 삼은 우리 겨레와 역사의 방향을 모색하는 손석춘 소설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출판사 서평

깊은 절망에서 길어올린 희망!
신선한 순우리말과 촘촘한 구성으로 빚어낸 역설 어린 우리 시대의 자화상!

2005년 [마흔아홉 통의 편지]가 출간되면서 [아름다운 집](2001), [유령의 사랑](2003)과 함께 작가 손석춘의 ‘3부작 소설’이 완결되었다. 작가도 인정했듯이 20세기 우리 겨레의 진실을 다룬 소설은 위의 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뉴 리버티 호의 항해]에도 기존에 발표한 ‘3부작’에 나왔던 인물들, [마흔아홉 통의 편지]의 주인공 홍연화와 [유령의 사랑]의 주인공 한민주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집]의 주인공 이진선의 아들로 소설 속에서 간혹 모습을 보였던 상준이 두 사람과 조우한다. 부모 모두 운명하고 한 세기를 넘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만난 세 사람. 이들 등장인물만으로도 3부작 소설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3부작 소설의 내용을 모른다 해도 이 소설을 충분히 이해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낯설면서도 신선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의 매끄러운 글 솜씨와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에 한 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는 촘촘한 구성 덕분이다. 물론 ‘3부작’에서 독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된 주인공들의 잔상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뉴 리버티 호의 항해]는 3부작 소설의 후일담일까? 작가는 왜 매듭지었다던 3부작 소설의 인물들을 다시 소환한 것일까? 하필이면 그 시점을 2010년대 중반으로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세 갈래로 찢긴 겨레, 한 배에 오르다
3부작 모든 소설에 등장한 한민주는 이 소설에서도 인물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시민사회운동가로 활약하며 대학에 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파주 임진강 부근에 근거지를 마련한다. 아내와 함께 머물 거주지로 삼은 곳이었지만, 우연찮게 민주의 이야기를 들은 연화가 제안한 공동주택을 받아들여 함께하기로 한다. 민주는 가족과 탈북했지만, 홀로 남쪽에 기거할 수밖에 없게 된 상준에게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해서 삶의 무늬가 다른 세 인물이 남북의 접점인 통일동산으로 모여든다.
셋이 한 자리에 함께하게 된 데엔 민주의 역할이 크지만, 작가가 이 소설에서 삶의 궤적을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은 상준이다. 소설 속에서 상준이란 인물은 대표성을 띤다. 그는 기실 70년이 가까워지지만, 한겨레이면서도 여전히 소통하기 어려운 북녘에 있는 ‘우리의 반쪽’이자 이진선과 달리 새로운 체제에서 나고 자란 전후세대를 대변한다.
어머니(최진이)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 이후, 십수 년을 올바른 사회주의 일꾼을 키우는 데 매진해온 인민학교 교원 상준은 일상에 예리한 균열이 생긴 것을 느낀다.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부정하고, 40여 년 동안 살면서 변치 않았던 ‘공화국’에 대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하지만, 쉽사리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일들이 자신과 가족들을 옥죄어오는 것을 직감한다. 급기야 대학 시절에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 대학생인 아들, 재포(재일동포귀국자) 출신의 연로한 장모와 함께 공화국을 벗어날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다행히 탈북에 성공하지만 중국, 일본, 미국을 배경으로 상상하지 못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상준은 홀로 남녘땅에 기거하게 된다.
민주가 남쪽의 비판적 이성적 시각을, 상준이 북쪽의 건강하고 순수한 비판적 시각을 대변한다면 갓난아기 때 스웨덴으로 입양되어 줄곧 그곳에서 살아온 연화는 두 사람과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연화는 합리적인 사회체계를 갖춘 북유럽의 구성원의 관점으로 남쪽도, 북쪽도 아닌 객관적인 시선으로 양 사회를 바라본다. 작가는 연화라는 인물을 통해 남북 사회에 대한 담론에 풍성함을 더한다. 민주, 상준, 연화는 지향하는 지점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세 인물의 시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시민으로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 남과 북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벌어지는 사회상, 서로의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깊이를 더한다.
함께 통일동산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첫 걸음을 떼기 전, 연화는 딸 나미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객선 여행을 떠난다. 마침 여객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준은 통일동산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항해임을 다짐하면서도 두 모녀에게 신경을 쓴다. 이전부터 대학특강이 잡혀 있었던 민주는 아쉽게도 여행에 참석하지 못한다. 배 위에서 연화와 상준은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과 좌절에서 희망할 것을 각성하다!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하려는 상준과 연화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그려내던 작가는 소설 말미에 돌연 충격적인 사건을 그려낸다. 희망은커녕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로 서사는 급박하게 흘러간다. 독자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이미지의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머리와 마음속에 진한 생채기가 새겨진다. 작가는 이 시대 우리 사회를 향한 허무함과 덧없음을 그려내려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작가는 사회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총기로 번뜩이던 상준의 아내, 조선화가 대학 시절 [공무도하가]를 해석하는 대목을 빌려 대답한다.

"하층 인민의 비극을 반영했다는 말씀도 옳고 희망이 없어서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백수광부의 자살을 시로 표현한 작가의 의도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았답니다."
"그게 뭔가?"
"네, 저는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인민을 각성시켜 희망을 만들어보려는 뜻이 이 시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보았어요."
( '3부 달 윤슬, 해 윤슬' 중에서/ p.277)

한반도의 상흔 짙은 현대사에서 희생된 이들의 후예들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겪게 하며 그려낸 이 소설에서 작가의 메시지는 대단히 역설적이다.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과 절망을 그려내어 다시 독자에게 희망을 꿈꾸려 하려는 것.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나락의 끝에서 남은 것은 반등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시 솟아오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각성이자 희망이다.
지난 3부작의 소설은 물론, [뉴 리버티 호의 항해]에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천착해온 작가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뉴 리버티 호의 항해]는 3부작을 밑절미로 삼은 우리 겨레와 역사의 방향을 모색하는 손석춘 소설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목차

차례
들어가는 문
1부 안개에 잠긴 항구
2부 검고 붉은 바다
3부 달 윤슬, 해 윤슬
나가는 문

본문중에서

연화와 나미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바다여행을 앞둔 설렘과 여유를 되찾아 교문을 나섰다. 한강을 건너 인천부두까지 차를 몰며 연화는 새삼 조국 산천의 아름다운 봄에 감탄했다. ‘길조’라는 생각마저 들 만큼 길이 전혀 막히지 않아 예상보다 일찍 부두에 도착했다.
이윽고 연화의 눈에 곧 타고 갈 여객선이 들어왔다. 나미로부터 ‘공룡’이라는 말을 이미 들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커 은근히 조마롭던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아무리 줄여 잡아도 100미터보다는 훨씬 길었고 육중한 선체는 5층까지 올라 더욱 드팀없어 보였다. 배 하얀 외벽에 큼직한 검은 글자가 들어왔다.
‘뉴 리버티’
바로 아래 ‘NEW LIBERTY’ 까만 글자가 조금씩 피어나는 하얀 안개 사이로 보였다. 오늘의 여행과 배 이름이 운명처럼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화는 대사관에 사표를 내고, 나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상준은 마지막 승선이라 모두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들머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에서든 의미를 붙이는 습관이 밴 연화는 자유로를 타다가 뉴 리버티에 오르는 뜻은 무엇일까 짚어보기도 했다. 차량 승선을 맡은 튼실한 사내에게 승용차를 넘기고 중대형화물차에 트레일러까지 줄줄이 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 연화는 손을 탁탁 털고 으스대듯 나미에게 물었다.
"자, 이제부터 정말 자유 시간이야, 출항 전까지 시간도 넉넉한데 우리 뭐 할까?"
오후 4시30분, 배가 출발하려면 장장 2시간 30분이나 남았다.
"오랜만에 엄마와 바닷가 거닐고 싶다! 안개가 살짝 깔려 더 로맨틱한데?"
나미가 억세게 팔짱을 끼며 부러 부산하게 귀염을 떨었다. 연화는 어쨌든 다감하게 답했다.
"좋지."
( '1부 안개에 잠긴 항구' 중에서/ pp.22~23)

그날, 위대한 조선로동당 창건 기념일이 뉘엿뉘엿 저물어갔지만 장대비는 더 세차게 쏟아지던 쌍십절의 저녁 무렵이다. 상준은 언제나 단아했던 어머니의 헝클어진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채찍비가 타고 흐른 은실 머리칼로 어지럽게 덮인 얼굴, 초점 잃은 두 눈에서 빗물과는 다른 빛깔로 끝없이 샘솟던 눈물, 절망만 또렷했던 회색 눈망울, 평생 처음 들어본 어머니의 떨리던 목소리까지 선연하다.
하루 종일 어디 가 있었는지 물초가 되어 나타난 최진이는 이웃에 사는 노인 이진선의 살림집으로 상준 일가족을 몰다시피 데리고 갔다. 빗물에 바지를 흥건히 적시며 발맘발맘 걷던 상준은 어머니에 대한 불만으로 부아가 치밀었지만, 살림집에 들어설 때 엄한 기운이 전해져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가다듬었다.
상준은 어머니를 따라간 방에서 첫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가 깨끗하게 치운 흔적이 보였지만, 노인은 권총으로 관자노리를 쏘았다. 어머니는 눈빛으로 노인을 가리키며 푹 젖은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저기...... 조금 전 세상을 뜬...... 저분이, 상준아...... 너의 아버지다."
( '1부 안개에 잠긴 항구' 중에서 / p.31)

민주와 연화 공동의 집으로 이진선의 아들 상준이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7년이 흐른 뒤다. 압록강을 건너 미국을 거쳐 상준이 서울에 온 지 1년 6개월이 넘을 무렵, 민주의 초대를 받은 상준은 집 안으로 들어서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선생님, 이런 곳에 거처하시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부르주아 저택 아닙니까?"
민주는 굳이 변명하지 않고 흘려들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상준이 비스무리한 말을 되풀이했을 때, 함께 자리를 했던 연화가 생급스러워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모집고 나섰다.
"백상준 씨라고 했죠? 초면에 실례이지만 왜 그런 식으로 자꾸 말씀하시죠? 여기 좋지 않아요? 저기 보세요. 저곳,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마주 보는 분단의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상준은 통일전망대를 흘끗 쳐다본 뒤 부리부리한 눈을 번득이며 연화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통일전망대하고 여기 잘사는 남조선사람들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직설적이었다. 연화는 눈살이 꿋꿋해졌지만 차분하게 설명했다.
"생각해보세요. 상준 씨는 어떤 통일조국을 꿈꾸세요? 혹시 아직도 창백한 주체사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보시는 건 아니겠죠?"
"물론,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압록강을 건넜겠습니까. 저 분명히 주체사상 반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 돈, 돈 하며 돈을 수령처럼 숭배하는 한국의 배금사상을 찬성하는 것도 아닙니다."
"돈을 수령으로 여긴다? 좋아요. 저도 스웨덴에 살다가 한국 와서 느낀 게 많아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백상준 씨에겐 저도
그렇게 보이나요? 저도, 여기 한 교수도 배부른 부르주아로 보여요?"
상준은 드레질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민주는 물론 홍연화가 어떤 사람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1부 안개에 잠긴 항구' 중에서/ pp.81~8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01.17~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62종
판매수 13,972권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논문을 썼다. 한국언론학회가 주는 한국언론상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민주언론상, 통일언론상, 동아투위가 주는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 [신문 읽기의 혁명 2] [민중언론학의 논리] [새길을 연 사람들] [언론개혁의 무기] [신문편집의 철학] [한국 공론장의 구조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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