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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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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이해하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이제, 김경주의 시적(詩的) 이야기를 ‘읽는다’
    추락을 겪어야 알 수 있는 진실

    이 이야기는 에그플랜드(Eggplant)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한 시간 동안 구름 속에 머문 사람들에게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륙과 동시에 조종실에서는 구름 속에서 하나의 불빛을 발견한다.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로 생각한 기장은 그 불빛을 따라 구름 속으로 비행기를 옮긴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기묘한 구름 속을 헤맬 뿐이다.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고 비행기는 허공에서 한 시간 동안, 하지만 지상의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동안 실종된 채 활공을 반복한다. 일종의 미아가 되어버린 비행기는 마치 구름의 꿈속에 들어온 것처럼, 이상한 새의 몸 안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가 해독할 수 없는 시차(時差) 속에서 멀미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허공과 언어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기묘한 섬에 도착하듯 이야기의 시차는 천천히 깊어간다.

    출판사 서평

    그래픽 디자이너 김바바가 구현한 타이포그래피로
    김경주의 시적 이야기를 ‘본다’

    시와 타이포그래피가 만드는 활자극장


    김경주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시로 등단한 뒤 2006년 연극 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를 올리며 극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뒤 음악극 [에코], 사라 케인의 [정형화된 자들], 시극 [나비잠] 등을 소개해왔다. 국립현대무용단, 세종문화회관 시극단 등에서 작가 겸 드라마 트루기로 활동했고, 현재는 한국 시극 연구소 ‘팔할(Pal Hal)’을 운영하며 다양한 시극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블랙박스]는 김경주가 시인과 극작가로 활동하기 전부터 씌어져 지금까지 계속 다듬어져온 작품이다. 시극이라는 본래적 특성 때문에 [블랙박스]는 집필 단계에서부터 타이포그래피적 속성을 품고 있었다. "이 극에서 지문을 구름들이 대본 속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다. 허공은 지문 속에서 지문 바깥으로 나오는 하나의 형(形)으로 우리가 해독하기 어려운 공간과 시간으로 흘러간다. ‘사이’와 ‘정적’의 질감도 나뉠 필요가 있는데, ‘사이’가 세밀한 곳에서 전체로 퍼지는 공기의 밀도를 가지고 있다면, ‘정적’은 전체에서 세밀한 곳으로 모아지는 공기의 질감이다." 같은 김경주의 시적, 타이포그래피적 주문을 지면 위에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김경주가 홍대 앞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장소 13(PL 13)’을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바바를 만난 뒤 [블랙박스]를 지면 위로 옮기는 일은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었다. [블랙박스]에서 카파와 미하일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과 그들이 나누는 모순적인 대화처럼 [블랙박스]의 지면은 길거나 아주 짧은 ‘사이’와 ‘침묵’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의 내밀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도형과 이미지로, 기내(機內)의 시차를 통과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바바가 구현한 타이포그래피로 김경주의 시적 이야기를 ‘본다.’ 그런 점에서 [블랙박스]는 또 다른 곳을 향하는 김경주의 작품의 시작이자 완성일지 모른다.
    하지만 독자가 이 작품을 대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져야 한다. 독자를 향해 김경주가 건넨 말처럼. "이해하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서로의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블랙박스]는 기내(機內劇)으로 계획된 첫 번째 작업이다. 이 이야기는 시시껄렁한 인간들의 이야기다. 가령 알고 보니 누가 가발을 쓴다거나, 누가 안 본 사이에 성형수술을 했다거나, 빨대는 씹어서는 안 된다거나, 고속도로 휴게소 대경산업의 애플 손지압 마사지기는 훌륭하다는 일상의 지혜 같은.

    루머 속에서 우리는 참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사라져가도록 미하일과 카파는 지상에서는 알아볼 수 없는 구름 속을 헤맨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해독하는 동안 카파와 미하일을 한참 동안, 멍하니, 자주 서로를 응시할 것이다. 서로의 죽음에서 훔쳐온 시간을 바라보듯, 서로의 말 속에 피어 있는 곰팡이와 창문을 닦아내듯, 평생 자신의 얼굴을 찾아다닌 사람들이 죽는 순간에야 그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고 좀 어이없는 일이기도 하다는 듯이, 그것이 마치 지금 우리가 나누는 우정의 본질인 양, 카파는 전 생에 걸쳐 자신의 일이 경이와 평정의 균형을 구축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는 눈으로, 미하일은 자신의 눈을 어떤 특정한 음악을 듣는 상태에 두겠다는 것처럼, 다른 시간에서 건너오는 공간의 생리를 맞이하듯, 지금 자신들의 주관성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품은 기내로 미하일과 카파와 손목에 있는 시계의 동그란 선실 창에 천천히 금이 가는 동안, 당신의 몸 안으로 구름이 다 들어가길 바란다. 비행기가 곧 떨어질 거라는 기내 방송을 들으면, 당신도 벗었던 신발부터 제일 먼저 신게 되는 존재다. 우습지만 그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게 삶일지 모른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감아보는 사람처럼 당신이 조금은 미소 지었으면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사

    [블랙박스]의 무대는 시가 되어야 한다. 그 무대는 어떤 보편적인 설명을 풀어놓음으로써 단지 우리의 의식 일반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단어들로 이루어지지 않은 ‘언어’로 생성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체 내에서 보이는 모든 것을 넘어서 우리 각자에게, 보다 정확히, 각자의 단수적(單數的) 몸에 호소하는 몸의 ‘말’로 생성되어야 한다.
    - 박준상 / 철학자,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경주의 시극은 관객에게 커다란 통념의 봇짐을 풀어 이것저것을 설명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이해의 순간에 동참하게끔 수시로 다가가, 설명되지 않는 것,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것, 말로 표현되기 어려운 순간들,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진 여러 삶의 무늬를, 상상력으로 찾아나갈 주관성의 개별적 체험으로 선사하려 시도한 도도하고도 개성으로 충만한 지성의 산물이다.
    - 조재룡 /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목차

    발문 / 시차의 무대
    블랙박스
    해설 / 블랙박스 사용법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이 극에서 지문을 구름들이 대본 속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다. 허공은 지문 속에서 지문 바깥으로 나오는 하나의 형(形)으로 우리가 해독하기 어려운 공간과 시간으로 흘러간다. ‘사이(pause or bit)’와 ‘정적(silences of sentences)’의 질감도 나뉠 필요가 있는데, ‘사이’가 세밀한 곳에서 전체로 퍼지는 공기의 밀도를 가지고 있다면, ‘정적’은 전체에서 세밀한 곳으로 모아지는 공기의 질감이다.
    (/ p.17)

    인물들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회복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려고 하는 사람처럼 움직일 필요가 있다. 마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들 뒤로 감춰진 사람처럼, 존재와 비존재를 거슬러가듯 아슬아슬한 균형 속에서 그림자 속에 감춰진 육신처럼.
    (/ p.18)

    카파: 해변의 우리 방은 321호야. 풍선이 천장에 가득한 방이라고 했어. 기대된다.
    미하일: 거기서 훌라후프를 하면서 기다리면 그분이 우릴 데리러 온댔어.
    카파: 거기선 굶진 않겠지?
    미하일: 응. 난 어디서든 굶진 않아.
    카파: 난 많이 굶었는데.......
    (/ p.84)

    미하일: 당신의 말 속엔 늘 베개가 푹신하게 들어 있어. 당신은 어디서든 말을 푹신하게 하는 사람 같아요. 당신은 늘 한 쌍씩 말을 구입했을 거야. 물 한 컵의 말, 칫솔 한 쌍의 말. 비누 한 쌍의 말. 당신은 겁쟁이고 외로워서 뜬구름만 잡다 가는 사람 같아. 내 말이 틀리면 뭐라고 변명해보시지?
    (/ p.114)

    미하일: 당신이 그렇게 침묵하지만 말고, 당신이 그렇게 떠들어대지만 말고, 당신이 이렇게 행동하지만 않고, 당신이 지금처럼 행동하기만 해도 가능한 일이야.
    카파: 넌 영원히 자유롭지 못해. 여기서 불안 때문에 날 아무리 두들겨 팬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 p.245)

    카파: 내 걸 보니 기분이 어때? 니 속에도 똑같은 게 있어. 꼭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 우리 내장들처럼. 우린 내장이 닮았어. 아, 시원하다. 몸이 따뜻해지는걸.
    (/ p.28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6.07.14~
    출생지 전남 광주
    출간도서 29종
    판매수 20,459권

    시인, 극작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가 있고, 산문집으로 [패스포트] [밀어][펄프극장] [자고 있어, 곁이니까]가 있다.
    희곡집으로는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블랙박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가 있고, 어른들을 위한 모노동화 [나무 위의 고래]가 있다.
    옮긴 책은 [라디오헤드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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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그래픽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피를 펴고 시적인 것으로 뛰어내리는 작업을 한다. 스튜디오 ‘장소 13(PL 13)’을 운영하며 소규모 낭독 모임 ‘펭귄라임클럽’ 멤버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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