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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중독자

원제 : Wealth Addiction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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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이 세상에 부자는 없다부 중독자만 존재할 뿐이다

권력과 명예와 돈은 확실히 중독이야. 사랑도 중독이고 노동도 중독이 있지만, 돈, 권력, 명예는 그에 비할 수 없이 심한 중독입니다. 도박 따위의 중독은 저리 가랍니다. 식구가 다 죽든 민족이 다 죽든 권력은 놓고 싶지 않고, 인류가 다 죽어도 저 혼자서라도 부자 되려는 게 인간입니다. 이 중독이라는 게 끝도 없고 한도 없고 정체도 없습니다. 완전히 정신병입니다. 나도 거기 (돈 버는 중독)에 딱 걸려들더라고.
- 채현국 선생님 강연 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는 이미, 부에 중독되었다

2천년대 초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히트를 하고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란 책이 베스셀러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부자’라는 말을 어떤 거부감 없이 처음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긍정적인 꿈이나 목표로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뒤 아파트 투기 열풍이 전국을 뒤덮었고 단돈 몇백만원으로 시작하여 몇백억을 거머쥔 주식부자, 부동산부자에 대한 풍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부자 되세요’라는 꿈이 정말 내 삶에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부푼 기대로 국민의 상당수가 대출을 받아 자기가 살지도 않을 ‘아파트’란 상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꿈들이 허망하게 사라져가는 2015년 대한민국에 우리는 서 있다.
이 책은 1980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하바드대를 나온 사회학자인 필립 슬레이터는 그 당시 미국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상한 중독현상에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부 중독’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Wealth Addiction'이다. 알콜중독, 도박중독 등 인간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수많은 중독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중독과 달리 저자가 주목한 ‘부 중독’은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이 책은 1980년 레이건 집권 이후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 등을 펼치며 미국이 부 중독자를 양산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시점인 1990년, 독자들의 요구에 의하여 재출간되었다. 저자는 미국 사회가 이대로 가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시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돈, 돈 중독자, 그리고 에고마피아

책은 ‘돈이란 무엇일까?’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돈에 관한 중요한 사실 세가지를 이야기 한다. 1.돈은 상징물이지, 실물은 아니다. 2. 돈의 기능은 동질화이다. 3.돈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어쩌면, 교과서에 실릴법한 이 당연한 사실들이 잊혀질 때, 즉 상징물인 돈을 실물처럼 대하고 수단이었던 돈이 목표로 둔갑하는 때, 우리는 ‘부 중독’의 덫에 걸려들게 된다. 그리고 사랑의 가치에 대하여 "얼마면 돼?"라고 물었던 유명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돈의 동질화 기능이 강화될수록 우리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결국 ‘자신을 섬기기 위해 돈을 사용하기보다 돈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사용하게 되는 것’ 이것이 ‘부 중독’ 현상이다.
‘부 중독’ 이데올로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설파하는 인간들은 물론, 가장 심각한 부 중독자들이다. 흔히 우리가 ‘부자’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그들은 자신의 ‘부 중독’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기를 바란다. 저자는 그들이 단지 부자가 아니라 왜 부 중독자인지, 8명의 억만장자를 엄선하고 그들을 집중 분석한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흔히 화려한 성공신화로 포장되어왔던 그들의 이면에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고독하고 파괴적인 ‘부 중독’이 존재하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기보다 남들이 못 가지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인간을 인간이 아닌 단순한 기계로 바라보고,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아직도 배고프다’고 중얼거린다. 그들은 자신의 정당한 노력으로 부를 획득한 부자가 아니라 부중독자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의 지위에 오른 사람들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인간의 유기체를 하나의 사회체제로 비유하면서 ‘에고 마피아’란 개념을 도입한다. ‘에고’라는 존재는 바로 이 ‘부 중독’ 현상을 진두 지휘하는 일종의 ‘독재자’이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관리 하에 놓이기를 바라는 독재자의 마인드를 가진 ‘에고 마피아’를 부 중독자들의 집착과 광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지목한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우리 몸의 나머지 부분을 ‘기반요소’라 부르며 기반요소의 인간적이고도 본능적인 요구를 ‘에고 마피아’가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점점 인간은 ‘부 중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해낸다.

우리는 ‘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우리 안의 ‘부 중독’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 자신이 한때 일중독에 빠졌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부 중독’에서 치유된 경험을 말하면서 끝없이 내면의 공허와 결핍을 외부의 돈으로 채우고자 하는 ‘에고 마피아’와의 관계를 끊고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돈지상주의를 피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소유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그리고 저자는 이제 미국이 중독사회를 벗어나 돈에 중독되지 않은 건강한 공동체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2015년의 미국사회를 바라보면 1990년의 희망은 그저 희망에 그쳤을 뿐이라는 것을 씁쓸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부 중독’을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고 전세계 어디에서도. 그것이 소수의 ‘부 중독자’들이 자신의 중독을 인간의 당연한 본능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중독사회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저자의 말
1장 돈이란 무엇인가
2장 돈에 중독된 사람들
3장 부 중독의 네가지 징후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5장 에고 마피아와 중독경제
6장 탐욕의 민주화
7장 치유에의 길

주석

본문중에서

부 중독은 중독자가 다른 금단현상을 보면서 한층 더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중독

우리는 자신을 섬기기 위해 돈을 사용하기보다 돈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사용한다

록펠러는 자신의 왕국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장부를 점점하고, 현장 관리자에게 제안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제안 중 하나는 석유통을 납땜으로 밀봉할 때 납 40방울 대신 39방울씩만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록펠러가 재고조사 보고서를 훑어보다가 발견한 석유통 마개 부족분 약 750개에 대해 현장 책임자에게 보낸 유명한 메모가 있다. 석유통 마개 750개는 전부 합쳧봐야 1달러의 가치도 안 되었으므로, 록펠러는 자신의 시간과 노동에 대해 매우 낮은 가치를 부여했던 것이 틀림없다.

돈이 많아질수록 신뢰는 줄어든다. 신뢰가 줄어들수록 돈은 더 많아진다. 이런 일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식조차 신뢰하지 못하는데, 만약 자식들이 부모를 빼닮아 오로지 돈만 믿는다면 부모들이 어서 죽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부 중독을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가난한 알코올 중독자의 아내 중에는 남편이 제발 하룻밤 사이에 부 중독자로 변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나는 그럴 형편이 안돼’라고 말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인간성을 조금씩 포기하는 셈이다. 즉 자신의 욕망에 대한 책임과 선택의 권한을 텅 빈 상징물에 지나지 않는 돈에 넘겨주는 셈이다. 우리는 어른답게 당당하고 솔직한 태도로 “밥을 먹기보다 술을 마시고 싶어”라든가 “옷보다 텔레비전을 사고 싶어”라든가 “자동차를 살 돈으로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라고 말하는 대신에, “오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만 우리 ‘돈 아버지Daddy Money'께서 허락하시질 않아”라고 핑계를 댄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할 권한을 부정하고, 그 역할을 기꺼이 돈에 내준다.
(/ '1장 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우리가 돈의 세가지 특징, 즉 상징물이고 가치를 동질화하며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망각하면 금세 혼란에 빠지게 된다. 돈이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만능 해결사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돈은 수단이기를 멈추고 우리의 주인으로 올라선다, 돈은 결코 자기가 충족시킬 수 없는 욕망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욕망 쪽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려놓는다. 그 결과, 돈이 생기면 우리는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궁리하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서 애초 자신의 욕구와 목표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일개 쇼핑객이나 카달로그 구매자로 전락한다.
(/ '1장 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만약 우리가 소수의 사람을 큰 부자로 만드는 데 상당한 국력을 바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그들의 기부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과 돈)을 한곳에 집중시켜 몇몇 사람을 점점 더 부자로 만든다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운 좋은 소수에 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나서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작은 도움을 구걸하고, 부자들로부터 약간의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면 감지덕지 한다.
('2장 돈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서/ p.41)

내가 사는 도시에는 값비싼 요트 수백 척이 정박한 항구가 있다. 1년 중에 날씨가 가장 좋을 때에도 실제 사용되는 요트는 그 중 4분의 1도 안되고, 몇 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달에 한번이나 1년에 한번 정도 사용될 뿐 연중 내내 항구에 묶여 있다. 자물쇠가 채워진 울타리 안에서 요트는 오직 경탄과 질투를 유발하는 상징으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이렇듯이 모든 부 중독자는 노골적으로 남들의 중독을 충동질하려는 경향이 있다. 부 중독은 중독자가 다른 사람의 금단현상을 보면서 한층 더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중독이기 때문이다.
('2장 돈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서/ p.45)

모든 중독자의 은밀한 계략은 자신의 중독을 누구나 빠지기 쉬운 나약한 인간의 취약점으로 덮어버리려는 것이다. 골초가 보기에는 건강관리에 미친 극소수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나 담배를 피운다. 알코올 중독자가 보기에는 극소수의 금욕주의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술을 마신다. 낮아진 자존감을 북돋우고자 강박적으로 선에 집착하는 성도착자는 자신이 그저 남달리 정력적이고 혈기왕성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부 중독자는 극소수의 유별한 은둔자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돈을 추구하며, 자신들은 단지 유능하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 뿐이라고 강변한다.
('2장 돈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서/ pp.49~50)

부 중독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돈 중독자 Money Addict가 있다. 이들은 돈을 벌어 차곡차곡 쌓아놓을 뿐, 돈으로 무언가를 하려들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소유 중독자 possession Addict 이다. 이들은 돈이 생기는 족족 집, 옷, 자동차, 요트 등을 사들여 재력을 실물로 현시하고 싶어한다. 또 권력 중독자 Power Addict도 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으면 정치적 권력을 얻거나 정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명예 중독자 Fame Addict가 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떨치거나 지배층으로부터 주목받고 발탁되어 후손들에게 존경받기를 바라고, 그런 목적으로 돈을 쓴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소비 중독자 Spending Addict가 있다. 이들은 소유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주머니 속에 ‘마음껏 쓸 돈’이 있기를 바란다
('3장 부 중독의 네가지 징후' 중에서/ p.61)

돈지상주의에 휩쓸려버린 우리들은 경제학에서 전통적으로 가정해온 ‘경제인 economic man (경제 원리에 맞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허상 중의 허상이 되어버린다. 앞서 살펴봤듯이, 돈은 모든 것을 동질화하므로 돈지상주의도 모든 것을 동질화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돈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돈지상주의에 함몰되면,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동질화할 수 있다고 믿게 되고, 재산을 더 늘리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의 선택은 극도로 단순해진다. 더 이상 돈과 다른 것중에 선택할 필요가 없다. 돈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로지 더 많은 돈과 더 적은 돈 중에서만 고르면 되고, 이것은 부 중독자라면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사실 이런 선택은 기계도 할 수 있다. 물론 자기 인생의 통제권을 통째로 돈지상주의에 넘겨버린 사람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이 최대 부자가 되었다.
('3장 부 중독의 네가지 징후' 중에서/ p.72)

중독자는 내면에 텅 빈 공간을 갖고 있는데,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끊임없이 탐색에 몰두하게 된다. 결핍된 요소를 찾기 위해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탐색 해위는 중독 대상이 약이나 술처럼 신체적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 명예, 미덕, 매력처럼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경우에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3장 부 중독의 네가지 징후' 중에서/ pp.84~85)

J. 폴 게티는 열 한 살 때 자신의 첫 번째 주식으로 주당 5달러에 아버지의 석유회사 주식 100주를 샀다. 이 나이 때 그의 일기에는 벌써부터 돈과 축재에 집착하는 소년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서 25센트를 주셨다” “아빠가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라고 10센트를 주셨다.” “심부름하고 20센트를 받았다” “현재 내 구슬은 275개다” “지금까지 수집한 우표를 세어보니 305장이다” “또 55센트를 받았다” “아빠가 1달러를 주셨다 아싸!”
이런 기록이 특히나 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성자가 가난한 소년이 아니라 부잣집 소년이고,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해줄만한 요소라곤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일기가 작성된 18개월 동안 놀이동무가 언급된 것은 딱 한 번 뿐이었고, 청소년기에 떠난 유럽 여행에서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물가였다.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중에서/ p.110)

전기 작가 스탠리 브라운에 따르면 H. L. 헌트는 이기는 것을 즐기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지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강한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중독자들은 본인이 충분히 갖고 있을 때에도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얻는 것을 보기 싫어한다. 이런 특성은 하워드 휴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필요도 없는 사람이나 공간을 소유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가 고용한 어떤 직원은 결코 오지 않을 그의 호출을 기다리며 모텔 방에서 수개월이나 죽치고 있어야 했다. 한 이발사와 여러 의사들은 휴스를 위해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대기했지만, 결국 휴스에게마저 외면당하고 말았다. 휴스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을 값비싼 집을 빌리고, 24시간 경비대를 고용하여 사람들이 그 곳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으며, 잔디나 수영장, 정원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엉망이 될 때까지 방치했다. 또 적어도 다섯 명의 젊은 신인 여배우를 대저택에 머물게 하며 차와 기사, 경비원, 식당 외상 장부까지 제공했지만, 정작 본인은 한 번도 그곳에 방문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다.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중에서/ p.116)

독일 군수산업을 주름잡던 알프레드 크루프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제철공장 한가운대에 자택을 지었다. 언제든지 공장을 감시하기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자기 귀에는 철강을 생산하는 소리보다 더 감미로운 음악은 없다면서 음악회나 그 밖의 문화생활을 즐기기를 거부했다. 그의 아내는 이 악몽 같은 환경에 갇힌 수감자나 다름없었다. 집 안의 올 고운 리넨이 공장의 잔모래에 부식되고 섬세한 유리잔이 증기해머의 쉴 새 없는 진동으로 인해 산산조각 나는 환경에서 그녀가 막대한 자산가의 안주인으로서 어떤 기쁨을 누렸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중에서/ p.122)

독재주의는 조직이나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재자에게 더 많은 것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중독자들이 세부사항에 매달리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사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자질구레한 사항을 다루는 과정에서 에고는 상대적으로 거대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소한 문제들을 나누어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중에서/ pp.126~127)

모든 정서적 달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으면 강력한 목표의식과 집중력이 생긴다. 또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면 의지와 통제 욕구가 과도하게 확대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까지도 조종하려 든다. “내가 관찰한 성공 사냥꾼들의 정신력은 탈옥을 꿈꾸는 죄수의 상상력과 같았다” 에드먼드 버글러의 말이다.
('4장 심각한 중독자와 그 자녀들' 중에서/ p.170)

에고 마피아는 에고가 스스로 강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만한 세계를 건설하려 애쓴다. 그 세계는 몸은 없고 오로지 에고로만 가득한 세계이다. 동물도, 식물도, 박테리아도, 곤충도 없고, ‘꽃이 피지도 벌레가 울지도 않으며 어떤 혼란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런 느낌도, 기분도, 색채도, 관계도, 모호함도, 변화도 없다. 에고 마피아는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세계, 에고가 조금도 방해받지 않으며 기실 위협도 아닌 것들의 위협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인위적으로 의제를 만들고 거기에 매달릴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한다.
('5장 에고마피아와 중독경제' 중에서/ p.176)

달리 말해 부 중독자들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것은 사람들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부 중독을 조장하는 체제를 대단히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인구의 대다수가 그런 잠재적 중독자가 아니라면, 이 같은 체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잠재적 중독자란 언젠가는 자신도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런 은밀한 꿈 때문에 잠재적 중독자들은 심각한 중독자들과 부지불식간에 결탁하게 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심각한 중독자들이 모든 것을 독차지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자발적으로 뒷받침한다.
('6장 탐욕의 민주화' 중에서/ p.217)

만약 우리 경제체제가 중독에 기반을 둔다면 처음 얼마 동안은 활력 넘치게 돌아갈 수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중독자의 대열로 들어서면서 이런 활기도 줄어들고, 종국에는 서로 한 움큼의 허기와 공허감만을 교환하게 될 것이다.
('6장 탐욕의 민주화' 중에서/ p.229)

어떤 사람들은 탐욕이 워낙 근본적인 인간의 특징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논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리고 탐욕이 인간의 기본 특성이라는 증거로 이런저런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란 극도로 다양하고 동시에 적응력이 강한 존재이다. 세상에는 탐욕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사회가 있는가 하면 탐욕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회도 있다. 중독자들은 ‘이타적인 사회는 강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이라고 종종 주장하는데, 이 말은 전적으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오히려 권위주의적인 사회야말로 강력한 결핍감을 유발함으로써 탐욕으로 얼룩지기 쉽다.
('7장 치유에의 길' 중에서/ p.237)

에고가 이렇게 나머지 유기체를 어둠 속에 가둬놓은 이유는 애초에 우리를 중독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 에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은 쉽게 망각되는 경향이 있다. 에고가 끊임없이 “나는 이 중독 상태 (음주, 흡연, 마약, 폭식, 쇼핑 등) 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네가 워낙 나약한 겁쟁이라 그럴 수 없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탓이다. 이것은 에고의 가장 영리한 속임수 중 하나로, 마치 언론과 대학을 탄압하면서도 대중에게 무지하고 세상물정을 모른다며 질타하는 독재자와도 같다. “내가 당신들을 위해 모든 생각을 대신 해줘야 한다”라는 식이다
('7장 치유에의 길' 중에서/ p.254)

자신의 목표와 선입견에 따라 현실을 통제하고 강압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것이 하루종일 매달려야 하고 그리 즐겁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인생을 사건의 연속으로 보고 조종하기보다 그저 직면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풍요롭고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잠재적인 인생의 탐사 경로가 되어, 즐겁든 즐겁지 않든 어느 것이나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 에고에 지배당하는 부 중독자는 자신이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바라는 현실상을 추구하느라 인생에서 제공하는 실제 경험을 거부한다. 그는 영화를 다르게 찍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없고, 파트너의 외모나 행동이 자신의 이상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섹스를 충분히 즐길 수 없으며,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애석해하느라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지 못하고, 거기에 자기 소유의 땅이 없다는 이유로 해변에서 느긋하게 쉴 수 없는 사람이다.
('7장 치유에의 길' 중에서/ p.293)

저자소개

필립 슬레이터(Philip Slat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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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과 브랜다이스대학, USCS에서 사회학을 강의했다. 브랜다이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뒤 1971년에 재클린 도일Jacqueline Doyle, 모리 슈왈츠Morrie Schwartz와 함께 비영리 성장센터 ‘그린하우스Greenhouse’를 창립했다. 그린하우스에서 그는 다양한 대안 그룹과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는 강단에 서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고 원양어선 어부, 배우, 비즈니스 컨설턴트, 쿠키 세일즈맨, 결혼식 진행자, 그리고 극장을 경영하는 등 다채로운 직업을 거쳤다. 특히 배우로서 30편이 넘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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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번역의 전문번역가 겸 자유기고가로, 역사학, 경영학을 전공하고 최근에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인상주의 예술이 가득한 정원》, 《스타트업 3개월 뒤 당신이 기필코 묻게 될 299가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창작노트》, 《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 《사람의 아버지》, 《가장 위험한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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